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체험도 공적도구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여로에 오직 하나 데리고 가는 화두다.
저 국경을 허투루 밟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먼 길 떠나며 가슴 깊이 담아가는 바람이다.
- P40

탐응옵은 흔히 잃어버린 군대‘니 ‘잊어버린 군대‘ 따위로 감상을 섞어 불러온 장제스의 국민당 잔당 가운데 제3군이 본부를 차렸던 곳이다. 여기서 미리 짚고 갈 게 하나 있다. 이 국민당 잔당은 몰래 부려먹었던 정부들이 숨기고 감춰왔을 뿐, 한 순간도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적 없는 아시아 현대사의 첫 반공용병이자 국제마약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운 주인공이었다.
- P46

 탐응옵은 겉보기에 여느 타이 마을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한꺼풀만 들쳐보면 이 마을은 중국이다. 사람들은 타이 말을 쓰고 타이 이름을 지녔지만 저마다 가슴속에 중국을 품고 살아간다. "내 주민증에 담긴 이름은 타이지만 내 심장은 중국제다." 자랑스레 중국이름을 앞세우는 기념품가게 주인 쯔우승윈처럼.
- P53

마약군을 잡아 가두기는커녕 오히려 미국 정부가 대놓고 아편을구입한 꼴인 그 희한한 쇼는 결국 던진 놈의 목을 치는 부메랑이 되었다. 그 결과 1975년 베트남전쟁이 끝났을 때 참전 미군 10~15%가 마약에 중독돼 미국 사회를 뒤흔들이 놓았다. 국제마약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 것도 바로 그 무렵이다.
그 마약이 모두 미국 정부가 부려먹은 반공용병 손에서 나왔다. 그 하나가 국민당 잔당이었고, 다른 하나는 라오스 비밀전쟁에투입한 Among 이었다. 그 두 반공용병의 마약사업을 지원한 게CIA 였다. 그렇게 CIA가 뒤를 받친 마약이 베트남전쟁으로 흘러갔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국제 마약 카르텔의 뿌리가 되었다. - P59

나는 소수민족 현장을 취재할 때마다 늘 이런 게 안타까웠다. 적어도 이름만큼은 본디 내 몸에 붙은, 내가 원하는 대로 불러주는 게예의다. 빨라응을 따앙이라 부르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을까? 따앙을 빨라응이라 불러 어떤 이문이 있을까? 남이 내 이름을 아무렇게나 부르는 걸 원치 않듯이 민족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작아도 민족은 민족이고, 저마다 역사와 정체성을 지녔다. 그 상징이 바로 이름이다.
이 함부로 부르는 이름에 소수민족 문제의 본질이 남겼다. 다수민족이나 주류사회가 소수를 아무렇게나 버릇없이 대했다는 증거고, 그 결과가 충돌로 드러났다. 소수민족 문제를 풀어가는 길도 본디 이름을 되돌려주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옳다는 뜻이다.
- P69

이게 하나의 이상‘, ‘하나의 정체성‘, ‘하나의 공동체‘를 내걸고입만 떼면 통합을 외쳐온 아세안(ASEAN), 그 축인 타이와 버마의진짜 모습이다. 노래 국경은 말치레뿐 시민 없는 아세안의 정체를폭로한 현장이다. 노래 국경은 인본주의를 외쳐온 21세기의 꿈도국경 없는 세상을 외쳐온 세계시민사회의 바람도 모조리 절망 속에파묻어버린 현장이다.
나는 국경선에 막혀 자유를 빼앗긴 채 경계인境界人으로 살아온따앙 사람들, 그 아린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다.
국경선은 인류 최악 발명품이다!
- P75

‘아편과 ‘민족해방‘, 이 화합할 수 없는 두 조건을 달고 다닌 쿤사의 일생은 1990년대 말부터 와주연합군(UWSA)으로 다 물림했다. 세계 최대 마약군벌로 떠오른 와주연합군은 와주 독립을 외치며버마 정부군과 싸워왔다.
버마 타이 국경에는 이렇듯 ‘민족해방‘을 상표 삼은 마약이 굴러다닌다. 앞서 국민당 잔당이 ‘반공‘을 상표 삼았듯이. 이게 바로마약의 정치경제학이다. 외진 두메산골 반힌맥은 그 민족해방전선으로 포장한 국제마약전선의 심장이었다.
- P93

타이에선 아직 카지노가 불법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정부가 카지노 합법화를 만지작거렸으니 시간문제일 듯. 타이 정부가 카지노를 허가한다면 이 골든트라이앵글이 영순위일 게 뻔하고, 머잖아 이동네는 ‘리버베가스River Vegas‘란 이름이 붙지 않을까 싶다.
아마존강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꼽는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바로 이 메콩강이다. 여기에 카지노와 온갖 유흥 시설이 들어서야 속이 후련할까? 국경을 넘나드는 온갖 검은 자본과 권력 앞에 이귀한 자연을 통째로 갖다 바치는 게 옳은 일일까?
그저 강한테 미안할 따름이다.
- P121

댐이라는 거대한 도시 정치 산물을 국경 강기슭 사람들이 막아낸다는 건 콘크리트에 달걀 던지기인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이 억지스런 군인정부 아래서 끄루 띠처럼 소리친다는 건 그야말로 사생결단이다. 으름장 따윈 신경 안 쓴다. 강만 생각한다. 하는 데까지 하는 거고, 가는 데까지 가는 거지." 흰 수염, 굵은 눈주름 사이로 한 경계 넘은 전사 모습이 삐져나온다.
- P136

미군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그 라오스 비밀전쟁에서 각종 폭탄 700만 개, 총폭량 200만 톤을 인구 기껏 400만 라오스 시민 머리 위에 퍼부었다.
‘폭탄 700만 개라고?‘ ‘폭탄 200만 톤이라고?‘
이런 건 군사전문가가 아니라면 실감하기 힘든 말이다. 쉽게 말해 라오스 국민 1인당 폭탄 1.75개씩을 뒤집어썼고, 그게 500kg 짜리였다는 뜻이다. 견줘보자. 세계전사에서 최대 융단폭격으로 꼽는한국전쟁 때 미군이 사용한 총폭량이 495,000톤이었고,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에 터트린 핵폭탄이 다이너마이트로 12,500톤쯤 된다. 폭탄 200만 톤, 이제 어렴풋이나마 감이 오시리라.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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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티븐 킹 아저씨가 리처드 바크만이란 이름으로 출간한 책이다.

