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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고만한 산을 사이에 두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266km 밤길을 함께 한다. 먼길 가는 급한 마음 다 안다는듯 서둘지 않아도 된다며 어께를 감싸주고 숨바꼭질하다보니 어느덧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름의 끝자락 깊은밤을 가로지르는 저무는 달과 눈맞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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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밝은 뜰에 서서 저녁노을을 떠올려본다. 새날을 시작하고서야 겨우 마감하는 하루다.

서산 너머로 해 떨어지는 사이 쯤이면 그 산을 몇 번을 넘고도 남을 시간이다. 머리와 심장의 거리만큼 몸은 늘 마음보다 게으른 탓이다.

나는 오늘도 산을 넘지도 못하면서 그 산 너머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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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넘는다. 붙박이 삶이지만 꿈은 언제나 담장 너머에 있다. 땅에 뿌리 내린 상사화나 담장 위 기와에 터를 잡은 양치류의 삶이나 오늘에 붙잡혀 바둥대는 나, 모두 오십보 백보다.

오늘도 담장을 넘어갈 꿈으로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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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0여 년을 한자리에 서 있었다. 키를 키우고 품을 넓혀가는 동안 사람과 함께한 시간을 오롯이 제 몸에 새겼다.

그 나무에 삶을 향한 사람의 간절함과 정성을 엮어서 묶었다. 칠월 백중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나무가 칡덩굴에 엮여 하나된 자리인 것이다. 사람보다 더 오랜시간을 지켜왔을 삶의 터전에 술잔 올리고, 남은 잔을 나눠 마신다. 100년도 버거운 사람에겐 나무는 경이롭고 대견한 생의 버팀목이 아닐 수 없다. 당산나무를 가까이 두고 살아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칡덩굴 걸린 나무 앞에 공손히 두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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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25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에도 400년된 느티나무가 있어요. 80년대에 벼락 맞아서 둘로 쪼개져 지금은 철근으로 보정되어 있는데, 정말 신령함이 깃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무진無盡 2016-08-26 20:48   좋아요 2 | URL
내가 사는 근처에도 몇백년씩 자라온 느띠나무가 여럿있는데.. 쇠사슬로 꽁꽁 묶여 사는 것이 좋을까 싶은 나무도 여럿 보았습니다. 자연의 순리대로 두어야 좋은 것도 많아 보이구요.

별이랑 2016-08-26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벼슬한 나무도 있으니, 호랑이 님 댓글처럼 신령함이 깃든 나무도 있겠죠?
오랜 삶을 버텨온 만큼 보고 듣고 겪은 일도 아주 많이 담아놓은 나무이니, 저라도 절로 경의를 표할듯해요.
공손이 손을 모은다는 무진님 글을 읽고, 저도 잠시 마음을 비웁니다.

한차례 시원하게 내린 비가 바람을 몰고와서 오늘 하루 상쾌하네요.
무진 님, 좋은 시간 되세요 ^^

무진無盡 2016-08-26 20:49   좋아요 2 | URL
나무는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일상을 공유한다고 봐요. 특히 당산나무에 기대어 온 마을 사람들의 마음까지 보테면 더 그렇게 생각됩니다. 가뭄에 모처럼 단비가 내렸습니다. ^^
 

'달이 환한 밤에는謝湛軒'
어제밤 달이 환하여 비생(박제가)을 찾아갔다가 그와 함께 돌아왔더니 집을 지키고 있던 자가 고하기를, "누런 말을 탄 손님이 오셨는데 키가 크고 수염을 길었으며, 벽에다 무언가를 써놓고 가셨습니다."하더군요. 촛불을 켜고 비춰 보니 바로 그대의 글씨였습니다. 손님 온 것을 알려주는 학이 없어서 문설주에 봉자(鳳字, 凡鳥)를 써놓고 가시게 하다니! 유감입니다. 송구하고 송구합니다. 이후로는 달이 환한 밤에는 절대로 외출하지 않으렵니다.

*연암 박지원이 담헌 홍대용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마냥 부러운 벗의 사귐이다. "이후로는 달이 환한 밤에는 절대로 외출하지 않으렵니다." 벗을 대하는 마음이 이토록 깊다.

*백중의 달이 밝다. 연암의 달이나 지금 내 머리위의 달이나 매한가지인데 담헌의 달이 부러운건 왜일까? 보름달의 정취를 나눌 이가 있어 시공간을 넘어선 마음 나눔에 대한 열망을 기대한다.

나도 달에게 그 마음을 기댄다.
"이후로는 달이 환한 밤에는 절대로 외출하지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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