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사 조영남 교수는 중국 엘리트 정치의 세 요소로 권력 운영, 권력 승계, 권력 공고화를 꼽고, 각각에 대해 순차적으로 강의하고 있다. 이 강좌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9강부터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시대 이후에 등장한 집단 지도 체제를 구체적으로 공부하는데, 9강~12강은 권력 기구의 구성과 권력의 행사 즉 권력 운용에 관한 내용이고, 13강~16강은 나머지 두 요소인 권력 승계와 권력 공고화에 관한 내용이다.
13강. 권력 승계 ① : 규칙
권력 승계는 엘리트 정치 최대의 난제이다. 최고 지도자의 관점에서는 권력 이양 후 자신의 안전과, 자신의 노선과 정책의 지속 여부 등의 문제로 후계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후계자는 이른바 '후계자의 딜레마'에 봉착한다. 최고 지도자의 감시 아래 절대 충성을 보여야하며 동시에 자신의 세력을 확대해야 한다. 세력 없이는 권력을 승계 받아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권력 승계를 제도화하였다. 장차관급 이하는 법으로 규칙을 제정하여 공식화하고, 국가급/부국가급은 합의를 통해 규범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덩샤오핑이 주도한 원로 정치 시대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이 규칙과 규범은 장쩌민 시대 이후 지금까지 평화롭고 안정된 권력 승계의 기반이 되고 있다.
개괄적인 내용은 앞에서 몇 번 반복되었기 때문에, 강의를 직접 들으면서 생생한 모습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연령제와 임기제가 도입되어,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일인자의 임의나 독단에 의한 권력 교체 없이 임기 만료시까지 안정적 통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젊은 통치 권력을 갖게 되었다.

권력 기구는 공정하게 구성된다. 예를 들어 정치국 상무위원은 인물 중심 발탁이 아니라 5대 권력 기구의 수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정치국도 마찬가지이다.

권력 기구는 세력간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시대별 파벌의 강약은 있지만, 당의 총서기와 국무원의 총리는 다른 파벌에서 나와야 하고,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도 한 파벌이 독식해서는 안된다.

권력 승계의, 내가 생각하기에 아주 중요하고 독특한 방식이 '점진적 집단 승계'이다. 연령제와 임기제 도입의 결과 자연스럽게 권력은 세대별 즉 연령에 따른 집단으로 이양된다. 한 세대의 임기가 끝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가 한꺼번에 권력을 넘겨 받는 것이다. 중국만의 유일한 승계 방식으로 "설계에 의한 후계 양성과 설계에 의한 지도자 교체"이다.

물갈이처럼 한꺼번에 한 세대가 물러나고 다음 세대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후계 양성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 방법이 점진적 승계이다. 공산당 영도 간부의 핵심 구성원을 살펴보면 점진적 승계의 현황이 잘 드러난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를 거쳐서 정치국원으로 올라가고, 정치국원 중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급한다.

정치국을 거치지 않고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는 예외 사례는 두 가지가 있다. 차세대 최고 지도자와 파벌의 핵심 세력이다.

차세대 지도자들은 사전 선임되어 5~10년간의 훈련 기간을 거치고 권력을 이양 받는다. 점진적인 승계를 통한 꾸준한 후계 양성 과정이 있기 때문에 중국에는 훈련되지 않은 지도자가 등장할 수 없다. 자유 민주주의처럼 의사하던 사람이 어느날, 장사하던 사람이 어느날, 검찰이 어느날, 대중의 인기를 등에 엎고 아무런 훈련도 검증도 기반도 없이 등장할 수는 없다.
집단 지도 체제 이후 국내외적 위기 상황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계속 발전과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는 배경에는 점진적인 권력 승계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차기 지도자 선임의 규범이 깨어졌다. 2022년부터 공산당을 이끌어 갈 총서기 후보가 지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한데, 시진핑이 한 번 더 총서기를 하려는 것인지, 레임 덕을 막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중국의 설명처럼 유능한 인재가 배재될 위험 때문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2022년의 20차 당대회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6세대 총서기가 탄생하면서 세대 교체의 규범이 지켜질지, 시진핑의 장기 집권이 현실화 될지 세계가 주목하기 때문이다.

제도적 권력 승계의 문제점도 있다. 국가급 지도자의 권력 승계는 규범에 의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과 국가 주석은 임기 제한을 받지 않는다. 공산당 총서기에 대한 규범이 애매하다. 퇴임한 원로들의 간섭 가능성이 있다. 즉 법으로 공식화된 것이 아니라 규범에 따르기 때문에 공산당 최고 지도자들의 합의에 의해 언제든지 권력 승계 방식이 바뀔 수 있는 불안정성이 상존한다.

