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만난 술친구 여자 5명이 함께하는 해외 첫 여행을 갔다. 

일단 집을 버리고 가면 무조건 기쁘다. 

사실 포르투갈이 아니라 발리를 가기로 하고 항공권까지 끊었는데 그놈의 중국동방항공이 스케쥴을 지들 맘대로 조정하면서 우리 표를 날려먹었다. 재조정된 표로 변경 가능하지만 문제는 우리 일정이 막 꼬이기 시작해서, 할 수없이 취소하고 다시 티켓팅하려니 가격이 장난아니게 올라 버린 것이다. 아 이 가격에는 그것도 중국 동방항공 타고는 못가지.

다른덴 없나 하고 항공권 검색 돌리다가 포르투갈 리스본 인아웃이 매우 저렴하게 떠있는거다. 

"야 우리 포르투갈 가자. 비행기표 싸다" 이렇게 시작된 포르투갈 9일 여행, 여행 준비기간이 짧아서 좀 슬펐다. 심지어 짧은데다 가장 바쁜 시기와 겹쳐서 더더욱 소홀했어. 나의 취미는 여행준비인데 말이다. 


여행이야기를 어떻게 쓸까 잠시 고민했는데 잘 모르겠다. 예전엔 그냥 날짜 순서대로 썼었는데 이번엔 그냥 쓰고 싶은 순서대로 써보자 싶다. 어디서 멈출지는 쓰다보면 나오겠지.....


1. 포르투갈은 겨울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 나는야 날씨요정 인증!!

봄가을이 좋은거야 어디든이겠지만 의외로 겨울에 괜찮은 곳은 별로 없다. 스키타고 눈 놀이 하자며 아예 겨울 테마로 가지 않는 이상은. 하지만 포르투갈은 역시 지중해성 기후의 혜택으로 겨울이 딱히 춥지 않다. 우리나라 부산 정도의 날씨. 다만 지중해성 기후는 겨울이 우기라 비가 자주 온다는게 흠인데 내가 막 큰소리 쳤었다. 

" 나 이래봬도 날씨요정이야!" ㅋㅋ

근데 진짜 한 달의 반이 비가 온다는 포르투갈에서 비 딱 한번 만났다. 첫째날 코임브라에서.

하지만 딱 비오는 그 시간에 우리는 전망좋은 레스토랑에서 비내리는 도시 전망을 즐기며 밥을 먹었지.

밥먹고 나니 거짓말처럼 비가 개었고, 그 이후로 우리가 도시를 떠나고 나면 비소식이 있는 날들의 연속.

나는야 비를 피해다니는 날씨요정 인증 받았다. ㅋㅋ



리스본 공항에서 내려 버스 2시간 20분 타고와서 도착한 코임브라.

코임브라 대학의 도서관을 보러 온 도시인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아래 사진의 오른쪽이 레스토랑이다. 여기 딱 도착했을 때 막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이 사진의 오른쪽이 바로 우리가 갈 레스토랑이다. 운도 좋지. 사진 속 우산 쓴 애는 내 친구





식당에서 바라보면 이런 전망이다.

비가 안왔으면 밖에서 전망을 즐기며 밥 먹었을 텐데 그건 조금 아쉬웠다.




2. 포르투갈 사람들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보면 주인공은 우연히 마주친 포르투갈 여성의 포르투갈어 발음에 매료된다. 그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리스본에서 코임브라 가는 버스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무려 30분을 전화통화를 하는거다. 그런데 진짜 그 소리가 하나도 안 거슬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작은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하는데 약간 BGM 느낌이다. 억양이 강하지 않고 낮게 깔리는 듯한 발음이랄까? (옛날에 이탈리아에서 버스에서 1시간 넘게 얘기하던 여성과 같이 탄적이 있었는데 그 땐 진짜 미치는줄 알았다. 이탈리아어 진짜 시끄러워) 

이후 여행지에서 만나는 포르투갈 사람들이라야 다 관광지 사람들이니 대부분 친절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약간 무뚝뚝하거나 수줍거나 해서 처음에는 딱히 친절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부탁하는건 다 들어주더라. 결론적으로 츤데레 스타일의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길거리에서도 뭔가 우리가 곤란해보이면 꼭 누군가가 나타나서 도와주더라.

다른 유럽지역보다 소매치기가 딱히 눈에 띄지 않아 안전면에서도 편안하게 다닐 수 있었던.... 다시 가고 싶은 포르투갈이다.



3. 포르투갈의 부러운 교통 문화

아 정말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나 횡단 보도 아닌 곳에서 길 건너려고 서 있으면 대부분의 자동차가 무조건 선다. 그리고 팔을 내밀어 길 건너라고 신호해준다. 보행자 중심의 교통 문화가 진짜 철저하다. 소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리스본 같은 대도시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가끔은 곤란할 때도 있다.


이런 길에서 길이 예뻐서 길 가운데서 사진찍을려고 자동차 지나갈 때까지 서 있다가 자동차 안올 때 길 한가운데서 인증샷 찍어 볼려고 기다리는데 지나가는 자동차 마다 차를 세우고 어서 지나가라고 손짓이다.