장르소설로 폄하되기도 했던 킹 아저씨가 출판계를 놀리듯 다른 이름으로 출판하고는 이른바 진지한 평론가들로부터 열광적인  찬사를 들었다는데....

어쨌든 이 책은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5권의 책 중 3번째 소설이란다.

1985년 킹 아저씨가 희귀암으로 리처드 바크만을 죽여버림으로써 더 이상 이 이름으로 나오는 소설은 없어졌고....

솔직히 말하자면 킹 아저씨가 리처드 바크만을 죽여줘서 고맙다고나 할까?


소설은 별 필요도 없는 도로공사로 20년을 재직한 공장과 또한 그 세월을 살아온 집이 철거될 위기에 처함 40살 아저씨의 분투기 형식이다.

그에게 직장은 그저 월급을 받는 곳이 아니라 가족같은 사람들이 있던 곳이었고, 무엇보다도 집은 자신의 인생과 죽은 아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마지막 장소다.

삶을 근근히 이어가게 해주는 마지막 희망같은 것.

그곳이 철거된다는 것은 그래서 그의 삶이 끝나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것까지는 이해 되고, 그래서 그의 삶과 정신이 스러져가는 과정이 어느정도 이해는 된다. 무엇이든 이해가 안될까? 이보다 더 황당한 것도 이해되게 쓰는게 킹 아저씨인데....


그러나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을 버리고 선택한 쓰기는 뭔가 평범한 책이 되어버렸다.

이런 컨셉의 책은 무수히 많고 영화들에서도 무수히 다루어졌던 테마고....

이 책이 나왔든 1986년은 모르겠지만 지금에 있어서는 딱히 특별한 것이랄게 없어 읽는 동안 내내 심심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리처드 바크만이 아니라 스티븐 킹 아저씨다. 

다음 책은 아직 읽지 못한 오리지널 킹 아저씨 책을 봐야지.

사람은 역시 자신이 제일 잘하는걸 하는게 최고다. 

 주방 식탁, 난로, 찻잔들을 고리에 매달아 놓은 식기장, 거실 벽난로 선반 위의 아프리카 제비꽃, 이 집에대한 애정, 이 집을 보호하고픈 마음이 솟구쳤다. 이 집 벽을 무너뜨리고 창문을 산산조각 내고 파편을 바닥에 쏟아놓을 레킹 볼을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졌다.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찰리는 이 바닥에서 기어 다녔고 이 거실에서 첫걸음마를 떼었으며현관문 앞 계단에서 넘어진 바람에 서툰 부모를 기접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서재로 쓰이는 위층 방에서 찰리는 처음으로 두통과 복시 증상을 나타냈다. 구운 돼지고기 같기도 하고 불타는 풀잎 같기도 하고 연필 깎은 부스러기 같기도 한 묘한 냄새가 난다고 호소했다. 찰리가 세상을 떠난 후 배명 가까운 사람들이 조문을 왔다. 매리는 거실에서 그들에게 게이그와 파이를 대접했다.
‘안 돼, 찰리. 난 이 집이 무너지는 꼴 못 봐.‘
- P268

그 모든 기억은 그의 내면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생각을 너무도 깊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꿔버릴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 기억은 이제 커피 테이블에 토해놓은 역겨운 토사물처럼외부로 표출되었다. 위액 냄새를 풍기고 소화되지 못한 덩어리들이 가득한 토사물 말이다. 삶이라는 게 자동차 파괴 경기에 불과하다면, 자동차에서 그만 내려버리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지 않을까?
- P321

적막이 흘렀다.
다음 순간, 충격을 받고 눈물범벅이 된 매리 도스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얼굴로 숲 같은 마이크들이 밀어닥쳤다. 우리는 다시금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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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5-20 0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킹은 역시 킹일 때, 킹이란 말씀이시군요. 새겨들을께요. 집에 킹 아저씨 책 많은데, 그중 최애는 <미저리>입니다.

바람돌이 2021-05-20 10:26   좋아요 1 | URL
ㅎㅎㅎ 맞아요. 저는 킹은 킹일 때가 최고요. 킹이 리처드 바크만일 때도 별로고, 안 맞는 탐정물 쓸때도 별로고요. 미저리 저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

페크pek0501 2021-05-20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잘하는 게 뭔지 아는 자. 그리고 잘하는 걸 즐길 수 있는 자.
그런 자의 인생이 최고 같습니다. 요즘 드는 생각입니다.

바람돌이 2021-05-20 23:3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 근데 그걸 하고 사는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듯해요.

stella.K 2021-05-20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언젠가도 킹에 대한 페이퍼 쓰신 기억이 나는데...
킹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킹이 다른 이름으로 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킹이라고 항상 최고작만 낼 순 없겠죠.

바람돌이 2021-05-20 23:40   좋아요 1 | URL
킹도 좋아하고요. 제일 좋아하는 이쪽 작가는 제프리 디버고요. 머리아픈 책 막 읽다보면 이쪽 책들이 막 읽고 싶어지는데 그럴때 찾는게 스티븐 킹인것 같아요. 저도 킹이 다른 이름으로 소설을 냈다는건 처음 알았는데 킹이 이 작가를 죽여버리고 난 후 한 서점 직원이 킹과 리차드 바크만의 공통점을 느끼고는 아주 끈질기게 ;추적해서 밝혀내버렸다네요. 이 스토리도 흥미진진해서 혹시 책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돼요. ^^

hnine 2021-05-20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차드 바크만을 갈매기의 꿈의 작가 ‘리차드 바크‘로 읽고서 마구 헤매다가 겨우 정신 차렸어요 ㅠㅠ

바람돌이 2021-05-20 23:40   좋아요 0 | URL
스티븐 킹이 가짜 이름을 만들 때 혹시 리차드 바크를 참고했을까요? ㅎㅎ

syo 2021-05-21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킹 아저씨의 마음도 어쩐지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내가 킹인데, 이것도 킹이고 저것도 킹인데 킹도 아닌 것들이 넌 거기서나 킹이야 하면 빡칠 것도 같고....

음, 말해 놓고 보니까 사실 무슨 기분인지 짐작도 못하겠네요 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바람돌이 2021-05-21 10:05   좋아요 0 | URL
장르문학이라고 까는 평론가들 보면서 빡친 킹아저씨 마음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실제로 리차드 바크만에 대해서 평론가들의 평이 굉장히 좋았다고 하네요. 뭐 이것이 문학이다 같은? ㅎㅎ
저때 킹 아저씨 얼마나 평론가들을 가소로워 했을까 생각하면 저도 약간 대리쾌감을 느끼기도....

