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유럽을 간 것은 22살 때였다. 그 이후로 숱하게 방방곡곡을 다녀왔지만 그럼에도 내게 있어 '런던'이 특별한 건, 그 처음의 유럽여행에서 처음으로 간 나라가 영국이고, 처음으로 간 도시가 런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London In'을 한 셈이다. 그 때의 그 설렘, 그 기대, 그 (약간의) 두려움... 이런 느낌은 지금도, 귀가 쿵쿵 울릴 정도의 벅찬 감동으로 느껴진다. 멋모르고 떠났던 거였는데, 지금 돌아보면, 참 좋았다. 젊었고 처음이었고.. 그래서 모든 게 새로왔고 즐거웠고 다정했다. 내가 <자기만의 방>을 읽으면서 버지니아 울프를 새삼 새롭게 기억하는 건, 그 런던을 추억하며 읽었던 그녀의 책 때문이기도 하다.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이 책.

 

 

 

 

 

 

 

 

 

 

 

 

 

 

 

 

 

그녀의 시선을 따라, 런던 부두를 걷고 옥스퍼드 거리를 지나, 칼라일의 집을 거쳐, 수도원과 대성당과 하원의사당을 향하는 시간들은 즐거웠다. 물론 이 책을 무슨 여행기라고 생각하며 읽으면 실망일 수 있겠지만, 애시당초 사진 왕창 들어가고 지나가는 건물이나 사람이나 맛집이나 이런 것들에 집중해 쓰는 책은 여행기로 탐탁치 않게 여기는 나의 정서상, 이렇게 어딘가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책이 좋다. 사진은 한두 장. 그것도 흑백.

 

어디어딜 다녀왔어. 이런 게 무슨 소용인가. 이런 말 하는 자체가 유치하다. 몸과 발이 가지 않고 정신과 영혼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이란 걸 할 수 있다... 고 생각한다. 이 아주 얇은 책에서 난 예전 내가 다녀왔던 런던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가서, 버지니아 울프의 그 발자취대로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건물과 맛집과 사람과.. 그 사진들은 저 뒤로 던지고, 그냥 걷고 그냥 생각하고.. 손을 들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일 따위는 접어둔 채로 말이다... 코로나는 참, 많은 것을 못하게 한다. 그 때, 그 생각이 들었을 때 다녀와야 했던 거구나.. 싶다.

 

멈추고, 돌아보고, 음미하고, 행동을 삼가라. 이 옛 경구들이 늘 우리를 충고하고 타이르는 셈이다. (p59)

"인생은 농담이다. 세상만사가 그렇게 가리킨다.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은 그것을 알고 있다." 게이가 웃으며 말한다. (p65)

 

몇 가지 문구들을 한번씩 더 읽으며, 이제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작품을 통해 그녀의 정신세계를 느껴보자.. 마음 먹어본다.

 

 

 

 

 

 

 

 

 

 

 

 

 

 

 

 

사고 싶은 책은 바로 사야겠지. <수용소군도>가 도착했다. 솔제니찐의 책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암병동>도 읽었는데, 러시아 작가를 좋아해서인지 꽤 좋았었다. 특히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수용소 안의 생활이 너무나 일상적이라 좀 놀랐던 것 같다. 물론 그 안에 내재된 폭력에 대한 내용들도 섬뜩했지마. <수용소군도>는 그야말로 다큐멘터리라 불릴 정도의 긴 저항문학이고 솔제니찐은 이 책을 쓰는 바람에 소련에서 추방당했었다. 6권이나 되니 이걸 언제 읽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일단 뿌듯한 마음으로 책장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꽂아 두었다. 시간 나면 제일 먼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주일 정도 정말 하루에 잠을 서너시간 밖에 못 자면서 일했고 (그러나 스트레스는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 오늘 어쨌든 그 중 일부를 완료해서 잠깐 짬이 났다. 내일부턴 논문을 수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지만, 다 잊고 오늘은 와인과 고기를 벗하며 영화나 한편 보려 한다. 문자를 읽는 자체가 지금 내겐, 좀 지치는 일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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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04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의 규모가 어마무시한것 같지만, 엄청난 간지가 포스를 뿜네요!ㅎ 즐건 독서되십시요!

