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뇌과학지식 50』

 

 

 

 

나는 오로지 신체일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영혼은 신체에 대한 무언가의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뇌에 관한 책을 펼칠 때 주된 관심사는 인간의 자의식혹은 자기 인식에 관한 것이다. 마음의 미래에서는 라는 의식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하나로 통일된 라는 느낌은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의식 속에는 서로 경쟁하면서 종종 모순까지 일으키는 여러 경향이 혼재되어 있지만, 좌뇌는 모든 불일치를 무시하고 논리의 틈새를 어떻게든 메워서 라는 하나의 느낌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서 좌뇌는 이 세상의 타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경솔하고 불합리한 변명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것이. (마음의 미래, 100)

라는 의식은 결국은 좌뇌의 속임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라는 설명인데, 니체의 명제도 신체와 영혼에 대해 이와 비슷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이것에 대해서 좀 더 과학적인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보다는 뇌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가 많았다. 크게는 여섯 개의 부분으로 나뉘는데 소제목은 이렇다.

뇌와 자아, 사고 과정, 역동적인 뇌,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 도그마를 벗어나, 새로운 기술과 도전.

 

신체에 대한 소유의식 중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신체 소유의식의 왜곡은 정신질환 상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일어난다. 헤드와 홈스는 신체의 의식적인 운동에 관여하는 것은 무엇이든 자아의 표상에 덧붙여지며,” 여성의 신체도식은 모자의 깃에까지 확장될지 모른다고 했다. 이제 우리는 컴퓨터 마우스나 어떤 연장을 사용하면 그 물체가 우리 뇌 속 신체 표상에 통합된다는 것을 안다. 달리 말하면 뇌는 오래 사용한 연장을 자아의 일부로 여긴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지팡이로 촉각을 대신할 수 있는 까닭도 이것으로 설명된다. 결국 다음 세대에는 뇌가 의수족을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13)

인간의 뇌가 오래 사용한 연장을 자아의 일부로 여긴다는 지적은 신선하다. 동시에 그 사실 자체는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핸드폰 정확히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다. 스마트폰은 볼펜, 노트 혹은 지갑처럼 우리 삶에 필요한 구체적인 도구의 한 가지 형태가 아니다. 스마트폰은 내 몸의 일부, 다시 말해 내 뇌의 일부다. 스마트폰은 내 자아의 일부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장시간, 그렇게 편안하게 스마트폰과 함께 할 수 없다. 이제 스마트폰은 나의 일부다. 내 뇌의 일부다.

지난 10년 동안 뇌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그 전 100년 동안 알아낸 것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6). 혁신적인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히 수치화할 수 있게 됐다. 이제야말로 기술의 발전에 대한 해석과 관련 법률에 더하여, 신경윤리학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대라 할 수 있겠다. 이를 테면 이런 경우다.

 

예컨대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자들은 살인을 저지른 41명의 뇌를 촬영했다. 그들 모두가 정신이상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의 경우 전전두피질의 포도당 대사 수준이 낮았는데, 계획적으로 살인한 범죄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이 연구자들은 나중에, 사이코패스의 편도체가 다른 사람들보다 평균 18퍼센트 더 작으며, 3세 어린이에게 공포 조건 형성fear conditioning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20년 뒤 범죄에 관계하게 된다고 보고했다.

아직 드러나지도 않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막기 위해 사람들에게 강제 예방 조치를 취하는 시대가 언젠가 찾아올까? 만약 미래의 어느 시점에, 다섯 살짜리 아들이 나중에 알코올의존증 환자나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면 당장 어떤 처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그리고 만약 그 같은 예측이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다면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248)

 

마지막에는 정보의 통제가 제일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다. 출생배경, 양육 환경, 학력, 성격적 결함, 소비 패턴, 정치적 성향에 더해 만약 각 개인의 혹은 뇌에 대한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이 있다면, 그 권력이야말로 미래 사회를 자신의 의도대로 조정 및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뇌에 대한 과학적 탐구의 화려한 여정은 미래 사회에 대한 암울한 전망으로 마무리 된다. 이런 식으로.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전통적인 인공지능이 지능을 획득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기계에 설명을 입력해 줘야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강아지를 보여줄 때 그것을 강아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기계에 각각 설명을 입력해 줘야 한다. 문제는 설명하지 않은, 설명이 입력되지 않은 강아지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설명을 하면 강아지 집합의 멤버가 아닌 동물들이 포함되기 시작하고 또 너무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 강아지 멤버에 다양한 종들의 강아지가 제외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편성과 구체성이 정반대의, 즉 역의 관계를 가지다 보니 두 개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35)

사람들은 기계가 세상에 대해서 무언가를 배우고 소화하여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설명이 이어진다.(38) 그 다음 장부터는 인간이 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인간은 바깥 세계에 대해 어떻게 학습하는가에 대한 역사적 설명이 이어진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지능, 세상을 알아보는 능력은 설명을 통해서 배우는 게 아니고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 배운다는 걸 알게 되고, 후에는 뇌가 세상을 인식하는 과정을 연구해서 그 방법을 기계에 차용하기로 한다(117).

전통적인 인공지능 구현에서는 기계가 무언가를 알아보게 하려면, 예를 들어 자전거를 알아보게 하려면 기계에게 자전거가 무엇인지 설명을 해 주었다. 하지만 딥러닝은 더 이상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자전거를 포함한 엄청나게 많은, 대부분 수천만 장의 사진들을 집어 넣어준다고 한다. 그러면 이 알고리즘은 계층적인 구조 형태로 점점 압축된 표현을 학습한다고 한다(130).