그래도 전 독자의 본분을 지켜서 바크만보다는 킹에 만표 던집니다. ^^

하양물감 2021-05-21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책은 못 읽습니다. 그래서 잘 선택하지 않는 장르예요.

바람돌이 2021-05-21 15:26   좋아요 1 | URL
이 장르는 바로 그 심장이 쫄깃쫄깃, 다음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 미칠것 같은 그런 맘으로 본다죠. 역시 취향에 맞아야 볼 수 있는 장르가 맞는거 같아요. 제가 스릴러물은 잘 보지만 귀신나오는 공포물은 절대 못보는 것처럼요.
 
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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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책을 읽으면 언제나 숨이 꽉꽉 차오른다. 

책을 읽는게 아니라 멱살잡혀 끌려가며 100m 달리기를 하는듯하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묘사가 워낙에 치밀하고 역동적이어서 독자는 순식간에 몰입과 감정이입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소설 내용에 대한 공감정도에 따라 두 가지의 상반된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열광과 당혹스러움이 그것이다..

두 개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나는 이 두 가지의 감정 모두를 맛보았다.

체스 이야기에 열광을, 그리고 낯선 여인의 편지에 당혹스러움을.......


1. 체스 이야기 

코로나 상황을 맞아 '나가지 않는 것'과 나갈 수 없는 것'은 같은 상황을 연출하지만 그것이 인간심리에 끼치는 영향은 하늘과 땅차이만큼 다르다는 것을 절절히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예전에는 갇힌다는 말을 추상적으로 이해했다면 이제는 흔한 말로 "그 느낌 아니까.... " 되시겠다.

여기 B박사라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게슈타포에 체포당한 적이 있다.

그의 정보가 필요했던 게슈타포는 그를 호텔방에 감금하고 "절대 고립"이라는 상황을 연출해낸다.

아무도 없고, 변하는거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읽을것도 들을 것도 진짜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혼자 지내게 된 B박사

이런 상황이면 사람들이 미쳐갈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만 츠바이크의 뛰어난 점은 이런 상황에서 인간정신이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너무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뭔가를 기다렸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또다시 기다렸지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46쪽)


"..... 그 대기실에는 달력이 걸려 있었어요..... 벽에 걸린 7월 27일이라는 몇 안되는 그 숫자를.....마치 저의 뇌속에 집어넣듯 삼켰지요." (52쪽)


"책!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책을 훔쳐라! 아마 성공할거야,.....마침내 다시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이런 생각이 제 안에 솟구치면서 강한 독처럼 퍼져나갔습니다. 귀가 윙윙거리고 심장이 방망이질 치기 시작하더군요. 두 손이 얼음처럼 차가워져서 더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54쪽)


이렇게 아무 것도 없음을 견뎌야 하던 사람이 손에 넣게 된 책은 그것의 내용이 무엇이든 생명줄과 마찬가지일듯....

저 장면에서는 독자인 나조차도 손에 땀을 쥐며

"그래 빨리 저 책을 손에 넣어. 그래야 넌 살아남을 수 있어. 절대 실패하면 안돼, 제발 제발!!!! "

그렇게 손에 넣은 생명줄, 그 책은 체스 책! 역대 체스경기 해설서 같은 책이었다.

읽을 책이 없으면 광고지라도 읽고 있고, 길거리 걸을 때는 온갖 간판을 읽고 다니고, 화장실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무언가를 봐야만 하는 활자중독증 환자들이라면 이 심정을 무조건 공감하리라.

체스책이면 어떤가? 책이잖은가....

이제 역대 명인 게임의 대국들을 기록한 이 체스 책을 B박사는 읽고 읽고 또 읽고, 머리속으로 끊임없이 체스판을 재현하고, 끝내는 자신의 인격을 둘로 분리하여 대국을 진행하는 경지까지 이르는데, 사실상 이 과정은 B박사의 정신이 분열되고 파괴되기 직전까지 간 순간이다. 

결국 츠바이크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한 인간의 존엄성과 정신이 어떻게 파괴되어가는지, 그것이 한 인간을 어떤 극단까지 몰아세우고 트라우마를 새기는지의 과정에 대한 면밀한 추적이 아니었을까?

이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전형성을 벗어난 인물들과 그들의 마음속 소리들, 그리고 그 심리들이 서로의 상호작용과정에서 변해가는 과정을 추적하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좀 더 하느냐에 따라 확실하게 다른 느낌으로 소설로 읽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B박사였지만, 누군가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화자, 또는 체스 세계 챔피언으로 참 독특한 인물인 첸토비치의 입장에서 읽어면 또 다른 해석,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 성급하지만 먼저 떠난다는 유서를 남기고, <체스 이야기>를 쓴 1년후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츠바이크 자신의 트라우마, 강박, 자아분열에 대한 이야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덧붙임 - 다만 꼭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의 마지막 역자 해설에서 <첸토비치의 심리적 전략과 B박사가 호텔 감방에서 당한 고문방식이 유사하다는 해석>을 근거로 첸토비치를 히틀러의 비유로 볼 수 있다고 제시하는데 이건 동의하기가 힘들다.

고전이 고전으로 남는 것은 다양한 해석과 생각을 끌어낼 수 있어서라고 하지만 과도한 해석 역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단지 저 한 장면으로 첸토비치를 히틀러에 대비시키는건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만약 츠바이크가 실제로 그런 의도로 썼다면 솔직히 실망이다. 이렇게 얄팍할데가......... 나는 츠바이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2. 낯선 여인의 편지

글을 잘 쓰고 실감나게 썼다고 해서 모든 글이 훌륭한 글이 되지는 않는다. 

역시 츠바이크니까 이 소설 역시 병적인 짝사랑에 빠진 여인의 마음 밑바닥까지 파고 내려가 그녀의 마음을 헤집고 헤집어 그 마음의 깊이와 모양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소설에 공감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가의 작품을 앞에 두고 피식거리며 코웃음을 치는 불경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이봐요 츠바이크 선생님! 

이것은 당신들 남자들의 로망인가요? 

어떤 여성이 이렇게 헌신적으로 나만 바라봐줬으면, 하지만 나의 삶의 어떤 부분도 변화시키려 하거나 간섭하지는 않는 그런 사랑을 내게 보내줬으면, 일종의 스페어 타이어같이 내가 언제나 꺼내 쓸 수 있는 하지만 필요없다면 끝내는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여인? 그런 사랑?


두말할 것 없이 츠바이크가 남성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잠시 기억을 되돌려 내가 읽은 츠바이크의 책 - 이 책을 포함하여 달랑 3권인데 - 그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남자였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 나오는 10명쯤 되는 인물도 모두 남자였고....

