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책 한 권 더 읽는게 얼마나 부담이 될까 싶었는데 부담이 된다. 동네 도서관에서 하는 인문학 강좌를 신청한 건 리스트가 맘에 들어서였는데, 실제로는 불량 학생이 되어가고 있다. 첫번째 도선생님의가난한 사람들』은 첫 시간이라 패쓰했고, 두번째와 세번째 책은 나름 열심히 읽었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리 모두 순식간에 카타리나 블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난 주에는 나쓰메 소세키의마음』이었는데, 예전에 읽었으니 괜찮겠지, 느긋한 마음에 준비 없이 수업에 들어갔더니 질문에 대한 적당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토론 시간 내내 곤혹스러웠다.
















주말에는 에드워드와 손잡고 강강수월래를 한 번 했고, , 화요일에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8월의 도서섹슈얼리티의 매춘화』를 읽고 나니, 화요일 밤이다





나는 2시에 버스를 탔다. 날씨가 몹시 더웠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셀레스트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 사람들은 모두 나를 가엾게 여겨 매우 슬퍼해 주었고, 셀레스트는 나에게 말했다. “어머니란 단 한 분밖에 없는데.” 내가 나올 때는 모두들 문간까지 바래다주었다. 나는 좀 어리벙벙했다. 왜냐하면, 에마뉘엘의 집에 들러 검은 넥타이와 상장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은 몇 달 전에 그의 아저씨를 잃었던 것이다. (10)



만약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고 이 문단만 보여주고, 이 글이 어떠냐 묻는다면 뭐라 답할까. 초등학교 4학년 일기 같다고 말하지 않을까. 버스를 탔다. 날씨가 몹시 더웠다. 점심을 먹었다. 그는 너무나 크고 거대한 사람인데, 문장이 이렇게 쉽게 읽히니 일단은 속도를 내 본다. 쭉쭉 따라 읽는다. 드디어 나온다. 여름에는 피해야할 대목. 체감기온 38도에는 피해야할 대목.



뜨거운 햇볕에 뺨이 타는 듯했고 땀방울들이 눈썹 위에 고이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것은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던 그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특히 그날과 똑같이 머리가 아팠고, 이마의 모든 핏대가 한꺼번에 다 피부 밑에서 지끈거렸다. 그 햇볕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여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69)



이 책의 2부는 오롯이 재판 장면에 할애된다. 살인의 고의성에 대해서는 따져보지 않은 채, 엄마의 장례식에서 보였던 뫼르소의 행동에 대한 심문이 더 심도 있게 다루어진다는 점에서, 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법치의 현재를 보여준다. 나를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냐고 묻는 마리에게, 파리의 출장소로 옮기면 어떻겠냐고 묻는 사장에게, 이러나저러나 내게는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뫼르소. 그에게는 왜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일까. 128쪽 이후의 두 세쪽이 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부터 이미 마리의 추억은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이었다. 죽었다면 마리는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의 대상이 못 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가 죽은 뒤에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린다는 사실도 나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일은 생각하기 괴로운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128)




용서를 구해야만 하는 피해자가 죽어버린 상황에서 피해자를 대신해 용서를 빌어야 할 신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 뫼르소의 행동보다, 내게는 이런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우리 모두 죽을 운명이라는 것. 우리가 죽게 될 때, 그리고 영원히 사라질 때, 이 모든 것, 추억은, 사랑은, 기억은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 불멸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 정해진 인간의 시간.


















공부란 무엇인가』는 공전의 히트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교수의 신작이다. 이전 책에서는 <추석이란 무엇인가> 꼭지가 제일 유명했다. 이번책도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 공부란 무엇인가. 평이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다. 공부란 무엇인가.



자매품. 책읽기란 무엇인가. 단톡이란 무엇인가. 연예인이란 무엇인가. 대머리란 무엇인가. 요가란 무엇인가. 인어란 무엇인가. 키스란 무엇인가. 입술이란 무엇인가. 결혼이란 무엇인가. 연애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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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8-28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요즘 무슨 SF 왭소설 하나를 시작해서요....하아... 늦바람이 무섭네요.
왭소설이란 무엇인가, 밥상이란 무엇인가, 책읽기란 무엇인가, 자매품 목록은 끝이 없습니다.

단발머리 2020-08-28 09:06   좋아요 0 | URL
웹소설의 세계가 그렇게나 큰 우주라 하더라구요. 무서운 늦바람이 막판여름의 열기를 쫓아내주기를 바랍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자매품이 끝이 없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그러니까.....
청소란 무엇인가. 설거지란 무엇인가. 금요일이란 무엇인가. 선풍기란 무엇인가. 이런 쪽으로 생각이 흘러가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

2020-08-28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8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8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8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8-2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너무 멋져. 진짜 저의 최애친구... 사랑합니다.
막 공부해.. 아 너무 멋져 ㅠㅠ 사랑합니다.

단발머리 2020-08-28 10:1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란 누구인가. 최애친구란 무엇인가. 공부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

비연 2020-08-28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방인>의 제목이 <이인>으로 바뀌어 나온 문동의 책에... 약간의 거부감(?)이 들고 있는..ㅜㅜ
익숙한 것이 좋은 것인가. 익숙한 것이란 무엇인가. .. 무엇인가 무엇인가...
에드워드란 누구인가. 털이란 무엇인가. ㅎㅎ

수이 2020-08-28 13:41   좋아요 1 | URL
털이란 무엇인가 ㅋㅋㅋㅋ 뒤집어질뻔

단발머리 2020-08-28 13:44   좋아요 1 | URL
아무리 그래도 <이인>은 아닌 것 같아요. 익숙한 게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바꿀려면 또 나름 괜찮아야하지 않을까요?

괜찮음이란 무엇인가. 에드워드란 누구인가. 털이란 무엇인가. 진화란 무엇인가. 면도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mini74 2020-08-2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와 강강수월래. 정말 재미있는 표현이에요. ㅎㅎ저도 에드워드 손 잡고 싶습니다 *^^*

단발머리 2020-08-29 09:4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mini74님!
저 사실은.... 오늘도 오후늦게 만나 강강수월래 하기로 했습니다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