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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식과 실학 - 한국 지성사를 읽다 ㅣ 돌베개 석학인문강좌 1
임형택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평점 :
실학을 근대에 대한 지성사적 대응으로 보고 서술한 책. 박지원, 정약용, 이강회, 최한기를 다루었다. 일반인 대상 강연을 책으로 쓴 것이라 주제는 묵직하지만 서술은 평이하다.
내용 정리에 그치는 면들이 많아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14세기 조선의 성립과 20세기 식민지 조선으로의 변화을 세계사의 구도 속에서 보여주려 한 시야가 넓다. 실학을 서세동점의 세계사 속에서 주체적인 대응 모색으로 보고 있다.
개화기 관련해서는 국문체인 <<독립신문>>과 국한문체 <<황성신문>>의 대결에서 후자의 승리로 보는데, 이 국한문체를 기존 한문전통과 주체성을 아우르는 문명개조론의 입장을 반영한 형식으로 보았다.
이강회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배웠는데, 다산의 제자로, 특히 바다에 관한 지식, 배에 대한 지식에 관심을 가졌다. 조선을 '삼면이 바다인 해국'이라고 인지하고, 외국선박에 대한 지식이 없음을 한탄하며 이에 대해 탐구했다. 더 나아가 제주도를 일종의 '해외 무역 특구'로 설정해서 무역을 진흥하자는 상공주의적 발언을 과감하게 했다.
최한기는 매우 흥미로운데, 일단 역사를 숭고적이 아니라, 진행적, 어떤 면에서는 '진화적'으로 보고 있다. 시야도 전지구적으로 사유하며, 중국이 중심이 아니다. 지구 모든 나라가 어울리는 '만국일통', 온 세상에 평화가 깃드는 '우내녕정'을 학문의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
유교의 '친친'이 아니라, 박애에서 더 나아가 천하 인민을 한결같이 생각하고 '물'에까지 미치는 광활한 사랑을 주장했다.(개인적으로 묵자와 불교, 기독교의 영향은 없는지 궁금하다)
대상독자도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수백년 이상까지도) 사람을 상정으로 해서 "말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려니와 말을 하면 천하인이 취해 쓸 수 있고 발표하면 우내인이 감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