비연 2020-12-04 18:55   좋아요 2 | URL
막시무스님. 간지가 포스를 뿜긴 한데.. 이게 제 머릿속에 들어와야 진정한 포스가 될텐데 말이죠..ㅎㅎ;;
책을 사면서도 막 죄책감이.. 그러나 일단 꽂아두니 뭔가 있어 보이기는 하네요 ㅋ 언젠간 읽겠지.. 위안중.

청아 2020-12-04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악~ 저도 갖고싶던 책♡

비연 2020-12-04 19:47   좋아요 1 | URL
미미님, 지르세요! ㅎ^^

scott 2020-12-04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비연님, 드디어 사셨네요.(출간해준 출판사도 고맙ㅎ) 수용소 군도 6권 책장을 빛나게 해줄것 같아요.

비연 2020-12-04 20:19   좋아요 1 | URL
scott님! 샀답니다 샀답니다^^ 지금 책장 중간에서 아우라를 뿜뿜 내뿜고 있어요^^ 뿌드읏~

블랙겟타 2020-12-04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은 첫 유럽땅을 밟은 도시가 런던이였군요. 저는 유럽을 아직 가보진 못했어요.ㅜ 독일은 가보고 싶었는데..
(유라시아국가인 러시아까지 넣는다면 2년 전에 가봤지만요. ㅋㅋㅋ)
솔제니찐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아마 제가 1학년때 러시아문학 수업을 듣는다고 읽었던 기억이 나요. 비연님 글로 보니 반갑네요. ㅋㅋㅋ(와 근데 수용소 군도는 6권짜리!?)

비연 2020-12-04 23:37   좋아요 1 | URL
독일.. 곳곳이 좋은데.. 갈날이 오겠죠? 으흑.. 유럽은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이라 늘 그리워요.. 으윽.. 코로나ㅜ 러시아문학 수업을 들었다니! 블랙겟타님의 새로운 발견이랄까^^ 수용소군도는 어디 수용소 같은 데에 이 책하고만 떨어뜨려놓아야 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 (먼산;;)

scott 2020-12-05 12:48   좋아요 2 | URL
블랙겟타님, 수용소 군도를 러시아어로 대단!

도끼선생에 죽음의 집 기록 읽고 있는데 수용소 군도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그나마 풍족한 삶이라는 생각이,,,,

블랙겟타 2020-12-06 23:45   좋아요 1 | URL
아 scott님 제가 아직 러시아 원서로 읽을 실력은 못되는 지라(인사말 밖에 못하는걸요 하하..) 한글로 읽었었어요. 대학교 1학년 수업때 읽은거라 읽은 기억만 나고 내용은 가물가물하네요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0-12-05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책 사진만 봐도 좋으네요.

비연 2020-12-05 10:53   좋아요 0 | URL
우힛. ^________^

잠자냥 2020-12-05 15: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용소군도는 몇 해 전에 한정판으로 나온 저 전집 사놓고 여태 안 읽고 소장만 하고 있는데요. 최근까지 보니까 그 한정판이 중고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거 생각하면 한정판이라는 소리 깨고 이렇게 다시 판매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비연 님도 사시게 되고 말이죠. ㅎㅎ

비연 2020-12-05 15:30   좋아요 0 | URL
한정판도 팔았었군요..! 한정판이라는 말의 위력이란 ㅎㅎ 저도 이거 사면서 언제 읽을까 정말 고민되긴 했으나... 결국 사버린 ㅜ

