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EBS 특별기획 <통찰>의 이태수 교수의 <오디세이아>에는 "생존과 귀환을 위해서 필요한 인내와 지혜"가,  플라톤 아카데미의 강대진 교수의 <오디세이아>에는 "고난의 운명을 사랑하라"와 "오뒷세우스의 귀환 - 온전히 자기 자신일 수 있는 곳을 향하여" 가, 강유원의 <문학고전강의>에는 "자기만의 것을 찾기 위한 겪음"이라는 문구가 이 고전을 정의하고 있다.

 

 

 

 

 

복잡해 보이는데 간단히 그려보면 'pathei mathos' 이다. 고난을 통하여 지혜를 얻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이 획득된다는 것이다.  고대 희랍인들의 이 유명한 격언이 트로이아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 위에 판타지적 모험을 더하여 흥미 진진하게 펼쳐진 것이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이다.

 

 

 

 

 

 

 

오뒷세우스는 마지막 영웅 세대이다. 트로이아 전쟁 이후 청동기 미케네 문명을 찬란하게 장식했던 영웅들은 인간 세상에서 사라진다.  

 

 

 

 

서사시는 본질적으로 '영웅' 서사시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이스』와 『오뒷세이아』 이후 서사시 장르가 쇠퇴한 것은 영웅이 더 이상 인간적 가치의 표본이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 호메로스는 영웅에 대한 마지막 찬가로서의 『일리아스』와  반영웅적 인간의 탄생을 알리는 『오뒷세이아』라는 두 작품을 통해 스스로 한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오뒷세우스는 영웅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영웅적 존재가 아니다. 영웅은 목숨을 버리고 명예를 얻어서 불멸의 신에 가까워 지려 하지만, 오뒷세우스의 모험은 신과 멀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의 길을 보여준다.

 

 

 

 

 

신과 멀어진 인간, 영웅적 가치를 버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오뒷세우스는 새로운 시대에 인간 존재란 무엇이고, 인간적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색을 시작해야만 한다. 

 

고대 희랍인들이 찾아낸 하나의 답이 '고난을 통하여 지혜를 얻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우리가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이 기나긴 오뒷세우스의 여정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오뒷세우스는 불멸의 신이나 신과 같은 영웅보다 모험을 통해 인내와 지혜를 배우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획득해 나가는 인간적 삶이 더 가치있다고 선언한다.

 

 

 

 

 

 

 

『오뒷세이아』도 『일리아스』와 마찬가지로 총 2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두 부분 혹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두 부분으로 나눌 때는 절반으로 잘라 앞 12권은 오뒷세우스의 귀향 이전, 뒤 12권은 귀향 이후의 이야기이다.

 

 

 

 

 

세 부분으로 나눌 때는 1:2:3으로 배분되는데, 첫 4권은 텔레마코스의 이야기, 중간 8권은 오뒷세우스가 들려 주는 귀향길의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 마지막 12권은 오뒷세우스가 이타케로 돌아와서 자신의 지위를 되찾고 정체성을 인정받는 이야기이다.

 

 

 

  <8대 고전 읽기. 오디세이아. 강대진. 플라톤 아카데미>

 

 

중간 오뒷세우스의 모험 이야기는 플래시백 기법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지금도 문학이나 드라마, 영화 등 온갖 매체에서 즐겨 사용하는 회상 장면이 약 3,000년 전에 발명된 구성 기법이다. 

 

『오뒷세이아』에서 가장 재미있고 가장 풍부하고 다양한 해석이 있는 이 모험 이야기가 분량으로는 1/3밖에 차지하지 않는 것이 낯설기도 하다.  완역본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이 부분이 『오뒷세이아』의 전체라고 생각하기 쉬울테니 말이다.

 

 

 

 

 <오뒷세이아>

 

 

『오뒷세이아』도 시인이 무사 여신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일리아스』와는 다르게 누구의 이야기인지 그 이름이 없다. 그냥 '그 사람의 이야기' (a man) 이다. 

 

 

 <일리아스>

 

 

신이 정한 운명에 따라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 아킬레우스와는 달리  스스로 겪은 고난과 스스로 깨달은 지혜로 만든 이름이 오뒷세우스이다. 처음에 그는 한 남자에 지나지 않았다.

