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섰다.
멀리 사는 이들이 '내일이야'는 한마디에 주저없이 나선 길이다. 곡성과 옥천, 울진과 서울에서 출발은 달랐지만 정해진 시간에 한곳에 모였다. 초봄 제주에 이어 오랜만이다.
김밥을 사고 물을 챙기고 누군가는 배낭을 메고 다른이는 지팡이를 챙기는 동안 모두는 신발끈을 조였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꽃을 찾으며 걷는 중에는 혹 힘들어하는 이는 없는지 속도를 조절하며 산길을 걷는다. 누구 한사람 무엇인가를 발견하면 서로를 부르며 눗맞춤 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상으로 삼은 꽃만이 아니다. 풀이든 나무든 익숙하거나 생소한 것도 가리지 않고 나누다 보면 어느순간 같은 장소에 함께 머문다.
서두르거나 재촉하지도 않으면서 각자 독특한 자세와 방법으로 꽃들과 눈맞춤하고 있다. 시선이 향하는 곳은 달라도 마음이 닿는 곳은 하나임을 알기에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그렇게 함께 보낸 시간이 쌓여 벗들의 마음 가득 꽃 닮은 미소가 넘친다. 표정만 봐도 그날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사정이 있어 함께하지 못한 벗들의 마음을 배려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전설적인 나무 주목 앞에 섰다. 나무가 건너온 시간을 눈으로만 짐작하기에는 정성이 부족하기에 품에 들어 가만히 안겨 본다. 안기는 내가 안았지만 어디 나무의 시간이 내어준 품의 풍덩 빠지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함께 한 꽃친구들의 품에 안긴듯 한없이 포근한 든든하다. 나무를 안거나 안겨본 이들만이 공유하는 느낌이리라.
모두는 서로에게 이런 나무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