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지만, 미끌미끌한 도로를 발가락에 (코난처럼) 힘주며 걷는 심정은 그닥 유쾌하지만은 않다. 엎어질까 미끄러질까 넘어질까 노심초사해서 그런지 아침부터 머리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기분인지라, 아주 오랜만에 (강조해야지) 맥심 믹스커피를 한사발 끓여서 왔다. 역시나 이 구수한 맛... 한 그릇의 밥을 대하는 이 느낌... (칼로리는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오늘은 점심을 먹지 말까..ㅜ)

 

어젠 오후에 친구와 점심을 먹고 같이 차를 마시면서 친구는 일을 하고 (일욜에 일이라니 뭥미..=.=;;) 나는 앉아서 책을 읽었다. 집에서 읽지 뭐하러 비싼 돈 주고 밖에 나가서 책을 읽느냐 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게 또 맛이 다르다는 거지.

 

 

그제 강남교보문고에 들러 책구경 하다가 이 책을 샀다. 물론 알라딘에서도 사려고 쟁여두었었지만, 서점에 직접 가서 만져보니 바로 사고 싶어졌었다. 그래서 냉큼 샀다.

 

오는 길, 금요일 저녁의 강남역 주변은 인산인해라 걷기에도 불편할 정도였다. 시외버스 기다리는 곳엔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그들을 제치고 오고가는 길을 뚫여야 하는 행인들은 거의 줄을 서서 행군을 해야 했다. 서로 밀치고 찌푸리고 짜증내고.. 그렇게 5분이면 통과할 거리를 20분은 족히 걸려서 지나치고 나니 맥이 다 풀릴 정도였다. 사는 게 뭔지. 라는 말도 안되는 연관성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폴 오스터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이고. 무엇을 읽어도 마음이 틀어진 적이 별로 없어서 안심하고 샀었지만... 역시나 나쁘지 않은 수준임에 흡족한 느낌을 가진다. 늙어간다는 것, 그렇게 죽음과 가까와진다는 것에 대해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솜씨. 더욱 사색적이 되어진 분위기. 그리고 그 속에서도 잃지 않고 있는 생명력. 이런 느낌 속에 책을 읽어내려간다. 금요일 저녁에 사투를 벌여가며 강남역 인근 도로를 뚫고 지나가던 (가여운) 사람들의 모습이 문득 떠올려진다. 사람들은, 뭘 위해 그렇게 힘들게 뭔가를 하는 걸까. 라는 뜬금없는 생각 한 바람.

 

책 뒷편에 보니, 움베르토 에코가 자기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작가들로 필립 로스나 커트 보네티컷, 그리고 이 작가 폴 오스터 등을 꼽았다. 아마 이탈리아 사람인 에코는 미국 작가들의 글쓰는 재주에 조금 색다름을 느끼나보다. 어쨌든 전부 내가 좋아라 하는 작가들이고,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한다니.. 나는 당신들이 부러워 미치겠다구.

 

어쨌든, 일요일 오후에 한가로이 따뜻한 카페에 앉아 에티오피아 시다몬 한 잔 놓고 책 보는 재미가 아주 좋았다. 집앞에 프랜차이즈 커피집 말고 (콩다방, 별다방 이런 거) 작은 카페가 하나 있는데 분위기도 아주 좋고 커피 맛도 훌륭해서 애정하고 있다. 이런 집은 제발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다닐라 하면 없어지는 통에 김이 샌다는. 각설하고, 결론은 좋은 일요일이었다.. 그러니 월요일은 눈이 와서 자빠질까봐 겁내며 다리에 힘주고 다니는 날이라 해도 즐겁게 지낼 수 있겠구나 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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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2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많이 오면 다들 미끄럼 타고 다니면 재미있을 텐데... 하고
혼자 생각해 봅니다~

비연 2014-01-20 13:0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그러게요~
 

 

오늘 회사에서 세미나를 주관해야 했다. 팀원들이 하는 과제 중에서 급히 BM 할 필요가 있는 건이 생겼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 있어서 섭외를 한 것이었고. 어제까지 잘 통화가 되었고 차량도 안 가져오고 노트북도 들고온다 하고 뭐 그닥 신경쓸 게 없어서 방문신청만 해둔 상태였다.

 

오전 10시반이 시작. 팀 사람들 회의실에 잔뜩 모이기 시작한 게 10시 15분 정도부터. 강사로부터 연락이 없다. 전화.. 안 받는다. 또 전화.. 안 받는다... 연속 4회 전화.. 안 받는다. 아 불안. 이거 왠지 조짐이 좋지 않아. 왜 연락이 안되지? 5번째 전화를 했을 때 통화가 간신히 되었다. 그런데 어쩐지 좀 얼이 나간 음성. 차를 가져와서 좀 늦는단다. 엥? 차를 가져오면 미리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게 뭔 말? 노트북도 없단다. 으윽. 그럼 언제 오냐 언제 오냐... 그 이후 30분간 계속 전화... 점점 뚜껑이 열리기 시작했고 머릿 속에선 온갖 욕들이 떠올려지기 시작했다.