괜찮다고 어서 가시라고 손짓하면 그쪽이 내가 지나갈 때까지 손짓한다.

도대체 의미 없는 길을 몇 번이나 건넜는지.... ㅎㅎ 






4. 포르투갈의 교통비

포르투갈 여행에서 좋은 점 하나 교통비가 정말 싸다. 기차표는 미리 예약하면 우리나라 ktx의 반값 정도. 도시간 연결 버스는 미리 프로모션가로 끊으면 아 진짜 황송할 정도로 싸다. 리스본에서 코임브라는 2시간 20분 거리인데 프로모션 표 값이 2.9유로였다. 우리 돈으로 5천원도 안된다니.... 포르투갈은 우리 나라랑 면적이 비슷한데 인구가 천만밖에 안된단다. 그래서 고속도로는 막힘 없이 쾌적했고 정시 도착이다. 다양한 교통수단을 타보고 싶어서 기차도 타봤지만 다음에 또 여길 간다면 아마 버스만 타고 다닐 거 같다. (기차의 승차감은 고속 열차인데도 멀미 날듯 안좋음)

시내 교통에서도 우리나라 카카오택시 같은 볼트택시가 있는데 엄청 편리하고 가격은 우리나라 택시비의 반정도 나온다. 그래서 짐있을 때는 무조건 볼트 택시 불러 다녔고, 짐 없을 때도 포르투 같이 언덕 심한 도시에서는 택시 타고 다녔다. 택시 기사님들도 1명 빼고 다 친절. ^^(1명은 짐을 안 내려줘서 불친절 ㅎㅎ)


기차역들은 대부분 아담하고 한산했다.

코임브라에서는 택시가 역사도 아니고 바로 철로변에 내려줘서 당황. ㅎㅎ 

리스본의 오리엔테역은 수도의 기차역답게 웅장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들어가보지도 못했고,





쓰다 보니 밤이 늦어서 다음편에 계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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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5-13 0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2월에 뽀르뚜와 리스본만 다녀왔는데 좋더라고요. 앞으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바람돌이 2024-05-13 15:01   좋아요 0 | URL
hnine님도 다녀 오셨군요. 한적하게 걸어 다니기에 정말 좋은 도시였어요. 리스본도 포르투도요. 저는 hnine님 여행기도 보고 싶어요. ^^

stella.K 2024-05-13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보행자 중심이 꼭 좋은 것마는 아니군요. 울나라도 교통비 싸게하는 정책이 차츰 나오고 있으니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역시 리스본하면 야간열차 생각나는데 정작 그 나라사람들은 그 소설 많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잘 읽었습니다.^^

바람돌이 2024-05-13 15:04   좋아요 1 | URL
그저 포르투갈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다였습니다. 실제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운전 원칙일듯해요. 우리도 빨리 저런 시각이 정착되어야 하는데 싶었어요. 요즘 대중교통비를 한달 상한선을 정해놓고 그 이상되면 공짜로 다니게 해주더라구요. 우리집 애들이 열심히 쓰는 것 봤어요. 대중교통 정책은 그렇게 가는게 맞을거 같아요. 포르투갈 사람들ㅊ이 그 책을 많이 알고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서점에서 잘 안보이덙걸요. ㅎㅎ

chika 2024-05-13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르투갈은 푸른색!!
가보고 싶은 곳인데 부럽기만 하군요. 아직 스페인도 못가본처지인지라...

- 근데 정말 바람돌이님, 날씨요정, 소원요정이신거 증명완료입니까? ㅎㅎ

바람돌이 2024-05-13 15:06   좋아요 1 | URL
포르투갈은 푸른 색 아줄라주의 나라죠. 나중에 아줄라주 벽화사진도 올릴게요. 보통 스페인이랑 포르투갈 묶어서 많이 가는데 이렇게 따로가는 것도 여유있어서 괜찮았어요. ^^

현재까지 저는 딱 한번 날씨 때문에 고생한 거 빼고는 90%정도 날씨요정 맞습니다. ㅎㅎ

chika 2024-05-13 15:29   좋아요 1 | URL
오옥. 그렇죠. 벽화가 예술인거죠!!!

시간과 돈과 체력이 된다면야 따로 가야지요. 가볼곳이 얼마나 많은데. ^^

햇살과함께 2024-05-13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래요정 아니고 날씨요정 ㅎㅎ 포르투갈 가보고 싶은 페이퍼!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바람돌이 2024-05-13 16:18   좋아요 1 | URL
제가 남의 소원은 못들어드립니다. 바람돌이는 무늬만 바람돌이.... ^^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bookholic 2024-05-13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산하고 좋아보입니다~~^^ 부럽~~
즐거운 여행되시고,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바람돌이 2024-05-13 16:27   좋아요 1 | URL
저 이거 지난 1월에 다녀온거예요. 지금은 열심히 직장에서 돈벌고 있습니다. ㅎㅎ
겨울 여행은 좀 한산하다는 장점이 있긴해요. 그 외는 죄다 단점이지만요. ^^

