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근로자의 날도 못 쉬고 내리 일하기도 하니까 이런 말 하면 안되겠지만... 역시나 끼인 날 회사에서 근무하는 건 좀 힘들다. 어제 쉬었고 오늘 일하고 내일은 쉴건데... 그래서 쉬는 날과 쉬는 날 사이 잠깐 일하는 것 같은데 힘든 건 뭔지. 회사에서 멍한 머리와 마음으로 노트북을 쳐다보다가 나온 사람들이랑 (안 나온 사람들 대부분은 외국에 놀러갔다... 스페인, 베트남, 세부 등등등) 우루루 나가서 메밀막국수와 보쌈을 배터지게 먹고 또 과자를 사다가 커피 한잔에 오드득오드득 한봉다리 씹어댔더니... 어라. 위통이 생긴다. 그만 먹으라는 신호인가.

 

내일부터 토, 일, 월, 화 이렇게 쉴 거 생각하니 좋기는 하다. 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왜 빨간 날만 보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좋은 건지. 참 모를 일이다. 사실, 토요일 근무하던 아주 옛날엔 토요일에 나와서 점심 먹고 집에 가는 게 그냥 일상이었고 싫지도 않았었는데. 지금은 토요일에 잠깐만 나오라고 해도 혈압이 상승한다. 우습기도 한 일이다. 사람이 쉰다는 것에 적응하는 건 이리 쉬운건가.

 

요즘 2분기 일드가 재미있어서 열심히 보고 있다. 일드도 드라마니까 그렇게 자꾸 봐대면 생활의 리듬이 끊긴다. 게다가 한몫에 올라오는 드라마들 다 다운받고 보느라 (흠. 불법다운은 아니다. 돈내고 다운..) 어떨 땐 잠도 못 자곤 한다. 눈 벌개지게 보고는 그 다음날 피곤에 절어 회사에 나오기도 하니. 잠깐 곁길로 새서 요즘 재미있는 일드는 <앨리스의 가시>, <MOZU>, <Smoking Gun> 등이다. 어제부터 <루즈벨트 게임>을 보기 시작했는데, 요것은 어째 <한자와 나오키>를 살짝 모방한 것 같기도 한 느낌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한자와 나오키>에 나오던 지점장과 오오하라 상무도 나오니 말이다. 어쨌든 이번 2분기 일드는 대박이다. 덕분에 더 힘들다는 건 어불성설일까나.

 

 

 

내일부터는 3박 4일로 여행을 간다.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는 가서 읽을 책을 고르는 것이다. 때로는 어려운 책도 들고 가고, 때로는 공부가 되는 책도 들고 가지만, 이번엔 싫다. 현실이 무섭고 무거워서 책은 가벼운 쟝르물로 가져가기로 결심했다. 책에서까지 날 고민하게 하면 정말 못 견딜 것 같아서 말이다.

 

아직 딱 결정을 하진 않았지만 이 책 <열세번째 배심원>을 가져가게 될 것 같다. 지금 불행히도(?) 집에 안 읽고 남아 있는 쟝르물이 이거 하나라니. 다른 대안이 없지 뭔가. 읽던 책들은 고스란히 집에 두고 일단 이 책 한권만 들고 갈 생각이다. 아마 저녁마다 노느라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을 것이기도 하고 피곤해서 저녁에 시간이 되면 자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

 

 

 

회사에는 몇 사람 나와 있지 않다. 다들 갈 데가 없거나 아주 가끔 할 일이 있거나 아니면 할 일은 없는데 그냥 휴가 까먹기 싫어서 나온 사람들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 연휴가 끝나면 일이 쓰나미처럼 다시 몰아닥칠텐데... 걱정하지 말고 일단은 연휴를 즐겨야겠다. 요즘 같은 때는 다들, 뜻없이 피곤하고 공황상태가 되는 듯 하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그래서 우선은 마음을 내려놓고 좀 편안히 차분히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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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5-0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출근한 게 아니라니, 비연님, 반갑습니다. ㅠㅠ

비연 2014-05-02 16:5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으흐흑. 반갑습니다..ㅜㅜ
 

몇 주 동안 그냥 뭔가 손에 안 잡히는 나날들이 계속 되고 있다. 딱히 뭐라고 쓰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의 글을 퍼 나르는 것도 내키지 않고 사는 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했다가 어느 순간 너무 슬퍼져서 주체를 못하기도 했다.

