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괜찮다. 그래서 쓸 수 있다. 쓸 수 있게 됐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핸드폰 저장공간이 부족했다. 그런데도 계속 맘 편히 핸드폰을 혹사시키다가 안 듣는 음악앱(해리포터와 '프렌즈' 음성파일) 1.5. 기가를 지우러 들어갔을 때, 핸드폰이 정지해 버렸다. 그랬던 것이다.

10년 치 정도의 기록이 모두 사라졌는데, 제일 안타까운 건 역시 사진이었고. 그렇게 나는 그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영영.

제일 먼저 찾아온 건 부정의 시간이었다. 나는 이 모든 걸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바로 그랬기 때문에, 그 일이 무얼 의미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바로 다음 날 용감하게도 애플 서비스 센터를 찾았던 것이고, 도착한지 5분 만에 '공장 초기화'를 시행해 버렸던 것이다. 만 오천 원을 결제하고 내게 돌아온 핸드폰은 완벽하게 모든 데이터가 지워진 새 핸드폰이었고, 그날부터, 바로 그날부터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졌다. 부정과 후회, 절망과 한탄.

밤마다 심장을 부여잡던 어느 날에는 이런 일기를 썼다.

그 일만 아니었다면.

나는 얼마나 기뻤을 것인가.

나는 얼마나 행복했을 것인가.

내 행복은 얼마나 완전했을 것인가.

내 마음은 얼마나 풍족했을 것인가.

나는 얼마나 나댔을 것인가.

나는 얼마나 까불었을 것인가.

나는 얼마나 나분댔을 것인가.

나는 얼마나 자랑했을 것인가.

나는 얼마나...

얼마나 오두방정 깨방정...

나는 얼마나.

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마침 그날은 방학 하는 날. 그렇게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 해야 하는 일들을 다 마무리하고, 김부장님이 출근하지 않은 날. 그 좋은 날. 나는 소중한 걸 잃어버리고, 그걸 다시는 찾을 수 없다는 걸 매 순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내가 잃어버린 건 뭘까. 10년간의 사진. 10년간의 기억. 10년간의 추억. 더 어린 아들, 더 어린 딸, 더 젊은 나. 하지만, 사진이 있어도, 지금 사진이 여기에, 내 핸드폰 안에 있다해도 이미 그것들은 다 잃어버린 것들이다. 지나간 것들이고, 흩어질 것들이다. 이미, 이미 나는 모든 걸 다 잃어버렸다.

온 세상에 끝이 온 것처럼, 나라 잃은 백성 마냥 괴로워하는 내 자신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두 가지의 목소리가 내 안에서 울려 퍼졌다. 어차피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어. 네가 그리워하는 건 사진을 찍었을 때의 장소, 사진을 찍었을 때의 시간이잖아. 그걸 돌이킬 방법은 없어. 그니깐, 그 시간을 돌이킬 수 없으니까 그 사진이라도 갖고 있어야 돼. 난 그 사진이 필요해. 누가 죽은 것도 아니고, 많이 아픈것도 아니고, 누가 다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하는건 좀 과하지 않아? 고통에도 위계가 있는 거야? 나는 잃어버렸다고! 나는 통째로 잃어버린 거라고!

정말 힘들었던 건 이게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건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나의 성향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 그런 깨달음, 그런 인식이 나를 제일 아프게 했다. 이제 앞으로 잘하면 되지. 앞으로 저장 잘해 놓으면 되지, 라는 남편의 말이 조금도 위로가 안 되었던 이유다. 128기가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에 127.8기가가 저장된 상태로, 원활한 카톡을 위한 300메가의 저장공간을 확보해달라는 메시지를 받은게 한달 전이데. 그것도 아주 여러 번, 그런 메시지를 받았는데도 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용량이 큰 비디오파일 50여 개를 핸드폰에서 노트북으로 옮겨 놓은 게 내가 했던 유일한 행동이었다. 무슨 일이든 미룰 수 있는 때까지 끝까지 미루고, 항상 간당간당, 분초를 다투며 뛰어다니는 일상을 이어가는 나의 게으름이, 내 발목을 잡았다. 아니, 내 사진을 날려 버렸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라는 말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나는 왜 아이폰을 썼나. 나는 왜 클라우드를 연동해 놓지 않았나. 나는, 나는 왜. 왜왜왜.

헬게이트 열린 후 일주일이 지나고, 큰애가 브런치 잘하는 집에 먹고 싶은 메뉴가 있다고 해서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내게 '공장 초기화'를 선사했던 건물이 보였다. 아, 나의 사진이여. 나의 공장 초기화여. 그날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일주일 동안 핸드폰을 만지지도 바라보지도 않았는데... 비로소 책사진을 찍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밥도 잘 안 먹고, 책도 안 읽고,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잠만 자던 생활을 드디어 청산하고, 이제 책상에 앉을 수 있게 됐다. 『우리 안의 인종주의』, 『테일러 스위프트』를 다 읽었고,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전체주의의 기원』, 『유대인의 역사』, 『Bad Luck and Trouble』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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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8-06 1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클라우드는요!? 했더니... 아이클라우드............ 너마저...-_-;;
이 글을 읽는 내내 공쟝쟝이 생각났읍니다... 네 그렇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8-06 12:27   좋아요 2 | URL
쟝님이 절 많이 위로해 주었고요. 잘 애도하고 잘 보내주라 했습니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님은 떠났지만 나는 아직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질척질척)

잠자냥 2024-08-06 12:35   좋아요 1 | URL
공쟝초기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8-06 12:38   좋아요 1 | URL
그게 그렇게 큰 일인지 알지 못한 나의 무지여....................

