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약속이 매일 미어터지게 많은 나다. 수첩을 들고 한달의 일정을 보면 주중이고 주말이고 빼곡이 들어찬 약속들 땜에 아주 내가 보험설계사나 영업팀인가 싶을 정도이다. 누굴 그렇게 만나? 라고 한다면 딱히 누구라고 얘기하긴 힘들다. 그냥 아는 사람들 몇 달에 한번 만나고 좋아라 하는 마음맞는 사람은 그거보단 더 자주 만나고... 가끔 번개도 있고 가족모임도 이주에 한번 정도는 돌아오고 (도대체 가족모임은 왜 이리 자주 하는 거냥..) 여행도 한번씩 가고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새 수첩이 까맣게 되곤 한다.

 

영양가 없는 짓이야... 라고 남들도 얘기하고 나도 나이가 들수록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사람을 만나는 건 상당히 에너지가 소진되는 일이고, 체력도 고갈되는 일이고.... 나의 건강과 지식과 여가를 위해서는 사람 만나는 횟수를 줄이고 조금 '한가' 해져야 한다... 고 문득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달부터는 최소한의 약속만으로 지내려고 애를 쓰고 있다.

6월 한달 정도는 성공했던 것 같다. 주 1회만 사람 만나고 주말엔 가급적 내 시간을 가지고... 그러나 7월에 들어서자 다시 시작이다. 이게 아마도 습관인 모양이다. 고질적인 습관. 약속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내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 같고 뭐 그런. 속이 비어있나. 자꾸만 뭔가로 채우려고 하는 몸짓 마음짓이 역력하게 느껴진다.

 

덕분에 아는 사람 많아서 나를 전화번호부로 여기고 누구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전화도 종종 받는다. 좀 어이없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좀 많은 사람들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인 모양이다. 답이 툭툭 나오는 걸 보니... 그런데 말이다. 그런 게 별로 자랑스럽지도 않고 중요하게 생각되지도 않아서, 힘들어지고 있다. 아. 이 몹쓸 습관 혹은 버릇을 어떻게 버리지....


 

 

덕분에 이 재미난 소설도 진도가 더디다. 세상에. 해리 보슈가 경찰직을 그만 두고 사립탐정으로 이전의 사건을 수사한다는 내용인데. 말하자면 공식적인 직책 없는 사람이 비슷한 일을 할 때의 애로사항이 많이 담겨 있다. 그걸 읽어 내는 재미도 쏠쏠하긴 하지만, 역시 해리 보슈는 경찰이 어울린다. 뭔가 압도하는 힘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어쨌든 지금 완전 재미난 타이밍인데 맨날 저녁 늦게 들어가서 고꾸라지기 일쑤라.... 이번 주말의 일정도 빡빡하니.... 언제 다 읽을라나.

 

그나저나 마이클 코넬리는 천재 아닌가. 어떻게 이런 소설들을 끊임없이 내는 걸까. 이런 이야기꾼이라니. 다시한번 세상에. 이런 글재주 지닌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정말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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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7-09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야근의 연속이라면 자연스럽게 약속과 만남에서 멀어진다는 사실....

비연 2013-07-10 10:42   좋아요 0 | URL
앗... 메피님. 그러네요..ㅋㅋㅋ 야근해도 저녁에 만나게 되곤 하는데.
10시 넘어까지 야근하고 그러면 힘들겠네요..ㅜㅜ
메피님..그렇게 일하시는 건가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