 

이제는 이런 모든 느낌들이 다 사라지고 남은 건 무기력감뿐인 것 같다.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이런 것만큼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게 있을까 싶었다. 멍하니 바라만 보면서 잘 되기만 바란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초조하고 힘든 일인가를... 어디 나만 알았겠는가. 다들 나와 같은, 혹은 더욱 분노하거나 혹은 더욱 슬퍼하거나 하면서 지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요즘 읽은 읽은 책은 역설적이게도 '자신 있게 결정하라' 였다.

 

우습지 않은가.

 

댄 히스와 칩 히스라는 두 형제가 쓴 책들은 계속 읽고 있다. 잘 읽었고 나름 여러가지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참 우스웠다.

 

이런 제목의 책을 들고 다니면서 아둥바둥 하는 내 모습이 웃겼고 자신있게 결정해야 할 사람들이 이 책 제목이라도 좀 봐줬으면 하는 자괴감도 있었다. 슬프든 분노하든 사람들은 일상의 생활을 지낼 것이고 어느새 잊을 것이고 가끔 신문에서 얘기하면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디어져 가는 일상을 슬퍼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 모든 절망과 무력감은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만 고스란히 남겨질 일이다. 참 산다는 건,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가.

 

 

내일부터는 이 책을 읽을 것이다. 예전에 사두고 어느 구석에 쳐박아둔 것을, 생각나서 끄집어 내었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이지 못하다는 생각에 자꾸만 쉽고 편하고 간단한 것들만을 추구하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사람들은 '보수'라는 허울을 쓰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 나 하나의 안일을 위한 삶을 위해 단단한 갑옷 속에 스스로를 넣어버린다. 아쉽고 허탈한 일이다.

 

예전에는 그런 걸 믿었었다. 사람들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세상을 언젠간 바꾸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지금도 믿고는 있지만.. 가끔 그 변화의 정도가 너무 더디고, 어떨 땐 퇴행하기까지 해서 버겁고 힘겹다는 생각을 한다. 과연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크게 들고 말이다.... 어쩌면 비루한 변명이다.

 

책 하나 골라 놓고 여러가지 말이 많다. 그냥 사회를 움직이는 그 '프레임'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었다. 오고 가는 길 읽으려고 하는데... 이 많은 일들을 잊지 않기 위해 나를 다시한번 벼릴 수 있는 좋은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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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4-04-2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잊지 않기 위해, 마음 찍고 가요 ... ....

비연 2014-04-28 22:26   좋아요 0 | URL
여울마당님... 정말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정말, 이렇게 수십년 동안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이 한꺼번에 죽는 이런 나라에 사는 게 부끄럽다. 수십년 전에도 배가 침몰하여 수백명이 죽었고 21세기의 이 첨단 시대에서도 수백명이 바다 아래 수장되는데 말도 안되는 비상대응과 보호장비 미지급, 잘못된 보고체계, 협업 부족, 때늦은 대응 등이 문제로 다시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시신도 못 찾은 채 이제 와 뒷북 치며 사람들을 찾고 있고 늘 보아왔다시피 허둥지둥이다.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이 위로한답시고 유족들 앞에 나타나는 구태의연함도 마찬가지다. (욕나온다)

 

봄날은 무르익어 여름의 찬란함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데, 더 찬란하게 피었어야 할 어린 생명들과 매일 열심히 살았을 어른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제라도 어딘가에서 짠 하고 나타나 나 살아있어요 라고 말하는 영화같은 상황도 기대해본다. 아니 희망한다.