다락방 2024-08-06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기운 좀 차리셨나요. 지금도 순간순간 과거로 잃어버린 시간으로 돌아오지 못할 추억으로 쌓이고 있습니다. 잘 쌓아갑시다, 단발머리 님. 다시 차곡차곡요.

단발머리 2024-08-06 15:27   좋아요 0 | URL
네, 찬찬히 찬찬히 돌아오고 있습니다. 가끔, 잃어버린 풍경이, 놓쳐버린 순간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모두모두 백업 잘 받아두시길 바래요, 여러분 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님은 잘 관리하고 계신듯 해서 다행입니다. 오래오래 잘 보관하소서!

독서괭 2024-08-06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오.... 단발님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그 안타까움, 아쉬움, 후회, 자책, 슬픔과 고통과 절망 ㅜㅜㅜㅜ 저도 귀찮은 일은 미루는 편이라 이 글을 보니 불안해지는군요. 저의 아이폰.. 저도 계속 용량이 모자라다는 알림이 오면 일부 지우고 옮기면서 버티다가 결국 폰을 바꿔서 해결했습니다만. 클라우드 연동도 안 해 놨고요.. 최근에는 애들 사진은 아예 몇달치씩 인화해서 앨범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단발님이 앞으로 쌓아가실 추억들은 더 멋질 테니까.... (토닥토닥)

단발머리 2024-08-06 15:32   좋아요 1 | URL
안타까움과 후회와 자책의 시간이 다 지나간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아졌습니다. 히잉 ㅠㅠㅠㅠㅠㅠㅠ
위로의 말씀 감사해요, 독서괭님!
클라우드 연동 미리 다 해놓으시고요. 아이들 사진 인화 기립박수 올려드립니다.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동영상은 네이버박스나 구글포토를 이용하시면ㅠㅠㅠㅠㅠㅠㅠ 저같은 불상사를 막으실 수 있겠습니다.
제가 비교적 최근 자신은 가족들에게 많이 뿌려놓았더라구요. 일테면 2년 전에 작은애랑 도서관 왔을 때 풍경이나 롯데리아에서 모의고사 채점하는 모습 같은 거요. 그래서 뿌려놓은 거 돌려받으며 위안 삼고 있습니다. 제 셀카는 왜케 많이 뿌렸던가요. 울다가 더 울어버릴 일입니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4-08-07 0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 어릴 때 사진들은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지금 제게는 아이들 어릴때 사진들이 너무 소중한데, 왜 그때는 더 많이 더 자주 사진들을 찍지 않았나 하고 후회하게 되더라구요. 특히 작은 아이가 큰 아이에 비해 자신의 사진은 왜 별로 없냐고 물었을 때 더욱더.

저는 아이폰을 한번도 안 써봤고, 늘 안드로이드만 썼는데, 저도 모르게 제가 폰으로 찍었거나 폰에 저장해뒀던 사진들은 구글이 다 모아놓고 있었더라구요. 처음 안드로이드 폰을 썼던 시절부터. 나중에 알고 좀 많이 놀랐습니다.

단발머리 2024-08-08 08:40   좋아요 0 | URL
너무너무너무 아까운 마음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 어렸을 때 왜 더 자주 사진을 찍지 않았나 그 마음도 백분 이해가구요. 전 비디오 찍어둔 것도 얼마 없어서 더 그런 맘입니다.

이번 일로 주위 사람들 ‘자료 관리‘ 현황을 조사했는데, 구글 포토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놀랄 일이기도 하고.... 저같은 이런 경우라면 고마워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완전 자동으로 업로드된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불편한 마음이구요.

수이 2024-08-07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나아가시기를, 새로운 삶으로.

단발머리 2024-08-08 08:37   좋아요 0 | URL
네, 그럴게요. 찬찬히 나가볼게요. 고맙습니다, 수이님 : )

psyche 2024-08-10 0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앜!! 이렇게 된 거였군요. 공장 초기화....십년 치 기록이 다 날라가다니 읽는 제 가슴이 다 아프네요. ㅜㅜ 어떤 말도 위로가 안 되겠죠?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 고쳐서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ㅜㅜ

단발머리 2024-08-10 22:38   좋아요 0 | URL
프시케님 가슴이 아프시다는 말씀이....... 제게 너무 위로가 됩니다. 저는 실제로 가슴이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다시 알았습니다. 살아 있다는 걸, 가슴의 통증으로 확인했습니다. 몽땅 잃어버린 사진들을 다시 핸드폰에 채워가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 지루하고 괴롭기는 하지만, 제 몫인 것입니다ㅠㅠㅠㅠ 일단 외양간을 다시 지어야합니다.

다시 한 번 반갑고 감사드립니다, 프시케님! 자주자주 오셔서 저를 좀 ㅋㅋㅋㅋㅋㅋ 위로해 주시어요!!
 