 

10시반에 시작인데... 11시 도착. 1층에서 무려 30분을 기다리면서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결국 도착. 난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고 이것저것 따져 물은 후에 모시고(?) 올라갔다. 가서 또... 파일 받고 시스템 설치하고... 에휴. 겨우 시작. 시작하니까 조금 안심이 되어 목소리며 표정이 좀 풀어졌던 것 같다. 그 전엔 정말... 마음 같아선 다 때려치고 싶었다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시간이 그래도 스무스하게 풀려나갔다. 강의를 많이 해본 듯해서 차분하게 할 말만 하되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는 스킬이 있었다. 물론 내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조금씩 안심이 되고.. 사람들이 질문을 하고 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뭔가 좀 알아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행이었다. 내용까지 엉망이었으면 얼마나 욕을 먹었겠는가..ㅜㅜ

 

끝나고... 등록 안된 일들을 부랴부랴 처리한 후 점심을 함께 하러 갔다. 늦을 때는 점심도 안 사주고 싶었지만... 2시간 가까이 열심히 강의한 모습을 보니 그럴 수도 없고 해서 간단히 먹으러 간 것. 그러면서 얘길 하는데, 자기 둘째 아이가 수술이었단다. 헉. 아니 수술인데 왜 강의를 잡으셨어요? 하도 바빠서 수술일을 깜빡하고는 오늘 강의하려고 어제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새벽에 부인이 깨우더랜다. 왜? 그랬더니... 오늘 수술이쟎아... 헐... 그래서 차를 가져오게 되었고 노트북을 챙기지 못 했고 시간에 늦었던 거다. 갑자기 마음이 화악... 풀리는 느낌...

 

그래. 사정이 있었던 거구나. 나는 왜 이리 사람이 강팍할까. 뭔가 사정이 있을거라고 헤아려 줬어야 했는데 그저 펄쩍펄쩍 뛰고 욕하고 난리치고 성질 부리고 그랬구나. 문득 부끄러워졌더랬다. 이넘의 조급함, 속좁음, 앞뒤 안가림.. 이런 거 참 안 고쳐지는 듯. 예전에도 그럤는데 지금도 그렇다니.

 

사람의 사정을 살피는 아량과 덕이 내겐 필요하다는 걸 느낀 이벤트였다. 초조했고 화났고 분했고 짜증났고 그래서 수명이 주는 기분이었지만... 그럴 것까진 없었다 라는 생각도 들고.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갖추어야 할 것은 지식이나 냉철함이 아니라 지혜와 배려다.. 그리고 德이고. 올해는 성질을 좀 다스려서 이렇게 될 수 있도록 한번 노력해보자. 노력해서 안 될 일이 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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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4-01-1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태그보고 한참 웃습니다. ㅎㅎ 기분 좋은 점심시간임다.

비연 2014-01-17 13: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숲노래 2014-01-17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서로 사정이 있으니
핑계도 생길 테지만,
이야기도 생기고
웃음과 눈물도 생기며
도란도란 주고받을 사랑도 생기리라 느껴요.

그나저나, BM은 무언가요?
머리를 굴려도 잘 모르겠군요 @.@

비연 2014-01-18 17:24   좋아요 0 | URL
^^ BM..은 benchmarking의 약자에요. 회사에서 그냥 쓰는 말이라 무심결에..;;;
 

 

요즘 이런 게 카톡으로 막 다니던데... 처음 보시는 분들 풀어보삼..ㅎㅎ

혹시 답 아시는 분들은 좀 기다려보심이...

 

************************************

 

 

문제:

 

어느 보석가게에서 손님이 70만원짜리 진주를 사고는 100만원 수표를 내밀었다.

이때 주인은 잔돈이 없어서 옆집에 가서 현금으로 바꿔서 손님에게 30만원을 내 주었다.

그런데 다음날 옆집에서 부도 수표라며 환불을 요구하길래 100만원을 다시 돌려 주었다.

그러면 보석가게 주인은 얼마를 손해 봤을까요?

 

1) 100만원

2) 130만원

3) 170만원

4) 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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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4-01-15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넘 문제가 쉬운 걸까... 답을 아무도 안 다는...쿵.

마노아 2014-01-15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워요.-_-;;;; 170인가요? 정답 뭐예요???

다락방 2014-01-16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친구가 핸드폰으로 보내줘서 풀었는데 틀렸어요. ㅋㅋㅋㅋㅋ

비연 2014-01-16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100만원 맞습니다.
진주목걸이+손님에게 준 30만원이 손해인거죠...
 

 

작년에 하도 병원을 종류별로 다녀서... 2014년만큼은 건강생활 해야지 라고 결심에 결심에 결심에 결심에.... (백번 더!) 하고는 여러가지 계획을 짰더랬다. 많이 걷고 많이 마시고, 아 술이 아니라 물..;;;; 운동도 많이 하고. 새해 벽두부터 실천하겠노라고 매일 운동 가서 런닝머신 위에 몸을 싣고는 흥얼흥얼... 아 운동하니 참으로 좋구나.. 라면서 지내다가 삼일째인가 흠 이 정도에서 근력운동도 해봐야지 하고는 이것저것 만지작만지작... 했던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던가.