 

이런 후진 상황에 놓인 내가, 우리나라가, 너무나 후지게 느껴지는 4월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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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의 여름이다. 햇빛에 눈이 부시고 두 겹 껴입은 옷이 부담스러운 날이다. 세상에. 봄이 사라졌다. 날 좋다고 기분 좋아 나왔지만 땀까지 삐질삐질 나니 (옷이 두꺼웠던 것일지도) 왠지 봄이 없어졌다는 게 서글퍼진다. 우리나라의 특징은 사계절이라고 배웠는데, 얼마 안 지나 아열대라고, 계절은 두 개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 할 날이 멀지 않은 듯 싶다. 올해는 이렇게 봄 없이 찌기 시작하는 걸 보면 여름이 꽤나 곤혹스럽지 않을까 라는 불안감마저 생긴다.

 

그러나 난 회사다. 배도 고프고 창문 밖 환한 햇살 보며 일하는 것도 힘들다. 자료도 슬슬 마무리 다 하긴 했는데 이게 내일 임원 보고 때 먹힐 지는 고민이다. 하다보니 내가 놓친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고 그걸 메이크업해야지 추진하던 과제가 될텐데... 내일 이게 설득이 안되면 과제가 축소되거나 아예 무산될 수도 있다. 덕분에 매일 꿈에서 회의다. 되니 안되니.

 

 

어제부터 이걸 보기 시작했다.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선택한 나는 도대체 4월 내내 이걸 읽겠다는 뜻일까. 하지만, 꽤나 흥미가 생기는 주제라서 사두고 그냥 묵혀두기엔 아까왔다. 좌뇌와 우뇌의 이야기. 영원한 두 반구의 이야기. 이제 시작이라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역사책을 읽어야지 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건 정말 두렵다. 도대체 이렇게 일이 많은 와중에 집중해서 역사라는 걸 읽고 이해할 여력이 될까 라는 사전적인 불안감이다. 덕분에 집에는 의무감 혹은 흥미감으로 사둔 역사책들이 먼지가 뽀얗게 쌓여가고 있다. 저걸 언제 읽나 라는 생각만 하면 한숨이 폭폭 난다.

 

책을 의무로 읽기는 싫지만 말이다. 나이가 들고 눈이 침침해지고 그래서 책을 오래 볼 수 없는 날이 올까봐 괜히 초조해지는 것 같다. 지금 다 봐둬야 하는데 라는 괜한 성마름. 내가 이런 사람이다. 쓰잘데기없는 걱정으로 현재를 그르치기도 하는 사람. 그냥 뭐든 좀 편하게 하면 안되겠냐, 비연.

 

 

2.

 

어젠 피나 바우쉬의 'Full Moon' 이라는 무용극을 LG 아트센터에서 보았다. 오. 피나 바우쉬에 대한 흥미가 급격 높아졌다. 별 기대없이, 무용이니 졸지 않을까 하며 갔으나 보는 내내 몰입했다. 그냥 사는 이야기를 몸으로 묘사하는 건데, 왜 그렇게 가슴이 저릿저릿해지는 건지. 이런 걸 예술이라고 하는 거겠지. 그냥 저냥 표현하는 것 같지만, 담고 있는 것은 나의 모든 것이라.

 

 

 

 

 

 

 

 

 

 

 

 

 

 

 

일단, 피나 바우쉬라는 사람에 대한 책을 읽고 싶다. 그녀에 대한 영화도 보고 싶고 그 OST도 듣고 싶다. 이런 대단한 무용극을 만들어낸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어떻게 이런 감흥을... 이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뛴다. 관습과 통념을 뛰어넘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녀는 하나의 세상을 창조해낸거다. 담배와 커피와 와인으로 묘사되는 그녀. 암선고를 받고 5일만에 사망한 드라마틱한 인생의 주인공. 한동안 피나에 대한 관심을 놓지 못할 것 같다.