여성을 화자로 전면에 내세운건 <낯선 여인의 편지>가 유일했구나.....

편지속 여인은 열 세살 사춘기에 처음 소설가 어른 남자 R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이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 소녀의 이후 행동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녀는 지금 남자 R이 아니라 사랑을 사랑하고 있고,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춘기의 사랑이 그러하다. .

소녀의 사랑의 방식은 전형적인 자기애로서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에 그야말로 홀릭한 모습이다.

대부분은 어른이 되면서 제대로 된 사랑을 하고, 이런 집착적인 자기애에서는 벗어나게 되는데, 소설 속 여성은 그걸 벗어나지 못한다.

영원히 사춘기에 머무르는 여성이라니.....

이 여성의 짝사랑 상대인 남자 주인공 R은 아예 어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자이다. 

어른의 관계가 요구하는 책임을 감당할 생각도, 능력도, 심지어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츠바이크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심리적 유아기에 머문 사람들이 어떤 심리상태에 빠져 자기를 파괴하는지를 쓰고자 한 것일까?

프로이드를 굉장히 좋아하고 열심히 연구했고 심지어 평전까지 쓴 츠바이크는 이 소설로 프로이드 이론을 소설로 표현하고자 한 것일까?

아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이건 츠바이크가 쓴 <정신의 탐험가들>에서 프로이드에 대한 글을 읽어보고 좀 더 생각해보자. 

그럼에도 똑같이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인 남녀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그 자기중심성을 왠지 여성의 지고지순한 사랑이라고 덧칠하고싶어하는 남자의 치기어린 허위의식을 본 것 같아 소설을 보는 기분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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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18 16: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낯선 여인‘은 작가의 ‘나르시시즘‘ 을 여실히 보여준것 같아요ㅋㅋㅋ
재밌게 잘 읽었습니당^^*

바람돌이 2021-05-19 23:00   좋아요 1 | URL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런 작가의 나르시시즘은 저는 많이 불편하더라구요. ^^

붕붕툐툐 2021-05-18 16:4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ㅋㅋ저는 <낯선 여인의 편지>에서 여성에 감정 이입해서 나도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ㅋ 사랑의 문제에선 아직 사춘기에서 못 벗어난 1인이가봐요~ㅎㅎ

바람돌이 2021-05-19 23:02   좋아요 1 | URL
아우 툐툐님 저런 사랑은 하면 안돼요. 절대로 절대로!!!
저건 사랑이 아니라니까요. 자기애고 집착이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어른의 사랑을 해요 우리... ^^
그래도 사랑을 꿈꾸는 툐툐님 좋네요. 저처럼 나이들면 이제 저런 사랑 따위 귀찮아요. ㅎㅎ 그냥 이제 하나도 맘 안설레는 남편보고 등이나 긁으라면서 살래요. ㅎㅎ

scott 2021-05-18 17:00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영미권에서 츠바이크의 작품들이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부터 조금씩 번역 되었는데
이처럼 늦게 영어로 번역된 이유도 작품을 둘러싼 여러 비판이(특히 페미니즘을 연구 하는 문학 연구자들이 반대함) 만만치 않았습니다
바람돌이님이 지적 하신것 처럼 츠바이크가 남자들의 어린 여자를 향한 기이한 로망을 그리죠
프로이트와 서신만 으로 수백편을 주고 받으면서 아마도 작품의 영감을 프로이트의 환자들로부터 얻어냈을지 모릅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처럼
츠바이크의 작품속 남자의 로망은
요즘 현실에서도 ㅎㅎ

바람돌이 2021-05-19 23:05   좋아요 1 | URL
츠바이크의 작품이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반대로 번역이 늦었다구요. 처음 아는 사실이네요. 그런데 좀 의아스럽기도 해요. 그 정도인가? 다른 평전들을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만으로는 그렇게까지 혐의를 줄만큼은 아닌 것 같은데요. ??????
그런데 츠바이크 정도라면 굳이 번역이나 소개를 반대한다는게 저는 더 이상해요. 관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번역하고 읽고 논의를 하고 비평을 하는게 더 좋은게 아닌가 싶네요. ^^

Falstaff 2021-05-18 17: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낯선 여인....>을 마지막으로 츠바이크를 읽지 않고 있습니다.
한때 열광했으나 지금은 쌔~합니다.
언젠가 다시 읽겠지만 가까운 미래는 아닐 거 같습니다.
물론 제가 좀 까탈스러울 수도 있습니다만....

바람돌이 2021-05-19 23:10   좋아요 2 | URL
저는 츠바이크 책 이제 겨우 3권 읽어서요. 아직은 좀 더 읽어보려구요.
<감정의 혼란>과 <체스 이야기>는 너무 좋았고, <광기와 우연의 역사>는 평작이었고, <낯선 여인의 편지>는 꽝이고요. 한 작가의 책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널을 뛰게 만들다니 말이죠. ㅎㅎ
그래서 남은 소설인 <초조한 마음>이나 집에 2권이나 있는 아직 안 읽은 평전류도 일단 읽어보고 판단하려 해요. ㅎㅎ 다 읽다보면 Falstaff 님이 쌔하게 되는 지점이 어떤 지점일지 살짝 감이 잡히기도 하긴 하는데 역시 책은 읽어보고 판단하는게 맞겠죠? ㅎㅎ

새파랑 2021-05-18 17: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낯선 여인의 편지>도 너무 잘 읽었어요. 그 감정을 짜내는,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이 잘 느껴져서 좋았었는데. 생각해보면 말이 안되긴 한거 같아요 ㅋ

바람돌이 2021-05-19 23:12   좋아요 2 | URL
소설이 말이 안된다고 안좋은건 아니잖아요. 어차피 대부분의 소설은 말이 안되는걸 얼마나 말이 되게 하느냐가 더 관건인듯요. ㅎㅎ 어쩌면 저에게 <낯선 여인의 편지>가 진짜 아니었던건 제가 너무 늙어서 그럴 가능성이 더 많을듯해요. ^^ 저는 제가 나이들어가는게 너무 좋은데 가끔 딱 하나, 감동할거리가 줄어든다는건 좀 슬프더라구요. ^^;;

잠자냥 2021-05-18 17:3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도 한계가 있지요. 그럼에도 저는 츠바이크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기에 ‘빻은 작가‘라는 시선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가 쓴 마리 앙투아네트 전기를 읽으면 확실히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coolcat329 2021-05-18 19:54   좋아요 2 | URL
네 저도 동감입니다 ~~

Falstaff 2021-05-18 20:49   좋아요 5 | URL
저도 동감입니다. <낯선 여인...> 이후에 츠바이크를 안 읽는 건 여성주의하고는 관계가 거의 또는 전혀 없답니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영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 가운데 한 명인 존 골즈워디의 <사과나무 아래서>를 떠올렸고, 다 읽기까지 두 작품 사이의 변별력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독자의 마음에 가장 효과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제가 자주 얘기하는 ‘뽕끼‘인데, <낯선 여인...>과 <사과나무...>는 훌륭한 뽕끼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뿔싸, 넘으면 곤란한 선을 밟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습지요.
ㅋㅋㅋㅋ 제가 뭘 알아야지요. 근데 독자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진리 아닙니까? 물론 저만의 진리이지만 말씀입니다.