 

 

지능이라는 것, 혹은 자체 또는 자아, 정신은 완전히 내면적인 현상입니다. 각자 스스로는 자아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정신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다 좀비일 수도 있고 잘 만들어진 로봇일 수도 있어요. ..... 자아의 존재는 우리가 우리끼리 믿어주는 거죠.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우리 각자는 분명히 정신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인간은 서로 비슷하게 생겼고, 각자가 정신이 있다고 꾸준히 말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습니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그다지 당연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15, 16세기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사람들이 남미를 정복하고 잉카인들을 학살하면서 이런 보고서를 썼습니다. ‘잉카인들은 칼로 찌르면 피는 나오고 소리는 지르지만 아픔을 못 느낀다’(312).

 

바로 이 부분이다. ‘인공 지능에 대해 내가 알고 싶은 건 바로 이 부분이다. 인공 지능이, 로봇이, 컴퓨터가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 인공 지능도 자아를 의식할 수 있는가. 인공 지능도 자유 의지를 가질 수 있는가.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답이다.

인간의 뇌는 10층에서 15층 정도의 구조를 가졌는데 현재의 인공지능은 152층까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훨씬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326)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의 기원은 처음에 누군가가 인과관계를 줘야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논리로 우리가 기계에서 바라는 것은, 인공지능 기계 안에서의 모든 계산의 첫 번째 인과관계는 인간이어야 된다는 거죠. 만약 인공지능 스스로 첫 번째 인과관계를 만들어냈다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거기서부터 자기 의지의 시작이기 때문이죠. 그때부터의 인공지능은 지능이 있어서 생각도 한다는 겁니다. (331-2)

 

이미 인간의 사고의 층을 넘어서버린 인공 지능. 김 교수의 설명과 추측에 따르면, 이미 인공 지능은 스스로를 의식할 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로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보다 강하며 인간보다 빠르고 인간보다 더 깊은 사고를 하고 있는 인공 지능에게 지구+인간지구-인간보다 낫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인간의 언어로 기계를,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한다는 기계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강한 인공 지능의 등장을 기다리는(?) 인류의 앞날 역시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 

 

 

 

 

 

 

 

 

페미니즘의 개념들을 다 읽지 못했는데 도서관 희망도서가 도착했다기에 얼른 대출해 왔다. 요즘엔 차례차례 읽지 않는다. 제일 관심이 가는 챕터부터 먼저, 읽는다.

 

여성적 글쓰기란 무엇인가? <엘렌 식수를 통해서/이봉지>

 

여성적 글쓰기는 남성이 부과한 여성의 거짓된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스스로를 알기 위하여, 또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하여 요청된 개념이다. 즉 아직 실체가 분명하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자기 탐색 및 표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로 상정된 것, 즉 일종의 절대온도와 유사한 개념인 것이다. (166)

 

1) 왜 글쓰기인가?

글쓰기는 역설적으로 남근중심주의에 틈을 만들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 그 자체이고 전복적인 사상의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며 또한 사회적, 문화적 구조의 변모를 가져오는 선구적 힘이기 때문이다. (169)

 

2) 여성적이란 무엇인가?

식수는 여성에 대해 부정적인 남근중심주의의 언어 및 상징체계 속에서 작업하면서 자크 데리다 식의 해체를 통해 그 의미를 전복시키며 이를 통해 여성적인 것의 의미를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어 나간다. (173) 식수가 말하는 여성적 자질중 가장 중요한 것들은 1) 여성의 신체적 자질, 그 중에서도 특히 성적 특질 2) 타자에 대한 수용성 3) 법에 대한 거부 등이다.

 

3) 여성적 글쓰기란 무엇인가?

여성적 글쓰기는 체계화를 거부하는 글쓰기이며(176), 여성의 무의식을 닮은 글쓰기이다(177). ‘법의 거부의 측면에서는 언어유희 등을 통한 전통적인 의미체계와 문법의 파괴, 그리고 기존의 서사 구조의 파괴가 일어나기도 한다.(179)

  

  

Twilight

 

 

 

 

 

 

 

 

청소년 코너를 돌아보던 큰 애가 이 책을 빌려왔다. 그래라, 하고 별 관심 없이 봤는데, 금방 그만 두지 않고 계속해서 읽어가길래 그래, 많이 대출해가서 그런지 책이 더럽더라, 하면서 시리즈를 전부 구입했다. 나도 읽을까, 하며 기대 없이 집었는데, 재미있다. 말 그대로 쭉쭉 읽힌다. 그래, 바로 이거야, 하고 이 책이 어떤 책인가, 하고 구글링을 해보았더니, 이런 얘기가 있다. ‘귀여니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에구머니. (내가 귀여니를 무시한다고는 생각지 말아 달라. 그녀는 나름의 문학세계가 있을테고, 나는 그 세계와는 가깝지 않다.) 책장에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꽂아 봐라. 얼마나 예쁜지. 까만 바탕에 빨간 사과가 너무 너무 예쁘다. 속으로 은근 흐믓한 분위기였는데, ‘귀여니’, ‘10대나 읽을법한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김이 확 샌다. 내 모토가 그것 아닌가. 내가 읽는 책이 곧 나다. 그런데, 내가 읽는 책이 트와일라잇’, 귀여니, 10대나 읽을법한, 이란 말인가. 그런 게 뭐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또 그런 것도 신경 쓰는 그런 소심한 사람.

그래서, 반대 의견 내지 수비 의견 소심하게 내본다. 오랜 전에 읽은 내용이라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강 이렇다.

