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중국의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누구일까?
사실, 이 문제는 답하기 쉽지 않다. 특히, 자본이 고용을 무기로 공장이전 협박을 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중국 노동자의 존재’는 고용을 앗아가는 위협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의 노동자들을 연대의 대상보다는 경쟁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팽배해 보인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의 노동문제에 집중해왔던 마틴 하트 랜스버그 경제학 교수는 민중언론 참세상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공해 주었다.
중국 자본 축적과정을 살펴본 결과, 중국 경제성장은 초국적 자본의 동북아 생산 시스템 및 자본축적의 변화로 인한 것이며, 그 결과 중국을 정점으로 동아시아 각 국의 경제가 더욱 미국 의존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또, 중국의 엄청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것은 비정규직 일자리일 뿐이며, 제조업 정규직의 일자리 증가는 지난 15년간 거의 없다고 결론지었다.
더욱 중요하게 마틴 하트 랜스버그 교수가 주목하는 점은 중국 경제가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초국적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노동에 대한 통제력을 중국정부가 상실했다는 점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그 동안 중국 문제에 대해서 집중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문제는 무엇인가?
내가 중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세 가지 이다.
하나는 중국이 너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세계에 끼치는 영향이 대단히 커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진보 세력사이에서 중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등장하면서 혼란해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시장사회주의인가, 새로운 모델인가, 중국이 베네수엘라나 쿠바를 돕고 있고, 미국은 중국을 공격하고 있는데 우리는 중국을 지지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미국에 있는 노동자들이 중국의 노동자들을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아마 한국의 노동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이런 것들이 내가 중국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들이다.
그 동안의 연구를 통해 어떤 결과를 얻었는가?
중국과의 거래로 미국 의존도가 낮아진다는 건 오산 "동아시아 경제는 미국에 더 의존적이 돼"
나의 결론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자본주의 국가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을 자본주의 국가로 보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더 중요하게는 중국의 경제 다국적 기업 투자가들에 의해서 변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 중국만이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일환이다.
모든 동아시아 국가들은 더욱 국제화되고 있고, 수출과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수출입의 증가는 주로 부속품 거래의 증가로 인한 것이다. 이 부속품들은 다국적 기업의 생산 영역 안에서 다국적 기업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점점 더 많은 부품들을 거래하고 있지만, 중국만이 수출 완제품을 엄청나게 생산하고 있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은 서로 간에 그리고 중국과의 무역거래를 점점 더 늘려가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전체 동아시아 지역이 중국으로 정점으로 함께 묶이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일부 한국의 학자들도 ‘이제 한국이 미국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중국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에 많이 수출하게 되면 한국 경제가 더 안정적이고 독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대부분 중국에 팔려나가는 것들은 부속품들이고, 이것들은 완제품으로 만들어져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면, 지역 전체적으로 지역 내로 수출되는 완제품이 예전에는 70퍼센트였지만, 현재는 30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70퍼센트가 지역 밖으로 수출된다는 이야기다. 즉, 이 지역이 미국 시장과 더 관계가 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국 시장이 성장하지 않게 되면 이 지역 또한 더 불안정해질 것이다.
두 번째 흥미로운 점은 동아시아 생산이 부속품과 부품에 집중되고, 중국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다른 국가들이 초국적 기업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노동조건에 맞추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5년간 일자리증가 겨우 170만개 늘어난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
한국 기업들이 나는 중국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위협한다. 비슷한 일이 일본과 말레이시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경제성장이 급격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ILO와 IMF가 노동시장 연구조사를 했는데, 중국에서 지난 15년간 정규직 일자리 증가는 170만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건 중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절대다수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도시 일자리 증가 대부분이 비정규직 일자리다. 즉, 중국 국영 기업의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건 6천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3천만 개의 일자리가 민간 기업에서 발생했고, 중소 규모의 기업들에서 3천만 개가 증가했다. 증가한 8천만 개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빼면 일자리 증가가 0이라고 보고 있다. 동일한 문제, 즉 제조업 일자리의 감소가 필리핀, 한국, 인도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중국 연구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자본 축적이 진행되고 있는 중국에서 조차 일자리 증가가 없으며,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노동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적 자본주의 축적 시스템이 초국적 미국 기업, 초국적 일본 기업 , 초국적 한국 기업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똑 같이 고통을 주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중국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자본운동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한 국가의 문제, 또는 한 국가의 경쟁력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의 편이 아니고, 자유무역, 사유화, 비정규직 모든 문제가 엮여 있다는 사실을 노동자들이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중국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꽤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중국 노동운동에 어떤 변화들이 있는가?