한국의 여성과 남성 현대의 지성 39
조혜정 엮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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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패러다임: https://blog.aladin.co.kr/798187174/7637637

전업주부 페미니즘: https://blog.aladin.co.kr/798187174/9339011




한국 사람이 쓴 글을 한국어로 읽는 기쁨에 더해, 어려운 이론을 술술 풀어주는 것에 더해, 이 책의 백미는 '정리'에 있다. 이제까지 읽어왔던 여성주의 이론과 대략적인 역사, 여성주의 운동 뿐 아니라, 이것이 우리 사회, 분단된 한국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접목'되어 왔는지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잘 읽힌다는 특장점은 저자에 대한 존경심을 더욱 진지하게 만들어준다.




사람마다 공명하는 지점이 다르겠지만, 공통으로 이야기되는 부분은 역시 제주도를 다룬 6장, <'발전'과 '저발전' : 제주 해녀 사회의 성 체계와 근대화>일 것이다. 스스로가 베짱이라 생각하는 나는, 심사가 단정하지 못한 나는, 제주 여성들이 겪어온 삶의 굴곡과 어려움에 대해 느낀 분노의 감정보다 제주 남성들이 살아낸 '고귀한(?)' 삶에 대한 부러운 마음이 오히려 압도적이다. 생계를 책임지는 아내, 아이들을 건사하는 아내, 고된 물일과 끝없는 밭일, 집안일을 전담하는 아내에게 받은 돈으로 '작은각시'와 생활하는 그런 인생. 그런 삶을 정당화하는 문화. 그 문화를 당연시하면서 살아가는 삶. 그 일생. 그 인생.




텔레비전의 보급이 제주도민들의 생활 변화를 가져온 부분은 특히나 인상적이다. 섬에 고립되어 살고 있는 자신들과 다른 삶, 육지에 대한 동경이 극도로 계급화된 모습으로 그려질 때, 그것이 텔레비전이라는 권위를 등에 업고 나타났을 때, 고단한 삶을 탈출할 하나의 답으로 여기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다.





더 쓰고 싶은 부분은 '전업주부'에 대한 부분이다.




가정일을 실제로 누가 주도하든 경제적 자립 가능성이 없고 가사일이 정당한 사회적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정에 고립되어 잇는 비취업 주부는 통괄권을 쥔 남편에게 궁극적으로는 종속될 수 밖에 없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227쪽)



장기적으로 볼 때, 비취업 가정 주부의 삶의 형태는 없어지거나, 있더라도 순수한 선택에 의한 하나의 삶의 형태로 남아 있게 되어야 할 것이다. (258쪽)




2015년에 권인숙 씨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간통제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가 '전업주부'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에 나는 전업주부였고, 그 이후로도 오랜 기간 전업주부였다. 지금은 일당제 단기 계약일을 하고 있지만, 자동으로 계약 연장이 되지 않는 일이라 내년을 장담할 수 없는 그런 처지이기는 한데, 일단 현재로서는 전업주부는 아니다. 그때의 나, 2015년의 나는, 권인숙 씨의 그 말이 조금 아쉬웠는데,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고 계신 분이 이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 좀 서운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2015년의 내 글은 그런 나를 변명하는 의미가 강했고, 그때로서는 그게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내 삶에 대해, 나는 어떤 식으로든 이해해야 했고, 받아들여야 했으니까.




이 책에서 조한혜정 선생님의 비슷한 표현을 읽고 난 후에도, 나는 그때처럼 발끈하지는 않았는데, 그건 나의 위치가 바뀌어서라기보다는, 내 생각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여성의 노동, 재생산 노동을 위시한 각종 돌봄노동이 돈으로 환산되지 않았을 뿐이지 엄밀하고 적확한 의미에서의 '일'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노동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계약 관계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할찌라도, 이 사회를 작동케 하는 강력하고 의미 있는 활동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어떤 여성이 '남편을 살뜰히 보살피고, 아이들을 잘 건사하고, 부모님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일'에 기쁨을 느낀다면, 그 와중에 자기 자신을 보살피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런 삶이 행복하다고 한다면, 나는 그러한 삶, 그러한 결정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간순간의 작은 생각들과 자기만의 것이라 여겨지는 소소한 판단과 결정을 지배하는 문화의 힘과 자본의 거대한 압력 속에서 어느 영역에서 타협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본인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나는 마리아 미즈의 마지막 충고를 기억하고야 만다. 여성성에 대한 중산층적인 이상화를 비판해야 한다. 네, 그럼요. 비판해야지요. 일단 저는 저를 좀 비판하고, 저의 게으름을 한탄하고, 저의 배고픔을 달래야겠습니다. 그 담에 제가 야무지게 중산층적인 이상화를 비판할게요. 진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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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8-05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의 변화에 닿기까지 치열하게 사유해 오신 단발님께 박수를 짝짝짝! 내 감정에 적합한 분석 섞인 말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끔 감정이 변하기도 해요. 그러니까 고급스럽게 말하면 내가 나의 조건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는 것일텐데….

저는 그게 어떤 해방감을 주는 것 같고…. 그래서 여성주의 읽기가 참 좋아요!