 

『크라센의 읽기 혁명』

언어 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서 읽기와 회화 구사 능력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외국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회화 능력에 큰 진전이 없는 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절반의 실험 대상자들에게만 미국 학원 로맨스물을 읽도록 하고 일정 기간 후에 두 실험 대상자들의 언어 능력을 비교했는데, ‘10대를 대상으로 한 학원 로맨스물을 일정기간 집중적으로 읽었던 실험 대상자들의 영어 실력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쉬운 영어 혹은 문법에 어긋나는 표현을 다수 포함한 책이라고 해도, 쉬운 단어, 쉬운 문법으로 쓰여진 책, 쉽게 읽을 수 있는 원서를 충분히 즐겁게(*^^*) 읽어나갈 때, 영어 실력이 향상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믿고, 이렇게 믿고서 읽는다. 트와일라잇. 100살의 뱀파이어와 17살 인간 소녀의 사랑 이야기. 하하하

 

“I was taking her to the nurse,” Mike explained in a defensive tone, “but she wouldn’t go any farther.”

“I’ll take her,” Edward said. I could hear the smile still in his voice. “You can go back to class.”

“No,” Mike protested. “I’m supposed to do it.”

Suddenly the sidewalk disappeared from beneath me. My eyes flew open in shock. Edward had scooped me up in his arms, as easily as if I weighed ten pounds instead of a hundred and ten. (97)

 

“That’s fine I’m not hungry.“ I shrugged.

“I think you should eat something.” Edward’s voice was low, but full of authority. He looked up at Jessica and spoke slightly louder. “Do you mind if I drive Bella home tonight? That way you won’t have to wait while she eats.” (166)

 

I think you should eat something.

이번 주의 문장이다. , 뭐 좀 먹어야 돼~~가 이렇게 섹시하게 들리다니.

 

연휴에는 바다에 갔었다. 맘 같아서는 공항 근처까지 온 김에 비행기 타고 어야디야 멀리멀리 가고 싶었지만, 사람 없는 바다에 발 담그고 선녀물회 한 그릇과 차이나타운 하얀 짜장과 공갈빵으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 다시 에드워드에게 간다. 금빛 눈동자에 살인 미소를 날리는 에드워드에게.

 

간다/간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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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6-06-08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멋지구리한 해변이 을왕리나 그쯤 되는거예요? ㅎ.ㅎ)) 바다는 언제 보아도, 부르네요~ 나를..!

-여성적 자질 중에 세번째 법에 대한 거부가 많이 궁금하네요! 이방면 무식자이지만 또 관심은 있어요! ㅎㅎ

-와, 김대식의 책도 음.. 단발머리 님 페이퍼 전반적으로 지적 아우라 뚝뚝 뭍어납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너 좀 먹어야 돼~~~ 네요! ㅋㅋㅋㅋ 속으로 한번 암송하고 가요~!

단발머리 2016-06-10 09:22   좋아요 1 | URL
- 네, 을왕리예요. 그 때도 조금 더웠지만 들어가기에는 좀 그랬는데, 피끓는 젊은 청춘 남녀들이 바다에 퐁당퐁당 하더라구요. 저는 구경만^^

- 세번째 법은 전통적인 해석을 거부하는 작법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엘렌 식수의 작품이 난해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고, 하네요~~

- 김대식의 책은 쉽습니다. ㅎㅎ 어차피 다 이해할 수 없으니까 쭉쭉 읽습니다.
근데 icaru님 제 방에 자주 좀 오시어요. 지적 아우라~~ 이런 칭찬 들으니까 넘넘 기운이 솟구치면서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막 요동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올해의 문장이죠.
너, 뭐 좀 먹어야돼~
에드워드는 사랑입니다

icaru 2016-06-09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참 그리고 저기 강아지 사진들 모음 있잖아요~
저 집에 저거 스티커로 갖고 있는데, 15년 전쯤에 샀던 스티커인데 호~~ 똑같아요~! 김대식 책에 나온 첨부 사진인거예요? ㅎ

단발머리 2016-06-10 09:22   좋아요 1 | URL
진짜 완전 신기하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네,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책에 나온 사진을 제가 찍어서 올린거예요.
딥러닝은 정보의 입력이 아니라, 사진 업데이트를 통해 지식을 얻고 독특한 알고리즘을 발전시킨다 하네요.
그 알로리즘은 물론 엄청 복잡합니다.
 

 

 

   

 

 

 

 

 

 

딱 일주일 전이니까 저번주 금요일이다. 수요일 밤에서야 알라딘 중고서점 수유점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장 뛰쳐나가고 싶었으나, 수요일 밤이고, 목요일에는 아롱이가 일찍 오는 관계로 하루를 간신히 더 참고 기다려 금요일 아침, 아침을 차리고 먹고 먹이고 치우고, 궁둥이 툭툭 치며 식구들을 각자의 자리로 출발시킨 후, 콧노래를 부르며 집을 나섰다

지금까지 제일 많이 이용한 중고서점은 대학로점이다. 거리상으로 보면 노원점이 더 가깝지만, 근처 과학관 다녀오는 길에 들릴 수 있고 시내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들리기도 해서 아무래도 대학로점을 자주 가게 된다. 집 근처라고는 할 수 없지만, 거의 집 근처에 수유점이 생겼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 제일 컸다.

지도를 확인하고 출발했지만 아무래도 내게 익숙한 설명은 맥도날드옆건물 2층이라는 설명이 아닐까 한다.

4호선 수유역 2번 출구, 맥도날드 옆건물이다.

 

 

평일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오픈한지 일주일이 채 안 되었는데도 책도 나름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기역자의 대학로점과 비교했을 때, 공간감각이 없는 나로서는 사각형의 수유점이 더 넓게 느껴졌는데, 진짜 그런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

 

 

민음사쪽에서 여기저기 둘러본다. 책들이 상태가 좋아 새책처럼 보이는 책이 꽤 많다.

