3월 첫주가 어떻게 지나갔나 모르겠다. 졸리는 눈을 손가락 두 개로 벌려가면서 자기 전에 책 한줄은 읽고 자려고 노력했던 한 주였다. 그래서 다른 때 같으면 하룻밤새에 다 읽었을 이 소설을 며칠이나 걸려 다 읽었고.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늘 비슷한 분위기다. 나른하고 환상적이나 그 이면에 깊은 상처가 있고 그리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이 있다. 이 책 <겨울이 지나간 세계>도 마찬가지였다. 있을 법하지 않은 상상 혹은 환각 혹은 체험?? 뭔지 알 수는 없지만 주인공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몸은 매여 있으나 정신과 마음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람을 용서하고 지켜야 할 사람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누구나 다 그렇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일생을 관통하며 지니는 상처가 있다. 어릴 때 겪은 일들일 경우가 많지만 어쩌면 살아오면서 어떤 이벤트가 나머지 인생에 내내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누구에게 딱 뭐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내게는 정말 늘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영향을 주며, 어쩌면 매일 매순간 그 영향을 받기도 한다.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아 시설에서 자란 아픔이 있는 주인공 다케와키씨. 일생을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 어느 정도 성공이란 걸 하고 난 후 정년퇴직을 하게 된 날, 지하철에서 쓰러져 사경을 헤매게 된다. 65세. 요즘 같은 때 이제 드디어 제 2의 인생을 살아갈 시기이건만,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누구에게도, 심지어 아내에게도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던 다케와키씨. 어쩌면 말하고 나면 너무 간단해지고 말 안하고 있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과거였는지도 모른다. 그의 소원은 단 하나. '평범한 사람'이 되는 거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간 뒤, 결혼을 해서 집을 짓고 아이를 키우고 싶습니다."

한 번도 입에 담은 적이 없는 꿈을, 염불이나 신문 기사의 제목이라도 읊조리듯 단숨에 말했다. 평범한 사람은 다들 비웃겠지만 내게 그 꿈은 그들이 가진 그 어떤 장대한 꿈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p 354)


코로나 시국이 되고 보니,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게 깨지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간단한지를 마음깊이 느끼고 있는 시기라서 그런 걸까. 다케와키씨의 이 말이 정말 마음에 콱 박혀오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남들은 아무 생각없이 너무나 당연하게 이루는 일들이 내게는 버겁고 힘든 일이 되는 것. 딱히 분노나 좌절을 마음에 품고 살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마음 속에 계속 켜켜이 쌓여온 불안감과 불행감이 문득문득 엄습하는 인생. 


그래서 다케와키씨의 일생을 찬찬히 더듬어 가는 이 책의 내용 속에서 나마저도 괜한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헛되지 않았다고. 어려웠고 힘들었고 그래서 돌이켜 생각하기도 싫은 나날들이 있었지만, 이제 와 보니 잘 살아내었다고. 이 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일 수 있겠다 싶었다. 결말이 또렷하게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다케와키씨가 돌아와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들을 좀더 편한 마음으로 보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원하며 책을 덮었더랬다. 


아사다 지로의 책은, 늘 위안이다.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이 척박했음에도 항상 따뜻함과 희망을 남기는 글을 쓴다. <겨울이 지나간 세계>. 누구에게나 있는 겨울, 지금이라면 코로나의 겨울... 지나고 나면 또 좋은 세상이 올거라는 믿음이 마음에 아릿하게 남겨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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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3-07 18: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읽어야겠어요. 아사다 지로 ^^
남편이 오래전에 아사다 지로 읽고 좋다고 권했는데 그때는 마음이 동하지가 않더니...
여기서 북플님들이 읽고 후기 남기시는것 보고 남편이 모아놓은 책들에 관심을 보이자...보인 반응... 아시겠죠?^^
그런데 언제 다 읽죠? ㅎㅎ
뭐부터 읽을까요? 칼의노래? 철도원? 지하철? 장미도둑? .....?