잠자냥 2020-12-05 16:32   좋아요 2 | URL
한정판은 이렇게 생겼어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 나온 판이 더 좋다는 게 함정..... 양장본으로 나오다니... 부들부들... ㅠㅠ

https://blog.aladin.co.kr/socker/9769277

비연 2020-12-05 16:38   좋아요 2 | URL
흠.. 그래도 한정판이니까..^^;;; 그 땐 제가 못 사고 넘어갔던 거군요. 이런. 전 그게 부들부들..ㅜㅜ
 
자기만의 방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버지니아 울프 전집 1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오진숙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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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짧은 글이지만, 그녀의 말년에 쓴 글이라 어쩌면 그녀의 모든 것이 담겼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던 책. 행간의 의미들도 좋았고 의식의 두서없는 흐름도 아름다왔고, 무엇보다 범접못할 그녀만의 유머가 좋았다. 울프의 다른 책들 보관함에 넣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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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2-03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퐁퐁!! 안 쓰셨어요, 비연님 ㅎㅎㅎㅎ

비연 2020-12-04 18:26   좋아요 0 | URL
퐁퐁.. 이라기엔 너무 많이 던져서... 두두두두... 소리가 나네요 ㅎㅎ;;

수이 2020-12-05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읽으셨다 해서 그럼 어디 나도 한번? 하고 올랜도에서 잠시 벗어났는데 이 책 분명 몇번 시도하고 아 못 읽겠다 하고 던졌는데 왜 이렇게 쓱쓱 잘 읽히는지 모르겠어요 🤔 얼른 후딱 읽고싶다!!

비연 2020-12-05 20:46   좋아요 0 | URL
^________^
 



















사고 싶은 책이 어디 한두 권이겠냐마는... 이 책이 세트로 나오니 더욱 사고 싶어지는 것은 어인 일인지. 가격을 보니 약 80,000원. 와인 한 병 샀다고 생각하고 (한 병? ㅜ) 그냥 지를까 살짝 고민 중이다. 예전에 이 책 읽었었는데.. 내가 읽은 책들은 부모님 집에 두고 나왔고 그래서 열린책들 장정으로 세트 구매를 해서 집에 두고 야금야금 읽고 싶다.. 라는 생각을, 이 깊은 가을날 해본다. 냠냠. 



















누가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사실 같이 읽어보자고도 얘기했지만,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어 포기하고... 일단 내가 혼자 사서 읽는 방향으로 하고 싶은데. 흠. 지난 번에 <다시, 올리브>도 영문으로 사두고 책상 위에 버젓이 이전의 <올리브 키터리지> 영문판과 함께 읽겠다며 올려두었는데 이 책도 그 위에 쌓아야 하나 싶다. 근데 제목이 끌린다. 사고 싶군. 냠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으며, 왜 이전에는 이 신통방통한 작가의 글읽는 재미가 사무치지 않았을까 심히 궁금한 지경이 되어, 읽었으나 다시 읽기로 한 책들이다. 그러니까 이건 사고 싶은 책이 아니라 우선 살 책들이다. <등대로>를 읽었었지 아마도. 근데 왜 지루했다는 기억만이 남아 있는 것일까. <자기만의 방>은 이리 재밌는데. 아주 찰지고 유머러스하고 지적이다 이거다. 사야지. 냠냠. 


















하루키의 책은, 사고는 싶은데 왠지 망설여지기도 한다. 일단 소설 쪽은 늘 별로 였고 에세이를 선호하는 편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소설은 나와 정서가 잘 안 맞는다. <노르웨이의 숲>도 그랬고 <1Q84>는 더욱 그랬고...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좀 나았더랬다. 하루키 글은 다 읽는다.. 약간 그런 경향도 있어서, 아니 그것보다는, 일단 다 사둔다.. 이런 경향이 있어서 사기는 사야 할 듯 싶다...지만, 이 책 번역하려고 엄청나게 인세 주고 했을 거 생각하면 좀 거부감도 들고. 복잡하다. 그래도 사고 싶다. 냠냠.