2015년의 글을 읽어봐야하겠는데… 졸립니다… 베짱이를 꿈꾸는 개미는 뚠뚠 노동하다 열두시 알람이 울려 댓글달고 갑미다 :)

단발머리 2024-08-06 12:29   좋아요 0 | URL
저는 여전히 전업주부에 대한 그런 시선이 불편하고 또 기분 나쁘지만... 네, 예전보다는 덜 기분 나쁘네요. 제가 현재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않고요. 쟝님 말대로 조건에 대한 해석이 바뀐건데..... 온 세상이 그렇게 보고 있다는 걸 받아들인 거니까 일종의 체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성주의가 주는 해방감을....... 누려할 시간입니다. 허나 그럴려면 먼저 읽어야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8-05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읽기를 잘한 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나 제주도 여성들에 대해서라면 막연하게 제주도 여생들이 억세다, 강하다는 말을 듣는 그 배경에 대해 알게된 게 좋더라고요. 억세다, 강하다 라는 말로는 감히 다 담을 수 없는 그들의 삶이요.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2024-08-06 12:31   좋아요 0 | URL
제주도 여성들 어떻게 살아왔던건지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놀라울 뿐입니다.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저도 많이 기쁩니다. 다락방님이 계셔서 이 모임이 이렇게 오래 착착 야무지게 진행되고 있네요!!

2024-08-05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05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4-08-05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지막 두줄 왜 이리 귀여우십니까? ㅋㅋ
이 책 정리가 잘 되어 있다고 많이들 칭찬하시는 거 보니 다시 페미니즘 책 읽을 때 읽어봐야겠군요..
그런데, 커피 두 잔 다 단발님 거예요?

단발머리 2024-08-06 12:37   좋아요 1 | URL
이 와중에 저의 귀여움을 발견해주시는 독서괭님은 진정 매의 눈이시며, 안목의 여왕, 이 시대의 참 알라디너되십니다!!
이 책 정리 잘 되어있어서 전 강추이고요. 아쉬운 점은 편집과 디자인이 많이 올드하다는 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른쪽 바닐라라떼가 제것이고요 ㅋㅋㅋㅋㅋ 왼쪽은 머스캣 피치 아이스티인데 큰아이꺼입니다. 전 한 번에 한 잔 마시는 사람이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8-06 14:21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한 번에 두 잔 주문도 마다않는 다락방 입니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8-06 14:23   좋아요 1 | URL
☕️🍺🍷🍹🍾🍸🍵🥤🍶🧋 두 개만 고르세요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8-06 14:40   좋아요 1 | URL
🤣🤣🤣🤣🤣 책 읽으며 두잔 마실 수도 있죠 뭐!! ㅋㅋㅋ

단발머리 2024-08-06 14:42   좋아요 0 | URL
☕️🍺🍾🍷🍹🥂🍸🍵🥤🍶🧋중에서 세 개 고르세요 ㅋㅋㅋㅋ
 




어머! 이 책 너무 좋아라. 이 책 너무 좋은 거 다른 사람들도 다 알아야할텐데….. 아, 어쩌면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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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4-07-18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도 이 책 좋은 걸 알기 위해 장바구니에 넣고 곧 살 예정입니다 한국가면 가져올거예요 후후

단발머리 2024-07-19 08:42   좋아요 0 | URL
달자님~~ 30쪽 읽고 자랑하기 부끄럽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 참, 좋네요. 이제껏 읽은 것들 정리도 되고요.
한국에서 가져오신다니 한국 오시는거에요? 행복한 귀국 여행 되셔야 하는데, 한국 많이 덥습니다. 프랑스도 덥지만요 ㅎㅎㅎ

다락방 2024-07-18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은 거 제가 알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4-07-19 08:43   좋아요 0 | URL
그걸 미리 알고 있는 다락방님, 짱! 조한혜정님 다른 책 찾아보고 있어요. 진작 읽었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잠자냥 2024-07-19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떡은.....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7-19 10:4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사진에서 왜 떡을 보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7-19 10:53   좋아요 1 | URL
떡밖에 안 보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7-19 10:55   좋아요 1 | URL
어머! 이 떡을 아세요? 이 떡이라고 하면 국가 기념일 같은 큰 행사를 기념하는 떡이라고 저는 들었거든요.
잠자냥님 좋은 일 있으셨나봐요! 혹 승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4-07-20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07-20 09:46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4-07-20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20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20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21 0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하수 2024-07-22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요즘 책과 멀어져 있어서 어쩔까 장바구니에만 담아놨는데
그럼 저도 곧 비우러 가겠습니다~~~^^

단발머리 2024-07-25 17:34   좋아요 0 | URL
이 책 너무 좋아요. 여성주의 책 요점정리 같기도 하고요. 또 우리나라 여성들의 삶과 그 변화와 잘 요약되어 있기도 합니다.
얼른 비우십시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4-07-24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24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24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24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깜박깜박 도깨비 옛이야기 그림책 13
권문희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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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베스트셀러>는 작년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았고, 나 혼자 꾸준히 썼는데, 올해는 많이 못 썼다. 아니, 거의 못 썼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건 아닌데, 글을 쓸 시간은 부족했던 거 같다. 그냥 물리적으로.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지금 이 순간 뽑아보는 이 주의 베스트셀러. 사실은 지난주의 베스트셀러.


