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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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살조(殺佛殺祖)!!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여라!! 선종불교의 화두로 유명한 말이다.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라는 책은 살불살조를 외친 임제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책이다. 사실 반야심경을 단순한 주문을 모아둔 밀교적 성격의 책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읽을 생각조차하지 않았다. 도올 김용옥이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라는 책을 들고 나오자, 반야심경을 읽고 싶어졌다. 도올이라는 깊이 있는 철학자가 단순한 주문을 책을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랬다. 도올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스무살에 반야심경에 미친 도올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반야심경의 매력에 빠져보자.

 

1. 여인의 정체는?

반야심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도올 김용옥은 자신이 반야심경을 만나서 승려생활을 청산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먼저한다. 도올과 반야심경의 만남을 통해서 도올은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도올은 2장에서 한국 불교의 유명 스님을 중심으로 한국불교사를 살펴본다. 그중에서 경허스님의 이야기는 너무도 충격적이다. 계율을 지켜야하는 스님이 계율을 어기며 술을 마신다. 그리고 묘령의 여인을 열흘동안 자신의 방안에 들이다. 계율을 스스로 파괴하는 그의 모습은 고승과 파계승의 차이가 종이장 한장 차이라는 생각마져들게한다. 그러나, 사찰의 제자들이 그 여인을 내 쫓을 것을 요구하기에 어쩔수 없이 그 여인은 절을 떠난다. 그 여인의 모습을 본 제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달라며 경허스님에게 잘못을 구한다. 경허스님은 잘못을 비는 제자들을 뒤로하고 절을 떠난다. 경허스님과 열흘을 같이 있었던 여인은 도대체 어떠한 여인일까? 그리고 제자들은 스승의 잘못을 바로잡았다 행복해하지 않고 오히려 경허스님에게 잘못을 빌었을까? 그 여인의 정체를 알았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사찰의 계율에 얽매이지 않고 불쌍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모든 위험을 무릎서는 경허스님의 모습에 경외심이 들었다. 경허스님과 같이 열흘을 한방에서 지낸 여인의 정체를 알고 싶다면,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라는 책을 읽어 보길 바란다.

 

2. 불교를 부정한 경전

 

  "불교는 불교를 전면으로 부정한 지혜의 사상을 지혜의 완성으로 옹립했습니다. "-223쪽

 

아니, 불교경전이 불교를 정면으로 부정하다. 반불교적 행위를 지혜의 완성으로 옹립하다니 말이되는가? 그런데, 이는 사실이다. 반야심경의 일부를 살펴보자.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 無老死 亦無老死盡

(싯달타께서 깨달으셨다고 하는 12연기의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이 사라진다고 하는 것도 없다. 이렇게 12연기의 부정은 노사의 현실에까지 다다른다. 그러니 노사도 없고 노사가 사라진다는 것도 없다.)"-219쪽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의 말씀조차도 "개구라"라고 말하는 대승불교의 방력있는 과감한 모습에 순간 나의 머리에 강력한 충격이 가해졌다. 260자밖에 되지 않는 짧은 경전이 나에게 이렇게 큰 충격을 줄줄은 미쳐 몰랐다.

  강을 건넜으면, 배는 버려라 라는 말이 있다. 부처의 말씀이라는 배를 이용해서 피안의 세계에 다다랐다면 부처의 말을 버려야한다. 깨달음을 얻으려면 깨달음을 얻으려는 마음조차도 버려야한다. 세상의 모든 허상들을 나의 마음에서 버려야한다. 그 허상들은 내가 깨닫기 위한 방편들일 뿐이다. 나의 인생이라는 항해를 위해서 만든 작은 나침반은 항해가 끝나면 버려야한다. 나침반은 인생을 항해하는 도구일뿐, 인생 그자체의 목적일 수 없다. '반야심경'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나침반을 버리고 깨달음의 세계에 노닐 수 있는 지혜를 주었다.