바람돌이 2021-05-19 23:32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저도 겨우 이 작품 하나로 츠바이크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빻은 작가로 보는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낯선 여인의 초상>은 어쩌면 츠바이크가 소재를 잘못 선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더 들어요. 자신이 잘 모르는 여성의 심리에 대해서 과잉의욕을 부리다가 실패한게 아닌가 뭐 이런 느낌이 강해요.
츠바이크의 책을 더 읽어보면 이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겠죠. 잠자냥님이 말한 마리 앙투아네트 전기도 집에 있는데 읽어봐야겟네요. ^^

제가 츠바이크에게서 받는 느낌은 어쩌면 Falstaff 님이 말하는 뽕끼에 대한 쌔한 느낌이 더 맞을 거 같아요.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서 느낀게 그거거든요. 역사 서술에서 지나친 감정이입은 독자를 한없이 빨려들어가게 하기도 하지만 이게 선을 넘으면 견강부회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위험?
어쨌든 저는 아직은 츠바이크가 소설가로, 인간의 심리묘사에 아주 탁월한 작가라는 것 외 나머지 평가에 대해서는 유보적입니다.

희선 2021-05-19 0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지는 않았지만 어딘가에 갇혀 지낸다는 말을 보니 《모스크바의 신사》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그래도 이 소설에서는 거기가 호텔이어서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군요 저도 <낯선 여인의 편지> 이야기 다른 분이 쓴 글 보고 한사람을 그렇게 오래 좋아하다니 했는데, 남자여서 그렇게 썼나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둘 다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다니... 소설이어서 그런 실험을 해 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5-19 23:34   좋아요 0 | URL
<모스크바의 신사>라는 책은 처음 들어서 또 찾아봤어요. 굉장히 색다른 소재라 호기심이 생기네요. 항상 알라디너님들한테서 좋은 책을 소개받아 행복합니다.

감은빛 2021-05-21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을 지난 달에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아직 주문을 안 하고 있었네요.
어서 주문해야겠어요. 바람돌이님 덕분에 빨리 이 책을 읽고 싶어졌어요. ^^

바람돌이 2021-05-26 09:19   좋아요 0 | URL
주문하셨나요? 아 저는 이거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걸 했어요. 왜냐하면 딱 반반이니까요. 좋은거 반, 나쁜거 반. ^^
 

남자들은 우주의 법칙을 주장하는 면모에서 신비 할정도로 일치했는데, 그것이 존경스러워 브루톤 여사는 그들에 관한 판단을 자주 보류하였다. 하지만 여자들은 아니었다. 남자들은 어떻게 문제들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알았고 말해진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래서 만약에 리처드가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고 휴가 그녀를 위하여 편지를 써준다면 어찌되었든지 옳다고확신하였다.  - P145

그녀가 사랑하는것은 오직 삶이었다. "그것이 내가 파티를 여는 이유야." 그녀는큰소리로 삶을 향해 말했다.
- P163

나는 사임한다고 저녁은 말하는 듯했다. 호텔의 흉벽과 곰팡이가 피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 평평한 지붕, 그리고 상점들이 들어 있는 큰 건물위로 창백하게 스러져가면서 말이다. 나는 사라지오, 나는 자취를 감추오, 저녁은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런던은 그 어느것도받아들이지 않고 총검을 하늘에다 들이대며 저녁을 거기에다 단단히 붙잡아 매고 향연에 참여하라고 강요하였다.
- P217

"우리가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어요. 아주 슬픈 사건이었어요.
젊은 남자가 (그것이 윌리엄 경이 댈러웨이 씨에게 이야기하고있는 것이었다) 자살을 했어요. 그는 군대에 갔다 왔대요." 아! 클러리서는 생각했다. 내 파티 한중간에, 죽음이라니.
- P246

브래드쇼 부부가 그녀의 파티에 와서 죽음에 대해서 얘기하는이유가 뭐람? 한 젊은 청년이 자살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녀의 파티에 와서 그 얘기를 했다 - 브래드쇼 부부가, 죽음에 관한이야기를 했다. 청년이 자살했다 - 한데 어떻게 죽었지? 갑자기어떤 사고에 관해서 들으면, 언제나 그녀의 육신이 먼저 경험했다. 그녀의 드레스에 불이 붙었고, 그녀의 육신이 타올랐다. 그는창문에서 몸을 던졌다. 휙 하고 땅바닥이 솟구쳐 올랐고, 녹슨 담위의 철책이 이리저리 그의 몸을 멍들이면서 뚫고 들어갔다. 뇌가 쿵 쿵 쿵 울리면서, 거기 누워 있었다. 그리곤 어둠 속의 질식.
그렇게 그녀는 그것이 보였다. 하지만 왜 그는 그 짓을 했을까?
게다가 브래드쇼 부부는 그녀의 파티에서 그 얘기를 했다!
- P246

리처드 덕분이었다. 그녀는 결코 그렇게 행복해본 적이 없었다. 어떤 것도 만족스럽게 누릴 수가 없었다. 어떤 것도 너무 오래라고 생각될 만큼 지속되지 않았다. 의자들을 바로하면서 책꽂이위에 책 한 권을 밀어넣으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젊음의 승리를마감하고, 살아가는 일에 몰두하며, 해가 뜰 때, 날이 저물어갈 때,
기쁨으로 깜짝 놀라 다시 하늘을 쳐다보는 것에는 어떤 즐거움도 비길 수가 없지. 부어톤에서 그들이 모두 얘기하고 있을 때 여러번 그녀는 하늘을 보러 갔다. 혹은 만찬 때 사람들의 어깨 사이로 보았다. 런던에서 잠을 이룰 수 없을 때도 보았다. 그녀는 창가로 걸어갔다.
- P248

"나도 갈게요." 피터가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잠깐 동안 그대로앉아 있었다. 이 두려움이 뭐지? 이 황홀함은 또 무얼까? 그는 혼자서 생각했다. 나를 이상한 흥분으로 가득 채우는 이것은 무엇일까?
클러리서로군, 그가 말했다.
왜냐하면 거기에 그녀가 있었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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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16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꼭 읽고싶어요^^

바람돌이 2021-05-16 22:14   좋아요 1 | URL
음 저는 등대로가 더 좋네요. ^^
 
지지 않는 하루 - 두려움이라는 병을 이겨내면 선명해지는 것들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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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에세이를 읽는건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다.