"중국정부는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노조지도부도 등장
그렇다. 중국에서는 이미 많은 곳에서 노동조합 건설 등 노동자들의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는 이미 수출지향적인 모델이다. 정부가 다국적 기업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면서, 오히려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중국에서 흥미로운 것은 중국 정부 노동자들이 지방에서 이주해온 이주노동자들의 관계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서로 일자리를 놓고 갈등이 있다.
중화전국총공회(ACFTU) 밖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 노조들은 민주적으로 지도부를 선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중화전국총공회에 그리 익숙한 상황은 아니다. 이런 노조들이 민주적으로 지도부를 선출해 노총에 가입을 하려고 하면서 많은 혼란이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 밖에 있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비판적 상을 제시하고 중국에 있는 사람들이 공동의 전망을 밝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무엇을 위해서 싸워야 하는가? 사유화, 중국 국가, 사회주의는 뭔지 등에 대해서 중국 노동자들이 전망을 가질 수 있도록 관계를 맺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최근 남미에서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ALBA(미주대륙 볼리바르 대안)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ALBA는 자유무역이 아닌 협력 “동아시아 지역도 교훈 얻을 수 있을 것”
ALBA는 매우 흥미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연구하고 있다. ALBA는 상호보완적 협약이지 자유무역이 아니다. 각각의 국가는 국가적 필요에 따라서 각각의 강점을 유지해주면서 공동의 힘을 모으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에너지 기술이 있고, 쿠바는 의료가 있고, 서로 협력하는 것이다.
생각은 매우 훌륭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메커니즘이다.
최근 남미은행 논의가 있다. 세계은행의 외채를 갚고, 세계은행의 돈을 빌리고 사유화를 하고 예산 삭감할 필요 없이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지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건설할 수 있다.
물론 각각의 지역마다 특수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남미에서 일어나는 실험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대단히 좋다고 생각한다.
남미와 동남아시아의 상황이 다르지 않는가?
"한국 민중운동에는 국가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힘 있어" "한국의 역사적 경험, 민중의 역사로 재 주장해야"
한국은 매우 빨리 성장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한 것은 자유로운 시장경제 때문이 아니라 국가의 통제 때문이었다.
군사 독재를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 당시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을 통해 ‘박정희식’ 또는 ‘신자유주의’가 아닌 민중들이 경제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민중의 이익을 위한 국가 경제 통제를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운동은 이런 역사를 엘리트들이 왜곡시키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역사로 재 주장해 내면서, 민중의 이익을 위해 국내 투자를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내 노동운동으로 이야기를 돌려보자. 최근 미국 내 거대노총인 AFL-CIO에서 ‘변화를 위한 혁신(Change to Win)’이 갈라져 나오는 등 변화가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변화를 위한 혁신 쪽이 더 급진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미국 노동자들은 수세적” 이주, 자유무역 문제에 대해 미국 노동자들도 혼란
미국의 노동자들은 매우 수세적이다.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미국의 노동운동의 변화는 그리 극적이진 않다. 다만 노동조합이 조직화에 예전보다 훨씬 더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주민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을 통해 이주민들은 스스로를 노동자로 선택했다. AF-CIO도 각 지역지부에 노동자 센터를 만들고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다. 미국의 노동운동이 이주노동자들과 에너지를 나누고, 이주 노동자들을 시민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쟁을 함께 하기 시작한 점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변화를 위한 혁신’에 참가하고 있는 서비스 노조(SEIU)는 최근 매우 안타깝게도 게스트 워크 프로그램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주민들은 이 정책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이주민들을 조직하고자 하는 것은 긍정적 신호지만, 안타까운 점도 있다.
이주 노동뿐만 아니라 무역 이슈에 대해서도 미국 노동자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많은 미국 노동자들은 중국 노동자들을 위협적인 존재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서서히 멕시코 노동자들이 경쟁자가 아닌 연대의 대상으로 인식을 바꾸어 가고 있다. 멕시코 노동조합이 와서 멕시코 이주민들을 조직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미국 노조들은 멕시코 노동조합의 재정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하고 있다. 양국간 노동자들의 연대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한미FTA 투쟁이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미FTA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한미FTA 뿐만 아니라 일본과 EU를 반대하는 목소리 나와야" “노동자들이 국가주의에 물드는 것은 위험”
나는 한미FTA를 반대한다. 그러나 한국의 운동을 보면 대부분 FTA반대 투쟁들이 단지 미국에 대한 비판으로 집중되어 있다. 일본, EU 등과의 자유무역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서 FTA를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중국으로 가는 것, 사유화, 비정규직화 등과 함께 자유무역은 자본주의 축적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자본 운동을 비판하는 관점에서 한미FTA 비판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자본이던 외국 자본이던 자본은 이 협정으로 이익을 얻을 것이고, 미국의 노동자들과 한국의 노동자들은 모두 잃게 된다. 노동자들이 국가주의에 물드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두 국가 노동자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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