이 강의를 듣다 보면 플라톤의 『국가』가 생각난다. 플라톤이 최고의 정체로 생각한 철학자 통치는 전형적인 엘리트 통치이다. 이 책의 핵심 중 하나는 철학자 통치자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에 있다. 예비 통치자들은 기초 교육부터 실무까지 수십 년 간의 교육과 훈련 끝에 50세가 넘어서야 비로소 통치자가 될 수 있다. 그래야만 올바른 통치 이념을 확립하여 안정적이고 행복한 국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14강. 권력 승계 ② : 사례

집단 지도 체제 하에서의 권력 승계의 사례는 두 차례 있었다. 첫째는 장쩌민에서 후진타오로, 둘째는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장쩌민이 총서기가 된 것은 천안문 사건 수습 과정에서 지방의 당서기가 파격 발탁된 사례이므로 여기서 다루는 권력 승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일화들이 흥미진진하게 얽혀 있는 이 사례들은 직접 강의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만 개략적으로 말하자면 장쩌민은 오랜 통치 기간 동안 막강한 파벌과 권력을 구축한 상태에서 후진타오로 승계했기 때문에, 후진타오는 분권형의 약한 지도자였던 반면에, 시진핑은 후진타오의 전폭적 지지 덕분에 처음부터 강력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시진핑은 후진타오의 분리 승계와는 달리 당정의 3대 최고 직위인 공산당 총서기, 국가 주석, 중앙 군사 위원회 주석을 한꺼번에 넘겨 받는 완전 승계를 이루었다.

시진핑의 굳건한 권력 기반은 완전 승계 이외에도 7인제 상무위원회와 퇴임 원로의 정치 개입 금지, 군내 인맥 등이다.
두 차례 권력 승계 사례의 요점은 13강에서 살펴본 대로 법과 규범 등 제도에 따라 세대별로 평화롭게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다만, 2017년 19차 당대회 때 차기 지도자가 선임되지 않았기 때문에 2022년 20차 당대회에 6세대 지도자가 등장할 것인지, 시진핑의 장기 집권이 이루어질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15강. 권력 공고화 ① : 전략

집단 지도 체제에서 새로 선임된 최고 지도자들은 모두 권력 공고화에 성공했는데,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셋 모두 그 방법과 과정이 비슷했다. 이에 따라 조영남 교수는 '권력 공고화의 제도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권력 공고화는 '신임 총서기가 권력원을 확보하여 직위에 상응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뜻한다. 권력원은 군 통수권, 이념적 권위, 관계망이다.

공산당 내에서 권력을 공고화하는 전형적인/모범적인 사례를 보여 준 것은 마오쩌둥이다.
1921년 공산당 창당 당시 마오쩌둥은 베이징대 도서관 사서에 불과했다. 중국에 마르크스-레닌 주의를 도입하여 중국 공산당을 창건한 것은 베이징대 교수 리다자오와 천두슈 등이다. 여기에 소련 유학생들이 가세하여 공산당 지도 세력을 형성했다.

1912년 청나라는 멸망했지만 위안스카이와 같은 군벌이 신해혁명의 성과를 배신하면서 중국은 군벌과 반군벌 세력으로 나뉘어 혼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반군벌 세력인 쑨원의 국민당과 천두슈의 공산당은 1차 국공합작을 성사시키고 군벌을 물리치는 북벌에 함께 나섰다. 그런데 쑨원이 죽고 국민당을 이어 받은 장제스는 군벌보다 공산당을 더 싫어하며 국공합작을 깨고 공산당 토벌에 앞장섰다.

1927년 장제스 군대에 상하이 공산당이 학살당하는 상하이 사변이 발생했다. 이때 마오쩌둥이 한 유명한 말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이다. 공산당 조직만으로는 혁명을 수행할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닫고 1927년 8월 공산당 군대를 창건했다.
가을에 추수 대폭동을 일으켜 장제스에 대항했으나 실패하고 산속 깊이 도망가는데 그곳 강서에서 소련을 본따 '강서 소비에트'를 만들었다. 1934년 장제스가 마을을 불태우며 소탕 작전에 나서자, 왕밍 등 소련 유학파와 저우언라이 등은 국민당 군과 전면 전투에 나섰다가 공산당을 궤멸 위기로 몰아 넣었다. 이때 전면전에 반대하며 지금은 도망가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마오쩌둥이다.

국민당군에 쫓겨 1년 만에 연안 지역에 도착하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대장정이다. 처음 10만에 가까웠던 공산당원 중 연안에 도착한 인원은 1만이 채 되지 않았다.
대장정 즉 쫓겨가는 중에도 '준의 회의'를 열고 저우언라이의 지원 아래 마오쩌둥이 군사권을 장악한다. 가장 중요한 권력원인 군사권을 획득했다.

