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란 참 좋다. 거기에는 항상 이치와 윤리를 초월한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에 얽힌 깊고 다정한 개인적인 정경이 있다. 이 세상에 음악이라는 것이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 (요컨대 언제 백골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우리의 인생은) 더욱더 견디기 힘든 무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저녁무렵에 면도하기> p143

 


 

 

 

 

덥디 더운 일요일. 무릎팍 쯤에 조준된 선풍기를 중간 정도의 세기로 틀어놓고 의자에 앉아 침대에 두 다리를 떡하니 올려놓은 책, 가벼워서 들고다니기 좋다며 박박 우겨대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펼쳐들고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실황중계를 들으며 보내는 일요일 오후. 아 편하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정말 신이 내린 피아니스트야.. 감탄하면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 정말 촌철살인이야 놀라면서 그렇게 있자니 아 이런 게 상팔자라는 건가 싶다. 일주일의 무거운 일들을 다 내려놓고 기억 저 편으로 밀어버린 채 휴일을 보낼 수 있다니 말이다.

 

지난 번 페이퍼에도 썼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번 에세이는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내 맘과 똑같은 내용들이 많아서 아주 술술 읽혔다.

 

 

줄곧 소설을 써왔지만 글쓸 때 역시 그런 감정의 기억이란 몹시 소중하다.

설령 나이를 먹어도 그런 푹푹한 원풍경을 가슴속에 갖고 있는 사람은 몸속 난로에 불을 지피고 잇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다지 춥지 않게 늙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귀중한 연료를 모아두는 차원에서라도 젊을 때 열심히 연애하는 편이 좋다. 돈도 소중하고 일도 소중하지만, 진심으로 별을 바라보거나 기타 선율에 미친 듯이 끌리는 시기란 인생에서 아주 잠깐밖에 없으며 그것은 정말 귀한 경험이다. 방심해서 가스 잠그는 것을 잊거나,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일도 가끔이야 있겠지만 말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저녁무렵에 면도하기> p171

 

 

대학 후배가 9월에 결혼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늦은 나이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배보다야 먼저 가는) 후배의 결혼과 사랑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이생각 저생각 옛 상념들이 밀려든다. 참 우여곡절이 많았었는데... 똑 부러지는 성격인데도 마음은 여리고 심정적인 의지도 많이 하던 아이였던 지라 힘든 시간들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냥 그렇게 늙어질까 싶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생각했다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지나간 세월의 편린들이 가슴을 쿡쿡 찔러대기도 한다. 그래도 무라카미씨의 이 글을 읽으면서 좀 안심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냥 늙어가면서 춥지 않은 추억들을 만들어내던 과정이었다 생각하니, 오히려 인생이 풍요로와보이는 느낌.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썼을 지도 모르는 무라카미씨의 작은 글들과 호로비츠씨의 아름다운 협주곡으로 많이, 많이 위로받는 일요일이다.

 

 

추천하고 싶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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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끔 번호를 붙여 뭔가를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냥 하나의 주제로 길게 쓸 말은 없고 몇 가지 단상들이 머릿 속에서 휙휙 날아다니곤 할 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2. 요즘 회식이 잦다. 이번 주만도 수, 목, 금이 회식이었고 몇 명은 겹치기까지 했다. 건강상의 문제로 가급적 약속을 줄여나가고 있긴 하지만, 회사에서 하는 회식을 과감히 계속해서 빠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나의 보스는 회식 빠지는 걸 상당히 싫어해서 가겠다고 하면 표정부터 바뀌어버린다. 보스에 대한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오늘만 해도 이 분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게 정말 힘들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평소에 말할 때도 누군가가 번역 혹은 해석을 해줘야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어투신데 술에 취하시면 무슨 말인지 당췌 알아들을 수가 없다. 구체적인 명사가 나오지 않고 '거기' '여기' '그거' ... 의 지시대명사로 말씀을 하시는데다가 주어만 있고 서술어가 없거나 서술어로만 말씀하시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게 있쟎아요. 그게 그거쟎어... 그러니까... (손동작으로 막 휘저으시다가) 다 알지?" ... 뭘 알아야 하는 걸까. 왜 이러시는 걸까요 ㅜㅜ 오늘은 내가 바로 앞에 앉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은 다 딴 짓 하는데 나만 바라보며 말씀하시는 통에 다른 데 시선도 못 돌리고 몇 시간을 알아듣지도 못한 채 웃음과 가끔의 추임새로 대화(?)를 이끌어나가느라 안면근육 마비증세가 올 지경이었다. 집에서 애들한테도 이렇게 말씀하실까...를 잠시 생각해보았다.

