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조지 웰스. 그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다재다능한 인물이고, 영국 박물관의 도서 목록에 있는 그의 이름 아래에는 항목이 6백 개가 있다고 한다. 그가 29세 때인 1895년 출간한 타임머신은 시간 여행을 마술이나 단순한 꿈이나 기적이 아닌 과학전 이론으로 머신으로 다룬 최초의 소설이다.
시간 여행자는 엘로이 (지배층)'과 몰록 (피지배층)이 각각 지상 세계와 지하 세계에 나누어 사는 8십만 년 후로 간다. 진화한 인류가 아닌 절정기를 거치고 퇴화 중인 인류를 만났다. 그 인류는 주인공인 시간 탐험가 보다 미개하다. 그리고 천년 단위로 시간을 앞질러 3천만 년까지 앞으로 나아가고 빛을 잃어가는 태양을 보며 그사이 지구상의 생명체는 원시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을 본다.
변화가 없고 변화할 필요도 없는 곳에는 어떤 지성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없이 다양한 필요성과 위험에 직면해야 하는 동물만이 지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P131
공산주의를 비롯한 시대를 풍자했고, 그 시절 큰 이슈가 되었던 다윈의 진화론을 소설에 담아 시간 여행을 최초로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1895년에 현실의 3차원에 시간을 더한 4차원을 이야기하고, 현재 이론 물리학에서나 다룰 법한 내용을 철학적인 사색과 함께 담은 웰스는 시대를 초월하는 천재 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반박하고 싶은 부분은 현대라는 유리한 고지의 우리에게 손쉽게 많다.
인류가 진화하다 위험 요소가 없어지면서 신체 기능뿐만 아니라 지적 수준까지 함께 퇴행했다고 하지만, 위험 요소가 없어진 것도 하나의 환경이고 인류는 그것에 맞게 진행한 것이지 퇴행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종의 다양성은 열성 유전자도 우성에 비해 적지만 유지하기 때문에 인류가 극단적인 모습으로 취약하게 진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웰스는 자연 과학과 경제학, 과학 교육 분야, 생물학, 동물학, 정치학 등의 많은 학문 분야에서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한다. 과학 사범학교에서도 1급 우등상을 받고 장학금을 받았으며 런던 대학 이학사 시험에서도 생물학 1급 우등, 지질학 2급으로 합격했고, 동물학회 특별 회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문학에서도 풍속 소설, 저널리스트, SF, 백과전서가, 역사, 사회주의, 대중 계몽, 유토피안, 페미니스트, 예언자 등 끝없는 범주를 넘나들었다.
그렇게 수많은 분야에서의 깊은 지식이 서로 연결되어 통찰을 얻어 그 시절 현대에도 앞으로의 미래에도 봐도 손색없는 타임머신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