 

 

생각보다 원서가 많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원서 읽을 사람이 어서어서 자라서 이 곳에 있는 원서를 마음껏 구매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카페쪽 천장은 <노인과 바다> 원서 이미지로 꾸며졌는데, 북카페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는 뒤쪽의 독서대처럼 생긴 책상 쪽과 앞쪽의 카페쪽이다.

 

 

 

 

 

알라딘 카페와 커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이 많은 것 같다. 일단 나는 커피맛을 잘 모르는 사람이여서 그날 주문한 카페라떼가 참 맛있었다. 금방 구운 따뜻한 쿠키 한 개도 예쁜 쿠키 트레이에 담아 주는데, 쿠키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4500원이 턱없는 가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상품을 구매한 영수증이 있으면 10% 할인해주는 행사도 있어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여하튼 나는 의자가 있는게 반갑고,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언제나 유쾌한 로알드 달의 마녀를 잡아라마틸다를 샀고, 언제나 소녀같은 아스트리드 린드그웬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샀다. 읽을 사람 읽으라고 요코짱의 한국살이도 같이 구매했다.

 

 

 

 

 

 

 

 

좋은 소식은 나눠야 하는 법.

토요일에는 가족이 출동해 아롱이의 위시리스트 중의 하나인 영웅 초한지세트를 구입했고,

독서모임 언니들에게도 알라딘 수유점을 즐겁게 전도(?)했다. 나는 다른 약속이 있어 언니들과 함께 가지 못했는데, 언니들은 하트뿅뿅한 표정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이 수유역에 생겨서 너~~무 좋다며, 카페도 마음에 들고 원서도 많은 것 같다며 오히려 내게 알라딘 사랑을 전하려 하신다.

작은 소리로 중얼중얼.

"언니님들, 제가 알려드렸는데요. 알라딘 중고서점 수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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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05-2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민음사 전집이라니!! 단발머리님 혹시 대학로점에도 이런 전집류가 있나요? 광화문 점은 거의 없더라고요. 아우, 커피랑 저 쿠키도 참 먹음직스럽네요.

단발머리 2016-05-27 12:02   좋아요 0 | URL
저는 광화문점은 가본 적이 없구요. ㅎㅎ
대학로점에서는 본 적이 없어요. 생각해보니 노원점에서도 기억이 없구요.
아마 민음사 세계전집은 인기가 많아서 들어와도 금방 판매되는 것 같은데, 여기는 오픈이라 그런가요.
민음사 세계전집이 새 책같은 책이 꽤 되더라구요.

커피랑 쿠키 맛있었어요.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면 더 맛있긴 하지만요. ㅎㅎㅎㅎ

2016-05-2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유점 오픈 축하드려요~ㅎㅎ 전 멀어도 중고서점 새로 오픈하면 구경삼아 한 번씩 방문하는데.
수유점은 요즘 저의 컨디션으론 무리네요. 언젠가 꼭 방문의 기회를~~ㅎㅎ

단발머리 2016-05-27 12:14   좋아요 0 | URL
쑥님의 축하는 아주 정당합니다.

알라딘이 수유점을 오픈했지만, 수유점은 제꺼니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읽고 사고 마시고 즐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주인이라 생각해요.
축하 진심 감사드리구요.
얼른 컨디션 회복하시구요~~~ 오신다면 꼭 연락주시어요.
식사 및 수다 제공됩니다. 미리 예약해 주세요~~*^^*

2016-05-27 12:23   좋아요 0 | URL
오 이렇게 기쁜 소식이ㅋ
근데 중고서점 조심하셔야해요.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5-27 12:26   좋아요 0 | URL
모든 친구들과의 만남을 알라딘 중고서점 수유점으로 할까해요.
얘들아~~~
여기가 우리 동네 명소다~~*^^*

수퍼남매맘 2016-05-27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원점이 가깝다니 제가 사는 동네와 가까운 곳에 사시나 봅니다. 반갑습니다.
수유점 오픈했다는 소식 들었어요.
알라딘이 중고 서점에 굉장히 열심인 듯해요. 왜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단발머리 2016-05-29 19:12   좋아요 0 | URL
저도 반가워요, 수퍼남매맘님~~
수유점 좋습니다. ㅎㅎ
알라딘이 인터넷서점으로는 약간 밀렸는데 (많이 밀리나요?ㅎㅎ) 중고서점 확장을 공격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제 지인중에는 알라딘은 중고만 판매하는줄로 아시는 분도 있더라구요.
y도 열심히 뛰어드는 것 같던데, 아직은 알라딘이 강세인것 같더라구요.

꿈꾸는섬 2016-05-2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중고서점 방문을 못 해봤답니다.ㅜㅜ 게으른 ㅜㅜ
언니네도 노원 살아서 그쪽 가면 들러야지 하고는 는 그냥 돌아오고 잠실점도 가봐야지 하고는 여태 못 갔어요.
단발머리님 집 가까이 수유점 생겼다니 저도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16-05-29 19:13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노원점에 가보았더랬죠.
알라딘은 인터넷 서점이니까 오프라인으로 알라딘 마크를 보면 급반가워요~~
결제할 때 알라딘 회원이신가요? 하고 물어보거든요.
네, 단발머리예요. 말할 뻔 한 적도 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축하, 감사드립니다.