 

3. 그렇게 듣고 있노라니, 참 사회생활이라는 게 무섭구나 싶었다. 상사이고 회사니까 듣기 싫고 못 알아듣겠고 달아나고 싶지만 눈 마주치며 웃어주고 끝까지 들어주고 가끔씩 기분좋을만한 멘트도 날리는 것이지, 만약 우리 엄마나 아빠가 그러셨다면 난 5분도 못 견뎠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부모님께 괜히 죄송한 마음이 슬며시 들었더랬다. 딸이랍시고, 소리나 꽥꽥 질러대고 있으니. 한번 말해서 못 알아들으시면 두번은 절대 말하기 싫어하는 딸이라니. 급반성 급반성...

 

4. 회식을 더 견디기 힘들어진 건 내가 상당히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회사를 그만두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꼭 특정 사람이 참석해야만 재미가 있는 모임이 있다. 반면에 어떤 사람만 참석하면 재미가 덜해지는 경우도 있고. 나의 퇴직 동료는 꼭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고 나랑 호흡도 잘 맞았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다른 곳에 옮겨가게 되었고 덕분에 나의 회사생활 재미는 반 정도로 줄어버린 것 같다. 오늘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에잇.

 

5. 회사생활에 매몰되다 보니 다시금 나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 같다. 뭔가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새벽같이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고 정신없이 업무 보다가 점심 먹고 또 정신없이 업무 보다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은 후 정리하고 자는 생활의 반복. 머리는 비어만 가고 기억력은 쇠퇴하고 있으며 몸은 둔해지고 심장의 두근거림은 사라진 지 오래다. 뭔가를 하면서 나만의 행복을 찾는 일을 게을리하고 있었다, 근간에. 좀 신경을 써야하겠다.

 

6. 그나마 나의 위안이 되는 것은 '웹툰'이다. 좀 우습지만 말이다. 최근까지 윤태호의 <미생>을 목 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끝나버렸고 지금은 강풀의 <마녀>를 열심히 보고 있다. 윤태호의 <미생>은 만화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만화이기도 해서 지금 중고책 판 돈이 입금된 것을 보고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다. 이걸 사면 집에서 쫓겨날 것 같기도 해서... (참고로 엄마가 만화책 사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으시고 게다가 만화책은 여러권이니까...;;;) 강풀의 <마녀>는 정말 별 내용 아닌데 괜히 사람을 잡아당기는 매력이 있다. 가끔 휴재를 해서 욕을 진탕 먹고 있기는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 기다려가며 보고 있다. 어떻게 전개될까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고. 다들 웹툰을 보면 뭘 보시는지 궁금해지네...ㅎㅎㅎㅎ

 

 

 

 

 

 


 

 

 

 

 

 

 

 

(7권이 나와있네... 아 사고 싶어라..)

 

 

 

7. 야밤에 말이 길었다. 점심 저녁을 등심으로 배를 채웠더니 잠이 안 온다(고 자랑해본다). 책이든 영화든 일드든 보다가 자야겠다. 아님 <꽃보다 할배>를 보든가. 나는 예능은 제대로 본 게 하나도 없는데, 이 <꽃보다 할배>는 기발하면서도 일상적이어서 보게 된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호기심이 일고, 그냥 밥먹고 자고 걷고 이런 일들을 할아버지들이 하는 매일을 이렇게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가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이 분들, 오래오래 사셔서 계속 이렇게 나와 주셨으면 좋겠다. 개성있는 네 할배와 이서진의 조합으로 말이다. 물론 특별 게스트들도 가끔 넣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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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8-03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생 끝나고 ㅡㅜ 마녀도 재미있게 보고 있구요, 그 외 챙겨보는 웹툰은 선천적 얼간이랑 신의탑인데, 둘 다 10대 남성 1위 취향이라 ^^; 추천할수가 없네요

비연 2013-08-03 20:14   좋아요 0 | URL
앗. 둘다 보시는군요^^ 미생 2탄이 '내년' 가을이라니 에휴. 마녀가 유일한 낙요~

하이드 2013-08-03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할배 정말 재미있지요?! 진짜 짜파게티 끓이는걸루 그렇게 재미있게 분량 뽑아내는건 전무후무할꺼에요. ㅎㅎㅎ

비연 2013-08-03 20: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예능을 챙겨 보고 싶다 생각하게 한 최초의 작품에요^^
내년에 3탄도 만든다니 기대 넘 되어요~~

숲노래 2013-08-03 0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하는 대로 집에서 하시다가는
그 사장님
아마 집에서는 쫓겨나지 않으랴 싶어요...

