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바뀐 풍경 대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책을 더 많이 구입하게 되었다는 건 그나마 위로가 된다. 우리 모두 아는 바와 같이 굿즈는 굿즈일뿐이나 한 번 각막에 인식된 굿즈는 좀처럼 잊히지를 않는다.

 


 

 

 

 

 

 

 

 

 

 

 

 

 



『잘 지내나요?』는 세번째 구매다. 친구들에게 선물해 준 건 알고 있었지만 이사할 때 보니 내 책이 없어져서 다시 구매한다. 잊어버리지 말고 담에 만날 때 작가님한테 꼭 사인 받아야지! 두꺼운 책들은 그동안 책값 대준 가족이 맘편히 고른 책이고, 어린왕자 램프와 알람시계는 어린왕자 좋아하는 고딩 몫이다. 김연수 사야 선물 준다 해서 산 건 아니지만, 김연수 안 사면 선물 안 준다고 하더라.



 



『화성연대기』는 도서관에서도 찾기 힘든 책인데 이번에 개정판 새로 나와서 구입한게 아니라, 화성연대기 북램프 사 주면 화성연대기를 읽겠다고 해서 구입했다. 오른쪽 민트 친구는 맥주 아니라 커피다. 동네 새로 생긴 커피숍에서는 아이스라떼를 이렇게 예쁘게 담아준다.  

 

















 


 

어린왕자 시리즈 아직 안 끝났다. 짬짬히 알라딘 들어와 놀고 가는 고딩이 9월의 선물 어린왕자 책베개를 발견하고는 이틀을 조르는 바람에 이벤트 도서 중에서 하나를 골랐다. 평소 같으면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하고 찬찬히 기다릴텐데, 어제 도서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라 희망도서 처리 천천히 하겠다는 공지를 보내왔다. 굿즈 때문은 아니지만, 굿즈 덕분에 『숭배와 혐오』를 샀다. 그리고 짜잔!

 



 


한 챕터 전부가 엘레나 페란테 이야기다. 두 쪽 읽었는데 너무 흥분되서 알라딘에 먼저 알린다.

어린왕자 책베개 때문은 아니더라도(아니라고 우기는 이 단심!) 어린왕자 책베개 덕분에 이 아침에 페란테 이야기를 읽는다.

좋은 아침!!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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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9-04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란테 챕터가 궁금해서 ‘숭배와 혐오’ 장바구니에 넣어뒀어요.

단발머리 2020-09-04 17:14   좋아요 1 | URL
페란테 신간 안 읽으려고 했는데..... 읽어야겠어요. 읽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blanca 2020-09-04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저 또 ‘라떼‘ 뭡니까. 너무 쉬크하네요. 화성연대기 구즈는 와, 저도 검색하러 갑니다.

단발머리 2020-09-04 17:15   좋아요 1 | URL
콜라처럼 뚜껑을 딱 열고 라떼 마시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신나는 시간이었습니다.
화성연대기 굿즈는 정말 이쁘더라구요^^

다락방 2020-09-0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숭배와 혐오에 왜 페란테가 나오죠?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ㅋㅋ

단발머리 2020-09-08 07:42   좋아요 0 | URL
전 페란테가 무척 반가웠으나... 좀 어렵더라구요 ㅠㅠ 참고바랍니다, 다락방님!
 

















『댈러웨이 부인』을 읽으면서, 그동안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과거의 나를, 참 많이도 혼냈다. 두 번 도전했다가 실패했고, 이번에는 반드시 읽어야만 했기에 완독하기는 했지만,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학교 다닐 때도 하지 않았던 컨닝 모드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다
















인류 소설사에서 최고의 작품을 하나 고르라면등대로』를 꼽겠다는 폴 오스터의 말을 인용하면서,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의 저자 이택광도 울프 최고의 작품으로 『등대로』를 골랐다. TED-ED 동영상 <Why should you read Virginia Woolf>에서는 『올랜도』를 젠더 연구에서 의미있는 작품으로 소개했고, 등장인물 6명의 목소리를 하나에 집어 넣은 집단의식의 실험이파도』였다고 평가한다. 『파도』라고 한다면 이전에 수연님 서재에서 봤던 사진이 떠오른다. 『파도』를 읽는 나탈리 포트만. 버지니아 울프를 읽는 배우라니. 정말 근사하다.