이 책은 <줄줄이 꿴 호랑이>로 유명한 권문 희님의 책이다. 나는 그분의 그림체가 마음에 들어서 그 분의 동화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의 그림도 마음에 든다. 특히 도깨비의 불꽃 머리가 마음에 드는데, 요즘 핫이슈 홍명보 감독의 헤어스타일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혼자 사는 한 아이가 단기 알바(최저임금 10,000원 돌파 축하합니다. 문재인 정부 첫해에 16.4% 인상해서 가능한 일이에요)로 받은 일당 돈 서 푼을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도깨비를 만난다. 돈 서 푼 빌려달라는 도깨비. '도깨비는 잘 잊어먹는다던데...' 그래도 어쩌리. 아이는 도깨비에게 꼭 갚으라 한 마디를 더하고 돈 서 푼을 빌려준다. 다음날 찾아온 도깨비, 돈 서 푼을 갚는다. 그리고 그다음 날, 도깨비는 돈 서 푼을 갚으러 온다. 너 돈 갚았어. 언제? 어제. 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어제 빌렸는데 어떻게 어제 갚니?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도 도깨비는 돈 서 푼을 갚으러 온다. 없는 살림의 찌그러진 냄비가 안쓰러워 보인다며 요술 냄비를, 나뒹구는 방망이를 보고는 도깨비 방망이를 가져다준다. 돈 서 푼, 요술 냄비, 도깨비 방망이가 차곡차곡 아이네 집에 쌓여간다.







그러던 어느 날, 도깨비가 찾아와서 엉엉 운다. 도깨비네가 파산 선고를 받았는데, 살림을 너무 헤프게 써서 그렇다는 거다. 들어보니 돈 서 푼, 요술 냄비, 도깨비 방망이를 모두 아이한테 가져와서 그런 거 같다. 내가 모아놓았어, 이거 다 다시 가져가! 돈 못 갚아서 미안해, 요술 냄비도, 도깨비방망이도. 미안해! 하늘의 벌 받고 와서 내가 다 갚을게! 울며 뛰쳐나가는 도깨비. 그 후로 그 아이는 예쁜 각시를 얻어 결혼하고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다가 "도깨비야! 도깨비야!" 도깨비를 부르며 죽는다. 하늘나라에서 벌 다 받은 도깨비는 그 아이의 집으로 찾아오고.... 아, 걔네집이 어디더라? 이 근처 같은데? 그렇게 이 동화는 끝이 난다.



그저께 큰아이랑 침대에 누워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핸드폰으로 찍어둔 그림을 보게 됐다. 이 책 기억나지? 큰아이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래서 시작되는 베드타임 스토리. 옛날에 혼자 사는 아이가 있었대. 근데 그 아이가... 도깨비... 돈 서 푼, 요술 냄비, 도깨비방망이... 도깨비야, 도깨비야. 이 책 읽어줄 때 아이들한테 꼭 물어봐. 왜 그 아이는 죽으면서 "도깨비야! 도깨비야!" 했을까. 너무 고마워서. 고마운데 그 말을 못해서. 고마운 마음을 도깨비한테 전하고 싶은데 그걸 전할 수 없어서. 그래서...



이 책을 몇 번쯤 읽었을까. 7번? 8번? 그림이 귀엽고, 도깨비가 귀엽고, 돈 서 푼도 귀엽고. 요술 냄비에서 연어초밥과 돈까스, 커피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읽는 그림책.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책. 그런데 마지막 따옴표에서 전해지는 애절함. "도깨비야, 도깨비야!" 마지막 말 속에 담긴 아이의 마음.


큰아이에게 도깨비 이야기를 하면서, 도깨비가 '부모'의 비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내어 천천히 일곱, 여덟 번을 읽었을 때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정말 도깨비는 부모의 비유일까. 나는 그런 부모가 아니다. 그런 부모가 아니라는 걸 안다. 이 세상 모든 부모가 그럴 수 없다는 것도, 그것 역시 부모에 대한 이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도깨비를 생각하면서 내 부모를, 엄마와 아빠를 떠올린다.



아이는 혼자 사는 아이다. 아이는 세상에 혼자 왔고,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 그 애 앞에 도깨비가 나타난다. 도깨비는 아이에게 돈 서 푼을 달라고 한다. 줘야 해서 줬지만 못 받아도 괜찮다. 그날 하루 돈으로는 큰 돈이지만, 아이가 다 큰 후에는 그렇게 큰 돈이 아니다. 아이는 돈을 빌려준다. 준 것도 아니고 빌려준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도깨비가 돈을 갚는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다음날도 도깨비는 빌린 돈을 갚으러 온다. 매일 갚으면서도 도깨비는 갚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갚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돈 서 푼을, 요술 냄비를, 도깨비 방망이를 매일매일 가져다 주면서도, 자신이 그 좋은 걸 주었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헤어질 때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다음에는 꼭 갚겠노라고, 다음 번에 만날 때는 돈 서 푼을 꼭 갚겠노라고 말한다.


아이는, 도깨비 덕분에 결혼을 하고, 도깨비 덕분에 행복하게 알콩달콩 살 수 있었던 아이는, 도깨비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네 덕분에 편안히 살았다고, 네 덕분에 행복했노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도깨비는 없다. 도깨비는 떠났다. 미안해하며, 돌아오겠노라고 말하며 떠났다. 영원히, 영영 아이를 떠났다.



돈 서 푼을 갚겠다는 도깨비의 마음과 '도깨비야!'를 부르는 아이의 마음은 서로에게 닿지 못한다. 엄마, 아빠의 딸이고 아이들의 엄마인 나는, 도깨비보다는 아이의 마음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좋은 것을 주고도 잊어버리는 도깨비가 되지 못한 나는, 미안해하는 아이가 된다.


