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5만원이 남은 절체절명의 위기 (월세 35만원에 사는터라 더욱)여서 훈련소를 다녀온 이후, 동네방네 과외를 구하러다녔다.
학부때부터 부모님께서 학비이외에는 일절 나에게 투자(?)를 안 하셨던더라, 과외를 꾸준히 하기는 했는데 석사과정부터는 '최소한으로 벌고 최소한 쓰자'라는 좌우명 같은 것을 실천하다보니까 연구보조나 장학금으로 그런대로 괜찮게 살고는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다시 과외시장 -_-; 이라는 엄혹한 곳에 뛰어든 셈. 집 근처에도 전단지를 붙이고, 고향(?)근처에는 고향친구들 ㅋㅋ이 전단지를 붙여줘서 전화도 오고 그랬는데, 이렇게 전단지 붙여서 하는 것은 거의 성사되지 못한다. 아빠 친구분 딸과 그 친구분의 친구, 뭐 이렇게 알음알음으로 과외를 시작한 셈.
그런데 어제는 숙모가 전화와서 숙모 아시는 분 아들 논술과외를 해달라고 해서, 이런저런 조건을 말했다. 조금 후에 전화와서 숙모꼐서 하시는 말씀.
기인아, 너 되게 조금 받는 거라던데. 왜 이렇게 조금 받느냐고 물어보더라.
당황;; 그냥 충분히 받는 것 같은데요. ^^;;;
어쨌든, 이 과외시장이라는 것이 양극화되고, 이 과외 또한 과시소비 비슷한 양상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내 노동력의 가치를 알수 있는 수단은 소문과 매겨져있는 가격표 뿐.
특정 계층의 특정물품은 비쌀수록 이것의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듯이. 과외 시장 또한 그런식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
과외 5개 들어왔는데, 상담을 하고는 이 학생은 언어/논술 과외가 필요한 게 아니고, 자기 공부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며 지금은 영수에 집중할 때.. 뭐 이런 소리로 3개 과외는 안 하겠다고 했다. 사실 맞는말이었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조금 황당하기도 했을 터.
언어/논술 과외해달라고 불렀더니, 한시간동안 한다는 이야기가, 과외 학원 많이 보낸다고 되는게 아니고, 영수가 중요하고 등등 이야기만 하고 간다니.
사실 과외를 완전히 노동력 판매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반은 재미로 -_-; 또 책임감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지만. 학부모 입장은 또 다르다.
정말, 과외를 많이 시키고 학원을 많이 보내야, 심리적 안정을 하는 것이고, 그 심리적 안정을 대가로 지불을 하는 느낌도 분명 있다. 그런낌새가 보이면 더 냉혹하게 말을 하는 편이지만...
이래저래 복잡한 시장이다. 노동력을 판매하는 사람은 구매자에게 손해가 갈테니 판매하기 싫다고 하고, 노동력을 구매하는 사람은 왜 이리 적게 받느냐고 하고. 뭐 이것도 따지고 보면 장기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플랜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쩝.
어쨌든 지금 하고 있는 2명의 과외도 2달 정도 해서 성적을 올리고는 그만둘 예정이다. 친우는 기생해서 1년을 살라고도 하지만 -_-; 2달 가르치면 솔직히 언어영역은 가르칠 것도 없다. 애들한테 도움도 안되고..
학부때 한 선배는 우스개 소리로 과외 하러 갈때마다 부르주아 착취 투쟁 전선으로 간다하면서 가고는 했다. 이 노동력 판매 행위는 판매자 입장에서 구매자를 착취하는 것으로 생각될 정도라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착취에 반대하니, 그냥저냥 힘들게 살 수 밖에.
그렇지만, 그럼 2달 후에는 다시 또 과외를 구해야 하다니.. 비정규직은 괴로워 참.
"왜 이렇게 조금 받아요?"는 역시 충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