매일같이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나등대로』를 쓰고 난 다음에, 나는 그들을 내 마음 속에 묻어 버렸다.” 버지니아 울프는 나는 이제 누가 칭찬하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선언했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글쓰기 과정을 통해 고통스러운 과거가 되살아나게 될지, 과거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올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적어도 버지니아 울프는등대로』를 쓴 이후 과거의 일부분에서 자유를 얻은 듯 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매여 있지 않게 되었다. 비로소 해방되었다. 나도등대로』를 읽고 자유로워지고 싶다. 3기니, 등대로, 파도 그리고 올랜도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클러리서와 셉티머스는 소설 속에서 한 번도 만나지 않았는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블(double)로서(역자해설, 264), 버지니아 울프에게서 나왔다. 쓸데없는 일에 둘러싸여 사그러지는 삶에 대해 죽음으로 도전한 셉티머스와 부모가 쥐어 준 인생을 끝까지 살아가는 것이라 여기는 클러리서의 독백은 모두 버지니아 울프의 속마음이다.(247) 클러리서는 인생이라는 파티에서 조금 더 주인공으로 지내기 위해 두려움을 참아냈고, 셉티머스는 팔을 벌려 다가오는 죽음을 껴안았다.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클러리서가 이겼다. 클러리서의 울프가 셉티머스의 울프를 이겼다.


의식의 흐름 기법은 사건과 사건 중심의 해석을 포기하는 순간 의외로 쉽게 다가온다. 우리의 생각은 이런 방식으로 펼쳐진다. 거실을 청소할 때, 진공청소기에 흡입되는 먼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 아침에 엄마한테 전화를 안 했네. 제습제 남은 거는 어디에 넣어야 되지? 점심에 뭐 먹을까. 택배가 오늘 온다고 했는데, 왜 배송출발 카톡이 안 오지? ‘의식의 흐름’이 내적 독백이나 무의식적 기억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집 꼭대기 층에 있는 그녀의 침실에서 몇 시간이고 앉아서 이야기했다. 인생에 대해서, 어떻게 그들이 세상을 개혁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그들은 사유 재산을 폐지하는 사회를 건설하려고 했었다. 비록 보내지는 않았지만 실지로 편지를 썼다. 물론 그것은 샐리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녀 또한 똑같이 흥분했다. 아침식사 전에 침대에 누워 플라톤을 읽었고, 모리스를 읽었으며, 몇 시간이고 쉘리를 읽었다. (50)



젊은 클러리서는 자신과 샐리 시튼과의 관계를 나중에야 깨닫는다. 결국 그게 사랑이 아니었던가? 아침에는 플라톤을, 모리스를 그리고 오랫동안 쉘리를 읽는 것. 함께 읽는 것.


아침에는 버지니아 울프를, 로즈마리 퍼트넘 통을, 저녁에는 박영숙을 읽는다. 오늘은 혼자. 혼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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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3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3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0-09-03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등대로... 읽기에 재미를 못 봤습니다. 대신 델러웨이는 참 좋게 읽었습지요. 파도는 읽었다는 거에 폼은 좀 나고요. 다 취향의 문제 같습니다.
다음에 올랜도 읽을 예정입니다. 책도 사 놓았습지요.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9-03 20:08   좋아요 0 | URL
아! Falstaff님은 버지니아 울프를 많이 읽으셨네요! 전 <자기만의 방>이 울프 세계의 전부인줄 알았던 한 마리의 작은 개구리로서 이번에 읽은 <댈러웨이 부인>은 제게 한강과도 같았습니다. Falstaff님 안내 댓글에 따라 전 파도를 먼저 읽고, 등대로를 최대한 미루는 방식으로 진행하려합니다. ㅎㅎㅎㅎ