2016-05-29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30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06-01 06:21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는 아쉽게도 없어요. 없을만하기도 하죠. 워낙 작은 동네이니까요.

cyrus 2016-05-28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중고서점이라면 읽을 만한 책이 엄청 많을 겁니다. ^^

단발머리 2016-05-29 19:16   좋아요 0 | URL
네, 알라딘 수유점은 오픈빨이라고 하던가요. 상태가 좋은 책들, 그리고 최신간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물론 정리가 다 된것은 아니라서, 같은 책이 다른 곳에 배치되어 있기도 하더라구요.
저는.... 아이들 데리고 자주 가보려구요. 카페도, 공간도 마음에 들어요.^^

2016-05-31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3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6-06-0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픈빨 ㅎㅎㅎ 고런 게 있군요~~~!

단발머리 2016-06-10 09:24   좋아요 0 | URL
네.... 한 2주가 정점인데, 이번주에 한 번 더 가야지 했는데 못 가봤어요.
대신 다음주 아이들 독서모임을 저기에서 하기로 했어요.
잘했지요? ㅎㅎㅎㅎㅎㅎ
 

 

 

얼마 전, 책의 날 이벤트에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꼽았던 제인 에어를 다시 들었다.

소설을 재미있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는 아주 쉬운데, 스스로를 소설 속 주인공 중의 하나로 여기면 된다. 그렇게 하면, 주인공의 마음과 생각이 더 선명하게 읽히고 들리고 보인다. 나는 그렇다. 제인 에어를 읽는다 했을 때, 나는 등장인물 중의 한 명이 되는 거다. 나는 제인 에어. 그녀를 찜한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 대해 들은지는 꽤 됐다. 로체스터의 아내인 버사의 입장에서 쓴 소설이라고 하던데, 아직은 읽지 못 했다. 그 책의 존재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떨린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쁜 남자, 나의 소중한 남주 로체스터를, 이제 나는 증오하게 될 것인가

애써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외면한 채, 제인 에어를 읽는다. 스스로를 제인 에어라 생각하고 이 소설을 읽는다. 지금까지 그렇게 읽어왔다.

의지할 데 없는 불쌍한 고아 소녀, 무엇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는 까탈스러운 성격, 예쁘지 않은 외모(가장 근접한 지점), 창백한 얼굴, 작은 몸집.

로체스터의 숨겨진 아내, 버사를 살펴본다.

검은 피부(검다는 건 로체스터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니, 사실은 누런 피부가 아닌가 추측), 검은 머리카락, 큰 키.

대충 봐도 자세히 봐도 결론은 같다. 제인 에어보다는 버사 쪽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나는 제인 에어야 한다. 그래서, 아직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지 못 했다. 그 책을 읽으면 난 로체스터를 미워하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내가 제인 에어가 되어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로체스터는 멋진 남자로 남아야 하고, 나는 제인 에어여야 한다.

     

그의 예사로운 태도가 나를 구속감으로부터 구해 주었다. 따스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다정스러운(다정스러운? 다정하고, 아닐까?) 솔직한 태도로 나를 대해 주었고 그 때문에 나는 그에게 끌렸다. (267)

 

... , 내게로 와요, 제인, 어서!“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나를 잡고 있는 손을 풀어 놓아주고 나를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표정은 오히려 미친 듯이 나를 끌어안을 때보다도 더 반항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그 앞에 굴복하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의 분노와 맞서 그걸 좌절시켜 왔다. 이제는 그의 슬픔에서 도망쳐야 했다. 나는 문 쪽으로 물러났다. (162)

 

 

이제 다시 읽어보니 괴팍한 성격이라고 단정지었던 로체스터는 오히려 다정한 면이 많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엉켜버린 사랑을 되찾기 위해 로체스터는 애원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제인에게 매달린다. 그리고 그녀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간청한다.

세인트 존은 다르다. 그리스 조각 같은 완벽한 외모에 풍부한 학식, 굳건한 신앙심과 친절한 심성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그다. 하지만 그를 거부했을 때, 그를 거절했을 때, 그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 ... 그러기 위해서 당신에게는 오빠가 아니라 협력자가 필요한 거요. 남매간의 기반이란 약한 겁니다. 남편이라야 합니다. 나도 누이동생은 필요 없습니다. 누이동생은 언제 남한테 빼앗길지 모르는 거니까요. 내가 원하는 것은 아내입니다. 죽는 날까지 온전히 내 것으로 해둘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협력자가 필요한 겁니다.“ (334)

 

 

그리고 그동안에 그가 내게 느끼게 한 것은, 선량하면서도 엄격하고 양심적이면서 집념 깊은 사람이 자기를 거역한 사람에게 얼마나 가혹한 형벌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눈에 띄는 적대적인 행위는 하지 않고 비난 섞인 말 한마디 없이, 그는 내가 자기의 관심 밖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였다. (343)

 

자신의 뜻에 거역한 사람, 자신을 거부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두 사람은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로체스터는 매달리고 세인트 존은 제인을 안 보이는 사람 취급한다. 로체스터는 애원하고 세인트 존은 가르친다. 로체스터는 울부짖고 세인트 존은 안수(按手)한다. 진짜 나쁜 남자는 로체스터가 아니라, 세인트 존이다. 세인트 존을 미워하려는 순간, 만약 세인트 존의 입장에서 쓰여진 소설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소설 속에서는 아마도 로체스터가 천하의 불한당으로 그려지겠지.

 

녹턴

  

 

 

 

 

 

 

 

  

시의 특정한 구절을 따로 떼내어 마음대로 해석하는 건, 시를 이해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그래도 이 구절만큼은 그래도 될 것 같아 옮겨본다.

 

이런 이별

1월의 저녁에서 12월의 저녁 사이

                                                                  김선우

 

.....

첫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두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세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그리고 문 앞의 흰 자갈 위에 앉은 따스한 이슬을

위해

 

.....