좋은 친구를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듯, 좋은 에세이를 만나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젊고 어렸던 시절에는 사람을 가려 만나지 않았다.

내 맘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도 열정적으로 다가갔고, 대화를 통해 공통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물론 대부분의 그 노력은 성공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은 다르구나로 끝났지만....

지금은 가려서 만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에게 나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늙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의 시간과 정성을 아낌없이 줄 뿐이다.


에세이 역시 그렇게 고른다. 

얼마 전에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이란 에세이를 읽었는데, 좋은 에세이였지만 내가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작가의 책임이 아니라 이미 나는 작가가 겪고 있는 시절을 너무 오래 전에 지나와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과 나와의 만남에도 좋은 글이어야 한다는 것 외에도 만남의 시기가 적절해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에세이를 만나면 마치 오래된 좋은 친구를 만난 듯, 얼굴에서 웃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 책의 작가도 그런 관계의 소중함을 얘기한다. 


관계의 편안함은 일종의 공기 같다. 나이들수록 친구는 자유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관계는 생물 같아서 결코 노력으로만 얻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에게 편안한 존재로 늙어가는 건 일종의 선물이다. 오랜 세월 한 사람이 겪는 변화는 누구도 점칠 수 없기 때문이다.   - P158


나라면 여기에 약간의 말을 추가할 것 같다.

새로이 만난 사람 중에서도 때로는 오래 된 친구같은 편안함을 주는 인연들이 있다는 것을.....


오늘 저녁을 먹고 손에 잡은 이 책을 하루만에 다 읽어버리고는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편안함과 공감을 느낀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맞아, 이런 마음 알겠어. 그렇지. 아 이런 생각은 멋지네, 나랑 닮은 곳이 많은 거 같네. 아 이런 생각은 못해봤는데 내가 만약 이런 경우를 당한다면 이 말을 꼭 기억해둬야겠어"등등....


살아낸다는 것이 쉬웠던 적은 한번도 없다.

남들 역시 그러함을 안다. 

며칠 전 점심을 먹으면서 직장동료가 우리가 공통으로 아는 누군가를 호명하며 "그 사람은 정말 아이들도 잘 크고, 알아서 결혼도 잘하고, 그이가 젊은 동안 재테크 -부동산인듯 - 열심히 해서 돈도 많고.... 진짜 너무 부럽다"라고 한다.

이 사람은 직장동료지만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바로 이런 얘기를 너무 남발하기 때문이다. 재미없다. 

직장동료는 그 사람이 아무 걱정도 없이 너무나 편안하게 사는 듯 얘기하며 부러워하지만 실제로 그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그 부러움을 받고 있는 이가 재테크에 열중하기 위해 희생한 생활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 희생한 부분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형태일 수 있기에 솔직히 나는 저런 얘기를 들어도 부럽지 않다.

"00씨, 자기는 부동산 재테크 한 적 있어요?"

"아니"

"할 마음은 있어요?"

"난 못하지"

"아 그건 로또를 안 사고 로또 당첨되기를 바라는 거잖아. 왜 부러워해요? 그냥 사는 방법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것 뿐인데? 00씨 먹고 살만하잖아요"(아 난 이런 쓸데없는 돌직구를 한번씩 던지는 바람에 적을 만든다. 이런 식의 대화법은 사실 상대를 변화시키거나 설득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제발 나한테 이런 얘기 좀 하지마라고 하는 일종의 경고다. ㅠ.ㅠ) 


 각자 즐거움을 연주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인간은 이 부조리한 삶의 희생자일 뿐이다. 유한한 삶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고통에 대한 두려움,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두려움이라는 병의 백신은 자신만의 즐거움을 연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보르헤스 시의 한 구절처럼 세월의 횡포를 음악과 속삭임. 그리고 상징으로 바꾸기 위해서..... - 저자 서문


그러므로 이 책은 작가 이화열이 자신의 삶을 연주하는 법을 보여주는 책이다.

나에게는 희열을 안겨 준 이 책이 모두에게 맞지는 않을 것이다. 

또 모두에게 맞는 책이 좋은 책인 것도 아니다.

다만 작가의 삶의 연주법에서 나의 삶의 연주법을 하나라도 찾아내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을 일이다.

얘기하고 싶지 않은 현실의 인간관계를 벗어나 때로는 이렇게 책을 통해 친구를 구하기도 하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1부에서는 작가의 일상이 펼쳐진다.

사실상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은 묘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별것없는 일상은 쓰기 어려우면서도 바로 그 어려움 때문에 작가의 문장과 삶에 대한 태도가 빛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빵 만드는 사람의 기분처럼 빵가게 맛은 매일 똑같은 맛이 아니다. 하지만 단골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가끔은 망한 트라디시옹을 감수한다. 만약 매일 완벽한 빵을 산다면 완벽한 맛에 대한 경탄은 당연함과 식상함으로 바뀔 터이니. (17쪽)


책의 첫 에세이 속 이 문장에서 나는 이 작가에게 반할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망한 빵에서 완벽한 내일의 빵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건강함이, 맛있는 빵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귀퉁이를 파먹어버리고는 그걸 탓하는 남편에게 "오늘은 진짜 더 맛있어. 얼른 먹어봐"라고 눙치는 감정의 여유가 작가의 마음이 건강함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작가는 자신이 못하는 것을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난 정말 크레프를 잘 만들어. 그래서 그걸로 내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었어라고 자신을 긍정하며, 오십견에 티타늄 이식 수술을 권하는 남편에게 "...내 어깨를 내 마음대로 하지. 그럼 당신 말 듣고 어깨를 자르겠니?"라고 당당하게 나의 생각을 말하는 그녀가 사랑스럽다.(아 참 이분은 나보다 나이가 많으시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1부의 글들에는 일상이니만큼 그녀의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근사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프랑스인과 결혼에 파리에 산다는 점 때문에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호수 벤치에 앉아 구부린 등을 하고 책을 꺼내 읽는 시부모님의 모습은 나의 로망이고, 버스 정류장에서 "조심해. 내일이 바로 여성의 날이야. 성차별이라면 지긋지긋하다고. 물론 여성과 남성의 지각 능력이 다르다는 걸 반론하는 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노부인을 나도 만나고 싶기도 하다.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디자이너고 글을 쓴다는 환자에게 "그럼 내가 당신에게 좋은 책의 주제를 준겁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유머감각과, 비극적일 이유가 없다.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지금 방금 나에게 일어난 것 뿐이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강함이 부럽기도 하다. 