다락방 2020-09-04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댈러웨이 부인을 대학시절 읽었거든요. 그 때 책장 너무 안넘어가서 며칠간 내내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나요. 가까스로 힘겹게 다 읽고난 뒤에 친구가 ‘재밌었어?‘ 물었는데 ‘아니 힘들었어‘ 대답했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렇게 힘겹게 읽었는데 내용은 전혀 생각나질 않네요. 다만 그 때 지루하게 읽고는 ‘동성애 코드가 있네‘ 라고 생각했던 것만 기억이 나요.
오늘 단발머리님 이 페이퍼를 읽고 또 폴스타프님의 댓글을 읽으니, 지금 읽는다면(벌써 이십년 이상이 흐르지 않았습니까?) 댈러웨이 부인을 다르게 읽을 수 있을까, 그 때보다는 좀 더 쉽게 읽힐까? 궁금하네요. 저도 버지니아 울프 뭔가 하나 더 사놨는데... 등대로인가...... 아아, 집에 읽을 책 왜이렇게 많죠? 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0-09-04 12:05   좋아요 0 | URL
우아!!! 다락방님은 이 책을 대학다닐 때 읽으셨단 말이에요? 그럼... 어언~~~~ 아아!!!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저는 이번에 이 책 읽으면서 새삼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아, 이렇게 못 읽는 사람이구나, 내가. 버지니아 울프는 그 시대에 벌써 이렇게 미디어적 상상력을 발휘했는데 2020년을 살고 있는 나는 이걸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면서요.
제 생각엔 말이지요. 다락방님은 다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누구보다 재미있게 읽으실거 같아요.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는 것이, 다락방님에게는 익숙한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책을 읽는 것도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전 그렇게 할 예정이거든요. 하하하. 이상 버지니아 울프 전집 구입을 잠시 고민했던 단발머리였습니다.
 


 















얼마나 건전한가. 얼마나 모범적인가.


 

살의를 느낄 정도의 강한 매력을 뿜어대는 벨라의 남자친구가 되고 나서,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스무 고개도 아니면서 질문을 쏟아낸다.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 뭐야. (갈색, 난 파란색) 지금 CD 플레이어에 있는 음악은 뭐야. (Likin Park, 난 이문세)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뭐야. (오만과 편견, 난 The way we were). 제일 좋아하는 candy는 뭐야. (black licorice and Sour Patch Kids, 난 왕꿈틀이)

 


드디어 나온다, 책 이야기. 네가 좋아하는 책 말해봐. 벨라가 화난 것처럼 말한다. 좋아하는 거 하나만 고르라고 하지 마. 그래, 네가 좋아하는 거 다 말해.

 

 

『작은 아씨들』, 제인 오스틴 전부 다, 『엠마』 빼고. 『제인 에어』. 브론테 자매가 쓴 것 전부. 『앵무새 죽이기』. 『화씨 451』. 나니아 연대기 전부, 특히 『새벽 출정호의 항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더글러스 애덤스. David Eddings. 오슨 스콧 카드. 로빈 맥킨리. 루시 몽고메리. Zane Grey. 셰익스피어, 희극 전부. 애거서 크리스티 전부. 앤 맥카프리의 용기사 시리즈. Jo Walton의 『Tooth and Claw』. 『프린세스 브라이드』. 『시간 여행자의 사랑(Somewhere in Time)』. 오늘은 여기까지. 

 


































































































읽은 책도 중요하지만 읽을 책도 중요하지. 북플을 알까 모르겠네, 에드워드. 나는 읽고 싶은 책을 말해볼게. 나의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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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8-29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벨라가 엠마 싫어하는군요! 저도 엠마 너무 싫어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갑네요 ㅋㅋㅋ 근데 트왈라잇에서는 벨라가 폭풍의 언덕을 반복해 읽었던 것 같은데요. 저 리스트엔 없네요.
에드워드 다정하다..

단발머리 2020-08-29 22:21   좋아요 0 | URL
폭풍의 언덕... 저 위에 두번째줄 세번째에 있어요. 브론테 자매 책은 다 좋대요. 벨라는 엠마가 자기만 생각해서 싫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혹시 벨라? 🤭

다락방 2020-08-31 07:51   좋아요 0 | URL
아 맞다. 폭풍의 언덕 브론테 자매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아- 너무 제 무식 드러나서 미치겠네요. ㅋㅋㅋ 저는 엠마가 오지라퍼라서 싫었어요. ㅋㅋ 엠마 깐 페이퍼도 있을 겁니다. 찾아봐야지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8-31 09:35   좋아요 0 | URL
꼭 그것은 아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엠마가 좀 눈치 없다... 눈치가 심하게 없다...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벨라 말 듣고 다락방님 댓글 읽을 때 넘 웃긴 거에요. 동서양 의견 합치, 엠마는 진정한 오지라퍼였던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08-29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픈 책, 읽어야 하는 책 너무 많다요, 모카모카 문목하 소설가 소설 찌찌뽕, 레 망다랭도 얼른 사고픈데 참아야지 참아야지 8월 얼른 가고 9월이 오면 사야지!!