비연 2021-03-07 20:19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님~ 한번 읽어보시길. 저라면 <철도원>과 <칼의노래>를 먼저 읽어보시라 권할 거 같네요 ^^

그레이스 2021-03-07 20:20   좋아요 1 | URL
예 도전!

파이버 2021-03-07 1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집을 짓고 아이를 기르는 것...
이 시대의 젊은이?로서 정말 평범을 이루는 것도 어렵다는 거에 공감해요...

비연 2021-03-07 20:19   좋아요 2 | URL
정말 평범하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요...

새파랑 2021-03-07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이 지나갔으니 봄이겠죠? ㅎㅎ 비연님의 리뷰 보니 정말 기대가 됩니다~

비연 2021-03-07 20:20   좋아요 1 | URL
겨울이 지나 봄이 오니 그래도 살만한 게 아닌가 싶어요~ 이 책, 권해드립니다^^

공쟝쟝 2021-03-25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ㅠㅠ 마지막 페이퍼라니 비연님 보고 싶다 ㅠㅠ

비연 2021-04-08 22:13   좋아요 1 | URL
ㅠㅠㅠ
 
















내가 이 책을 새삼 꺼내들게 되었던 것은 여성주의 책 함께 읽기 1월 책이었던 <육식의 성정치> 때문이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프랑켄슈타인'은 채식주의와 관련이 없었던 것 같은데, <육식의 성정치>에서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그 책에 할애하고 있다.




퍼시 셸리는 이 신화에 관해 낭만주의적 채식주의식 해석을 내린다. "(인류를 대표하는) 프로메테우스는 자기의 천성을 크게 바꿨고, 불을 조리에 사용했다. 다시 말해 도살장에서 인간이 느끼는 혐오스런 공포감을 숨길 수 있는 방편을 개발했다. 이 순간부터 질병이라는 독수리가 프로메테우스의 장기들을 쪼아 먹었다.

'근데적 프로메테우스'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괴물 이야기에서, 피조물이 불과 고기를 다루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떠돌이 거지들이 남겨놓은 불씨를 찾아낸 피조물은 말한다. "방랑객들이 남겨놓고 간 고기 부스러기를 불에 구웠더니, 나무에서 딴 열매보다 숼씬 더 맛있었습니다." 그러나 피조물은 이런 발견을 육식이 아니라 채소나 과일을 조리하는 데 이용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같은 방식으로 내가 먹는 음식을 불 위에 올려놓았죠. 열매는 이렇게 하면 그냥 먹을 때보다 맛이 없지만, 견과류와 나무뿌리를 더 맛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고기 부스러기는 육식을 형상화한다. 그러나 피조물은 이런 프로메테우스의 선물을 거부한다. (p 226~227)




사람의 선입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프랑켄슈타인 하면 그 책을 제대로 읽어본 기억도 없으면서, 만화에 등장하는, 그 괴물을 상상하게 되고, 그 괴물은 절대 채식같은 건 하지 않게 생겨서 고기를 뜯어먹는 모습을 바로 연상하게 된다.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 있는지 정말이지 그 이미지를 없애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자꾸 생각난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는 이런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르게 여러가지 측면에서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메리 셸리라는 작가의 상상력과 존재론적 가치부여에 경탄을 금치 못하면서 읽었다. 생각해보니 이 책을 읽기 전엔 그저 어떤 (미치광이) 박사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내어서 그 괴물이 으악.. 하며 달려드는 그런 내용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참으로... 무지했다.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샤실은 괴물에겐 이름이 없다. 그 괴물을 '창조'한 이가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었다. 인간이 과학에 몰두하여 끝도 없는 오만의 열정에 불타오르게 되면서 이것이 선인지 악인지 분간도 못하는 지경에서 무책임하게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고는 자기가 만든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버려버리는 과정은... 현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과 문명이라는 그 열기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망쳐버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걸 야기한 존재(인간이겠지)가 그것을 얼마나 나몰라 방관하면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명깊었던 부분은 그 '괴물'이 자신의 목소리롤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난데없이 그냥 그 모습으로 만들어져서 만든 사람에게서 버림받고 흉측한 몰골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처음 내가 태어났던 때를 기억하는 건 아주 힘들다. 당시의 사건들은 모두 혼란스럽고 불분명한 느낌이다. 이상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나를 사로잡았고, 나는 동시에 보고 느끼고 듣고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여러 다양한 감각의 작용을 분간할 수 있게 되었다. (p 136)