연안에 도착한 공산당은 마오쩌둥의 지도 아래 세력을 불려 나가는데, 이때 소련파의 핵심인 왕밍이 복귀하여 왕밍 노선을 주장한다. 왕밍 노선이란 정통 마르크스-레닌 주의를 말한다. 마오쩌둥은 중국 현실을 무시하고 교조적인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이식하려는 왕밍에 맞서 정풍 운동을 시작했다.

정풍운동은 사상 운동이다. 공산주의 사상과 다양한 노선을 학습 및 비판하고 이 과정에서 중국 현실에 맞는 하나의 통일된 공산당 이념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 연안 정풍 운동으로 왕밍을 비롯한 소련파를 청산하고, '마오쩌둥 사상'을 확립하여, 1945년 7차 공산당 당 대회 때 당헌에 이를 기입함으로써, 마오쩌둥은 공산당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였다.
마오쩌둥은 권력을 위해 필요한 두 가지를 강조하였는데, 총대와 붓대, 즉 군사력과 이념(선전의 힘)이다. 여기에 경제력까지 더해지면 거의 완전한 권력이 될 수 있다.
무명의 일개 당원에서 출발한 마오쩌둥이 군벌과 국민당 그리고 일제와 싸우며, 공산 혁명을 성공시키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현실에 맞는 이념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시킬 군사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인문 고전 강의>
16세기 피렌체 공국의 마키아벨리는 군주 메디치에게 바친 『군주론』 에서 강력한 군주는 'Armed Prophet, 무장한 예언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예언가란 이념을 가지고 비전을 제시하여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사상가라 할 수 있다. 마오쩌둥의 총대와 붓대가 '무장한 예언가' 이다.
아무 생각 없는, 이념 없는 정치 지도자와 총대 즉 힘이 없는 통치권자는 국민을 피로하게 하고 국가를 아무 곳으로나 끌고 간다.

마오쩌둥은 이렇게 권력 공고화의 선례를 만들었다. 이후 정풍 운동은 덩샤오핑 시대 3차례를 비롯 정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의 시대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일어 났다.
정풍 운동은 반부패 운동과 함께 실시되어 공산당을 정화하는 강력한 도구로 기능한다. 일당 독재 아래 생겨나기 마련인 각종 부패와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척결과 처벌을 강력하게 시행함으로써 공산당에 대한 인민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고 공산당 영도를 지지하게 만드는 효과를 얻는다. 또한 최고 지도자에 반대하는 세력을 일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16강. 권력 공고화 ② : 사례

집단 지도 체제 아래의 권력 공고화도 비슷한 과정을 밟는다. 다만 군사력은 여기에서 제외한다. 이유는 공산당 총서기는 보통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임하기 때문이다. 물론 군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권력 공고화의 주요 요소로 넣을 필요는 없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진핑 모두 권력 공고화의 3단계를 거쳐 권력을 장악했다.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과 같은 혁명적 카리스마가 없는 세대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념과 정책을 지지해 줄 자파 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따라 장쩌민 시대에는 상하이방이, 후진타오 시대에는 공청단이, 시진핑 시대에는 시진핑 세력이 등장하게 된다.

정풍 운동과 부패 척결 운동은 세 시대 모두 마오쩌둥이 확립한 방식에 따라 거의 그대로 일어났다. 장쩌민은 '삼강 교육 운동', 후진타오는 '선진성 교육 운동'. 시진핑은 '군중 노선 활동' 이라는 이름으로 정풍 운동을 실시하였다.
정풍 운동의 여세를 몰아 자신의 통치 이념을 공산당 지도 이념으로 명문화함으로써 권력 공고화는 완성된다.

시진핑은 현재 중국에서 인기가 아주 높다. 그 까닭은 그 어떤 시대보다 반부패 운동이 제도적으로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풍 운동시 자기 검토서를 작성하고 상호 비판과 자기 비판이 이루어지는데,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각 지역에 파견되어 직점 참관한다. 비판을 당하는 사람들이 '가슴이 뛰고 죽을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로 철저하고 혹독하다.
중앙 순시조라는 것을 만들어서 당국가의 각 기관을 모두 관리 감독 및 감찰한다. 여기서 시진핑 시대의 무수히 많은 부패 당정간부들이 발각되어 처벌당했다.

1년에 평균 88명씩 5년 동안 처벌되었다. 강력한 반부패 운동을 전개했다고 평가받는 장쩌민 시대의 5배 가까이 증가할 만큼, 중국 현대사에 유래가 없는 부패 척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시진핑의 막강한 권력이 있기에 가능하고, 이 결과가 또한 시진핑의 권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16강에 걸쳐 우리가 몰랐던 중국에 대해 상세하고 재미있는 강의를 해 주신 조영남 교수님께 감사 드린다. 어깨를 맞대고 살고 있는, 너무나 거대해서 위압감을 주는, 우리의 이웃 중국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흥미가 있다면 꼭 한 번 보시라고 추천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