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스티븐 킹 아저씨가 리처드 바크만이란 이름으로 출간한 책이다.

장르소설로 폄하되기도 했던 킹 아저씨가 출판계를 놀리듯 다른 이름으로 출판하고는 이른바 진지한 평론가들로부터 열광적인  찬사를 들었다는데....

어쨌든 이 책은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5권의 책 중 3번째 소설이란다.

1985년 킹 아저씨가 희귀암으로 리처드 바크만을 죽여버림으로써 더 이상 이 이름으로 나오는 소설은 없어졌고....

솔직히 말하자면 킹 아저씨가 리처드 바크만을 죽여줘서 고맙다고나 할까?


소설은 별 필요도 없는 도로공사로 20년을 재직한 공장과 또한 그 세월을 살아온 집이 철거될 위기에 처함 40살 아저씨의 분투기 형식이다.

그에게 직장은 그저 월급을 받는 곳이 아니라 가족같은 사람들이 있던 곳이었고, 무엇보다도 집은 자신의 인생과 죽은 아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마지막 장소다.

삶을 근근히 이어가게 해주는 마지막 희망같은 것.

그곳이 철거된다는 것은 그래서 그의 삶이 끝나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것까지는 이해 되고, 그래서 그의 삶과 정신이 스러져가는 과정이 어느정도 이해는 된다. 무엇이든 이해가 안될까? 이보다 더 황당한 것도 이해되게 쓰는게 킹 아저씨인데....


그러나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을 버리고 선택한 쓰기는 뭔가 평범한 책이 되어버렸다.

이런 컨셉의 책은 무수히 많고 영화들에서도 무수히 다루어졌던 테마고....

이 책이 나왔든 1986년은 모르겠지만 지금에 있어서는 딱히 특별한 것이랄게 없어 읽는 동안 내내 심심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리처드 바크만이 아니라 스티븐 킹 아저씨다. 

다음 책은 아직 읽지 못한 오리지널 킹 아저씨 책을 봐야지.

사람은 역시 자신이 제일 잘하는걸 하는게 최고다. 

 주방 식탁, 난로, 찻잔들을 고리에 매달아 놓은 식기장, 거실 벽난로 선반 위의 아프리카 제비꽃, 이 집에대한 애정, 이 집을 보호하고픈 마음이 솟구쳤다. 이 집 벽을 무너뜨리고 창문을 산산조각 내고 파편을 바닥에 쏟아놓을 레킹 볼을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졌다.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찰리는 이 바닥에서 기어 다녔고 이 거실에서 첫걸음마를 떼었으며현관문 앞 계단에서 넘어진 바람에 서툰 부모를 기접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서재로 쓰이는 위층 방에서 찰리는 처음으로 두통과 복시 증상을 나타냈다. 구운 돼지고기 같기도 하고 불타는 풀잎 같기도 하고 연필 깎은 부스러기 같기도 한 묘한 냄새가 난다고 호소했다. 찰리가 세상을 떠난 후 배명 가까운 사람들이 조문을 왔다. 매리는 거실에서 그들에게 게이그와 파이를 대접했다.
‘안 돼, 찰리. 난 이 집이 무너지는 꼴 못 봐.‘
- P268

그 모든 기억은 그의 내면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생각을 너무도 깊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꿔버릴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 기억은 이제 커피 테이블에 토해놓은 역겨운 토사물처럼외부로 표출되었다. 위액 냄새를 풍기고 소화되지 못한 덩어리들이 가득한 토사물 말이다. 삶이라는 게 자동차 파괴 경기에 불과하다면, 자동차에서 그만 내려버리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지 않을까?
- P321

적막이 흘렀다.
다음 순간, 충격을 받고 눈물범벅이 된 매리 도스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얼굴로 숲 같은 마이크들이 밀어닥쳤다. 우리는 다시금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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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5-20 0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킹은 역시 킹일 때, 킹이란 말씀이시군요. 새겨들을께요. 집에 킹 아저씨 책 많은데, 그중 최애는 <미저리>입니다.

바람돌이 2021-05-20 10:26   좋아요 1 | URL
ㅎㅎㅎ 맞아요. 저는 킹은 킹일 때가 최고요. 킹이 리처드 바크만일 때도 별로고, 안 맞는 탐정물 쓸때도 별로고요. 미저리 저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

페크pek0501 2021-05-20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잘하는 게 뭔지 아는 자. 그리고 잘하는 걸 즐길 수 있는 자.
그런 자의 인생이 최고 같습니다. 요즘 드는 생각입니다.

바람돌이 2021-05-20 23:3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 근데 그걸 하고 사는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듯해요.

stella.K 2021-05-20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언젠가도 킹에 대한 페이퍼 쓰신 기억이 나는데...
킹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킹이 다른 이름으로 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킹이라고 항상 최고작만 낼 순 없겠죠.

바람돌이 2021-05-20 23:40   좋아요 1 | URL
킹도 좋아하고요. 제일 좋아하는 이쪽 작가는 제프리 디버고요. 머리아픈 책 막 읽다보면 이쪽 책들이 막 읽고 싶어지는데 그럴때 찾는게 스티븐 킹인것 같아요. 저도 킹이 다른 이름으로 소설을 냈다는건 처음 알았는데 킹이 이 작가를 죽여버리고 난 후 한 서점 직원이 킹과 리차드 바크만의 공통점을 느끼고는 아주 끈질기게 ;추적해서 밝혀내버렸다네요. 이 스토리도 흥미진진해서 혹시 책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돼요. ^^

hnine 2021-05-20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차드 바크만을 갈매기의 꿈의 작가 ‘리차드 바크‘로 읽고서 마구 헤매다가 겨우 정신 차렸어요 ㅠㅠ

바람돌이 2021-05-20 23:40   좋아요 0 | URL
스티븐 킹이 가짜 이름을 만들 때 혹시 리차드 바크를 참고했을까요? ㅎㅎ

syo 2021-05-21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킹 아저씨의 마음도 어쩐지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내가 킹인데, 이것도 킹이고 저것도 킹인데 킹도 아닌 것들이 넌 거기서나 킹이야 하면 빡칠 것도 같고....

음, 말해 놓고 보니까 사실 무슨 기분인지 짐작도 못하겠네요 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바람돌이 2021-05-21 10:05   좋아요 0 | URL
장르문학이라고 까는 평론가들 보면서 빡친 킹아저씨 마음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실제로 리차드 바크만에 대해서 평론가들의 평이 굉장히 좋았다고 하네요. 뭐 이것이 문학이다 같은? ㅎㅎ
저때 킹 아저씨 얼마나 평론가들을 가소로워 했을까 생각하면 저도 약간 대리쾌감을 느끼기도....

그래도 전 독자의 본분을 지켜서 바크만보다는 킹에 만표 던집니다. ^^

하양물감 2021-05-21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책은 못 읽습니다. 그래서 잘 선택하지 않는 장르예요.

바람돌이 2021-05-21 15:26   좋아요 1 | URL
이 장르는 바로 그 심장이 쫄깃쫄깃, 다음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 미칠것 같은 그런 맘으로 본다죠. 역시 취향에 맞아야 볼 수 있는 장르가 맞는거 같아요. 제가 스릴러물은 잘 보지만 귀신나오는 공포물은 절대 못보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