단발머리 2020-08-30 12:4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책 나오는 기세대로 읽으면 참 좋을텐데. 9월은 금방 올거라 합니다. 뭐, 거의 얼마 안 남았다고 할 수 있겠죠.
간절히 원하지 않아도 막 온다고 합니다. 슉슉!

공쟝쟝 2020-09-01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좋아하는 캔디는 왕꿈틀이 (ㅋㅋㅋㅋㅋ) 애드워드 : 응? 지렁이를 먹고 있네? 그게 캔디라고???

단발머리 2020-09-02 16:18   좋아요 1 | URL
캔디가 사탕만 있는게 아니더라구요. 벨라 좋아한다는 것도 사진 찾아보니 젤리더라구요.
설탕 많이 들어간 게 다 캔디인가봐요^^ 저는 왕꿈틀이, 마이구미 포도맛, 꼬마곰 이런 종류를 좋아합니다. 푸핫!

공쟝쟝 2020-09-02 18:48   좋아요 0 | URL
벨라가 좋아하는 캔디를 찾아보는 정성!!! 마이구미 포도맛은 저도 좋아해요❤️

단발머리 2020-09-02 18:59   좋아요 1 | URL
그게 첨에는 제가 사탕이라고 썼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혹시나~ 해서 찾아봤더니 젤리라서요. 그래서 캔디로 바꿨어요. 내가 에드워드에 더해 벨라도 좋아하나봐요 🤭
 




 














이 책상, 저 책상으로 자리를 옮겨다니던 『오리엔탈리즘』은 어제 책장에 꽂혔다. 나는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해서 구입한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을 존경한다. 도대체 나는, 구입한 책을 읽지 못 한다. 정해진 기한 내에 읽어야만 하는 도서관 책들의 뒤를 쫓아다니다 보면 내 책, 내가 구입한 책은 언제나 뒷전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기대와 환희 속에 시작했던 그 훌륭한 책은 결국 책장에 꽂히고 말았다.

 

쉽게 구입이 어려운 두꺼운 책을 몇 권 사보자 고민하다가비평이론의 모든 것』을 구매했다. 필요할 때마다 찾아볼 수 있는 책이겠다 싶었다. 『사회주의 페미니즘』도 같이 구입하려다  마지막 클릭에서 탈락해 다음을 기약했는데, 페이퍼를 6개나 썼다는 걸 알게 됐다. 책 내용은 거의 없고 대출했다, 반납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 뿐이다. 오늘밤부터 내일까지는 에드워드 만나기로 해서 어제, 오늘은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읽는다. 조금 더 읽어본 후에 구입하려고 한다. 구입이 두렵다. 나는 구입하면 읽지 않는 사람이니까.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완전한 자유를 부제로 한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인 낸시 홈스트롬이 성, 섹슈얼리티, 가족, 임금노동, 경제학, 정치, 자연에 관한 전문가들의 글을 엮어 만든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로 2012년 출간되었다가 2019년 새 제목, 새 표지로 다시 나왔다.   


 

제일 먼저 읽은 글은 『캐롤라이나의 사생아』의 도로시 앨리슨이 쓴 <계급의 문제>이다.

 

 

공개적인 혐오와 공격의 대상이 되고, 개인적인 관심사보다 더 고귀하고 중요한 대의를 위해 내 욕망이나 애인, 가족은 뒷전으로 밀어두어야 한다는 것도 예상했다. 동시에 여성이자 레즈비언으로서 나의 욕망, 나의 섹슈얼리티, 나의 욕구를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지독하게 노력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매순간 개인적인 정치혁명을 수행하고 있다고 믿었다. 보육시설 마루를 닦을 때든, 대학에 여성학 연속강좌를 개설하기 위한 새로운 예산을 짤 때든, 지역 페미니즘 잡지를 편집할 때든, 여성을 위한 서점을 열 때든, 언제든 간에. 나는 늘 지쳐 있었고, 의료보험 따위는 있을 리가 없었고, 돈 한 푼 못 받으면서 따분한 일을 했다. (95)

 

 

