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일주일 전이니까 저번주 금요일이다. 수요일 밤에서야 알라딘 중고서점 수유점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장 뛰쳐나가고 싶었으나, 수요일 밤이고, 목요일에는 아롱이가 일찍 오는 관계로 하루를 간신히 더 참고 기다려 금요일 아침, 아침을 차리고 먹고 먹이고 치우고, 궁둥이 툭툭 치며 식구들을 각자의 자리로 출발시킨 후, 콧노래를 부르며 집을 나섰다.
지금까지 제일 많이 이용한 중고서점은 대학로점이다. 거리상으로 보면 노원점이 더 가깝지만, 근처 과학관 다녀오는 길에 들릴 수 있고 시내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들리기도 해서 아무래도 대학로점을 자주 가게 된다. 집 근처라고는 할 수 없지만, 거의 집 근처에 수유점이 생겼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 제일 컸다.
지도를 확인하고 출발했지만 아무래도 내게 익숙한 설명은 ‘맥도날드’ 옆건물 2층이라는 설명이 아닐까 한다.
4호선 수유역 2번 출구, 맥도날드 옆건물이다.
평일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오픈한지 일주일이 채 안 되었는데도 책도 나름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기역자의 대학로점과 비교했을 때, 공간감각이 없는 나로서는 사각형의 수유점이 더 넓게 느껴졌는데, 진짜 그런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
민음사쪽에서 여기저기 둘러본다. 책들이 상태가 좋아 새책처럼 보이는 책이 꽤 많다.
생각보다 원서가 많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원서 읽을 사람이 어서어서 자라서 이 곳에 있는 원서를 마음껏 구매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카페쪽 천장은 <노인과 바다> 원서 이미지로 꾸며졌는데, 북카페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는 뒤쪽의 독서대처럼 생긴 책상 쪽과 앞쪽의 카페쪽이다.
알라딘 카페와 커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이 많은 것 같다. 일단 나는 커피맛을 잘 모르는 사람이여서 그날 주문한 ‘카페라떼’가 참 맛있었다. 금방 구운 따뜻한 쿠키 한 개도 예쁜 쿠키 트레이에 담아 주는데, 쿠키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4500원이 턱없는 가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상품을 구매한 영수증이 있으면 10% 할인해주는 행사도 있어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여하튼 나는 의자가 있는게 반갑고,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언제나 유쾌한 로알드 달의 『마녀를 잡아라』와 『마틸다』를 샀고, 언제나 소녀같은 아스트리드 린드그웬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샀다. 읽을 사람 읽으라고 『요코짱의 한국살이』도 같이 구매했다.
좋은 소식은 나눠야 하는 법.
토요일에는 가족이 출동해 아롱이의 위시리스트 중의 하나인 『영웅 초한지』 세트를 구입했고,
독서모임 언니들에게도 알라딘 수유점을 즐겁게 전도(?)했다. 나는 다른 약속이 있어 언니들과 함께 가지 못했는데, 언니들은 하트뿅뿅한 표정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이 수유역에 생겨서 너~~무 좋다며, 카페도 마음에 들고 원서도 많은 것 같다며 오히려 내게 알라딘 사랑을 전하려 하신다.
작은 소리로 중얼중얼.
"언니님들, 제가 알려드렸는데요. 알라딘 중고서점 수유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