 

당신이 내 마음에 들락거린 10년 동안 나는 참 좋

았어.

사랑의 무덤 앞에서 우리는 다행히 하고픈 말이 같았다.

 

내게, 제정신이 아니었던 내게,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고 하시는 분이 있어 나는 참 좋았다. 그 분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를 몰고 강물로 뛰어들어도 괜찮다고 하시는 분이고,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끌면서 돌아오는 편이라 더 그랬다. 제 정신이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여차저차 제정신은 돌아오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해는 지고 뜨고, 달도 부지런히(야나문^^). 별조차 이렇게나 바쁘다. 이제 다시 일상이다.

 

제정신이 돌아오는 시간.

로체스터는 실상 유약한 남자였고, 세인트 존은 알고 보니 나쁜 남자였다.

나는 당신을 위해 세 번쯤 기도하고, 자전거를 끌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 때가 바로 지금,

제정신이 돌아오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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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5-25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진 리스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해요. 책에도 언급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다는 걸 스스로 자각하고 생각하고 깨우치고 그리고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를 다른 이야기에 대해 썼으니까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그래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읽었던 제인 에어의 로체스터가 엉망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발머리님. 저는 여전히 로체스터가 좋아요. 굉장히 인상적인 사람이었어요. 자신의 사랑앞에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진짜 인상깊었어요. 제가 그간 읽었던 연애장면들 중에서도 특별히 인상 깊었어요. 나중에 불에 타서 팔도 못쓰고 앞도 못보는데, `난 이래서 안될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하잖아요. 사랑한다는 건 상대가 어떤 모습이든 내가 어떤 모습이든 감춰야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는다고 해서 제인 에어가 싫어지지는 않을거다, 라는 거였어요.


지금 다시 제인 에어를 읽는다면 저는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어요. 그때 로체스터를 생각했던 것처럼 지금도 로체스터를 인상깊은, 당당한 남자다, 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건 광막한 사르가소 때문이 아니라 저 때문에요. 제가 많이 달라져서요. 나이도 먹었고 연애와 이별을 겪었고 회사도 좀 더 다녔고 여러 친구들을 새로 사귀고 헤어졌으니, 저는 과거의 저와 달라졌을 거 아녜요. 그러니 지금 읽는 제인에어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단발머리님,
흔들리는 단발머리님도, 제정신이 돌아온 단발머리님도,
그 모두가 다 단발머리님 입니다.

단발머리 2016-05-25 12:30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저도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이름조차 거대하고 위엄넘치는 이 작품이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읽지 않고 말하는 이 뻔뻔함..)

제가 정말 놀랐던 건, 그러니까 그런 작품이 가능했던 작가의 인식이었던 것 같아요.
버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써 보자, 이런 생각이요.
저 스스로라고 한다면, 제3세계의 유색인종인 나는, 왜 스스로를 제인에어에게 동일시했을까.
나는 왜 버사에 대해서는, 불쌍하고 가련한, 어쩌면 자기주장이 강하고 똑똑했을 그녀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을까. 왜 미친 여자로만 생각했을까. .....
전 여러번, 아주 여러번 <제인 에어>를 읽었고,
통으로 읽고, 나눠읽고, 공부하고, 시험보고, 영어로 읽고, 한글로 읽었는데도,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깜짝 놀라고 당황했죠.
새로운 인식, 새로운 세계, 진 리스에게 감사를...

다시 읽는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책은 그대로인것 같지만 그 책을 읽는 우리는 계속 바뀌어가니까요.
가끔, 아주 가끔은 예전에는 좋았는데, 다시 읽었을 때 별로인 책들도 있더라구요.
저한테 <제인 에어>는 아직 그대로예요. ㅎㅎㅎ
다락방님께는 어쩔지 궁금하네요.

저는 이제 제정신 단발머리예요.
다락방님 말씀대로, 왔다갔다의 단발머리도, 제정신의 단발머리도 모두 저니까요.
ㅎㅎㅎ 좋네요^^

2016-05-25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이 넘 맘에 들어요. 광사바도 일단 제목이 매혹적이고요
비교적 최근에 읽었는데 로체스터는 여전히 매력적이더라구요. 마사나 로체스터나 다 존재의 이유가 있는거지 누가 누구에게 특히 피해?를 끼쳤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읽은지 2년이 안되었는데 가물가물하네요.다시 읽어야겠어요. ㅎㅎ

단발머리 2016-05-26 18:03   좋아요 0 | URL
페이퍼 제목이 맘에 드신다니 저도 좋아요.
광사바는 좀 아껴둘려구요.
저에게는 아직 로체스터가 필요합니다.
강하고 매력적인.... 매달리면서 집착하는 그런 남자요... ㅎㅎㅎ

꿈꾸는섬 2016-05-25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인에어 다시 읽어야겠어요. 그리고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와 녹턴도요.^^

단발머리 2016-05-26 18:05   좋아요 0 | URL
ㅎㅎ 책읽기에서 제일 흥미로운 게 다시 읽기인 것 같아요.
다르게 읽히고 다르게 보이네요.

저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좀 미뤄둡니다.
위의 이유 때문이지요.
강하고 매력적인.... 매달리면서 집착하는 로체스터 때문에요. ㅎㅎㅎ
 

 

 

 

 

 

 

 

 

 

 

노무현 대통령 4주기 모임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이렇게 말했다.

아니, 괜찮아요. 이제... 괜찮으시죠?

나는... 아직도 안 괜찮다.

유시민 작가님은 노무현 대통령님을 많이 도와서,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로 정치적 비서실장으로 살았기 때문에, 대통령님이 돌아가셨을 때 상주로 그 자리를 지켰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다.