페미니즘이라는 질문과 해답을 앞에 두고 유능하고 헌신적인 혁명가로 살기 원했던 도로시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겨야 했던 건 그녀의 계급 때문이었다. 그녀는 남자들은 감옥에, 여자들은 출산의 감옥에 갇히는 걸 보고 자랐고, 지독한 가난을 당연시했다. 진보적이고 깨어있는 페미니즘 공동체 속에 살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계급에 대해, 자신의 독특한 성적 취향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나와 그들 중, 항상 그들이어서 경멸의 대상이 되는 데에 익숙했던 그녀가, 분노와 슬픔을 시와 소설로 풀어냈던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더 이상 스스로를 숨기지 않기로 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로 했다.

 


 

<생존의 이야기 : 계급, 인종, 가정폭력>은 포틀랜드 주립대학 명예교수인 재니스 하켄의 글이다. 그는 베스 리치의 주장을 인용해 젠더 폭력이 인종, 계급적으로 중립적이라는 가정 때문에 저소득층 여성과 유색인 여성이 지배적인 관점에서 삭제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211) 봉건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를 막론하고 가부장제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이었던 남성 폭력은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계급 억압 등의 기본 원형이다.(213) 최근의 페미니즘 담론에서는 남성 폭력과 관련해 남성의 권력 동기에 중점을 두는데, 저자는 데이비드 레빈슨의 주장을 인용해 여성들만으로 이루어진 노동 집단의 존재는 여성의 유대나 경제적 힘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아내 구타를 제어하거나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220) 여성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 필요한 두 개의 요인 중 한 가지가 경제적인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록산 게이는 『나쁜 페미니스트』에서 여성혐오적인 내용의 가사에 몸을 흔드는 자신에 대해 말한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안다. 오리엔트에 대한 제국주의적 관점을 비판하고, 젠더, 계급, 인종이 복합적 동인이 되어 소수자의 삶에 작동하는 억압에 대해 생각하고, 여성의 진정한 해방을 위한 경제적 자유에 대해 고민하지만, 그럼에도 또 다시 이성애의 이상화에 끌린다. 역사, 사회, 문화, 매스미디어는 이렇게 또 나를 구속한다. 그 유혹에, 나는 너무 쉽게 넘어간다.  

 

 














오늘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에드워드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불멸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영원에 대한 기대, 그리고 사랑에 대한 사랑. 주체할 수 없는, 이 빌어먹을. 사랑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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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책 한 권 더 읽는게 얼마나 부담이 될까 싶었는데 부담이 된다. 동네 도서관에서 하는 인문학 강좌를 신청한 건 리스트가 맘에 들어서였는데, 실제로는 불량 학생이 되어가고 있다. 첫번째 도선생님의가난한 사람들』은 첫 시간이라 패쓰했고, 두번째와 세번째 책은 나름 열심히 읽었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리 모두 순식간에 카타리나 블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난 주에는 나쓰메 소세키의마음』이었는데, 예전에 읽었으니 괜찮겠지, 느긋한 마음에 준비 없이 수업에 들어갔더니 질문에 대한 적당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토론 시간 내내 곤혹스러웠다.
















주말에는 에드워드와 손잡고 강강수월래를 한 번 했고, , 화요일에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8월의 도서섹슈얼리티의 매춘화』를 읽고 나니, 화요일 밤이다





나는 2시에 버스를 탔다. 날씨가 몹시 더웠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셀레스트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 사람들은 모두 나를 가엾게 여겨 매우 슬퍼해 주었고, 셀레스트는 나에게 말했다. “어머니란 단 한 분밖에 없는데.” 내가 나올 때는 모두들 문간까지 바래다주었다. 나는 좀 어리벙벙했다. 왜냐하면, 에마뉘엘의 집에 들러 검은 넥타이와 상장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은 몇 달 전에 그의 아저씨를 잃었던 것이다. (10)



만약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고 이 문단만 보여주고, 이 글이 어떠냐 묻는다면 뭐라 답할까. 초등학교 4학년 일기 같다고 말하지 않을까. 버스를 탔다. 날씨가 몹시 더웠다. 점심을 먹었다. 그는 너무나 크고 거대한 사람인데, 문장이 이렇게 쉽게 읽히니 일단은 속도를 내 본다. 쭉쭉 따라 읽는다. 드디어 나온다. 여름에는 피해야할 대목. 체감기온 38도에는 피해야할 대목.