그 '존재'는 쫓기듯 어느 축사에 몸을 의탁하게 되었는데 그 근처 오두막에 사는 프랑스인 가족에게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온화하고 아름다운 그들을 보며 말을 익히고 글을 익히고 스스로를 가꾸어나가는 모습이 애절할 정도다. 언젠간 나의 진심을 알아주겠지. 내가 아무리 모습이 흉해도 저들은 이해할 거야.. 그러면서 내심 그들을 친구로 삼게 된다. 


... 이런 그들을 보고 있을수록 보호와 친절을 갈구하는 내 욕망은 커져만 갔다. 내 심장은 사랑스러운 이들에게 존재를 알리고 사랑받고 싶어 애가 달았다. 그 다정한 표정들이 나를 애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내 궁극적 야망이 되었다. 그들이 경멸과 공포로 내게 등을 돌릴 거라는 생각은 감히 떠올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가난한 사람이 그 집 문간을 찾아왔다가 쫓겨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내가 바라는 건 약간의 양식이나 휴식보다 훨씬 소중한 보물이었다. 내가 요구하는 것은 친절과 연민이니까. 그러나 나 자신에게 전혀 자격이 없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p 176) 



그러나 외면당했고 버림받았다. 그리고 자신을 창조한 사람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커졌다. 프랑켄슈타인 근처로 와서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프랑켄슈타인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의 요구사항은 하나였다.



... 나는 외롭고 불행하다. 사람들은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기형이고 추악한 존재라면 날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내 반려자는 나와 똑같은 종족이고 같은 결함을 가져야만 한다. 당신은 바로 이런 존재를 창조해내야 한다. (p 192)



이런 존재론적 비극이라니. 외로움에, 고독에 스스로가 내몰리는 것을 괴로와하면서 자신을 환대할 단 하나의 다른 존재를 기대하는 그 '존재'의 바램이 마음에 와닿을 수 밖에 없었다... 꼭 그 '존재'가 아니라도 이 세상에는 어떤 이유로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주 사소하게는 (너무나 주관적인 판단임에도) 못생겨서, 뚱뚱해서, 가난해서, 더 나아가서는 몸이 불편해서, 나이들어서, 성적 취향이 달라서.. 다수는 그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치부하거나 어쩌면 너무나도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해서 아픔을 준다. 내가 왜 세상에 나서 이런 고초를 당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입장이 된다면. 


이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도 안 들어줄 수도 없어 방황하던 프랑켄슈타인은 결국 시도는 하지만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자신이 만들어나가던 것을 없애 버린다. 그리고 나서 프랑켄슈타인이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사라지게 되고... 결국 프랑켄슈타인과 그 '존재'간의 일대일 겨루기가 되어 쫓고 쫓기는 긴 시간이 이어진다. 그리고.. 비극으로 끝나게 된다. 



... 그러나 내 존재와 그에 수반되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초래한 장본인이 감히 행복을 꿈꾸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내게는 비참과 절망을 쌓고 또 쌓아 안겨준 주제에 영영 금지된 감정과 열정을 누리려 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무력한 질투와 쓰디쓴 분노가 나를 끔찍하게 허기진 복수심으로 가득 채우고 말았다. (p 298~299)


복수가 즐겁기만 한 것이더냐. 프랑켄슈타인의 고통만 고통인 줄 아느냐. 그런 일을 저지른 나에겐 더 컸을 수 있는 고통이 수반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지내게 해놓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려 바둥거리는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는 복수심을 불태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난 내 분노가, 내 복수심이 흘러넘치는 것을 자제하지 않았다.. 라며 울부짖는 그 '존재'의 말이 아직도 내 귀에 울리는 것 같다. 


