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환한 밤에는謝湛軒'
어제밤 달이 환하여 비생(박제가)을 찾아갔다가 그와 함께 돌아왔더니 집을 지키고 있던 자가 고하기를, "누런 말을 탄 손님이 오셨는데 키가 크고 수염을 길었으며, 벽에다 무언가를 써놓고 가셨습니다."하더군요. 촛불을 켜고 비춰 보니 바로 그대의 글씨였습니다. 손님 온 것을 알려주는 학이 없어서 문설주에 봉자(鳳字, 凡鳥)를 써놓고 가시게 하다니! 유감입니다. 송구하고 송구합니다. 이후로는 달이 환한 밤에는 절대로 외출하지 않으렵니다.

*연암 박지원이 담헌 홍대용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마냥 부러운 벗의 사귐이다. "이후로는 달이 환한 밤에는 절대로 외출하지 않으렵니다." 벗을 대하는 마음이 이토록 깊다.

*백중의 달이 밝다. 연암의 달이나 지금 내 머리위의 달이나 매한가지인데 담헌의 달이 부러운건 왜일까? 보름달의 정취를 나눌 이가 있어 시공간을 넘어선 마음 나눔에 대한 열망을 기대한다.

나도 달에게 그 마음을 기댄다.
"이후로는 달이 환한 밤에는 절대로 외출하지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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