  도올은 말한다. "과연 기독교가 '신약성서'를 전면부정한 적이 있나요? 과연 예수의 역사성을 전면부정한 적이 있나요?" 아니, 기독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종교들 중에서 자신의 성전과 자신의 교리를 스스로 부정한 종교는 없다. 아인슈타인이 “불교에는 우리들이 장차 우주적 신앙에서 기대하게 될 특성들이 함축되어 있다. 자연과 인간의 영혼을 함께 아우른다. 만일 현대과학의 요구에 부합하는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곧 불교가 될 것이다. 미래에 과학에 부응하는 종교를 나보고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불교를 선택 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타 종교에서는 볼 수 없는 불교만의 파격성이 아인슈타인의 마음을 움직였나 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고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승불교의 얼개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저자 도올 김용옥은 마음의 짐을 내려 놓지 못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책 곳곳에 이승만을 추종하는 세력이 도올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학자도 개인적으로 당하는 고소 고발에 괴로워하고 있다. "법비"라는 말이 있다. 법을 이용해서 사람의 재물을 약탈해가는 비적이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는 수 많은 '법비'들이 있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사람을 법비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서 구속하려한다. 자신에 반대되는 말을 하면 '법비'들이 법을 이용해서 사람을 괴롭힌다. 도올이 '법비'들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반야심경'이 선사한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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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20-01-29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핫한 책이네요. 예전에 고 최인호 작가가 경허대선사님의 생애를 소재로 한 소설 <길 없는 길>에도 나온 일화인데, 저도 읽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반야심경은 꼭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한번쯤은 접해보면 유익한 경전 같습니다. 저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강나루 2020-01-29 07:35   좋아요 1 | URL
맞아요^&^
고 최인호 작가가 경허스님을 소재로한 소설을 썼군요
암튼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민트 2020-03-2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덕분에 날마다 성장하는 재미를 배웁니다.
그런데 혹시 강나루님 역사 선생님이신가요?

강나루 2020-03-27 11:27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지구의 일생 - 45억년, 시간으로 보는 지구의 역사
최덕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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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독자적인 책수다'를 통해서 최덕근의 '지구의 일생'을 알았다. 재미있게 지구의 역사를 알려주는 방송내용에 매료되어 시간가는줄 몰랐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래, 한번 도전해보자! 지구의 역사를 까마득한 빅뱅에서부터 시작해서 미래 태양계의 사멸까지 읽어보자!  그때 나와 약속했던 것을 지금에서야 지켰다.

 

  138억년전 빅뱅이 있었다. 그리고 우주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45억 6800만년전 태양계가 생성되었고, 약 45억년전 지구가 탄생했다. 무수히 많은 별들 중에서 태양이라는 별이 탄생했고, 그 별을 도는 행성 중에서 지구어세만 생명체가 탄생했다. 그러나, 그 생명체가 탄생하기 이전에 지구는 수억년을 쓸쓸히 지내야했다. 그리고 그 시기의 지구는 우리가 상상하는 지구가 아니었다. 원시지구는 마그마바다가 넘실거렸다. 5시간마다 자전했고, 지구와 달의 거리는 2만 4천 킬로미터이었다. 지금 달과 지구의 거리가 38만 4천 킬로미터인 것을 고려한다면, 그당시 달의 크기는 엄청 커보였을 것이다. 어린시절, 내가 보았던 그당시의 모습은 예전부터 그러했으리라 생각했다. 우리가 보는 지구는 예전부터 그러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러하지 않았다. 지구도 생명이 탄생할 수 없는 뜨거운 마그마 바다였을 때가 있었다. 성공한 CEO를 보면서 그는 예전부터 성공해 있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것과 같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의 생명력 넘치는 지구도 생명을 다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늦어도 10억년 후에는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여 광합성 활동이 일어날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른다. 그리고 지구에는 동식물이 사라지고, 세균과 같은 원핵생물들만 남겨진다. 20억년 후에는 강력해진 태양에너지의 온실효과로 지구에는 어떠한 생명체도 살아갈 수 없게 된다. 50억년 후에는 태양이 수명을 다하게 된다. 태양이 적색 거성이 되어 부풀어 오르다가, 헬륨의 핵융합반응이 끝나가면서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 백색 왜성이 되어 별로서의 일생을 마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듯이, 지구의 삶도 유한하다. 그리고 태양의 삶도 유한하다. 우리는 지구와 태양의 일생중에서 아주 작은 점을 차지하고 있다. 그 점 속에서는 지구와 태양이 무한해보인다. 마치 하루살이에게 인간의 수명은 헤아리기 힘든 시간으로 느끼듯이 말이다.

  지구와 태양계의 수명이 있다면, 우주에도 수명이 있지 않을까? 빅뱅으로 시작해서 많은 별들을 만들어낸 우주가, 그 팽창을 멈추면 우주는 사라지지 않을까? 그리고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지 않을까? 지구와 태양의 수명이 유한하듯이, 우주의 생명도 유한할 것이다. 그리고 우주의 생명주기는 우리의 시간 개념으로 상상하기 힘든 기간일 것이다.