"도깨비야, 도깨비야!" 도깨비를 부르는. 고맙다는 마음을 끝내 전하지 못한. 도깨비에게 닿지 못한 마음을 가진.

아이. 남겨진 아이. 도깨비를 부르는 남겨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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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4-07-13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단발머리 2024-07-13 10:33   좋아요 1 | URL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좋은 날 되세요!

독서괭 2024-07-13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알고 있던 이야기인데 도깨비 건망증 심하네.. 이러다가 단발님 글 읽으니 정말 부모의 비유 같네요!! 뭐 저도 주고 또 주면서도 미안해하는 엄마는 아닙니다만ㅎㅎ 그저 그 마음을 고맙게라도 생각하는 아이라서 다행이다 싶네요.

단발머리 2024-08-02 16:13   좋아요 1 | URL
아이고, 제가 답이 늦었어요 ㅠㅠ 독서괭님은 이 책 아실거라 생각했어요. 여러 번 읽어도 좋은 책이에요.
저도 그 마음을 고맙게 생각하는 아이 될려고요. 쪼금이라도요 ㅎㅎ

건수하 2024-07-13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줄줄이 꿴 호랑이는 재미있게 봤는데 이 책은 모르고 지나갔네요. 도서관에서 빌려가야겠어요 😊

단발머리 2024-08-02 16:13   좋아요 1 | URL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빌려 읽고 벌써 반납까지 하셨을듯....
최근 저의 최애 동화책입니다 ㅎㅎ

건수하 2024-08-03 13:01   좋아요 0 | URL
전 까먹었… 죄송합니다. 집앞 도서관에 있나 확인해봐야겠어요 ^^

라파엘 2024-07-13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결혼에 대한 생각은 들지 않지만, 아이를 기르는 것에 대한 생각은 종종 들 때가 있어요. 내가 아닌 한 사람을 나 자신만큼 (아마도 그 이상으로) 사랑하고 양육하는 그 경험을 통해서만 체득할 수 있는 어떤 마음들이, 우리 인간을 진정으로 인간답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해서요 ㅎㅎ

단발머리 2024-08-02 16:19   좋아요 1 | URL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어디 다녀왔나봐요 ㅠㅠㅠ
라파엘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 경험을 통해 체득되는 마음이 있더라구요. 근데 모성/돌봄 조차 사회적으로 상상되고,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거라서.... 전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깐 제 요는.... 아이를 자기 손으로 키워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은 또 배우더라구요. 저는 직접 아이를 키웠고, 그리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는 하는데.... 제 애정과 혼합된 다종다양한 욕망이 저를 가끔 다른 길로 인도하기도 한답니다. (느닷없이 라파엘님께 고해성사 ㅎㅎㅎㅎ)

다락방 2024-07-15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아가 조카 만나 줄줄이 꿴 호랑이를 읽어줬거든요. 그런데 끝까지 읽어주지는 못했어요. 아가 조카가 벌떡 일어나 제 방으로 달려가는 바람에... 그런데 첫 표지 열자마자 나오는 참깨들을 보고 뭐냐고 물었고 글쎄 뭘까? 여동생도 갸웃하고 이미 책을 읽은 저는 그건 책을 읽어보자, 하다가 드디어 참깨가 나왔어요! 그러자 아가 조카는 어? 하더니 첫장으로 돌아가서 이게 그거라고 했답니다. 너무 귀엽죠? (그냥 다 귀엽습니다). 이 페이퍼 보니 줄줄이 꿴 호랑이 읽던 주말의 아가 조카 생각이 납니다. (주섬주섬 이 책도 장바구니로..)

단발머리 2024-08-02 16:20   좋아요 0 | URL
이게 그거라고 할 때........ 아, 얼마나 귀여울까요? 이 귀여움은 진짜 말로 다 할 수 없는 ㅋㅋㅋㅋㅋㅋ 극강의 귀여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직도 몰타이신 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급 안부 묻기)

다락방 2024-08-02 18:24   좋아요 0 | URL
로마입니다!!

단발머리 2024-08-02 18:45   좋아요 0 | URL
앗! 로마 페이퍼 봤는데 ㅋㅋㅋ 몰타가 로마 근처인 거죠? ㅋㅋㅋㅋ좋은 시간 보내세요~~~ 😘😍🥰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은 어떤 특권입니다. 그것은 사회적 우월성의 표식입니다. 타자의 시중을 들기 위해 타자를 돌봐야 하는 혹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직업에 전념해야 하는 사람과 대조적으로 말입니다. 부와 신분 그리고 출생이 주는 특혜는 자기 자신을 돌볼 (배려할-옮긴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로 나타납니다. 로마의 오티움orium (교양 있는 여가)이라는 개념이 이와 아주 가깝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교양 있는 여가'는 특히 자기 자신을 돌보는 (배려하는-옮긴이)데 보내는 시간을 의미합니다.(38쪽)



이런 이야기는 참 필요 없는 이야기인데, 그래도 써 둔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제목 때문에 구입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이 부분을 푸코가 프랑스어로 어떻게 표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껏 흥미를 일으키는 제목인 데다가 책의 표지도 마음에 들었다. 과하게 포장하지 않으면서 색깔로 대결하는. 내용이 어떤지 보지도 않고 구입했는데, 한참 읽고 나서야 전에 읽었던 푸코의 『자기 해석학의 기원』이 포함되는 <미셸 푸코 미공개 선집> 시리즈 중 4번째 책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파란책과 나란히 하는 책이라면 사지 않았을 텐데. 그 파란책은 너무나 어려웠고 어려웠으니, 이것저것 찾아보지 않은 나의 불찰입니다.