참말 그렇겠지요.
그러니 회사에서 그렇게 회식을 밀어붙이시겠지요.
그분이 회식 한 번 줄이고
식구들과 외식 한 번이라도 하시면 좋을 텐데요.

그 사장님께서
부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사랑스러운 길로 가실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

비연 2013-08-03 20:15   좋아요 0 | URL
아멘....
 

 

제목을 적을 때면 참 식상한 제목만 떠오르는구나 싶어서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 1일이면 몇 월의 첫날, 31일이면 몇 월의 마지막날, 더우면 더워 미치겠는 날, 추우면 추워 얼어불을 날... 이 정도의 표현력이라니. 예전에 알랭 드 보통의 책에서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어떤 사물을 보고 표현할 때 아름답다느니 좋다느니 이런 말로 뭉퉁그려 표현함으로써 사물이 가지는 구체적인 질감을 다 없애지 말라는 뉘앙스였었는데. 그래서 그 때 하나의 사물을 두고 내가 쓸 수 있는 표현들이 어떤 게 있나 열심히 생각해보았더랬다. 흠... 정말 퉁 치는 표현 밖엔 떠오르는 게 없었다. 쩝쩝.

 

오늘 날씨 좋다. 비가 오락가락 하다가 이제 겨우 햇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날이 오고야 말았고 그 날이 공교롭게도 7월의 마지막날이다. 내일이면 8월이고 이제 여름도 조금씩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나는 원래 가을이 좋아.. 라고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날씨에 가을이란 게 있던가. 그냥 어물쩡어물쩡 하다가 찬 바람이 옷 속으로 스며드는 겨울이 된다.

 

요즘은 회사 일이 좀 덜해져서 생각이 많아졌다. 바빠 미칠 것 같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회사만 왔다갔다 하고 여기에서 생기는 일만 해결하기에도 급급했는데, 아주 조금 시간이 남으니 뭐랄까. 다시 무료해졌다. 한가해지면 단순해져야 하는데 머릿속은 더 복잡하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머리가 왕왕 거린다. 생각이래봐야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들이 마음을 답답하게 하곤 한다.

 

올해는 병원 오고가느라 볼 일 다 보았고 정신 차리니 7월이었고 7월에는 집에 일이 있어 정신없어져 버려서 이제야 정신 다시 차리니 8월이 코 앞이다. 세월이, 이렇게 덧없이 흘러가고 있다. 어제 정말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계획들을 짰었다. 인터넷 서치도 열심히 하고 이거 할까 저거 할까 궁리도 많이 하고. 물론 회사 일이 얼마 안 있어 다시 바빠질 거니까 이런 고민도 사치이긴 하지만 (여긴 일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어쨌든 짬을 내어 내 생활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 아니, 좋은 일이다.

 

그리고 어제 저녁. 나는 모든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체력이 나한테 없음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뭘 좀 해볼까 하면서도 몸은 침대로 가고 있고 드러눕고 있고... 의지가 박약해서이기도 하지만, 일단 몸이 안 따라주고 있기 때문에 의지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든 기타의 일정과 계획을 싹 잊어버리고 올해까지는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어떻게 체력을 키울까... 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해야지. 살을 좀 빼야지. 식단을 바꿔야지. 치료를 좀 받아야지. 이렇게 생각하니 이것만으로도 하나 가득의 일감이 떨어진다. 원래 운동 자체를, 몸 움직이는 거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아니 꺼려하는 나로서는 이걸 다 한다는 게 정말 아뜩하게 느껴지지만, 이런 저질 체력으로 앞으로 뭘 하겠니... 싶어서 하나씩 시도해보려고 한다.

 

 

 

 ※ 이 책 두 개 다 있는데, 사놓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책장에 꽂아둔 채 한번도 열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세상에. 뭐하러 사냐. 책장에서 빼서 봐야겠다.

