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죽음이라는 비극은 원자론의 위로를 거부합니다.”
내 책 아니어서 밑줄 못 긋고, 대신 마음에 밑줄 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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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왜 누군가의 죽음은 항상 일종의 불상사가 되는 걸까요? 왜 이 정상적인 사건이 그것을 목격하는 이들에게 그토록 호기심과 전율을 자아내는 걸까요? 죽어가는 인간이 존재해 온 지 그토록 오래되었는데도, 어째서 죽을 인간들은 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언제나 우발적인 사건에 아직도 익숙지 않은 것일까요? 우리는 왜 산 자가 사라질 때마다, 마치 처음 일어난 사건이기라도 한 듯이 놀라는 걸까요? - P17
한 인간이 결정적으로 소멸되는 것이, 그저 뭔지 모를 어떤 형이상학적 중력법칙에 따르는 일일 뿐일까요? 한 인간의 죽음이라는 비극은 원자론의 위로를 거부합니다. - P19
우리는 이제 그 중요성을 더 잘 가늠하고 사건의 실제 무게를 더 잘 평가합니다. 부모님의 죽음은 우리가 이전부터 알고 있던 것 외의 어떤 것도 실질적으로 더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 문제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무릇 인간이 죽는다는 것을, 소중한 이도 이인간들 중의 하나니까 아무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요.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보통의 생명체들보다 말 그대로 조금도 더 알고 있지 않습니다. - P28
상을 당하거나 병에 걸리는 경험에서 비로소 우리의 지식이 실제적인 것으로 승격되는 것입니다. 이미 앞서 알고 있던 것을 깨닫는 것은,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한채 알고 있던 것을 체험된 앎으로 문득 알게 되는 일, 뜨거운 감동과 강렬한 열정을 지닌 구체적인 인식으로 알게 되는 일입니다. - P30
그리고 노령이라고 다를 것도 없습니다. 노인도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경황이 없고, 무심코 있다가 허를 찔려 불시에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끝이 오는 것을 볼 시간이 충분히 있었을 텐데도 말이죠. 스토아 철학자는 말합니다. "상늙은이들이 몇 년이 더 오기를 기도하며 간구한다. Decrepiti senespaucorum annorum accessionem votis mendicant" 사실,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든 자신의 종말은 놓쳐버리고 맙니다! 아무리 노령이라 해도 언제나 너무 일찍 죽습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누구나 요절하는 것입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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