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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로움으로 하루를 건너온 더딘 몸은 바닥을 모른다고 가라앉고 그 몸을 다독이는 마음은 먼 산 그림자에 저절로 스며든다. 

까마득할 정도로 멀고 깊다. 그 끝에 시선이 닿는 동안 마음은 아득히 깊어진다. 깊어지는 마음 자리에 자리잡은 기억은 아스라하다.

붉은 노을보다 더 깊이 파고드는 산 그림자에 기대어 하루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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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酒飮敎微醉後
好花看到半開時
좋은 술 마시고 은근히 취한 뒤
예쁜 꽃 보노라, 반쯤만 피었을 때

*중국 송나라의 학자 소옹(邵雍)이 읊은 시다. 은근함과 기다림에 주목한다.

아침 이슬에 깨어나는 꽃봉우리가 곱고 이쁘다. 이슬을 채 털어내지 못하고 햇살을 한껏 받았다. 수줍게 속내를 보이지만 허투른 몸짓이 아니라는 듯 야무지다.

대개는 화양연화의 순간만을 꿈꾸기에 만개한 꽃에 주목한다. 서둘러 만개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알까. 다하고 나면 지는 일만 남는다는 것을ᆢ. 

이제는 안다. 화양연화의 순간보다는 절정으로 가는 과정이 아름답다는 것을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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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향하는 여름밤, 견우와 직녀가 소나기에 기대어 만났던 칠석을 하루 지난 달이다. 여름볕에 익어가는 마음이 보름달로 여물어 가는 달을 닮아 가슴 속으로 가득 차오른다. 

낮이 밤으로 가고, 여름이 가을로 가고, 달이 차오르고, 때를 만난 꽃봉우리가 스스로 열리는 것처럼ᆢ.

달에 기대어 안부를 전하는 것도
다ᆢ그대에게 저절로 가는 나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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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하다. 막바지 더위가 이보다 더 더운날은 없을 것이라는 듯 기세등등하다. 무엇이든 끝자락은 이렇게 강렬하게 타오르다 일순간 꺼져버린다는 것을 애써 부인하려는 몸짓으로 읽힌다.

입추立秋와 처서處暑 사이,
한낮의 뜨거움이 제 풀에 지치는 밤 공기는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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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칠석七月七夕'이다.

瑤階夜色凉如水 臥着牽牛織女星
요계야색양여수 와착견우직녀성

옥 섬돌에 밤빛이 서늘하기 물 같은데
누워서 견우 직녀 두 별을 바라보네

*중국 당나라 때 사람 두목지(杜牧之)의 칠석에 관한 시다.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위로하는 마음을 담았다.

*칠월칠석七月七夕이다. 칠석은 양수인 홀수 7이 겹치는 날이어서 길일로 여긴다. 음력 칠월이 되면 맑은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이 맑고 푸르며 높다. 

그것도 아니라면 책장을 열어 책들을 햇볕에 쪼이고 바람에 쐬어 말리는 포쇄(曝曬)라도 해야겠다. 칠석에 말려 두면 책이 좀 먹지 않고 습한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조상들의 삶의 지혜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눈 길이다. 푸르고 맑은 하늘에 구름을 불러 오작교라도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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