인간의 마음의 강함은 이렇게 불행을 받아들일 때 드러난다. 


그렇게 그녀는 암에 걸렸고, 이제 그녀의 일상은 병과 함께 전개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은 투병기가 아니다. 

암조차도 일상으로 받아들이면서 병에 걸리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상이 다르게 펼쳐놓는 감정과 순간들을 여전히 삶의 한 부분으로 소중히 그리고 있다.

그래서 작가의 투병기는 악착같음도 절망도 아닌 그저 삶의 또 다른 전개일 뿐이다.

아직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결국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계속될 이 지구의 역사에서 나 하나의 죽음이 다른 죽음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죽음이 두려움이 아니라 그저 생의 한 부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병에 걸렸을 때 오히려 삶이 생생해지는 경험은 '개나 소나 하는 운전인데'처럼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고, 내가 예외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면 억울함으로 나의 삶을 소진시키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녀를 수술한 의사의 말처럼  수술 이후에는 삶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삶말이다.


병이 주는 고통과 함께 인간을 갉아먹는건 오히려 병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고통의 순간 그 자체보다 고통의 순간을 미리 예견하며 닥치는 두려움, 남겨지는 자들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내가 두렵다고 아무리 되뇌어도 고통의 순간이 미뤄지는 것은 아니며, 남겨지는 자들은 그런대로 또 살아갈 것이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 두려움에 잠식되지 말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 남겨지는 자들이 아니라 함께 사는 이들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계속 대하는 것. 그래서 항암투병 때문에 머리를 자른 그녀에게 여기서 머리가 더 빠지면 군인처럼 싹 밀면 되죠라고 미용사와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엄마 어제보다 더 예뻐라는 아이의 말에 기뻐하고, 항암투병이 끝나는 6개월 뒤에 출산하는거야. 이번에는 아이가 아니라, 새로운 자신을이라고 말하는 남편에게서 위로를 받는 그런 일상을 두려움 때문에 날려버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일상은 계속되고 그 일상속 소소한 깨달음은 언제나 찾아온다.

그리고 그 깨달음에 사실상 행복의 비밀이 있다.

작가가 인용한 레이먼드 카버의 짧은 시에 작가가 생각하는,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삶의 비밀. 

단지 그것이 다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이 생에서 바라던 것을 얻었니?

응.

뭘 원했는데?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것.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사랑받았다고 느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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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5-16 02:4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자신한테 다가온 병도 그대로 받아들이다니, 누구나 그러기는 쉽지 않은 듯해요 지금까지 그렇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살아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기 죽음보다 가까운 사람 죽음을 더 두려워하지 않나 싶어요 남을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친구 같은 책을 만나서 좋은 시간 보내셨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1-05-16 02:59   좋아요 6 | URL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내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가까운 사람-가족의 죽음인듯한데, 주변의 죽음을 맞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도 딱히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실제로 우리가 죽음을 어떤 식으로 맞을지는 사실 닥쳐보지 않으면 누구도 알수 없다는게 정답일듯도 해요.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내내 저는 행복했습니다. ^^

scott 2021-05-16 10: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밑줄 쳐주신 이에세이의 명구 만큼
바람돌이님의 생각 인생이 담긴 철학에 공감이 300배!
[새로이 만난 사람 중에서도 때로는 오래 된 친구같은 편안함을 주는 인연들이 있다는 것을
살아낸다는 것이 쉬웠던 적은 한번도 없다.
얘기하고 싶지 않은 현실의 인간관계를 벗어나 때로는 이렇게 책을 통해 친구를 구하기도 하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한 방법]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던 세상 인간 관계,,,
이렇게 책한권에 자신의 삶의 경험을 담아 내면서 묵묵히 병과 투병 하고 계시겠죠.
현재 읽고 있느 차프스키의 책‘무너지지 않기 위하여‘에서 죽음의 수용소 속에서 영하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차픕스키가 기억을 되살리며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강의를 합니다. 수용소 수감자들은 내일,아니 지금 이순간 죽게 되는데도 모두들 한자리에 모여서 프루스트의 강의를 듣는 장면에서 설사 비참하게 죽을 지라도 프루스트 강의를 듣는 순간 만큼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는 존엄함을 지키려고 노력 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우리 일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렇게 책한권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달아가면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1-05-16 21:35   좋아요 3 | URL
댓글이 이렇게 감동적이라니요. 제 글보다 scott님 댓글이 더 좋아요. ^^
차프스키의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감동적일 것 같네요. 프리모 레비가 나치 수용소에서 가장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기 몸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이라는 말이 기억나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의 다른 말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프루스트 강의를 하고 듣는 것도 그런 의미겠지요.

페넬로페 2021-05-16 10: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이 책 읽었는데 문장들이 너무 좋더라고요^^바람돌이님의 말씀처럼 좋은 에세이는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5월에 바람돌이님과 읽는 책이 많이 겹치는 것 같아 반가워요^^

바람돌이 2021-05-16 21:38   좋아요 3 | URL
댈러웨이 부인과 이 책. 같은 책을 읽고 있다고 하면 기쁘기부터 하는거 저만 그런거 아니라서 더 좋네요. ^^
모든 좋은 에세이가 나에게 다 좋은건 아닌데 이 책은 정말 쉽고 가볍게 썼지만 들어있는 마음과 의미들은 한번씩 더 되새기면서 내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더라구요.

