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10월이다.

그러고도 3일이다.

 

알라딘 서재에 제대로 글 남긴 게 8월 말이었는데, 눈 깜빡 감고 떴더니 10월이네. 이건 뭐 9월을 강탈당한 느낌이다. 젠장. 바빴나? ... 바빴지. 정신없었나? ... 정신없었지. 심란했나? .. 심란했지. ........................ 9월이 사라질 만 했군. 하며 스스로 위로 중이다.  

 

책은 뭐 읽었지? 하면서 뒤져보니 더욱 절망. 머릿 속에 넣은 거라곤... 없네. 그저 마음 속에 짜증과 번뇌와 신경질만을 계속해서 넣었을 뿐. 영화는 뭐 봤지? 9월 한달동안 여행 다녀오면서 비행기 안에서 본 <역린>이 다라네. 에헤라디야~ 인생 정말 팍팍하게 살았구나 9월 한달 내내. 추석 연휴 여행 외에는 정말 한 게 없는 한달이었다는 결론을 오늘 내리고.

 

10월은 다르게 살아야지. 라는 마음으로 오늘 영화 한편도 보고 책도 고르고 공연도 예약하고 머리도 하고 약간의 샤핑도 하고. 그러니까 돈을 대박으로 계속 썼단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라지만 이럴 때 기분전환하라고 버는 게 돈이다... 라며 다시한번 스스로 위로 중이다.

 

영화는 <Begin Again>. 이건 두 말 하지 않겠다. 본 사람들은 알 거다. 여기에 뭐라뭐라 말을 덧붙이는 자체가 소모다. 그냥 무조건 가서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고 진정으로 치유받는 나를 느낄 수 있다. 원제가 "Can a song save your life?" 라는데 적극 동감.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영어로 찾고 싶었는데 못 찾겠다..ㅜ)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힌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하거든.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 

 

가슴에 찌릿하게 공감되던 대사다. 음악을 이렇게 아름답게 정의하다니. 음악을 덧입힌 일상은, 생각해보니 어느 것 하나 진부한 것이 없었음을 깨닫는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때는 항상 난 드라마 속의 주인공 마냥, 아니면 어느 공연장 앞의 관객 마냥 그렇게 세상에 몰입해있었다. 아 그걸 깨닫게 해 준 게 이 영화다. 그리고 치유란 뭔지. 요즘 말하는 그넘의 힐링과는 다른 느낌의 무엇인가가 내게 다가오게 해준 영화였다. 강추. 강권. 강요.

 

암튼, 10월 스타트 좋았다. 좋은 영화로. 예전처럼, 아주 오래전에 했던 일이긴 하지만, 수첩의 10월 란에 뭔가 이번 달 목표를 적어본다. 절주.. (아 이건 뭥미..=.=), 운동, 독서.. 흠. 적어놓고 보니 무지하게 없어 보이지만, 이걸 하고나서나 할 얘기다. 없어 보이는 지 있어 보이는 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인튜이션>.

재밌을 거라 생각하고 집어들었는데, 생각보다 별루라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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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왔다. 출장 와서 호텔 방에서 끄적이는 짓은, 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닥 효율이 높지는 않다. 피곤하고, 쉬고싶고, 근데 할 일은 매일 쌓이고.. 그래서 약간 긴장되어 있어서인지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뭐 그런 날의 연속이다. 오늘은 서울 회사에서 짜증나는 일까지 전해들어 정말이지 집중력 제로다.

 

흠.. 그래도 그나마 좋은 것은, 호텔을 바꾸었더니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다는 거고 그런 소소한 발견에 기뻐서 얼른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로 홀짝 거리고 있다는 거. 사실은 홀짝거리면서 일해야지 했는데 일은 안하고 여기저기 기웃기웃. 쯔쯔.

 

가져온 책은 이거.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이명우 교수의 책이다. 표지가 너무 구려서 사놓고도,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해도 본척만척 하다가 출장 오는 아침, 냅따 구겨넣고 왔다. 결론은.. 잘했다 이다. 좋은 책이다.