**


계획은 1월 쯤에 제주도 가서 일이주 머물며 책이나 실컷 읽다 오자.. 였는데 지금 코로나 확산 상태 보니 그것도 어려워 보이니 그냥 집에서 독서칩거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 한다. 물론 쌓아둔 책은 많지만 (먼산;;) 그 칩거기간동인 읽을 책들을 또 나름 구상하다보니 이렇게 사고 싶은 책들이 나오네. 올해가 끝나가는 기념으로 (참 기념도 많지..) 12월 1일에 사리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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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1-27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12월 1일에 살거에요. 불끈!


비연 2020-11-27 19:03   좋아요 1 | URL
뽜샤!

수이 2020-11-27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여기 1일 책 살 사람 추가요!!

비연 2020-11-28 05:25   좋아요 0 | URL
ㅋㅋ 홧팅!

han22598 2020-11-28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인도 드시고 책도 사시길 ^^ 저렴이 와인을 추천드립니다. ㅎㅎ

비연 2020-11-28 05:27   좋아요 1 | URL
와인과 책은 참으로 좋은 벗이라는 생각이... 이 새벽에 드네요 ㅎㅎ 저렴이 와인 몇개 구비하고 책도 사야겠어요~

유부만두 2020-11-28 0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토일월 사흘 남았어요. 그런데 구미호의 전설을 기억하십니까, 말일에 딱 하루전에 .....

비연 2020-11-28 08:42   좋아요 0 | URL
헉... 유부만두님 ... ㅎㅎㅎ ㅜㅠㅠ
 

 

코로나는 계속 확산된다 하고... 덕분에 12월 송년회 다 엎어지고... 오늘 일하느라 한 끼밖에 못 먹고... 저녁에 괜한 서러움이 솟구쳐 며칠 전 먹다 남은 Porto wine 한잔을 벗하며.. 누군가가 말한 이승환의 노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듣는다.

 

 

 

 

울적하고, 와인도 한 잔 들어가서인지.. 이 노래 가사가 왜 이리 가슴을 치는 지.

 

"... 마지막 사람일 거라 확인하며 또 확신했는데 욕심이었나봐요."

 

그건 맞는데 말이다. "우린 어떻게든 무엇이 되어 있건 다시 만나 사랑해야 해요."

이건 상대에게 너무 한거 아니냐. 심지어 "그 때까지 다른 이를 사랑하지 마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사랑은 변하는 거지. 그리고 그 상대가 이게 마지막 사랑일 거라 여기며 평생 독수공방 외롭게 사는 꼴보다는 다른 이를 사랑해서 잘 사는 게 마음 편하지 않겠니... 근데 왜 이리 쓸쓸한 거지?

 

.

.

 

와인 탓이다.

아니, 코로나 탓이다..

 

이럴 땐 버지니아 울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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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1-26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밥 잘 챙겨드세요. ^^

비연 2020-11-26 00:20   좋아요 0 | URL
역시 밥을 안 먹어 이리 맘이 약해진 거겠죠? ㅎ 내일은 잘 챙기기로.

라로 2020-11-26 0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탓 맞아요. ㅠㅠ 우리 코로나 미우니까 다 코로나 탓 해버리자구요!!
저는 와인 알러지가 있는지 먹으면 토했는데 비연 님 글 읽어보니 우울할때 와인이 가장 좋은 것 같다는 느낌을 팍 받았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오늘은 좀 괜찮은 날이되길 바랍니다.....

비연 2020-11-26 07:39   좋아요 0 | URL
코로나 탓이에요!!!!! 다시 한번 소리지르고 ㅎ 와인 알러지가 있으시다니 아쉽.. 우울할 때 한 잔의 와인은 벗과 함께 있는 느낌인데요. 오늘은 어제보단 낫겠죠? ㅋ 라로님도 알흠다운 하루요!

