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이 중국집에 배달시켜먹으려면
다 못먹더라도 2인분을 시킨다.
1인분 배달은 그야말로 배달값도 안나오는 장사이니
주문은 거절당하기 일쑤다.
손님이 왕 대접받으려면 돈 좀 있고 봐야 한다.
안먹을 음식까지 시켜야하니까.

 

딸내미와 밥을 먹으러 식당엘 가면
비슷한 처지가 된다.
궂이 딸내미 먹을 것까지 시킬 필요는 없다.
그냥 공기밥 한 그릇만 추가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뭔가 뒤통수가 간지럽다.
그래서 그냥 메뉴 두 가지를 시켜버린다.
2인분 값을 치르고 나오면 개운하다.
물론 배터지게 먹고 힘들어하고 돈도 좀 아깝기도 하지만...

 

한 식당엘 들어갔다.
부부가 운영하는 시골의 식당.
딸내미 귀엽다고 호들갑이다.
자연스레 주문을 받는데 당연스레 한그릇이란 말투다.
뒤통수 간지러운 느낌없이 1인분만 시켰다.
그런데 밥은 두 그릇이 나온다.
아이 먹으라고 반찬도 특별히 두 가지가 더 나왔다.
계산 할때 밥 한 그릇 값은 빠졌다.
아이 밥은 그냥 주는 거라며.

 

이런 온정이 그립고 감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
역시 부담스럽다.
먹은 만큼 제값 치르고 나오면 뒷 일은 없다.
그냥 가게에 들러서 돈 내고 밥 먹고 그 뿐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 부담이 얹어졌다.
그래서 찬찬히 생각해봤다.
이 부담이라는 감정이 어디서 온 것인지를.
그런데 이 부담이 실은 돈의 교환가치를 뒤엎을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이 부담된다면 친절한 이 식당을 다시 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친절을 친절로써 되갚는다면 돈의 교환관계를 떠나 인간적 교환관계가 성립될 수 있지 않을까.
딸기든 토마토든 아주 조금이라도 농장에서 생산된 것을 들고 식당을 찾아본다면 그야말로 단골이 될 것이다. 자주 찾지 않더라도 말이다. 물론 이런 마음은 그야말로 자발적이다. 계산없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샘솟는걸 느낀다.

 

돈의 관계란 개운하다. 뒷끝이 없다.
인간 관계란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 부담이 행복감을 줄 수 있다. 실은 부담이라는 감정은 돈의 관계에 익숙해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부담되는 삶 좀 살아봐야겠다고 얼핏 생각하고 설핏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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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참 쏜살같이도 왔다.
사방엔 꽃이다.
꽃은 봄의 속도를 따라잡는다.
그런데 이 마음은 아직 봄이 아니다.
화려한 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봄은 아직 내게 오지 않았구나.... 생각 한 순간
봄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봄은 이미 마음 속에 있었다.
다만 내가 찾아내지 못했을 뿐.
마음 속에 감춰진 봄을 꺼냈다.
세상에 꽃들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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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튼다. 봄이 오니 움이 난다.
살아보겠다는 살아가겠다는
그래서 아름다운
때로는 처절한
작은 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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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영상매체가 워낙 극사실적이라 간접경험이 직접경험 못지않게 됐다. 그시간, 그장소가 주는 아우라가 의미없을 정도다. 다만 간접경험은 나와의 직접적 상호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차이가 있을뿐이지만, 실제 상호관계를 맺는 경험은 한정돼 있다.

어미개가 새끼를 낳고 태반을 핥아 떼어내는 장면은 TV속에서 익히 보아왔다. 그런데 직접 눈 앞에서 이 장면을 목격하니 기시감을 뛰어넘는 감동이 있다. 에미는 분명 누구한테 배우지도 않았을텐데 새끼가 숨을 쉬도록 태반을 떼어낸다. 새끼가 다칠새라 조심조심, 생각보다 더디지만 착실히. 사람이라면 아마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을지 몰라도 매체를 통해 배웠을 테고, 그 매체를 통해 배운데로 착실히 감정과 행동을 따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에미는 본능대로 태반을 떼어내고 난 뒤 본능과는 다르게(?) 그냥 혼자서 자기 집으로 들어가버린다. 아직은 날씨가 추운데 이대로 놔둔다면 새끼는 딱 얼어죽기 십상이다. 아무래도 주위에 사람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을 해본다. 보통 새끼를 낳은 에미들은 신경이 예민해져 주위에 사람이 다가오면 무섭게 짖어댄다. 그런데 이 에미는 너무 순해 빠졌다. 짖지도 않고 그냥 슬그머니 자기 집으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사람들 손에 너무 익숙해진 탓인가.

어찌됐든 새끼를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으니 조심히 새끼를 집에 옮겨 놓는다. 에미는 새끼를 품는다. 다행이다.  

뜻밖의 장면을 보면서 에미의 본능은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본다. 개가 사람보다 본능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게 사람만의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개도 이렇게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정도가 있는데 사람이라면 더 심하지 않을까. 에미의 본능이 아니라 사회적 위신, 주위의 눈초리 등등이 에미의 태도를 결정하는 정도가 꽤 크지 않을까 감히 의심해본다. 또는 우리가 자라면서 배우는 어머니상(아버지상)에 갇혀 태도를 결정하는 것일지도.

아무튼 아이를 키우는 건 인생의 롤러코스트라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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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시골 길 아스팔트 위에는 두가지가 튀어나온다.
경칩이니 개구리가 나올 것 같지만... 쩝
바로 트랙터와 포크레인을 실은 트럭들이다.
간간이 내 앞에 나타나는 이 두 거북이들 때문에
머지않아 봄이 올 것을 안다....
하지만 워낙 느리다 보니(봄도 두 거북이들) 결국 추월해야만 한다.
뒤에서 느릿느릿 쫓아갈법도 하건만,
내 자동차는 말 그대로 자동차니 자동차 본연의 속도로 달려야 할터.

다만.....
봄이 왔을 때
급하게 추월하지 않도록
나의 본연을 느긋하게 맞춰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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