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적을 때면 참 식상한 제목만 떠오르는구나 싶어서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 1일이면 몇 월의 첫날, 31일이면 몇 월의 마지막날, 더우면 더워 미치겠는 날, 추우면 추워 얼어불을 날... 이 정도의 표현력이라니. 예전에 알랭 드 보통의 책에서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어떤 사물을 보고 표현할 때 아름답다느니 좋다느니 이런 말로 뭉퉁그려 표현함으로써 사물이 가지는 구체적인 질감을 다 없애지 말라는 뉘앙스였었는데. 그래서 그 때 하나의 사물을 두고 내가 쓸 수 있는 표현들이 어떤 게 있나 열심히 생각해보았더랬다. 흠... 정말 퉁 치는 표현 밖엔 떠오르는 게 없었다. 쩝쩝.
오늘 날씨 좋다. 비가 오락가락 하다가 이제 겨우 햇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날이 오고야 말았고 그 날이 공교롭게도 7월의 마지막날이다. 내일이면 8월이고 이제 여름도 조금씩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나는 원래 가을이 좋아.. 라고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날씨에 가을이란 게 있던가. 그냥 어물쩡어물쩡 하다가 찬 바람이 옷 속으로 스며드는 겨울이 된다.
요즘은 회사 일이 좀 덜해져서 생각이 많아졌다. 바빠 미칠 것 같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회사만 왔다갔다 하고 여기에서 생기는 일만 해결하기에도 급급했는데, 아주 조금 시간이 남으니 뭐랄까. 다시 무료해졌다. 한가해지면 단순해져야 하는데 머릿속은 더 복잡하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머리가 왕왕 거린다. 생각이래봐야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들이 마음을 답답하게 하곤 한다.
올해는 병원 오고가느라 볼 일 다 보았고 정신 차리니 7월이었고 7월에는 집에 일이 있어 정신없어져 버려서 이제야 정신 다시 차리니 8월이 코 앞이다. 세월이, 이렇게 덧없이 흘러가고 있다. 어제 정말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계획들을 짰었다. 인터넷 서치도 열심히 하고 이거 할까 저거 할까 궁리도 많이 하고. 물론 회사 일이 얼마 안 있어 다시 바빠질 거니까 이런 고민도 사치이긴 하지만 (여긴 일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어쨌든 짬을 내어 내 생활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 아니, 좋은 일이다.
그리고 어제 저녁. 나는 모든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체력이 나한테 없음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뭘 좀 해볼까 하면서도 몸은 침대로 가고 있고 드러눕고 있고... 의지가 박약해서이기도 하지만, 일단 몸이 안 따라주고 있기 때문에 의지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든 기타의 일정과 계획을 싹 잊어버리고 올해까지는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어떻게 체력을 키울까... 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해야지. 살을 좀 빼야지. 식단을 바꿔야지. 치료를 좀 받아야지. 이렇게 생각하니 이것만으로도 하나 가득의 일감이 떨어진다. 원래 운동 자체를, 몸 움직이는 거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아니 꺼려하는 나로서는 이걸 다 한다는 게 정말 아뜩하게 느껴지지만, 이런 저질 체력으로 앞으로 뭘 하겠니... 싶어서 하나씩 시도해보려고 한다.
※ 이 책 두 개 다 있는데, 사놓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책장에 꽂아둔 채 한번도 열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세상에. 뭐하러 사냐. 책장에서 빼서 봐야겠다.
정신적인 체력은 당연히 독서로 채워야겠지. 독서와 운동을 병행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지라 (적은 시간을 쪼개서 둘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래도 독서를 빼먹을 순 없겠다... 요즘 머리가 아파서 쉬운 책들만 골라 읽었더니 벌써 머리가 녹스는 기분이 든다. 이제 머리근육도 강화할 수 있는 책들을 골라서 집어넣어야 겠다.
지금 읽고 있는 '쉬운' 책은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클로저>. 이 해리 보슈는 왜 이리 매력적인 것인지. 남들이 뭐라 해도 마이클 코넬리의 글빨은 알아줘야 하는 것이고. 근데 해리 보슈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글빨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나뿐?
이거나 다 읽고 다른 책들을 집어들어야겠다. 안 그래도 어제 주문한 책이 한보따리 집에 도착해주셨으므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