푸코는 자기 돌봄과 자기 테크닉을 통해 '자기 수양'을 연구하는데, 여기에서 자기 돌봄은 일정 시간을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 자신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시골에서의 은둔, 명상, 독서 등이 자기 돌봄의 방책들이다. 38쪽의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은 특권'이라는 말은 바로 이해 가능하다. 명상과 독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것, 자신과의 관계를 계속 확인하는 이 00는...................................................................





어제밤에, 여기까지 쓰다 잤다. 왜냐하면, 오늘 아침에 수험생이 모의고사를 보는데, 예정해 두었던 소고기미역국을 끓인다 하니, 수험생과 재작년 수험생이 반대했기 때문에, 다른 메뉴를 찾던 중에 아쉬운 대로 닭가슴살 양파볶음을 해주기로 했고, 밥도 새 밥이어야 하니, 아침 일찍 기상하여야 하기에....



그래서,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은 특권이다. 타자의 시중을 들 필요도, 생계를 꾸리기 위해 직업에 전념할 필요도 없는 상태.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빈곤율이 상당히 높은 나라인지라 이런 말의 한 쪽 구석이 비어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만약 노년에 경제적인 압박이 덜하다면 나는 이게 실현 가능한 사람은 '남편과 사별한 60대 후반의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남편과 사별한'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한 가지는 남편과 사별했다는 것이고(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노년의 잔소리꾼을 경험한 사람만 알 것이니), 두 번째는 한국에서 '여전히' 정서적, 경제적인 보증이 되는 자식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에서다. '60대 후반'은 아직 충분히 젊은 나이이고, 현대의 추세를 고려하건대 이는 80대 초반까지 가능하다. '여성'이라는 건, 남성에게 돌봄, 더욱이 자기 돌봄은 죽음 직전까지도 너무나 어렵고 고차원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타자의 시중을 들 필요도, 생계를 꾸리기 위해 직업에 전념할 필요도 없는 상태. 거기에 더해 나 자신의 존립을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 없는 상태. 자기 돌봄의 최정점. 나의 이런 생각은 128쪽의 문장들로 확인된다. "노년은 인생의 특권적 시기입니다."




그 자기 돌봄 최정점의 한쪽에 '글쓰기'가 있다.


글쓰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자기 자신을 돌본다는 것은 하루 동안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바, 자신이 느낀 바, 자신이 경험한 바, 자신이 읽은 책, 자신이 나눈 대화 등을 메모하는 것을 포함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리스인이 휘포므네마타hupomnémata라 부르는 바, 즉 다시 읽고 기억하기 위한 수첩을 만듭니다. (87쪽)



하루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바, 느낀바, 경험한 바를 적어나가는 일,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말하는 일, 자기 자신과의 대화, 타인과의 대화를 메모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던지. 그 중요한 자기 돌봄에서조차 글쓰기는 이렇게나 중요하다.



나는 19년을 전업주부로 있다가 작년부터 일을 하게 되었다. 사회적인 일, 계약 관계에 의거한 일, 눈에 보이는 일, 돈을 받는 일을 하게 되어 기뻤으나, 이런 기쁨과는 상관없이 내 체력과 시간과 에너지를 고스란히 가져다드리다 보니 어느새 잃어버린 나의 여가 시간. 내게는 무언가를, 어떻게 할,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정희진 선생님은 공부가 필요 없는 계층과 공부할 여력이 없는 계층 사이에 위치한 중산층의 특이성에 대해 설파하시면서, 중립적일 수 없는 지식의 한계, 위치에 대해 설명하셨는데, 그러니깐 결국 지식의 생산, 새로운 언어의 창조, 더 넓은 의미에서의 글쓰기는 중산층에게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언제던가, 평일 저녁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러 갔을 때, 선생님은 청중을 가리켜 '지금 이 시간, 여기에 올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가지신 분들'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그건 참 맞는 말이다. 그러지 못하는, 그럴 수 없는 조건이 훨씬 더 많다.



진실을 지향하는 자기 수련과 관련해 푸코는 자기화, 체현에 대해 말하는데, 그가 예로 든 '계시'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그건 또 다음 기회를 이용해야겠다. 마침 점심시간이고, 오후에는 바쁠 예정이며, 퇴근 후에는 2부가 펼쳐질 것이고, 쩜쩜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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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7-11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바닥의 푸코광인이 기쁨의 내적 댄스를 추며… 이 글을 포풍흡입하였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문득 ㅋㅋㅋㅋ 제가 예전에 써둔 글을… 여성의 노년과 자기돌봄에 대한 글의 링크를 여기 놓고 가오니…. 한번 읽어주십시오! ㅋㅋ https://blog.aladin.co.kr/jyang0202/13664706 (이미 여성 노년의 삶에 적응해버린 잔류인구 올림ㅋㅋㅋ)

단발머리 2024-08-02 16:22   좋아요 0 | URL
제가 야무지게 잘 읽었고요. 참~~ 잘 썼다! 쟝님 글에 내 글이 밀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해버렸습니다.
다른 거 읽어야지, 다른 거 써야지!!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진짜, 진심입니다!

