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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를 정하고 돌을 골랐다. 이리저리 돌려보며 생긴 모양대로 하나둘 쌓았다. 쌓은 돌이 높아질수록 더 간절해지는 마음이다. 누구든 무엇을 염원하든 정갈함에서 한마음이다.

소나기를 소리로만 만난다. 여전히 기세등등한 햇볕을 뚫고 구름은 조심스럽게 더딘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고, 그 사이 제풀에 껶인 소나기는 땅에 닿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돌을 쌓듯 정성으로 건너온 발걸음, 햇볕 속 구름의 더딘 움직임과 다르지 않다. 돌탑을 품고 있는 그 숲의 기억으로 이 여름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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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물이 키워낸 잎과 그 사이를 건너는 바람이 꽃을 피웠다. 꽃은 뜨거운 태양의 열기로 결실을 맺는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 떠나보낼 준비를 마쳤다.

8월의 시작이다. 여전히 뜨거운 햇볕으로 버거운 시간일 테지만, 그 뜨거움이 연자蓮子를 여물게 한다.

연자蓮子가 여물어 단단한 껍질 속을 부드러움으로 채워가는 것처럼 나도 겉으로 보이는 단단함보다는 내 안의 부드러움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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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은 아직도 안개 속이다. 지난밤 더위에 지쳤는지 새들도 늦잠을 자는지 고요하다.

차 한잔 마련하고 마루에 앉아 무명천에 실로 피어난 나무와 눈맞춤한다. 복잡한 머리보다야 몸이 늘 정직하듯 등치 보다 큰 것을 머리에 얹었으되 단정한 몸짓으로 불안하지 않다.

아슬아슬 비틀거리며 엮어가는 하루가 흔들려 보일지라도 지나온 삶은 늘 굳건하였음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모처럼 뒷산에 올라 여름꽃과 눈맞춤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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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구름보다 높아 구름을 내려다 보기도하겠지만 구름에겐 택도 없는 소리다. 사람들은 여전히 구름다리라고 부른다.

구름이 뭐라고 하는지는 내 알바 아니다. 저곳에 올라 계곡을 흐르는 바람을 느끼며 발아래 펼쳐질 세상의 시원스러움을 담고 싶다. 그것도 생각 뿐이다. 

구름까지 곁들인 푸른하늘에 걸린 다리를 올려다 보며 하늘바다 한가운데 내가 있음을 자임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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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주인은 나라는듯 매미 소리 요란하다. 정상에 올랐으면 내려와야하고, 피었으므로 진다고 했다. 이 여름도 다르지 않음을 안다.

현각, 자성의 소리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25년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긴 시간은 더욱 아니다. 강을 건넜으니 배를 버리는 자의 태도로 보이지 않으니, 달 보라고 외치던 제 손가락만 보다 제풀에 나자빠지는 것은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25년, 그동안 몸에 걸치고 자고 먹고 마셨던 그 모든 것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는 알까?

매미 울음과 함께 여름날의 하루나 잘 건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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