페넬로페 2024-05-13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르투갈도 넘 가고 싶어요.
언젠가는 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일단은 바람돌이님의 여행기로 눈요기 하겠습니다^^

바람돌이 2024-05-14 09:25   좋아요 0 | URL
저도 늘 언젠가는 갈 수 있을거야하다가 간걸요. 가고 싶은 맘이 있으면 모두 언젠가는 갈 수 있지 않을까요? ^^

새파랑 2024-05-13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르투갈 하면 리스본행 야간 열차가 생각납니다~! 부럽네요 포루투갈 ㅜㅜ
이번생에는 가보기 힘들거 같군요 ㅜㅜ

술친구 여자 5명 이라니 부럽습니다 ㅋㅋ

바람돌이 2024-05-14 09:26   좋아요 0 | URL
정작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스위스 작가가 독일어로 쓴거더라구요. 포르투갈 사람들도 이 책을 많이 읽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서점에서는 잘 안보이더라구요. 제가 못 찾은거겠죠? 나온지도 한참 된 책이고요.
어쨌든 저도 저 책이 워낙 강렬해서 약식이라도 리스본행 야간 열차를 타보긴 했는데 별건 없더라구요. 그냥 밤에 도착할 뿐.... ㅎㅎ

희선 2024-05-17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래 가려던 곳이 아니었지만, 포르투갈에 가시게 돼서 더 좋으셨을 듯합니다 책은 못 봤지만 리스본 하니 그 소설이 떠오르네요 포르투갈 사람들 친절하다니 그것도 좋았겠군요 비가 자주 오는 곳인데 바람돌이 님과 일터에서 만난 친구분과 갔을 때 비가 별로 안 왔다니 그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겠네요

바람돌이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4-05-20 10:33   좋아요 1 | URL
희선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
저는 포르투갈이 좋았습니다. 여행이란 항상 의외의 것이 주는 기쁨이 큰데 원래 가려던 곳은 한번 갔던 곳이거든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4-05-22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요정 맞으시군요.
우리의 요정 님^^
저 작년 여름무렵 거제에 왔다 갔다 하면서 한 달동안 <리스본의 야간 열차> 벽돌책을 읽었었어요. 다 읽고 나니까 작가가 좋아지더군요. 그래서 <언어의 무게>도 샀는데 그 책도 벽돌...그리고 작가는 타계.ㅜㅜ
암튼 포르투칼어가 그런 거였군요?
전 그게 그렇게 쌩뚱맞게 리스본행 열차를 탈 일인가?싶었거든요.ㅋㅋㅋ
바람돌이 님이 직접 듣고 이리 적어주시니 이제 이해가 가네요.^^
포르투칼은 사람들이 친절하다며 다들 여행 후기가 좋더군요. 그리고 에그 타르트가 그렇게나 맛있다던데...저 에그 타르트 좋아하거든요. 근데 여긴 어떤 곳은 계란 비린내 때문에 힘들 때도 있던데 그럴 땐 포르투칼에서 먹는 에그 타르트는 어떤 맛일까? 싶었어요. 드셔 보셨나요?^^
다음 편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파이팅입니다.
무리하시진 마시구요.^^

바람돌이 2024-05-22 14:17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소설 읽으면서 많이 생뚱맞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금도 생각하지만 사실은 포르투갈어의 어감이 아니라 여성의 미모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니 맞을꺼야라고 생각합니다. ^^

매일 에그타르트 먹었습니다. 일단 싸니까요? 그리고 진짜 집집마다 맛이 다 달라요.근데 역시 뭐니뭐니해도 원조가 최고였습니다. 제로니모스 수도원 옆에 최초의 에그타르트가게가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잇는데 넘사벽이었어요. 그 이야기도 조만간 할게요. ^^

부산에 ‘에타리‘라고 하는 에그타르트 가게가 있어요. 부산대학쪽, 부산교대앞, 광안리 이렇게 3군데 있는데 여기 에그타르트 맛있어요. 제 생각에 포르투갈 가도 중간은 갈 듯요. 다음에 이쪽으로 가실 일 있으면 들러보세요. 뜨거울 때 먹으면 맛있습니다. 그런데 오후 5시쯤 넘어가면 품절인 경우가 많아 사실 저도 잘 못사먹어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4-05-22 14:50   좋아요 0 | URL
에타리...✍️
기억해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4-06-0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요정 바람돌이님! 포르투갈이 이렇게 괜찮은 곳이군요.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좀 머니깐 전 큰마음 먹어야 겨우 갈 수 있겠다 생각했었는데, 항공권이 바람돌이님 여행을 도와줬네요 ㅋㅋㅋㅋㅋ
사람들도 교통 이야기도 포르투갈은 매력덩어리 같습니다. 올려주신 사진도 호젓하고 근사하고요.
언젠가 제 인생에도 포르투갈이 들어올 날 있겠지요? ㅋㅋㅋㅋㅋ 다음편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