수이 2024-07-11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순전히 제목이 좋아서 샀어요. 마침 표지 때깔도 핑크핑크해서 영롱하기 그지 없었고. 정희진 선생님 말씀은 여러모로 뼈를 때리네요. 천천히 읽으면서 저도 ‘진실‘을 말해볼래요.

단발머리 2024-08-02 16:23   좋아요 0 | URL
당신의 진실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돌봄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미모를 칭찬합니다.

공쟝쟝 2024-07-11 1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다시 읽어도 너무 좋네. ㅋㅋㅋㅋㅋㅋ 좋아요 버튼 1000천개 다른 거 없나요? ㅋㅋㅋㅋㅋ 푸코여서 좋은 거 아니고요 단발님의 푸코여서 좋은 거예여.. 게다가 정희진 샘 이야기 나온 것도 너무 좋고요. 물론. 그날. 그 강연 장에서 단발님이 저한테.쟝쟝님. ㄱ ㅣ억해여!!! 당신 이제. 중산층입니다. 라고 해서 억울했다고… 제가요? 제가.. 제가요?🙄 새벽 닭이 울기 전까지 세번 부정했습니다.만. 그냥 인정하고 한가한 척하면서 푸코나 읽으면서 지내기로 함.ㅋㅋ 자기돌봄은 여유에서 나온다. 특권이다. 인정인정. 나의 특권.

푸코의 글쓰기로써의 자기돌봄이랑 파레시아랑 저는 연결되는 지점에서 저는 나름 제가 추구하고 있는 실존의 미가 있다고 의미부여 하곤해요. 멍멍!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8-02 16:26   좋아요 1 | URL
제가 당신.... 이제 중산층입니다. 라고 그 날 밤.... 말했다면, 저는 조금 나쁜 사람.... 새벽 닭이 울기 전까지 세 번 부인할 일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고 푸코 읽기로 한 것은 칭찬하고요. 푸코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 그러니깐 이거 너무 웃기지 않아요? 라고 물어보려면 그걸 받아들이셔야 할 것입니다. 푸코 이름 아는 거 말고요. 푸코 재미있다고 말할려면요 ㅋㅋㅋㅋㅋㅋ

자기돌봄이랑 파레시아 엮은 글은 쟝님이 써 주세요. 저는 그걸 기다릴게요. 점심 뭐 먹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7-12 0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푸코 읽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선집이 예쁘게 나왔군요…씁(침 닦고)
저 이모티콘 공감이요 ㅋㅋㅋ 에휴 단발님 아침에 요리까지 하려면 더 그렇죠. 전 아침 요리 포기 ㅋㅋ
노년이 인생의 특권이 되는 걸 목표로 살아야겠.. 이라 쓰다 보니 사별이 조건입니까? ㅋㅋㅋㅋㅋ 아 미안 남편.. ㅋㅋㅋ

단발머리 2024-08-02 16:31   좋아요 1 | URL
저도 이 글을 남편이 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하지만 수정하지 않는 나의 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남편이, 아이들이 이 글을 알게 됐다면 말이에요. 아... 그거 괄호 봐봐. 노년의 잔소리꾼. 자기는 아니잖아? 이렇게 가는 방법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집은 아직 아침 먹습니다. 이게 버릇이 되서요. 밥에 된장국에 계란 후라이, 볶은 김치에 김. 이렇게 먹어도 진수성찬이라고 제가 막 노래 부르면서.... 아침을 차립니다. 온 가족이 습관되었다면 괜찮구요. 제 친구는 당근-사과-양배추 쥬스 권하더라구요. 불 안 사용해서 너무 좋대요. 건강에도 좋구요. 하지만, 휴롬 없는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8-13 1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떤 멋진분이 선물해주셨던 책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를 읽다가 이 글이 생각나서 뛰어왔어요.

˝루이스가 61세였던 1973년에 남편이 사망하고, 그 후 그녀의 커리어는 활개를 펴기 시작한다. 이는 여성이 자신만의 창조적 사고를 시작하려면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졌더라도 가부장제의 대표자는 길을 비켜줘야 한다는 뜻처럼 보인다.˝ (277쪽)
˝다행히 시간은 루이스의 편이었다. 그녀는 70세의 나이에 본격적인 작품 활동 궤도에 올랐고, 98세로 사망할 때까지 끊임없이 뛰어난 예술작품을 창작해냈다.
때로 아이들이 집을 떠나고 배우자와 이별하거나 배우자가 사망하면, 마치 깊은 수원에서 샘이 솟아오르듯이 모든 에너지와 창작 기술과 통찰력과 인내심이 되살아나고, 가사에 들어가든 모든 시간이 자아로 되돌아와, 유령이 된 것 같았던 창조력이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아 활기를 띠기 시작하곤 한다. 62세에 작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던 어슐러 르 귄의 어머니인 시어도라 크로버의 경우가 그랬다. 60세에 소설을 출간하기 시작해 결국 당대 영국의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명이 된 퍼넬러피 피츠제럴드의 경우도 그랬다.˝ (278쪽)

우리 아직 희망을 버리지 말아요, 단발님. 근데 오래 살아야겠어요. 그때까지 건강해야죠.
이 댓글 역시 남편에게는 비밀로...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