뜨거운 햇볕에 뺨이 타는 듯했고 땀방울들이 눈썹 위에 고이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것은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던 그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특히 그날과 똑같이 머리가 아팠고, 이마의 모든 핏대가 한꺼번에 다 피부 밑에서 지끈거렸다. 그 햇볕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여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69)



이 책의 2부는 오롯이 재판 장면에 할애된다. 살인의 고의성에 대해서는 따져보지 않은 채, 엄마의 장례식에서 보였던 뫼르소의 행동에 대한 심문이 더 심도 있게 다루어진다는 점에서, 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법치의 현재를 보여준다. 나를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냐고 묻는 마리에게, 파리의 출장소로 옮기면 어떻겠냐고 묻는 사장에게, 이러나저러나 내게는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뫼르소. 그에게는 왜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일까. 128쪽 이후의 두 세쪽이 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부터 이미 마리의 추억은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이었다. 죽었다면 마리는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의 대상이 못 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가 죽은 뒤에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린다는 사실도 나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일은 생각하기 괴로운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128)




용서를 구해야만 하는 피해자가 죽어버린 상황에서 피해자를 대신해 용서를 빌어야 할 신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 뫼르소의 행동보다, 내게는 이런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우리 모두 죽을 운명이라는 것. 우리가 죽게 될 때, 그리고 영원히 사라질 때, 이 모든 것, 추억은, 사랑은, 기억은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 불멸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 정해진 인간의 시간.


















공부란 무엇인가』는 공전의 히트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교수의 신작이다. 이전 책에서는 <추석이란 무엇인가> 꼭지가 제일 유명했다. 이번책도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 공부란 무엇인가. 평이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다. 공부란 무엇인가.



자매품. 책읽기란 무엇인가. 단톡이란 무엇인가. 연예인이란 무엇인가. 대머리란 무엇인가. 요가란 무엇인가. 인어란 무엇인가. 키스란 무엇인가. 입술이란 무엇인가. 결혼이란 무엇인가. 연애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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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8-28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요즘 무슨 SF 왭소설 하나를 시작해서요....하아... 늦바람이 무섭네요.
왭소설이란 무엇인가, 밥상이란 무엇인가, 책읽기란 무엇인가, 자매품 목록은 끝이 없습니다.

단발머리 2020-08-28 09:06   좋아요 0 | URL
웹소설의 세계가 그렇게나 큰 우주라 하더라구요. 무서운 늦바람이 막판여름의 열기를 쫓아내주기를 바랍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자매품이 끝이 없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그러니까.....
청소란 무엇인가. 설거지란 무엇인가. 금요일이란 무엇인가. 선풍기란 무엇인가. 이런 쪽으로 생각이 흘러가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

2020-08-28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8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8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8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8-2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너무 멋져. 진짜 저의 최애친구... 사랑합니다.
막 공부해.. 아 너무 멋져 ㅠㅠ 사랑합니다.

단발머리 2020-08-28 10:1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란 누구인가. 최애친구란 무엇인가. 공부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

비연 2020-08-28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방인>의 제목이 <이인>으로 바뀌어 나온 문동의 책에... 약간의 거부감(?)이 들고 있는..ㅜㅜ
익숙한 것이 좋은 것인가. 익숙한 것이란 무엇인가. .. 무엇인가 무엇인가...
에드워드란 누구인가. 털이란 무엇인가. ㅎㅎ

수이 2020-08-28 13:41   좋아요 1 | URL
털이란 무엇인가 ㅋㅋㅋㅋ 뒤집어질뻔

단발머리 2020-08-28 13:44   좋아요 1 | URL
아무리 그래도 <이인>은 아닌 것 같아요. 익숙한 게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바꿀려면 또 나름 괜찮아야하지 않을까요?

괜찮음이란 무엇인가. 에드워드란 누구인가. 털이란 무엇인가. 진화란 무엇인가. 면도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mini74 2020-08-2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와 강강수월래. 정말 재미있는 표현이에요. ㅎㅎ저도 에드워드 손 잡고 싶습니다 *^^*

단발머리 2020-08-29 09:4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mini74님!
저 사실은.... 오늘도 오후늦게 만나 강강수월래 하기로 했습니다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