 

좋은 삶은 특별한 삶이 아니다. 좋은 삶이 특별한 삶으로 귀착된다면, 좋은 삶에 대한 그리움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언감생신이 아니겠는가? 특별한 삶은 제로섬게임의 승자에게만 보장된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 특별한 삶은 오르지 못할 나무에 불과하다. 특별한 삶과 달리 좋은 삶은 제로섬게임의 관계가 아니라 화수분처럼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는 호혜의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아니, 그래야만 좋은 삶이라는 궁극의 뜻에 가까와진다. - p16, 프롤로그 中

 

멋진 말이다. 좋은 삶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리는 거, 색다르다. 요즘처럼 좋은 삶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는 세상에서는 더욱. 잘 먹고 잘 살고 (혼자) 행복하고 비싼 거 먹고 비싼 거 입고 좋은 데 구경하고 ... 그래서 그렇게 살면 무지하게 좋은 삶일 거라 착각하며 사는 사람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올 말이지만.

 

양식을 말하는 진보주의와 지식인이 이런 태도를 유지하는 한 정당한 말을 하는 사람은 오히려 외면받는다. "우익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만 인간에게 말하고 있고, 좌파는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사물"에게 말하고 있다는 가끔 인용되는 말을 빌려 오자면, 그람시는 좌파이지만 인간에게 말을 거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상가이다. - p31

 

갑자기 근간에 있었던 선거결과가 떠오르는 건, 나만이 아니겠지? 저혼자 똑똑하다고 자기만의 언어로 말하는 사람들이여. 반성할 지어다.

 

아직 5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일상생활의 사회학이라는 측면에서 재미있고 술술 넘겨진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통찰력은 어느 책 못지 않다.. 계속 읽고 싶지만.. 일해야지.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나 마저 읽을 수 있을 듯 싶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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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4-08-06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괜찮죠. 생각꺼리도 많아지고, 좋은 삶과 진보라는 꼭지 다시 한번 챙겨가네요. 이 책으로 같이 얘기나누고픈 사람들이 있는데 책 선정이 되지 않네요. ㅎㅎ

비연 2014-08-06 20:53   좋아요 0 | URL
여울마당님.. 읽으면 읽을수록 좋네요^^ 같이 좋아해주시니 넘 반갑습니다~
 

 

오늘 새벽의 충격이라면... 다들 브라질의 참패를 얘기할 것이다. 축구 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8강부터는 매일 새벽까지 혹은 새벽에 일어나 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팀이 브라질팀이라 그들의 경기는 처음부터 챙기고 있었다. 당연히 오늘 새벽 독일과의 준결승도 보았다.

 

전반전 25분 정도 보고 껐다. 그때까지 난 점수가 4점인가. 도저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완전히 무력한 경기였다. 수비가 뻥뻥 뚫리고 공놀이는 전부 브라질 골대 앞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네이마르와 실바가 빠진 브라질. 어느정도 어려우리라 예상은 했었지만, 그래도 홈팀이고 그래도 브라질인데.. 라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울고 있는 관중들을 보며 나까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

 

 

 

 

독일의 클로제와 브라질의 프레드다. 운동경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 이런 장면 때문일 것이다. 브라질은 7대 1이라는 참혹한 스코어로 졌고 여러가지 진기록들도 세웠다. 독일은 승승장구 결승전에 나가게 되었고 클로제는 36살의 나이에 참가한 월드컵에서 호나우두의 기록을 깨고 월드컵 최다골을 기록하는 영예를 안았다. 반면에, 브라질의 원톱이었던 프레드는 관중의 엄청난 야유를 받아야 했다. 공격수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했다 이거겠지. 아버지같다던 브라질감독의 스타일도 비아냥을 받았다. 아버지 좋아하시네.. 그러니까 저렇게 정신력이 없지 뭐 이러쿵저러쿵.

 

이 와중에 경기가 끝나고 야유를 받는 프레드를 클로제가 어깨를 감싸며 걸어간다. 위로하는 것이리라. 사람의 뒷모습은 참 많은 이야기들을 해준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지만 저 동작만으로도 위로하고 있으리라 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참으로 훈훈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경기에서 이기기는 해야겠지만 그래도 같은 필드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였고 그래서 비난을 받는 것이 안타까와 마음을 어루만져 주려한 클로제의 배려가 돋보였다. 클로제는 최다 골을 넣어서가 아니라 저 모습으로 내게 기억이 될 듯 하다.

 

나도 클로제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을 다독일 수 있는 사람. 나이가 들수록 그런 '덕'이 사는 데 참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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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다.

그리고 나는 회사다.

 

방금 점심을 먹었고... 버거킹에서 햄버거세트를 사와 혼자 우걱우걱 먹었더니 잠시 소화가 안되는 느낌이다. 잔뜩 채워진 배 덕분에 머리속이 혼미하여 일단 좀 쉬기로 했다.