 

 

 

 

 

 

 

 


 

정신적인 체력은 당연히 독서로 채워야겠지. 독서와 운동을 병행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지라 (적은 시간을 쪼개서 둘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래도 독서를 빼먹을 순 없겠다... 요즘 머리가 아파서 쉬운 책들만 골라 읽었더니 벌써 머리가 녹스는 기분이 든다. 이제 머리근육도 강화할 수 있는 책들을 골라서 집어넣어야 겠다.


 

 

지금 읽고 있는 '쉬운' 책은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클로저>. 이 해리 보슈는 왜 이리 매력적인 것인지. 남들이 뭐라 해도 마이클 코넬리의 글빨은 알아줘야 하는 것이고. 근데 해리 보슈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글빨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나뿐?

 

이거나 다 읽고 다른 책들을 집어들어야겠다. 안 그래도 어제 주문한 책이 한보따리 집에 도착해주셨으므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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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동안 벼르고 벼르던 중고책 처분을 오늘 드디어! 감행했다. 알라딘 중고로 팔기 원클릭으로 하면 사실 책 이름이랑 등등등을 기입할 필요도 없이, 몇 권 몇 박스라는 것만 표시해주면 되어서 그닥 노력이 들진 않았다. 그래도 내보낼 책들 책장에서 끄집어 내고 빈 자리 다른 책들로 채워주고 하느라 땀은 좀 흘렸지만서도.

 

박스 5개를 준비하고 다 집어넣고 보니 79권. 100권 채워서 내보내고 싶었는데 책들마다 크기가 다르니 아무리 꿍겨넣어도 그 정도이다. 약 80권의 책을 책장에서 빼내고 거기에 이곳저곳 흩어져 쌓여있던 책들을 영차 들어다가 꽂아본다. 흠... 근데 어째 빈 자리가 그닥 많아보이지 않네. 끙. 더 내보내야 하느냐... 암튼 아주 쪼금 허전해보이는 책장과 곧 들어올 예치금에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다시 책 주문. 철푸덕.

 

많이 많이 신중하게 생각해서... 주문했다고 고백한다. 여름은 독서의 계절. 유독 책을 많이 사게 되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가을도 독서의 계절이라고 마구 사고 겨울도.. 이러면서 마구 사던 내 모습이 떠오르네. 뭉게뭉게 올라오는 생각의 구름을 탁. 없애버리는 뻔뻔함을 보이며 책 주문에 열중했다.

 

나이가 들어서겠지만, 요즘 들어서는 고전을 자꾸 사게 된다. 이미 읽었지만 다시금 사게 되는 책들. 내가 좋아하는 옛작가들의 책들.



 

엄마와 내가 함께 좋아하는 작가들 중 하나가 도스토예프스키. 지난 번에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한 질 사서 열심히 서로 읽고 얘기했더랬다. 나는 <악령>을 가장 좋아하는데, 엄마는 <백치>를 좋아하셔서 일단 엄마가 좋아라하는 책부터 다시 구입.

 

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책들을 엄마의 책으로 읽었었다. 세로로 떨어지던 작은 책들. 그러나 번역은 좋았고 들고 다니기 편해서 아주 애용하며 읽었었다. 이제는 너무 낡아서 읽기가 불편해졌기에 다시 사기는 하지만, 아직 그 책들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다. 엄마의 손때가 묻은 책을 내가 읽었고 그 작품들을 함께 사랑하기에 소중하다. 다음엔 <악령>도 사야지. 도스토예프스키는... 읽으면 읽을수록 그 가치가 더해지는 작가라서 꽂아두고 읽고 그러는 것이 행복으로 다가온다.


 

 

 

 

 

 

 

 

 

 


 

 

조카가 볼 책들도 사고, 요즘 생각이 많아진 갑을관계에 대한 책도 사고 역시나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에드 맥베인의 책도 사고 헤르만 헤세의 정원 가꾸기 책도 사고 협상 관련 책도 사고...  더 사고 싶었지만 일단 꾸욱 참고...

