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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일본소설이 왜 20~30대 독자들, 특히 여성독자들에게 매력적일까 가끔 생각해보고는 한다. 예전 고급독자들 386과 그 이전 독자들의 '취향'에 한국소설들은 맞추어져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 상식적인 대답.
그렇다면, 요즘 여성독자들의 취향은 왜 일본소설에 끌릴까. 진지한 문제를 가볍게 다루기 때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전에는 이것이 사회/개인, 계급/연애라는 쌍으로 생각해봤는데, 인기를 널리 끄는 일본소설들을 읽어보면, 꼭 후자에만 소재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실상 개인을 파고들면, 사회가 나오고, 어른들의 연애 문제는 현실적으로 계급을 괄호속에 넣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독자들이 한국작품을 외면하는 현상은 일차적으로 작가들, 그리고 신진 작가들을 뽑는 제도에 있다. 그래서인지, 어째서인지, 최근 문학신인상을 수상한 두 작품은 진지한 문제를 가볍게 다룬다는 의미에서 기존 한국소설들보다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일본소설들을 많이 닮았다. 2007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 "달의 바다"와 2007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인 "걸프렌즈"가 그렇다. 라이트노벨과 순문학의 경계가 너무 뚜렷한 것이 우리 문학계의 현실이라는 지적을, 문학상이라는 보수적 제도가 날려버린 셈.
서두가 길었는데, 이 '와세다 1.5평 청춘기'도 '진지한 문제를 가볍게' 다루는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일본의 알바족(취직을 하지 않고 알바로 먹고 사는 사람)의 피터팬 콤플렉스를, 작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를 사회 전체에 대한 해석이나 접근으로 나아가지 않고, 알바족의 각성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실제로, 개인이란 얼마나 복잡한 존재일까. 그리고 작가 자신은 미지의 지역, 생물, 마약들을 탐험하는 와세다 대학 탐험부에 소속되어 있다는 특수성도 있다. 명문대생이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진입장벽도 상대적으로 낮고, '탐험'을 추구한다는 것 때문에 알바족의 '현실도피'를 사회 전체주의에 대한 반항이라는 측면도 있다.
문학이라는 것이 특수를 통해 보편을 지양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특수가 지닌 차이 또한 드러냄에 의미가 있다고 할 때, 또 문학-담론 또한 수용자에게 도달해야지만 가치가 있다고 할 때, 우리 문학이 나아가야할 길 중 하나는 분명 이미 제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