 

지난 주 교육 때문에 일을 하나도 못 한 것이 휴일 근무의 원인이다. 교육 끝나고 저녁에 할까 하다가 그냥 일요일에 조용히 혼자 하는 것으로 결심하고 마음 편히 지내버렸다. 어제 그제는 좋은 사람들과 저녁도 했고.. 그래서 휴일에 근무해도 아직은 쌩쌩하다.

 

심지어 교육 듣는 와중에 귀가해서는 책 읽을 여유도 가졌다. 복잡한 책들은 일단 뒤로 하고 그냥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니 하루만에 뚝딱 다 읽어치워지더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이제는 잘 안 사게 되는 책 중의 하나이다. 어쩜 그렇게 이야기의 소재가 많은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多作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아주 못 쓴 작품도 고만고만하다는 게 그의 장점이기도 하다. 나는 가가형사 시리즈와 유가와교수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래서 잘 안 사던 이 작가의 책을 사게 된 것. <한여름의 방정식>은 유가와교수가 등장한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갈릴레오의 연장선상에서 영화도 만들었었다는 작품이다.

 

괜챦다, 이 책. 관광객들도 뜸한 어느 바닷가 마을에 고모집을 찾게 된 교헤이는 기차에서 괴짜교수인 유가와를 만나게 되고 그 인연은 쇠락해가는 여관을 운영하는 고모집에 유가와교수가 숙박을 하면서 이어지게 된다. 유가와교수와 같은 날 그곳에 묵던 손님이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한꺼풀 한꺼풀 그들의 비밀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유가와교수와 교헤이와의 유대감이랄까 공감대랄까 그런 감정들이 점차 발전되어가는 모습이 재미있다는 것이고 바닷가 마을에 개발의 열풍이 불면서 이어지는 과학과 환경과의 공존이라는 주제를 얼핏(사실 깊이는 없다. 그냥 얼핏.) 짚고 넘어간다는 점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대략 짐작은 갔음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나 사랑이 얽히고 섥히어 빚어지는 가슴아픈 인생사들이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엔 가슴에 오롯이 남게 된다.

 

"하지만 해답을 바로 찾아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인생도 그래. 금세 답을 찾지 못하는 문제가 앞으로도 많이 생겨날 거야. 그때마다 고민한다는 건 의미 있고 가치도 있는 일이지. 하지만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어. 해답을 찾아내려면 너 자신이 성숙해져야해. 그래서 인간은 배우고 노력하고 자신을 연마해야 하는 거지."

 

유가와교수의 이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냉철하고 인간미라고는 없어보이는 유가와교수이지만, 그래서 더욱 인생의 진리를 말할 때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요즘 유난히 답답해하는 나에게 던지는 말인 듯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다.

 

가끔씩 이렇게 여유롭게 책을 읽을 때면 행복하다는 느낌을 깊숙이 느끼게 된다. 사람마다 행복한 순간이 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런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 모두가 추구하는 것들, 돈이나 명예나 뭐 기타 등등의 것들을 나라고 안 바라는 것은 아니겠으나, 내 마음의 순전한 곳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은 이 곳, 책을 읽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곳의 내게 있다.

그것이 나는, 참 좋다. 그런 내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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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길에 본 이 영화의 마지막 OST 덕분에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가사가 너무나 절렬하고 음악이 너무나 아름다와서...  영화 보는 내내 주룩주룩 울었는데 마지막 노래에서는 거의 절정에 달해 울어버렸다. 아픈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가사가 남의 얘기 같지 않을 듯...

 

 

내가 갑자기 가슴이 아픈 건
그대 내 생각하고 계신거죠
흐리던 하늘이
비라도 내리는 날
지나간 시간 거슬러
차라리 오세요

내가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건
그대 내 생각하고 계신거죠
함박눈 하얗게
온 세상 덮이는 날
멀지 않은 곳이라면
차라리 오세요

이렇게 그대가 들리지 않을
말들을 그대가 들었으면
사랑이란 맘이
이렇게 남는건지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내가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건
그대 내 생각하고 계신거죠
새하얀 눈꽃이
온 세상 날리는 날
멀지 않은 곳이라면
차라리 오세요

이렇게 그대가 들리지 않을
말들을 그대가 들었으면
사랑이란 맘이 이렇게 남는건지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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