붕붕툐툐 2021-05-16 12: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며 저 마지막에 쓰신 시가 참 좋았더랬죵! 나이 들었는지 애들 얘기 잘 못 읽겠어요.. 공감이 잘 안되더라구요~ 이 책도 좋았지만 저에겐 너무 판타지였어요. 모든 인간이 너무 완벽해서요!ㅎㅎ

바람돌이 2021-05-16 21:39   좋아요 2 | URL
이 책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으셨군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펌프질 열심히 해야 할듯요. ^^ 모든 인간이 완벽하다기 보다는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일상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주는 모범 답안 같았다고 할까요? ㅎㅎ 저도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잘 살아야 하는데 아.....ㅠ.ㅠ

새파랑 2021-05-16 12: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시 너무 좋네요. 나만의 행복을 찾는게 정말 중요한거 같아요. 타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그런 것~!! 저는 좋은 책을 만나는게 그런 행복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말에 좋은 책 만나셨다니 부럽습니다^^

바람돌이 2021-05-16 21:41   좋아요 2 | URL
레이먼드 카버를 정말 좋아하는데 저런 시를 쓴줄은 몰랐어요. 사실 카버의 삶은 그렇게 사랑받은 삶은 아니었던거 같은데 아마 더 절실했던걸까요? 주말이 끝나서 안타깝지만 이번 주에는 또 부처님 오신 날이 있으니까하고 힘내봅니다. 우리나라에는 종교가 좀 더 다양화 될 필요가 있어요. 더 많은 휴일이 생기도록 말이죠. ㅎㅎ

han22598 2021-05-16 15: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각자 즐거움을 연주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인간은 이 부조리한 삶의 희생자일 뿐이다.˝ 이말 맘에 들어요^^ 각자의 삶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왠지 자신의 인생도 잘 가꿔나갈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면서..나는 그러고 있나 하는 의문도 드네요. 이책 주문해야겠어요 ^^

바람돌이 2021-05-16 21:42   좋아요 1 | URL
후회하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그외에도 몽테뉴의 말들도 많이 나오는데 다 좋더라구요. 이분은 몽테뉴를 아주 좋아하신대요. 저는 못읽은..... ㅎㅎ

mini74 2021-05-16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아요. 나와 결이 닮은 글을 만나고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작가를 만나면 더 많이 감동하고 더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바람돌이님 리뷰 참 좋아서 자꾸 읽게 되네요 *^^*

바람돌이 2021-05-16 23:56   좋아요 1 | URL
와우 칭찬 감사합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수록 리뷰를 쓰기도 편한거 같아요.

프레이야 2021-05-18 16: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영화 화장에서 오상무가 아내의 뇌종양을 재진단한 의사에게 그건 왜 생기나요 라고 물으니 의사가 어떤 생명더러 왜 태어났느냐고 물을 수 없듯이 그런 거라고 대답하던 장면이 떠올라요. 바람돌이 님에게 안부 전하고 싶었네요. 귀여운 해아는 이제 숙녀가 되었겠죠^^

바람돌이 2021-05-19 23:37   좋아요 0 | URL
와!!! 프레이야님 진짜 오랫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귀여운 해아는 숙녀가 아니라 시니컬하고 뚱한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가끔 서재에서 이렇게 오래전 알던 분들을 만나면 너무 좋아요. 프레이야님은 아이들이 이제 다 커서 성인이 다 되었을듯...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프레이야 2021-05-20 00:17   좋아요 0 | URL
고등학생이군요. 그땐 그렇죠 한창 이쁠 때지요. 지금은 모르겠지만요. 나중 알게 되겠지요. 세월 참 많이 흘러도 여전한 것들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요. 울딸 둘은 다 컸지요. ^^

바람돌이 2021-05-20 00:51   좋아요 0 | URL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내 세상이다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큰딸이 대학 가고 나니까 진짜 확 편해진 경험을 하니까 진짜 시간아 빨리 가라 하고 있어요. 그래서 다 키운 프레이야님 부러워요. ㅎㅎ

감은빛 2021-05-21 16: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께서 지인 분에게 던졌다는 돌직구를 저도 가끔 던져요.
그래서 적이 많다는 것도 저랑 비슷하네요.
게다가 저 역시 말씀하신 것처럼 그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나에게 혹은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지 말아달라는 뜻으로 하거든요..

저는 누군가 제게 돈, 로또, 복권, 도박, 주식, 부동산 이런 이야기 하는 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며칠 전에 친한 친구가 자꾸 제게 로또 이야기를 반복하길래 싫은 티를 팍팍 내고 말았어요. ㅎㅎ

와! 바람돌이님께 이렇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군요.

바람돌이 2021-05-26 09:19   좋아요 1 | URL
아 우리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은 공통점인듯해요. ㅠ.ㅠ
하지만 이제는 내가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은 인간관계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고,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나의 에너지를 어느정도는 관리해야겠다 싶기도 해요.
아마도 이것도 나이들어서 기가 딸려서 그런거 아닐까요? ^^

공쟝쟝 2021-05-31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책은 정말 좋은 친구가 되는 것 같아요. 에세이 살포시 담아놓습니다 ^^

바람돌이 2021-06-01 11:21   좋아요 1 | URL
저도 공쟝쟝님의 닮고싶은 사람을 보여준 에세이를 살포시 담아놓았습니다. ^^

scott 2021-06-04 2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예감 적중!
바람돌이님 명품 리뷰
이달의 당선작!!
추카~추카~~

그레이스 2021-06-04 20:22   좋아요 2 | URL
닉네임 오타요~~^^
scott님 바쁘시네요
친절도 부지런함이 필요한듯!
바람돌이님 축하해요

scott 2021-06-04 20:34   좋아요 3 | URL
바람돌이님 오시기전에
수정함요 ㅎㅎ
그레이스님 캄솨^.~

바람돌이 2021-06-05 02:15   좋아요 2 | URL
앗 닉네임 오타 그대로 두시지 그러셨어요. 궁금하잖아요. ㅎㅎ
스콧님 그레이스님 모두 축하 감사드려요.
두분도 같이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이번 주말은 오랫만에 날씨도 좋던데 편안하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모나리자 2021-06-04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바람돌이님~
주말도 행복한 시간 되세요~^^

바람돌이 2021-06-05 02:17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모나리자님도 주말 편안한 휴식의 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06-04 2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경축! 축하드려요 ㅋ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1-06-05 02:17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도 축하드려요. ^^ 즐겁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초딩 2021-06-05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앙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바람돌이 2021-06-06 00:5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 이관왕! 더더 축하드립니다.
남은 일요일 편안한 휴식 되세요. ^^

프레이야 2021-06-06 1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당선 축하드려요 ^^ 그옛날 서재에서 북적북적하며 축하하고 받고 이벤트 릴레이하고 그러던 때가 가끔 그립군요.

바람돌이 2021-06-07 02: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시절의 여러분들 많이 그리운데 요즘은 정말 잘 안오시더라구요. 가끔 한 두분씩 드문 드문 오시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어요. 프레이야님처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