 

비가 많이 오니 눅진눅진해서 잠도 잘 안 오고 몸도 찌뿌둥한 나날이다. 그래도 중고책 정리도 하고 새 책도 사고... 그런 대로 괜챦은 날이라고 생각하며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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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28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읽고
즐겁게 내놓으며
다시
즐겁게 읽으면 돼요 ^^

새로운 반갑고 아름다운 책 만나시기를 빌어요

비연 2013-07-28 21:56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해요~^^
책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두근거림 때문에
책장이 휘어지는데도 계속 책을 주문하게 되나봐요~ ㅋㅋㅋ

하이드 2013-07-2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미친듯이 정리하고 있어요. 알라딘 중고샵 오프에서 팔 책들, 균일가로 택배로 보낼 책들, 이도 저도 아닌 책들은 집 앞에 내 놓으면, 누가 가져다 읽어주려나, 재활용 종이가 되려나 ..

비연 2013-07-29 12:43   좋아요 0 | URL
앗. 하이드님도 정리 중이시군요!
정말 책을 정리하는 일도 일 중의 일이에요..;;;;
 

 

쓸데없는 약속이 매일 미어터지게 많은 나다. 수첩을 들고 한달의 일정을 보면 주중이고 주말이고 빼곡이 들어찬 약속들 땜에 아주 내가 보험설계사나 영업팀인가 싶을 정도이다. 누굴 그렇게 만나? 라고 한다면 딱히 누구라고 얘기하긴 힘들다. 그냥 아는 사람들 몇 달에 한번 만나고 좋아라 하는 마음맞는 사람은 그거보단 더 자주 만나고... 가끔 번개도 있고 가족모임도 이주에 한번 정도는 돌아오고 (도대체 가족모임은 왜 이리 자주 하는 거냥..) 여행도 한번씩 가고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새 수첩이 까맣게 되곤 한다.

 

영양가 없는 짓이야... 라고 남들도 얘기하고 나도 나이가 들수록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사람을 만나는 건 상당히 에너지가 소진되는 일이고, 체력도 고갈되는 일이고.... 나의 건강과 지식과 여가를 위해서는 사람 만나는 횟수를 줄이고 조금 '한가' 해져야 한다... 고 문득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달부터는 최소한의 약속만으로 지내려고 애를 쓰고 있다.

6월 한달 정도는 성공했던 것 같다. 주 1회만 사람 만나고 주말엔 가급적 내 시간을 가지고... 그러나 7월에 들어서자 다시 시작이다. 이게 아마도 습관인 모양이다. 고질적인 습관. 약속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내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 같고 뭐 그런. 속이 비어있나. 자꾸만 뭔가로 채우려고 하는 몸짓 마음짓이 역력하게 느껴진다.

 

덕분에 아는 사람 많아서 나를 전화번호부로 여기고 누구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전화도 종종 받는다. 좀 어이없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좀 많은 사람들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인 모양이다. 답이 툭툭 나오는 걸 보니... 그런데 말이다. 그런 게 별로 자랑스럽지도 않고 중요하게 생각되지도 않아서, 힘들어지고 있다. 아. 이 몹쓸 습관 혹은 버릇을 어떻게 버리지....


 

 

덕분에 이 재미난 소설도 진도가 더디다. 세상에. 해리 보슈가 경찰직을 그만 두고 사립탐정으로 이전의 사건을 수사한다는 내용인데. 말하자면 공식적인 직책 없는 사람이 비슷한 일을 할 때의 애로사항이 많이 담겨 있다. 그걸 읽어 내는 재미도 쏠쏠하긴 하지만, 역시 해리 보슈는 경찰이 어울린다. 뭔가 압도하는 힘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어쨌든 지금 완전 재미난 타이밍인데 맨날 저녁 늦게 들어가서 고꾸라지기 일쑤라.... 이번 주말의 일정도 빡빡하니.... 언제 다 읽을라나.

 

그나저나 마이클 코넬리는 천재 아닌가. 어떻게 이런 소설들을 끊임없이 내는 걸까. 이런 이야기꾼이라니. 다시한번 세상에. 이런 글재주 지닌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정말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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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7-09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야근의 연속이라면 자연스럽게 약속과 만남에서 멀어진다는 사실....

비연 2013-07-10 10:42   좋아요 0 | URL
앗... 메피님. 그러네요..ㅋㅋㅋ 야근해도 저녁에 만나게 되곤 하는데.
10시 넘어까지 야근하고 그러면 힘들겠네요..ㅜㅜ
메피님..그렇게 일하시는 건가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