단발머리 2020-11-26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송년회 다 엎어졌어도, 비연님!!

그 때까지 다른 이를
사랑하지 마요
안 돼요
안 돼요....

비연 2020-11-26 08:59   좋아요 0 | URL
아흑...

다락방 2020-11-26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지만....

저도 그럴거에요.
그때까지 다른 이를 사랑하지 마요, 안돼요, 안 돼요, 안돼.....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연 2020-11-26 09:19   좋아요 0 | URL
우앙... ㅠㅜㅜㅜ

수이 2020-11-26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이를 사랑해도 되니까....... 다시 돌아오기만 해줘요.......... 푸코 들고 나왔는데 악 울프 들고 나올걸!!!!

비연 2020-11-26 13:52   좋아요 0 | URL
한쪽엔 푸코 한쪽엔 울프. 좌푸코 우울프로 장전하여 돌아가기로 ㅋㅋㅋ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어제 한국시리즈가 끝났기에 나의 2020년은 끝났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내가 좋아라하는 두산베어스가 준우승에 그친 바람에 내상이 있기는 하지만, 덕분에 즐거웠고 끝나서 슬프다. 이제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있고... 아직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못 봤기에 그거나 보면서 이 겨울을 나려고 한다. 남겨둔 야구 드라마가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야, 위안삼고 있고. (별 게 다 위안입니다, 그려)


한 달 여 와일드카드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야구 보느라 야구 응원하느라 야구 신경쓰느라 할 일을 자꾸 미뤄서 이젠 독촉의 지점까지 다다라 매일 쫓기고 있는데, 이제 일을 해야겠다 싶다. 이 중엔 뭐라 하는 사람은 없으나 늘 내 마음 한 귀퉁이에 돌처럼 자리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푸코. 



'성생활에 내재하는 잠복성의 원칙에 의해,' 고백의 기술에 의해 성의 진실을 끄집어낼 필요가 있는 것은 성의 진실이 말하기 어렵거나 품위의 금기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성의 작동방식이 불분명하기 때문이고, 성이 본래 포착하기 어렵고 성의 에너지와 메커니즘이 감추어지기 때문이며, 원인으로 여겨지는 성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은밀하기 때문이다. (p80) 


진실은 고백함으로써 진실을 완성된 상태로 분명히 드러낼 주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실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진실은 말하는 사람에게 현전하나 불완전하고 그 자체로는 맹목적이어서, 진실을 전달받는 사람에게서만 완결될 수 있다. 이 모호한 진실의 진실을 말하는 것은 후자의 몫이다. 고백하는 사람이 말하는 내용에 대한 해독이 고백의 내용에 덧붙여져야 한다...(중략)... 듣는 사람의 기능은 해석하는 것이다. 고백과 관련하여 듣는 사람의 권력은 고백이 행해지기 전에 고백을 요구하거나 고백이 이루어진 후에 결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고백을 가로질러 고백을 판독함으로써 진실한 담론을 구성하는 것이다. (p81) 



참 어렵게도 썼수, 푸코. 번역이 아무리 영어식으로 되었다고 해도 어쨌거나 이렇게 한 문장에 수많은 단어들을 우겨넣은 것은 푸코겠지. 푸코는 아마 그럴거야. 나는 다 이해되는데 너넨 왜 이해가 안 된다고 하니... 읽는 사람의 능력을 고려해서 쓰는 것은 사상가의 몫이 아니거들. 끄덕끄덕. 눼에. 