나는, 지역주의와 평생 씨름했던 그의 인생을 지지했고, 반칙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던 그의 연설에 감동했고, 삼권분립과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국가 정보기관과 검찰을 부리지 않겠다던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위해 한 일이 없다. 그를 돕기 위해 한 일이 없다.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제 대통령이 되셨으니, 다 되었다고, 다 된거라고 생각했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 노무현 참여 정부의 실현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 땅의 두터운 기득권층은, 가진 자들은, 언론과 정치는, 국민의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쫓아낼 수도 있는 능력과 실력이 있다.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

이제 내일이면 7주기이고 나는 아직도 괜찮지 않다.

가치를 알아주지 못했던 국민들의 대통령이었고, 퇴직 후에도 나라를 위한, 국민을 위한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바퀴달린 유모차에 태워 논두렁을 함께 달리던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은 손자손녀를 뒤로 한 채, 그는 그렇게 떠났다.

아직도 괜찮지 않은 나는, 생각한다.

그의 가치를, 그의 신념을, 그의 바램을 이 땅에 이룰 수 있는 방법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이 내게 있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작은 일이 내게 있는가.  

 

괜찮지 않은 밤에 생각한다.

아주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괜찮아질 때까지.

그 때까지라도 나는,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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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2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발언 하나가 의미있는 작은 일이죠. 마음속에 넣어두고도 꺼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때가 되면 기억하고 이렇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발머리 2016-05-22 21:25   좋아요 0 | URL
네... 용기를 냈어요. 모든 정치가가 그렇겠지만 노무현 대통령님은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라서요.

왜 이런 때에만 이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런 때에라도 기억하는 게 필요한 일이라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밤이예요.
만약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생각이라도...
생각이라도 하고 싶어요. 그게 제가 괜찮아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전... 덜 울었나봐요...

수이 2016-05-22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마음.

단발머리 2016-05-22 21:25   좋아요 0 | URL
같은 마음.

몬스터 2016-05-2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요? 그런 선택을 하셨을때의 마음을 생각하면 , 가슴이 서늘합니다.

단발머리 2016-05-23 00:32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벌써 7년이나 지났더라구요.
7년 전이라면 아주 오래전인것 같은데, 그 날, 그 때를 생각하면 바로 어제처럼 슬픈 마음 뿐입니다.

순오기 2016-05-23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 전, 그날을 생각하느라 잠이 안와요~ㅠ

단발머리 2016-05-23 08:55   좋아요 0 | URL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셨군요......
저도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어요.
아침에는 <정봉주의 전국구>, <누가 어떻게 죽음으로 몰고갔는가> 듣고 있다가,
힘들어서 잠깐 멈춰 놓았어요.
어이가 없어요....

채부장 2016-05-2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분들이 뜨고 지고, 또 뜨고 지고... 이런 순환의 간격이 계속 줄어들면 언젠가~~~
잊지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려고합니다.

단발머리 2016-05-25 08:58   좋아요 0 | URL
네... 그런 희망을 갖고 싶네요.
전, 노무현 대통령님 같은 분이 우리 역사에 다시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적어도 그의 정신은 살아남아서 많은 정치가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반칙 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저는 믿어요.
물론 당장은 아니겠지만요...
 

 

 

 

 

 

 

 

 

 

여성 살해

기본적 정의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여성 혐오적 살인. 성차별적 테러리즘의 가장 극단적 형태

 

러셀 Diana E. H. Russell1976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1여성대상범죄 국제 재판에서 처음으로 이 용어를 공식화했다.(264) 2001년 편집자로 참여한 책에서, 러셀은 여성 살해를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들이 여자들을 살해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녀는 여성 살해가 남성 지배와 성차별주의의 극단적 표현임을 명시하면서, 여성 살해를 성 정치학의 장 안으로 들여옴으로써 이것을 사적이거나 병리학적인 문제로 다루는 태도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여성 살해>, 황주영, 265)

 

강남역 화장실에서 일어났던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의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공감언론 뉴시스) 경찰은 범인이 말하는 그대로 해석하지 않았다.

'강남역 노래방 묻지마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여성 혐오에 의한 범행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9"피의자가 심각한 수준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만큼 이번 범행의 동기가 여성 혐오 살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다양한 의견과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신질환에 의한 범행이라는 게)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기초로 판단한 경찰의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공감 언론 뉴시스)

1시간을 화장실 주변을 서성이고 남자들이 왔다갔다 할 때 자리를 비켜주면서 범죄의 대상을 물색했던 범인이 화장실에 들어간 피해 여성에게 가한 살인행위는 대상이 분명하며 한정적이다. 피해자는 여자라는 이유로 범죄의 대상이 되었다. 여자라는 이유, 여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을 명명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것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 그것을 나름의 입장을 가지고서 개념화하는 것은 그것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269)

이 사건이 여성 혐오 살인이라고 인식될까봐, 사건을 통해 남성 혐오가 생길까봐 혹은 남성 대 여성의 대립과 갈등이 가열될까봐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상한 또라이 한 명 때문에 남자들 모두를 범죄자 취급할 셈이냐고 말하는 남자들도 있다. 남자들은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자들은 운다. 여자라는 이유로 희생된 23세의 어린 그녀를 생각하며 운다. 내가 피해자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포를 느낀다. 자신은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서울 한복판, 사람이 그렇게도 많이 지나다닌다는 강남 번화가, 깨끗한 시설의 수노래방. 그리고 공용화장실.

