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천국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지옥과 연옥을 거쳐 오느라 꽤 피곤했나 보다. 천국인데도 열망이 솟구치지 않았다. 과제를 미루고 미루다 급히 하면서 짧게 정리한다.

 

 

 

 

 

 

 

 

 

 

 

 

단테의 천국에는 문이 없다.  지옥에도 문이 있고, 연옥에도 있는데, 천국은 없다. 천국의 하늘들은 그 경계가 잘 감각 되지도 않는다. 단테는 언제 어떻게 올랐는지도 모르고  천국의 하늘들을 한 단계씩 올라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예전에 배워 어렴풋하지만,  불연속적 양자 도약처럼 말이다.  

 

 

천국은 열 개의 하늘로 구성되어 있다. 2곡 112행부터 123행까지 개략적인 구조가 설명되어 있다.

 

 

 

하느님의 평화가 깃든 높은 하늘은

계속 돌아가는 몸체 하나를 품고 있는데, 그 힘은

자체를 포함한 하늘의 모든 진수들을 감싸고 있어요.

 

수많은 별들을 거느린 그 다음의 하늘은,

그 하늘과는 다르지만 또한 그 하늘에 포함된

많은 본질들을 통해 그 힘을 퍼지게 합니다.

 

그렇게 또 다른 하늘들은 가지가지 색다른

모양을 지니면서도 가장 높은 하늘의

원래의 특성을 줄곧 유지합니다.

 

이렇게 우주의 조직은 그대가 보듯,

단계별로 진행하지요. 즉

위에서 힘을 받아 밑에서 작동합니다.

 

 

 

 

 

 

 

 

 

제1천인 달의 하늘은 2곡~4곡까지, 제2천인 수성의 하늘은 5곡~7곡, 제3천인 금성의 하늘은 8곡과 9곡, 제4천인 태양의 하늘은 10곡부터 13곡까지(이후로는 읽지 않았음)에 걸쳐 노래되고 있다.  

 

 

 

 

 

 

 

 

 

천국은 기독교 신자, 그중에서도 교리를 잘 알고 성경을 많이 읽은 사람에게는 쉬울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비신자들에게는 제일 어려울 것 같다. 삼위일체와 그리스도의 수난을 통한 구원, 자유 의지와 신의 섭리 등 복잡한 교리들이 논의되는데, 순례자 단테는 한번의 설명으로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흥미로운 것은 단테의 의심과 질문을 베아트리체가 격려하며, 그 자신 혹은 영혼들이 단테에게 답을 하는데, 이성으로 논박하고 실험과 증명을 설득의 도구로 삼는 것이다.

 

하지만 진리에 대한 인간의 성급한 판단과 오만을 엄중히 경계한다. 11곡과 13곡에서 토마스 아퀴나스가 단테와 대화를 나누는데, 중세 최고의 철학자 아퀴나스는 이렇게 조언한다.

 

 

긍정을 하든 부정을 하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다 보면 지극히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 쉬우니 하는 말이에요.

 

급하게 내놓은 의견들은 때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서, 인간의 교만이

지성을 묶어 놓게 되거든요.

 

재주가 없이 진리를 낚으러 해안으로

떠나는 것은 불필요를 넘어서 나쁜 일입니다.

떠날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로 돌아올 거예요.

(13곡 115~123)

 

 

 

진리 탐구가 아니라도 그렇다. 『신곡』을 읽었다고 이렇고 저렇고 떠들다가는 '나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제4천인 태양의 하늘에는 철학자들이 많다. 토마스 아퀴나스뿐 아니라 로마의 철학자와 중세 스콜라 철학자들이 천국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아퀴나스는 11곡에서 프란체스코 성인을, 보나벤투라는 12곡에서 도미니쿠스 성인을 각각 칭송하고 있다.

 

 

5곡의 자유 의지와 창조주의 의지, 7곡의 그리스도의 수난을 통한 인간의 구원 등과 같은 문제는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하고 흥미로운 주제다.  깊이 알고 싶지만 잘 이해되지 않고, 심오한 듯하지만 꼬리를 무는 의문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기독교 교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서사시로 압축된 이 책을 통해서는 사실 무슨 말인지 알아 듣기가 힘들어서 아쉽다. 언젠가 조금 더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