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모종을 이식하는 할머니들의 손이 바쁘다. 단조로운 작업에 힘을 북돋워주는 것은 수다다.

이래저래 떠다니던 수다는 어느덧 외국인 며느리들 이야기로 접어들었다.

"저 아래 집에 러시아 며느리가 새로 들어왔다며? 그런데 밥도 할 줄 모른다네~"

"뭐, 밥하는 거야 배우면 되지. 애나 잘 낳으면 되는거여"

"그래도 살림은 해야지. 저기 ㅇ ㅇ 네 베트남 며느리는 손이 야무지던데."

"뭐니뭐니해도 돈 잘 벌어오면 최고 아니여?"

할머니들에게 외국인 며느리는 더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또 며느리의 덕목에 대한 관점도 당신들의 삶의 경험에 비추어 다양해졌다. 다문화가족은 전체 가구중 1.6% 정도 차지한다고 한다. 현재 결혼의 10%, 출생아의 5.1% 정도가 다문화가정이라는 통계치가 있다. 

실제 딸내미의 친구들 중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다문화가족의 아이이다. 물론 학급의 절반 가량이 다문화가족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많은 편이기는 하다. 베트남, 필리핀, 중국, 일본 등 국적도 다양하다. 거의 대부분 어머니쪽이다. 아이들과 학교간 또는 학원 선생님간의 소통에 어려움이 조금 있다. 주위에서 아주 작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할머니들이 외국인 며느리들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것처럼 다문화가족 또한 우리에게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질 날이 올 것이다. 그 과정엔 할머니와 같은 넉넉한 품이 필요하다. 두 팔을 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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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은 바람을 안아야 하늘을 날 수 있다.

바람을 안는데에는 줄이 필요하다.

그저 가만히 잡아만 주어도 든든한 힘이 되는 줄.

그 줄이 없다면 연은 바람을 안고서 버티지 못한다.

줄이 툭 끊어져버리면 바람에 휩쓸리고 만다.

버티는 삶에는 나를 지지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새는 바람을 부려야 하늘을 날 수 있다.

바람을 부리는 데에는 날개가 필요하다.

때론 바람에 저항하고 때론 바람을 타는 날개.

그 날개가 없다면 새는 하늘을 날 수 없다.

날개가 부러져버리면 새는 추락하고 만다.

내가 나를 부리는 삶에는 고된 날갯짓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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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는 우리에게 길조로 여겨집니다. 얼마나 반가우면 까치 까치 설날♬을 노래할까요.

반면 까마귀는 흉조로 여겨집니다. 가까운 일본에선 까마귀가 길조라고 하던데요.

길조와 흉조를 대표하는 까치와 까마귀가 함께 앉아있다 날아갑니다.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했던 오작교는 까치와 까마귀가 함께 만든 다리입니다.

기쁜 일과 슬픈 일이 한데 어우러져야 만남은 이루어진다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사랑과 삶은 오작의 만남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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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강아지를 키웠을 때는 밥을 주고 똥을 치우고 관리하는 것은 어머니가 주로 하셨다. 나는 그저 학교 갔다오면 산책하고 귀여워해주는 것 말곤 없었다.

이제 나이를 먹어 반대로 딸내미를 위해 강아지 두마리를 키우고 있다. 

사료를 주고 똥을 치우고 관리하는 것이 오롯이 내 몫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가끔 도를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뭐, 그 경계선이라는 것이 내가 정해놓은 것일뿐이니 강아지들이 그 경계선을 알아차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때 나도 깜짝 놀라곤 한다. 

어느새 알밤 하나를 강아지들에게 아주 세게 먹이곤 했기 때문이다.

'아 쫌! 가만히 있으라고'

그래도 말을 안들으면 몇대 쥐어팬다.

 

어라? 내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한 적이 있었나.

나보다 약한 이에게 쉽게 폭력을 가하기 쉽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들에겐 쉽게 폭력을 사용하진 않는다.

그런데 왜? 강아지들에겐 주먹이 쉽게 나왔을까.

 

아마 약한 대상인데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도덕적 제약이 사람에 비해 느슨한 것도 작용했을지 모른다.

아무튼 내 안에 이런 폭력성이 잠들어 있었다는  것에 놀란다.

그리고 강아지를 키우며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 든다.

무엇인가를 키워낸다는 것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관심을 갖고 방법을 찾고... 그 애정의 크기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저러나 지금 난 딸내미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을 내어주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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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두 마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면 99% 두 마리 개를 묶어둔 줄이 엉켜져 있다. 잠깐만 들여다봐도 그 엉킨 줄이 몇바퀴 꼬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맨 처음 한바퀴 엉켰을 때 반대로 돌아 푸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계속 돌기 때문이다.

꼭 둘이 엉켰을 때만은 아니다. 강아지를 묶어둔 쇠파이프 기둥에 엉켜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계속 같은 방향으로 빙빙 돌다 결국 한뼘쯤 움직일만큼의 줄을 남겨두고 버둥버둥대고 있다.

'이런 멍청이들!'

하고 한마디 내뱉으며 강아지의 엉킨 줄을 풀어준다.

그런데, 가만....

갑자기 머리를 세차게 후려맞은듯한 생각이 든다.

내가 갖고 있는 고질병.

결국 병원을 찾아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일시적으로 나았다가 다시 아프기를 반복한다.

어라? 이거 나도 한 방향으로 계속 돌고 있는 건 아닐까.

 

갑작스레 찾아온 깨달음에 내 삶의 궤적을 뒤돌아본다.

그리고 혹시나 어떤 부분에서 엉키기 시작했는지를 생각해본다.

그 엉킴의 시작점을 찾아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 시작점을 찾을 수 있을련지 모르겠다.

일단 습관적 행동 중 잘못됐다 여겨진 것들은 멈춰보고, 반대로 풀어볼 요량이다.

부디 엉킨 줄이 풀리는 행운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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