 

 

강남역 10번 출구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 꽃송이, 그리고 추모객들로 가득하다. 피해 여성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며 그 곳으로 모였던 젊은 여성들이 이러한 추모의 시간, 추모의 장소를 만들어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옮긴다

각기 다른 사회가 채택한 상상의 질서는 서로 다르다. 인종은 현대 미국인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중세 무슬림에게는 상대적으로 중요치 않았다. 중세 인도에서 카스트는 생과 사의 문제였지만 현대 유럽에서 계급제도는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려진 모든 인간사회에서 최고로 중요한 위계질서가 하나 존재한다. 바로 성별이다.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스스로를 남자와 여자로 구분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곳에서 남자가 더 좋은 몫을 차지했다. 적어도 농업혁명 이후로는 그랬다. (212)

 

 

동물의 세계에는 코끼리나 보노보처럼 의존적인 암컷들과 경쟁적인 수컷들 간의 역학관계의 결과로 모권 중심의 사회가 나타난 종이 많다. 암컷들은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기술을 발달시켜야 했으며, 협력하고 설득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 보노보와 코끼리 사회는 협력적인 암컷들로 구성된 강력한 네트워크가 통제하고, 자기중심적이고 비협력적인 수컷들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평균적인 보노보 암컷은 수컷보다 힘이 약하지만, 수컷이 한계선을 넘어서면 종종 떼 지어 그 수컷을 괴롭히며 공격한다.

보노보와 코끼리가 이럴 수 있다면 호모 사피엔스가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 사피엔스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동물이고, 그 장점은 대규모로 협력하는 능력에 있다. 만일 그렇다면, 여자들이 비록 남자에게 의존한다 할지라도 협력이라는 우월한 사회적 기술을 이용해 공격적이고 자율적이며 자기중심적인 남자들의 허를 찌르고 조종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231)

 

유발 하라리의 의견에 전부 동의하지 않는다. 협력이라는 우월한 사회적 기술을 이용해 남자들의 허를 찌르고 싶지 않다. 조종하고 싶지 않다. 오랜 시간 가부장제를 통해 여성들을 억압하고 통제했던 그 방법과 방식대로 동료이자 친구인 남자들의 허를 찌르고 싶지 않다. 남자들을 적으로 상정하고, 미움과 분노로 살아가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된 그녀를 추모하는 방법으로 포스트잇이 사용되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가해자를 조롱하거나 가해자의 성을 조롱하거나 가해자의 성기를 조롱하지 않고, 그녀들은 손바닥 만한 작은 종이에 절절한 외침을 적는다. ‘살아남아 죄송합니다’, ‘다음 타깃은 저겠죠, 여자니까요.’, ‘여자라서 죽었습니다.’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명확한 자각과 일상적인 두려움이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그녀를 또 하나의 자아로 인식하게 했다. 보잘 것 없지만 실천 가능한 명확한 하나의 방법으로, 그녀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그로 인한 공포에 대해 이야기했고, 주위를 환기시켰다.

협력이라는 사회적 기술을 이용했다.

이제 이야기할 때다. 여자와 남자가. 같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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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05-20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공감하고, 특히 마지막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여태 여성 차별의 문제를 공감하고,
생활에서 소통하고 노력하며 살아왔는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회는 점점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단발머리 2016-05-20 15:54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 오랜 기간동안 여성 차별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제가 자란 환경이 그러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차별 자체를 제가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차별을 넘어서 여성에 대한 극도의 혐오가 이런 끔찍한 사태를 일으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많이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가 같이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감은빛님....

cyrus 2016-05-20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를 적으로 대하는 태도는 또 다른 증오만 계속 생길 뿐입니다. 적개심으로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는 태도는 옳지 못합니다. 이제 남자들도 생각을 바꿀 때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남자들이 여성 차별 문제를 등한시하면, 제2, 3의 비극이 생겨도 무감각해질 겁니다.

2016-05-20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5-20 17:53   좋아요 0 | URL
저는 `상대를 적으로 대하는 태도`, `적개심으로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는 태도`를 그 태도를 유지하는 여성 혐오자들을 염두하고 쓴 것이었습니다. 여성 혐오가 잘못된 생각이라는 입장에서 쓴 댓글이었는데 첫 문장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저는 단발머리님의 생각에 공감해서 댓글을 남겼습니다. 만일 공감하지 않았으면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고, 댓글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단발머리 2016-05-20 18:03   좋아요 0 | URL
cyrus님의 댓글로 오해가 풀렸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이 끝과 저 끝이 아니라면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해야겠지만
제 글의 전제와 상황 판단에 대해 cyrus님도 공감하신다니, 저도 `좋습니다`.

cyrus 2016-05-20 18:0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의 말씀대로 제가 태도의 주체를 밝혔으면 오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실수였습니다. 앞으로 댓글 달 때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남겨야겠습니다.

몬스터 2016-05-2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배웠는데 다르다는 것을 다르다는 사실 그대로 인정하는게 상식인데...저도 요즘 제 스스로를 많이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부모들의 양육 방법에 대해서도요. 아주 아주 조금씩이라도 바꾸어가는게 방법밖에는 없는 듯 싶습니다. 나부터 , 그리고 내 주위 부터.

단발머리 2016-05-21 07:04   좋아요 0 | URL
배움과 생활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아가는 요즘입니다. 세상이 이상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기도 하구요.

몬스터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세상이 이상하다고 탓하기도 해야하지만(저는 이 일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제 주위에서부터 바꿔야 할 것들은 조금씩 바꿔가야겠다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게 아롱이에게 `남자가 쪼잔하게..`라고 했더니 막 화를 내더라구요.
`남자가... `라는 말이 양성평등에 어긋난다고요.

나부터, 내 주위부터 고쳐야할 것은 고쳐야겠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