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초등학교 입학 이전 아이들이 와서 노는 동네 놀이방. 2층은 헬스장.
나는 1층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음으로, 애기들, 애기를 데리고 오신 부모님/조부모님들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애기를 좋아하는데, 놀아줄만큼(?)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_-;; 그냥 보고 있으면 즐겁다.
말을 잘 못하는 3~4살 된 친구들부터, 개구쟁이 7살 친구들까지 와서 시끌벅적 야단법석 좌충우돌 놀고 있고, 나는 책상에서 무심히 책을 보다가 그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다가, 청소도 하다가 문을 닫고 퇴근하는 것이 일과다.
6~7살 애들은 나를 보통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여기 '사장'인지를 궁금해하고 (오호; 청년 사장! ㅋ)
젊은 엄마/젊은 아빠들은 애들이 '아저씨'라고 부르면, '아저씨 아니야 형이야' 하면서 나에게 눈웃음을 주고
어떤 아줌마들은 '삼춘'이라고 부른다.
형/삼춘/아저씨. 이렇게 연령대가 높아지는 거 같은데, 역시 '삼춘'이라는 표현이 정감있다.
촌별로 따지면 형(2촌), 삼춘(3촌), 아저씨(5촌)이기는 하지만, 20살이상 나이 차는 애기들이 '형'이나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좀;; 부담(?) 되는 것은 사실. 그리고 이 애기들은 절대로! 나를 형이나 오빠로 안 부르고, 젊은 엄마/아빠들만이 그렇게 부르게 시킬 뿐.
어쨌든 이 '공익 삼춘'은 온종일 논술/교양서만 읽고 앉아 있다가,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이 뭘 물어보면 대답해주고, 계속 책 본다.
계속 책을 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좋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보고 있는 책들이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게 문제다. 대학원에서는 수업과 발표문 때문에 우선순위가 후자로 놓였다면, 이제는 먹고 살아야 -_-; 해서 그런(?) 책들을 읽는 셈.
예전에는 신학과 학부생인 40대 아주머니에게 인문-글쓰기 교양 과외(!)를 한 적도 있지만, 요즘처럼 중2에게 인문/사회 교양 과외나 입시생 논술 과외를 한 적은 없어서, 관련 책을 읽기에 바쁘다.
뭐. 사실 별반 재미 없다. '교양서'라는 것이 대부분 타겟 독자층을 어떻게 잡는지는 몰라도, 역시 감질맛이 날 수 밖에. 정민 선생의 '미쳐야 미친다'는 내 전공과도 어느 정도 연결되 있으니, 가려운데 긁어주려다가 만듯해서 찜찜하고 (결국 그러면 니가 공부하면 되잖아!) '인문'이라는 교양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이다.
얼른 과외를 정리하고, 대학원에 있는 친구들 동원(?)해서 도서관에서 책 빌려봐야지 안되겠다. 휴학생 신분인지라 도서관에서 책 못 빌려봐서 다 사서봤는데,
인문대 대학원생때 알라딘 실버 회원에서 공익한지 2달 조금 넘어가려는데 순 구입액 50만원 넘어서고 있다. 이러다 죽겠다. -_-;
어쨌든, 공익 삼춘은 앞으로는 교양서 말고, 전공 책이나 자료를 쫌 들여다보고 있어야 겠다. 서서히 과외 '정리'하고! 흠.
지금 교양/논술 때문에 읽고 있는 책들. 그리고 최근 읽은 책들 10권 중 8권은 이런 책들이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