<성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적어도 3권의 책을 써낼 때는 머릿속에 뭔가 쭈욱 정리된 게 있었으리라.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참으로 대단하다. 성의 역사를 권력의 담론으로 해석하는 글을 3권이나 써낼 생각을 하다니. 근데 읽어나가다 보니, 하, 이 사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구나 싶다. <성의 역사>는 푸코 철학의 결정판과 같은 것이라 (죽기 직전까지 썼으니) 이걸 이해한다면 감옥이나 병원 등을 대상으로 썼던 권력의 담론들을 재정리할 수 있겠구나. 근데 예전에 읽었던 그 책들은 어째 단어 한조각 생각나는 게 없는 것인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억압이나 우리가 알고 있다고 추정하는 것에 비례하는 무지보다는 오히려 지식을 생산하고 담론을 증가시키고 즐거움을 유발하고 권력을 낳는 실증적 메커니즘으로부터 출발하여, 이 메커니즘이 출현하고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주의 깊게 추적하고 이 메커니즘과 깊은 관계가 있는 금지나 은폐의 진상이 이 메커니즘과 관련하여 어떻게 배치되는가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우리의 작업은 이러한 지식의 의지에 내재하는 권력의 전략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생활이라는 구체적인 사례를 대상으로 지식 의지의 "정치경제학"을 구성하는 것이다. (p88-89)


1권의 부제가 '지식의 의지'인데, 그러니까 왜 이 책 제목이 이것인가가 여기쯤에 명확하게 나와 있다. 지식의 의지에 내재하는 권력의 전략을 규정. 그 대상 사례가 성생활이다 라는 것. 결국 푸코는 정치경제학을 '성'의 메커니즘을 통해 말하고 싶다는 것이로구나.


이제 겨우 100페이지쯤 읽었고 뇌에서 선명하게 그려지는 이미지가 없어서 뭐라고 떠들어댈 것도, 의지도 없지만, 어쨌거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뭐랄까. 뇌를 좀 refresh 하는 기분이랄까. 한동안 이 느낌을 누려보고자 한다. 이제 야구도 끝났으니 (다시한번 강조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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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1-25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1권 다 읽었는데 비연님 이 페이퍼 인용문 왜이렇게 낯설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푸코 화이팅이요!! 💪

비연 2020-11-25 18:35   좋아요 0 | URL
그것은, 그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ㅎㅎㅎ;;;;;; 푸코 화이팅입니다!

수이 2020-11-25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경제학....... 제가 싫어하는 거....... 저도 다 읽었는데 낯설어요;;; 또다른 인생의 낙이 올 거예요~ ^^

비연 2020-11-25 18:37   좋아요 0 | URL
푸코의 매력은 볼 때마다의 낯설음일까요. 볼매 푸코. ㅎㅎ;;
또다른 인생의 낙은 내년 야구 다시 시작할 때가 될 듯. ㅋㅋ

유부만두 2020-11-25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시즌은 잘 하나 싶다가 얼렐렐레 망쳐버린 엘지 덕분에 야구 끊어보려구요 ;;; 애증의 베이스볼입니다.

비연 2020-11-25 20:57   좋아요 0 | URL
올해 엘지 팬들이 다들 이런 상태..이나, 그래도 야구는 계속 되어야죠^^ 유부만두님, 홧팅!

공쟝쟝 2020-11-26 0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 다산 듯한 비연님 말투 ㅋㅋ

비연 2020-11-26 07:37   좋아요 0 | URL
푸코가 저를 이리 만든 걸까요....

공쟝쟝 2020-11-26 08:32   좋아요 0 | URL
야구가....

단발머리 2020-11-26 08:57   좋아요 0 | URL
야구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구야구

비연 2020-11-26 08:59   좋아요 0 | URL
들켰....;;;;;;;;;;

블랙겟타 2020-12-03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대로 저는 야구의 맛을 알았어요...(처음 해봤거든요. 봐주세요 ㅠㅠ)

비연 2020-12-04 18:26   좋아요 1 | URL
... 처음 해봤으니 봐달라는 말에.. 불끈 쥔 주먹을 풉니다... 으흑.
지금은 스토브리그. 이건 뭐, 한국시리즈보다 더 슬프네요.. 막 곳간이 비고 있어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