 

 

 

 

 

오뒷세우스는 트로이아 목마를 고안한 최고의 지략가이다. 그러나 트로이아성을 함락한 이후에도 9년 이상 바다 위를 떠돌아 다니고 있다.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 쉽게 귀향하지 못한다.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55XX51600077

 

 

 

오뒷세우스가 모험을 겪은 곳은 실제하는 곳은 아니다. 후대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지도를 그려 놓았는데,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지중해 전역을 누비고 다닌 것만은 비슷하게 그렸다. 기원전 8세기 이후 희랍 폴리스들은 역사적으로 지중해 전역에 식민지를 건설하였다. 이를 반영한 상상 지도일 것이다.  

 

 

  <오뒷세이아>

 

 

시인의 간청에 따라 무사 여신이 그 남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뒷세우스는 현재 시점에 요정 칼륍소에게 붙들여 있다. 귀향에 나선지 9년이나 지나버렸다.

 

 

  <오뒷세이아>

 

 

 

신들은 포세이돈이 먼곳에 간 틈을 타서 오뒷세우스의 귀향을 결정한다. 『오뒷세이아』는 신들의 회의로 시작하는 셈이다.  아테나와 헤르메스가 각각 이타케 섬의 텔레마코스와 오귀기에 섬의 요정 칼륍소에게 파견된다. 

 

 

 

 <8대 고전 읽기. 오디세이아. 강대진. 플라톤 아카데미>

 

 

 

이야기는 먼저 이타케로 파견된 아테나가 오뒷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북돋우어 오뒷세우스의 귀환을 알아보기 위해 필로스와 스파르테로 모험을 떠나는 것을 보여준다. 

 

1권에서 4권까지가  젊은이의 성장을 주제로 하는 텔레마코스의 모험담이다. 구혼자들에 둘러싸여 괴롭힘을 당하는 어머니 페넬로페를 보면서도 무기력한 어린 아이에 불과했던 텔레마코스가 이 여정을 통해 청년으로 성장한다.

 

텔레마코스의 성장은 오뒷세우스의 청년 시절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되고, 아버지 오뒷세우스의 아들로 인정받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로 해석되기도 한다. 또 오뒷세우스의 귀환을 미리 보여주는 배치로 보기도 한다.

 

무엇이 되었든 어린 아이는 집을 떠나 고난을 겪어야만 어른이 될 수 있고, 귀환에 성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아야만 한다.

 

 

 

 <8대 고전 읽기. 오디세이아. 강대진. 플라톤 아카데미>

 

 

 

이야기는 흥미롭게도 텔레마코스의 귀환을 보여주지 않은 채, 칼륍소에게 7년간이나 붙잡혀 있는 오뒷세우스에게로 갑자기 시선을 돌려 버린다. 

 

4권은 이타케 섬으로 귀환하는 텔레마코스를 죽이기 위해 구혼자 무리들이 매복하여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끝난다. 텔레마코스의 운명은 15권에나 가서야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1권에서 4권까지에 걸친 초반부의  젊은이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는 끝났다.

 

 

<8대 고전 읽기. 오디세이아. 강대진. 플라톤 아카데미>

 

 

 

중반부의 시작인 5권은 칼륍소에게 파견된 헤르메스가 신들의 결정을 통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칼륍소는 어쩔 수 없이 오뒷세우스를 떠나보내고, 오뒷세우스는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머물며 지난 9년간 겪은 모험에 대해 알키노오스 왕에게 이야기 한다. 5권부터 12권까지의 중반부 '뱃사람의 모험' 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다양한 알레고리를 품고 있는 이 모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나씩 정리할 예정이다.

 

 

 

 <8대 고전 읽기. 오디세이아. 강대진. 플라톤 아카데미>

 

 

 

종반부 '귀향' 은 서사시 전체의 1/2을 차지할 만큼 분량이 많다. 단 몇 일 간에 벌어지는 간단한 이야기가 이렇게 긴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진정한 귀향' 즉 '정체성의 인정'이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기에는 끊임없이 경고되던 아가멤논의 죽음과 같은 두려움이 있다. 20년 만에 돌아온 오뒷세우스는 과연 이타케의 진정한 왕으로,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사랑하는 남편으로, 믿음직한 아들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어떤 과정을 거쳐 서로는 서로를 인식하고, 인정하고, 한 마음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의 정체성은 그 모든 과정들의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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