 

 

3.

 

야구가 시작되었다. 고로 나의 2014년이 이제 시작되었다. 비록 두산이 이종욱을 내보내고 손시헌을 내보내고 (그닥 좋아하진 않았지만 준우승의 주역인) 김진욱 감독을 내보내고 최준석을 내보내고 등등등 해서 20대 ~ 30대 초반의 사람들로 포진한, 마치 신생팀과 같은 구성에 알지 못했던 재일교포 60대 2군감독에게 감독을 맡겨서 실망에 실망이지만, 그래도 나는 두산팬. 응원한다.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김동주가 제발 좀 자주 나왔으면 좋겠고, 제발 부상당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발 선수생활을 깔끔하고 무리없이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두산의 젊은 기운으로 화이팅하는 경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어제는 엘쥐에게 5:4로 이겼고 지금은 4:1로 지고 있다. 어쨌든 매일매일 (올해는 월요일도 경기를 해준다니..ㅎㅎ) 야구 덕에 즐거울 수 있겠다. 구장에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어제 오늘은 손도 대보기전에 매진이 되어버렸다. 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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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일드는 도대체 재미있는 게 없었다. 내가 좋아라 하는 아마미 유키가 나온 <긴급취조실>도 그 재미가 덜했고 곤노 빈이 쓴 <은폐수사>를 드라마화한 것도 책보다 못했고. 이렇게 볼 게 없었던 분기가 있었나 싶다. 그러다가 보게 된 일드가 <내가 있었던 시간(僕のいた時間)>이다.

 

사실 재미가 있어서 보는 건 아니다. 미우라 하루마가 나오니까 어떤가 싶어서 보다가 결국 계속 보게 되었다. 의사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천덕꾸러기로 성장한 타쿠토가 ALS(루게릭병)에 걸리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드라마라서 꽤나 우울한 내용이다. 주인공은 계속 웃고 있지만 보는 나로선 아 정말 괴롭다 싶다고나 할까.

 

타쿠토와 천생연분 배필인 메구미는 계속 그의 곁을 지킨다는, 현실적으로 좀 믿어지지 않는 아니 대단히 진기한 일로 어디 다큐멘터리에나 나올 법한 일이 그 드라마에서는 벌어진다. 하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병에 걸렸다고 마음에서 몰아낼 수 있을까. 그 사람과 말하면 영혼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그 사람과의 교감으로 나는 계속 웃을 수 있는데, 떠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메구미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는...

 

 

 

 

 

그런 게 사랑이 아닐까.. 라는 감상적인 생각이 드는 드라마이다. 점점 아파지면서, 손과 발의 근육이 약해지고 그래서 자꾸 넘어지다가 걸을 수 없게 되고 글자를 어렵게 쓰다가 못 쓰게 되고 밥을 스스로 먹다가 숟가락을 들 힘조차 없게 되고 그러다가 호흡근육이 약해져서 숨을 스스로 쉴 수 없게 되는 그 과정에서, 참다가 참다가 한번씩 터지는 주인공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환자의 고통은 현실적이지만, 일본 드라마 특유의 착한 분위기는 여전해서, 친구도 착하고 친구의 여자친구도 착하고 메구미의 엄마도 착하고 타쿠토의 엄마 아빠 동생도 착하다. 게다가 타쿠토가 근무하게 된 가구회사 직원들은 거의 천사에 가깝다. 거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껏 도와주니 말이다. 아픈 거 빼고는 완벽한 환경이다, 사실.

 

마지막회는 가슴이 넘 아플 것 같아서 일단 보류. 나중에 낮에 보려고 한다. 역시 이런 드라마의 최후를 밤에 보면 너무 우울해질 것 같아서 말이다.

 

2분기에는 좀 좋은 드라마가 나오려나. 기대해봐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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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4-03-2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회도 봤다. 뻔한 스토리인데도 눈물이 나네..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