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파란 양복에 넥타이를 맨 남편이 두툼한 서류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다. 아내는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집 앞에 나와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한다. 흰 블라우스에 분홍 치마, 분홍 신발 차림이다.

머리 위로 높이 들어 남편을 향해 흔드는 아내의 손 위에는 애정이 듬뿍 담긴 ‘하트’가 떠 있다. 또 ‘일주일에 하루만! 승용차를 쉬게 해주세요’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다.

서울시가 올 초 승용차요일제 홍보 웹사이트를 만들며 첫 화면에 배치한 그림이다. 홈페이지 뿐 아니라 홍보용 포스터·책자·현수막 등에도 비슷한 그림이 게재돼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10일 이 그림이 성차별적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남성은 일터에 나가는 생계 부양자로, 여성은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는 역할로 묘사돼 있다는 것이다. 여성민우회는 서울시에 이 포스터를 개선토록 요청하는 의견서를 발송했다.

여성민우회는 ‘생활 속에 평등이 생동하는 도시만들기 캠페인(생/생/도/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포스터 외에도 우리 주변엔 무심코 지나치지만 뇌리에 깊이 각인되는 생활 속 성차별이 많다는 것이다.

◇출동하는 ‘포돌이’, 전화받는 ‘포순이’

기업과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흔히 쓰는 캐릭터에도 성차별 요소가 발견된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여성과 남성으로 나뉜 캐릭터 중 남성 캐릭터는 주로 파란 옷을 입고 역동적인 행동을 하는 반면 여성 캐릭터는 붉은 색이나 분홍 옷을 입고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 ‘포돌이·포순이’ 캐릭터가 대표적 사례라고 한다. 포돌이는 경찰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출동하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반면, 포순이는 책상에 앉아 전화를 받거나 아기를 안고 있다.

◇집안 일과 노약자 보호는 여성만의 몫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지하철 병원 은행 대형마트 관공서에 비치된 홍보책자와 안내문에도 성역할은 고정돼 있다.

특히 지하철에서 흔히 보이는 안내 표지판의 경우, 아이나 노인을 돌보는 역할은 거의 여성이다. 승강기에서 ‘어린이 손을 잡고’ 탑승하는 사진도 여성이고, 계단에서 어린이를 보호하는 그림에도 여성이 등장한다.

집안 일도 여성 몫으로 그려지기 일쑤다. 산업자원부 에너지관리공단이 배포한 안내책자에는 안전한 전기제품 사용 및 에어컨 덮개 씌우기 등을 홍보하면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삽화를 그렸다. 농협에서 배포한 가계부에는 술에 취해 술잔에 앉아있는 남편과 홍합이 든 해장국을 들고 서 있는 아내가 대조적으로 묘사돼 있다.

◇여성은 분홍색, 남성은 파란색?

여성을 분홍색으로, 남성을 파란색으로 묘사해 구분하는 일도 흔하다. 이런 선명한 대비는 여성과 남성을 구별시키고 그에 맞는 성 고정관념을 주입할 수 있다고 여성민우회는 지적했다.

가장 흔한 예가 화장실 표시다. 여자 화장실엔 빨강 바탕에 치마를 입은 여성 캐릭터가 붙어있고, 남자화장실엔 파란 바탕에 바지를 입은 남성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여성가족부 홍보책자에도 남성은 파란 옷, 여성은 분홍 옷을 입고 있다. 한국유방건강재단이 정한 유방암 상징물은 ‘핑크리본’이고, 대한비뇨기과학회에선 ‘블루리본’으로 전립선암 캠페인을 벌인다.

◇‘처녀작’ ‘미망인’… 성차별 언어

흔히 사용하는 일상 언어에도 성차별 요소가 담긴 게 많다. ‘정숙하게’ ‘다소곳하게’ ‘조신하게’ 등은 여성에게만 쓰는 관습이 굳어진 상태다.

‘청소년(靑少年)’ ‘학부형(學父兄)’ 같은 단어는 일반적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를 지칭하지만 여성을 뜻하는 글자는 들어 있지 않다. 또 여성에게만 ‘여(女)’ 자를 붙이는 경우도 많다. ‘여경’ ‘여의사’ ‘여기자’ 등이 그 예다. ‘여고’는 있지만 ‘남고’는 없다.

‘처녀작(處女作)’ ‘미망인(未亡人)’ 등의 단어도 많이 쓰인다. ‘처녀작’은 성경험이 한번도 없는 여성을 비유해 ‘처음 지었거나 처음 발표한 예술 작품’을 지칭하고, ‘미망인’은 남편이 죽은 뒤에도 따라죽지 않은 아내를 가리킨다.

서울시 홍보책자는 ‘화장 안한 숫처녀를 닮은 동네’라며 서울 종로구 부암동을 소개하고 있다.

◇생활 속 성차별… 주의 깊은 접근 필요

여성민우회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나 기업 홍보물은 시내 곳곳에 배포돼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데도 캐릭터·그림·단어·색 등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생활 속에 뿌리깊이 남아있는 성차별 관행에 문제를 제기해 성평등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생/생/도/시/ 캠페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여성의 사회진출이 크게 늘어나고 남녀의 가사·양육 분담이 현실화된 상황인데도 공공기관이나 기업 홍보물엔 여전히 고정된 성역할이 자리잡고 있어 인식 개선을 힘들게 한다”면서 “홍보물을 제작하는 기관이나 기업의 주의깊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초 승용차요일제 웹사이트를 외주 제작하면서 남편이 출근하고 아내가 배웅하는 그림이 삽입됐다”며 “그림에 특별한 의미가 담긴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지은 기자 herang@kmib.co.kr              


혹시 관심 있으실 분들을 위하여 민우회 "생생도시" 홈페이지 링크해 놓습니다 :)
http://sangsang.womenlin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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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율찬 2016-10-2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오율찬 입니다

구태현 2016-10-2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에휴 오율찬 은 역시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