19세기에 지어진 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흡인력 있고 놀랍고 상상력이 만발한 책이었다.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물론 프랑켄슈타인과 그 '존재'의 불행에 마음은 아파왔지만) 다음 내용이 궁금해 잠을 못 자는 며칠이 이어졌더랬다. 좋은 책이 주는 지극한 즐거움을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었던 2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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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2-28 14: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폭풍의 언덕>혹시 안읽으셨음 추천드려요♡ 뭔가 옷깃을 잡혀 끌려가듯 주인공의 감정에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이 소설과 유사해서 좋았어요😆

비연 2021-02-28 16:08   좋아요 2 | URL
미미님. <폭풍의 언덕> 제가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에요^^ 정말 격정적이면서 흡인력이 큰 소설. 미미님이 말씀하시니.. 다시 한번 읽어볼까 싶네요.

scott 2021-03-05 15: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의 프랑켄슈타인 이달의 당선작을 선물로 줌 ㅋㅋ
추카~*추카~*
오늘 태어난 개굴군 🐸 놓고 가여

비연 2021-03-06 21:09   좋아요 1 | URL
아 이제 봤네요~ scott님, 감사요^^ 개굴군도 감사 ㅎㅎ
 

으흐흐. 책 이야기가 아니다. 책이야, 살까 말까 할 땐 사는 게 맞는 것일 테고 (아멘...).. 반려식물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동물을 썩 좋아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개를 키워봐라 고양이를 키워봐라 할 때는 꿈쩍도 안 하다가 최근에 식물 키우는 재미가 생겨 버렸다. 식물은,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있으면서 나한테 뭘 해달라고 칭얼대지도 않고 돌아다니면서 번거롭게 하지도 않고.. 사람의 이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는 참으로 정적인 반려물이라 괜찮은 것 같다. 물론 말을 못하니 언제 물을 줘야 하는지 언제 통풍을 해줘야 하는지 언제 햇빛에 내놔야 하는지를 내가 판단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


지난 겨울에 한참 추울 때, 그냥 베란다에 내놓았다가 유명을 달리 하려 하는 식물이 생겨서 마음이 좋지 않다. 한창 푸르르게 잘 자라던 아이였는데 추웠던 밤이 지나고 시들시들해지더니 잎이 하나둘 떨어지고... 그래서 보다 못해 깔끔히 가지치기를 해주고 까까중한 모양으로 만든 후 열심히 물 주고 햇빛에 내놓고 해서 살아나기만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나의 느낌 아닌 느낌에는 아직 살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다음 겨울부터는 추위가 닥치면 베란다에 놓인 것들을 안으로 들여야지, 결심 또 결심하는 중.


암튼 내가 가지고 있는 식물은 중간 크기 2 개와 작은 크기 4 개 (돌아가시려고 하는 식물도 포함이다. 아직 안 돌아가셨으니)다. 보고 있자면 뭐랄까 좀 허전하고, 이제 봄도 되는데 싱싱한 친구들을 들여오면 좋지 않을까 하면서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키우기 쉽고 모양도 그럴싸한 식물들이 꽤 되어서 고르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물건 사는 것에 그다지 재빠르지 못한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이걸 사도 괜찮을까. 집에 짐만 되는 건 아닐까... 


물건 사는 것에 느린 건 나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집 이사 온 게 3년전이고 그 때 거실에 예쁜 스탠드 조명을 놔야지 했었다. 고르고 또 고르고.. 가격과 디자인과 등등을 고려하면서. 역시 내 맘에 드는 게 하나 있었으나.. 난 그걸 골라만 놓고 고민하다가 2년 지나서 샀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징하다.. 싶을 정도로 물건 사는 게 쉽지 않은 비연인 것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거창하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뭐 그런 게 아예 아닌 건 아니지만, 어쨌든 물건 사는 것 자체를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건 맞는 것 같다. 최근에 침대 협탁 하나 구매한 것도 일 년은 고민한 듯 싶다. 책만 번개처럼 사대지..;;;; 