 

날은 춥지 안 쓰던 근육 썼지 안 하던 운동 했지 감기 기운 덮쳐 오지... 결국 허리 엉덩이 다리 안 쑤시는 데가 없어서 주말 내내 기절.. 내지는 침대 붙박이. 이건 뭐... 언제나 그렇지만 과유불급. 건강해지려다가 결국 주말에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도대체 내가 번 돈은 다 병원으로 흡수되는 듯한 이 (더러운) 느낌 뭐냐고....

 

그러니까 1월을 열흘 남짓 지냈는데 (불과 말이다) 벌써부터 병원을 들락거리는 신세가 되어 아주 실망이 대실망인 상태로 지내고 있다. 이틀 푹푹 쉬었더니 지금은 많이 (완전히는 아니다) 나아지긴 해서 그걸로 위안을 삼고는 있지만, 역시나 나이가 들면 회복력이 급감한다. 예전처럼 하루이틀 나무늘보마냥 지낸다고 해서 나의 체력이나 몸상태가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 이런 슬픔을 매번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생각이야 뭐 엄청나게 쌓아올려져서 나는 벌써 몸짱에 날씬에 스태미너 왕짱인 여자가 되어 있지만 현실은 그저 골골거리는 (꽃피워 보지도 못한) 중년... 오호 통재라.

 

 

 

 

 

 

 

 

 

 

 

 

 

 

 

 

 

 

 

누워 있으면서 펼쳐든 책은 이 두권.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중 2권째에 해당하는 '노상강도'는... 재밌다. 에드 맥베인은 천재 아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간략하게 쓰는데 많은 것들이 담긴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별로 두껍지 않은 책 한권을 읽어내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들이 오고가기란 쉽지 않다. 대중적인 소설이라면, 이 정도는 써줘야 하는 거 아닌가. 중언부언 말만 많은 책들보다 훨씬 낫구나... 라고 생각하며 아픈 몸을 이불 속에 구겨넣고 열심히 읽어대었다. 얼른 또 나와라 이 시리즈여 또 나와라 주문을 외우면서 말이다.

 

'원소의 세계사'를 그 다음에 집어들었는데...  좋은 지 나쁜 지는 좀더 읽어봐야 알겠다. 그러니까 화학시간에 배웠던 주기율표를 보면서 그 원소를 다 수집하겠다고 결심하는 오타쿠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은 너무 놀라왔고...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 지은이 마음대로 큰 제목 붙여서 이것저것의 원소들을 나열해 그 역사와 불라불라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형식이 나쁘지는 않으나, 개인적으로 이렇게 깊이가 있어지려다 말아지는 단편적인 이야기들의 모음을 썩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판단은 유보다. 

 

 

****************

 

몸이 으슬으슬 추운 건 아마도 날씨 탓은 아닌 것 같다. 병원에 가서 링겔이라도 맞아야 하나. 나이가 드니까 그렇게 한방씩 맞아주는 게 필요한 듯 하다. 아니면 버티기 힘들 때가 있어서. 문득, 나이 먹는 건 참으로 서러운 일이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는 게 뭔들 서럽지 않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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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13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디 푹 쉬면서
몸 튼튼히 나아
새해에 드리우는
고운 빛 한껏 누리시기를 빌어요.

비연 2014-01-13 16: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여울 2014-01-13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무리 마시구요.

회복하셔서는 더 이상 무리하지 마세요. 운동은 엄두를 내지도 못하는 이가...ㅎㅎ 그 와중에도 책을... 괘차하세요!!

비연 2014-01-13 16:35   좋아요 0 | URL
흑흑. 정말 무리 안 하려구요. 운동도 쉬엄쉬어...어엄...

김승원 2014-01-14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 저처럼 요가하셈. ㅋㅋ

비연 2014-01-14 17:30   좋아요 0 | URL
오호... 넌 내가 아는 '김승원' 이더냐...ㅎㅎㅎ

김승원 2014-01-15 16:35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니 알라딘 아이디가 있었네요. ㅋ

비연 2014-01-15 16: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렇군. 반가와.. 내 서재를 아직 찾고 있다니..놀람..ㅋㅋㅋ

김승원 2014-01-2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SS 구독하기' 하면 여기 오지 않고도 글 쓰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

비연 2014-01-24 20:22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구나..ㅎㅎㅎ 자주 들러줘~ 아. 잘 지내지?^^
 

 

 

 

김광석이 죽은 지 딱 18년 되는 날이다. 살아 있다면 50대의 김광석일까.


오늘은 그의 음악으로 하루를 지내야겠다. 늘 이맘 때면 왜 죽었냐고 왜 죽었냐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기까지 하지만. 20년도 넘게 그런 말을 하는 건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곘지. 그리고 어느새 나도 많이 나이가 들어서 이젠 어쩌면 그 심정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람이 살다보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순간도 있겠구나. 정말 죽고 싶어졌을 수도 있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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