암튼 봄이 오고 있다. 집이 남향이라 햇살이 정말 예쁘게 따스하게 비춰서 참 좋다. 그 빛 속에 반려식물 몇 개를 구입하여 놓아야겠다. 이번에 늦지 말고 봄에 사야지. 나중에 사진 한방 찍어 올리겠나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이다. <프랑켄슈타인>은 반쯤 읽었는데, 놀랍다! 19세기에 쓴 소설이 맞냔 말이다. 이후 많은 소설들에 영감을 준 이 소설을 제대로 찬찬히 읽어보노라니 아 정말 놀라운 소설이구나 싶다.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최근에 이 쪽에 관심이 많아지던 차에 블랙겟타님이 읽고나서 올린 페이퍼를 보고 구입해둔 것이다. 법학자의 관점에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잘 다루고 있어 보인다. 얻는 게 많다. 계속 이 쪽으로 책을 읽어나갈 생각으로...잔뜩 사둔 책들이.. 늘 날 째리고 있다. 



















여성주의 함께 읽기 3월 책이다. <사회주의 페미니즘>. 아악. 거의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하드커버 장정이다. 선행은 금물, 이기에 식탁 옆 아일랜드 탁자 위에 얌전히 놓아두기만 했는데 볼 때마다 그 두께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3월에 좀 바쁠 예정이라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그래도 읽어야지. 빨간책을 보니 이 책도 생각난다.


















같은 빨간색 책이라 같이 두면 예쁠 것 같고 (하하) 내용도 좋아 보인다. 아직 사진 않았으나 다음 구매 목표인 책.. 그러니까 3월의 구매 목표라는 뜻. 2월 구매는 마감했습니다... 


3월에는 내게 작은 변화가 생긴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잠시 갔었는데 다시 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서 3월 3일부터 출근이란 걸 하게 되었다. 사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둘 때는 다시는 회사 생활을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었고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생활에 만족하며 지냈기 때문에 제의를 받고 많이 망설였었다. 여러가지 상황과 내적 갈등 끝에 가기로 결정을 했고 그렇게나 싫어하던 출근을 다시 하게 되었다. 이번엔 좀더 중책(?)을 맡게 되어서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해일처럼 밀려오지만, 이왕 결심한 거 잘 해내야지 매일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많이 부족할 것 같지만, 짬짬이 읽어내자, 뭐 이런 생각도 하고 있고. 


오늘 정월대보름이다. 다들 오곡밥에 나물 드시고,.. 보름달 보며 소원도 비시고. 백신접종도 오늘부터 개시했으니 더 좋은 날들만 있으리라 기대해보면서. 일하러 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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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2-26 1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새로운 변화, 3월 3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변화 축하드립니다!!
정월대보름이었군요. 그런데 저는 배민앱을 켰다니! 정월대보름에 나물 무치는 일은 이번 생엔 못해보고 또 안할 것으로!^^:;

비연 2021-02-26 15:1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나물은 사먹는 게 뉴노멀이죠 ㅎㅎ

bookholic 2021-02-26 1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 집에서 상추와 깻잎을 심었는데,
그 잘 보이지는 않던 씨앗에서 싹이 트고, 잎이 나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비연 2021-02-26 15:18   좋아요 1 | URL
식물 키우는 재미가 그런거 같아요. 어느새 자라있고 새순이 돋고. 상추와 깻잎 심어볼까나.. 유혹.

scott 2021-02-26 14: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의 3월 행운이 가득, 가득 하시길! 노란 수선화 추천합니다. 봄맞이 행운의 꽃🌷

비연 2021-02-26 15: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노란 수선화 접수 완료요~

얄라알라 2021-02-26 16: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물은 사먹는 게 뉴 노멀˝ 이거, 오늘의 명언으로 가져갑니다. 마음 홀가분 ㅋ

비연 2021-02-26 16:1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수이 2021-02-26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봄이고 그에 발맞춰 이직도 하셨으니 새로운 기운에 곁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으쓱으쓱 신이 나요. 잘 하실 테니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화이팅! 비연님

비연 2021-02-26 22:13   좋아요 1 | URL
수연님. 감사요~ 잘 해야죠. 불끈!

감은빛 2021-02-26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물건 하나 사는데, 2년 걸리고, 1년 걸리고 그럴 수가 있군요.
반려식물은 튼튼하게 잘 자랄 아이로 하나 잘 고르시길.
제가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 2년 동안 반지하에 살았어요.
반지하이기 때문에, 또 워낙 낡은 집이라서 이런저런 벌레들이 많더라구요.
저 혼자 있을 때는 벌레가 많던지 어쩌든지 별로 신경 안 쓰는데,
아직 어렸던 딸들이 자주 오기 때문에 문제였죠.
아이들은 작은 나방만 봐도 크고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댔으니까요.

고민을 거듭하다가 속는 셈치고 식충식물들을 여러 종류 한꺼번에 집으로 모셨어요.
한동안은 잘 자라며 날파리 따위 작은 벌레들은 잘 잡아먹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겨울이었어요.
제가 방심해서 잘 돌보지 못한 탓도 조금 있을테고,
추운 날씨 영향도 있었을 것이고,
여러 종류의 식충식물들 대다수가 겨울을 넘기며 명을 달리하거나,
시들시들 사경을 헤매기 시작했어요.
안타까운 생명들이 제 손에서 명을 달리한 것을 보고,
저처럼 잘 키우지 못할 사람은 식물을 함부로 키우지 말아야겠구나 생각했어요.

비연 2021-02-27 10:53   좋아요 0 | URL
반려식물이.. 잘 자랄 땐 넘 좋은데 돌아가시려고 하면 너무 신경쓰이더라구요;; 추위가 강적이기도 하고. 열심히 잘 키워보겠나이다.. 불끈.

붕붕툐툐 2021-02-27 0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제가 페이퍼 읽으며 식물 사진을 볼 수 있제 읺을까 끝까지 긴장의 끝을 놓지 않았는데, 없네용~ㅋㅋ
저도 식물 넘나 좋아해용~ 이번에 남향집으로 이사해서 예전에 키웠던 허브를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행복합니당~ㅎㅎ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당!!

비연 2021-02-27 10:5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식물사진은 담에 ㅋㅋㅋㅋ 저도 허브를 키워볼까 살짝 고민중요~
응원 감사합니다^^

파이버 2021-02-27 14: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새출발 응원합니다! 3월이 되니 진짜 2021년이 시작된거 같아요…저도 3월부터 새일터로 출근합니다. 같이 열심히 적응해요 두근두근!

비연 2021-02-27 20:21   좋아요 1 | URL
어멋. 파이버님도 새 일터에! 축하측하요! 우리 함께 열심히 해 보아요^^
 
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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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이 운명을 뒤죽박죽으로 만들 수 있고, 절박한 순간에 드러나는 사람의 심리는 무서울 수밖에 없으며, 그 어떤 상황도 남의 일일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하는 책이다. 죽은 핀의 입장에서,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이 때로는 소름끼치게, 때로는 슬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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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2-2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연님도 연쇄살인 좋아한다고 그러셨나요? 으... 전 책구경 갔다가 스크롤 내리다가 끔찍해서 얼른 도망나왔는데요. ㅜㅜ

비연 2021-02-26 10:07   좋아요 1 | URL
아.. 아... 연쇄살인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스릴러물을 좋아한다고..^^;;; 그리고 이 책은 연쇄살인 이야기가 아니고 사고 이야기입니다 ㅎㅎ 그렇게 끔찍하진 않고 오히려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이 더 끔찍한...
 
여자들의 무질서 바리에테 22
캐롤 페이트먼 지음, 이평화.이성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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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인데 번역의 모자람으로 별을 하나 깎았다. 지난한(?) 독서의 과정 후 8장과 9장에 이르러서는 그나마 나은 번역과 잘된 요약으로 얻은 게 컸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에 대한 정치학적인 관점, 민주주의에서의 여성주의 자리매김 등에 대해 새로운 사유를 유발하는, 책 자체는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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