 

  이책에는 전문용어가 많다. 팟캐스트를 들을 때와는 다른 수준의 내용이다. 그러나, 팟캐스트를 통해서 책의 내용을 예습했기에, 전체적인 내용은 이해 가능했다. 그리고 단순히 지구의 일생만을 상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태양계를 거쳐, 우주의 일생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책이다. 인문학적 소양은 넘치지만, 자연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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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4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강나루 2019-12-24 19:4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서재의 달인 되신것 축하드립니다
 
세계를 읽다, 베트남 세계를 읽다
벤 엔겔바흐 지음, 김아림 옮김 / 도서출판 가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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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과 끈기의 민족"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중국에 천년의 지배를 받고도 민족성을 잃지 않았으며, 몽골의 3차에 걸친 침입을 물리쳤다. 프랑스와 미국과의 30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쟁의 상처가 치유되기 전에 캄보디아와 중국과 연이은 전쟁에서 승리했다.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고 잠들어있던 베트남이 '도이모이'정책을 펼치며 기지개를 펼치고 있다. 이번 겨울 가족여행을 베트남으로 정했을 때, 그 베트남의 힘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여 이렇게 말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잘보고 잘 느끼기 위해서 '세계를 읽다. 베트남'이라는 책을 꺼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벤 엔겔바흐'이다. 미국인 영어강사가 베트남에 대한 여행안내서를 썼다. 베트남 전쟁 당사국으로서 편견이 개입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랐다. 그는 너무 낭만적인 베트남에 대한 묘사를 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베트남의 부정적인 면만을 그리지도 않았다. 베트남의 현실을 서술했다. 택시기사와 노상시장에서 바가지를 쓴일도 서술하면서도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주는 마음씨 착한 베트남인의 일화를 서술하기도 했다. 가감 없이 베트남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 이책의 매력이다.

  미국인이 쓴 책이라서 미국인의 눈에 비친 베트남의 모습이 너무 이해가지 않는다는 내용이 많다. 그중에서 "체면"과 "많은 권력을 가진 노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체면을 중시하는 것은 중국인이나 한국인도 마찬가지이다. 유교 문화권에서는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노인이 많은 권력을 가졌다고 표현하고 있으나, 이것은 '노인에 대한 공경'으로 표현해야할 것이다. 노인 공경이 '권력을 가진  노인'으로 해설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국인을 통해서 새롭게 알았다. 물론, 노인으로서 품의를 지키지 못하고 박근혜 지지 집회에 나가는 분들을 보면서 모든 노인에 대한 공경은 힘들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뭏튼,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우리에게 이를 이해못하는 외국인의 시선이 낯설다. 미국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베트남 사회를 바라본다는 것은 미국인이 가진 프리즘을 살필수 있는 기회이기도하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인의 시선에 '체면'과 노인공경은 이해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이책에는 베트남에 대한 여행정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이 어떻게 관광비자로 타국에 와서 직장을 얻으며 생활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이 책에 그 비법이 서술되어 있다. 저자 자신도 중국과 한국을 거쳐서 베트남에 정착하며 주변국을 여행한다. 10여개국을 여행하며 현실을 즐기는 욜로족의 모습을 보며, 초강대국 미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났다는 특권을 무기삼아 세계 여러나를 여행하고 현재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다. 단지 영어를 할 줄알며, 백인이라는 특권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인권을 침해당하는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는 엄청난 위화감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아차, 동남아시아 노동자에게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우리가 엄청난 특권을 가진 존재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해외여행을 하면 그 나라에 대한 책을 몇권읽고 가려 한다. 너무 학술적인 책과 너무 단편적인 정보만 담은 책 사이에서 인문학적 지식과 여행정보를 함께한 얇지만 깊은 책을 찾고 있었다. 간편히 하루면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베트남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책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이 책에 필수 베트남어가 몇개 소개되어 있다. 씬 짜오(안녕하세요), 땀 비엣(잘가요). 깜언(감사합니다.) 이 세단어는 베트남 현지에서 사용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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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 -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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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균,쇠', '문명의 붕괴'를 읽으며,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박식함과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력에 놀랐다. 어느 원주민이 '당신은 많은 화물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왜? 그러지 못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하기 위해서 '총, 균, 쇠'라는 책을 썼으며, 문명이 붕괴하는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위해서 '문명의 붕괴'를 썼다. 이제, 지구의 많은 문제로 인해서 인간의 문명이 붕괴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지구문명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또다시 거대한 책을 집필했다. '대변동'이라는 책은 어떠한 책일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우리에게 어떠한 통찰을 전해줄까?

 

1. 핀란드를 통해서 한국사를 생각해본다.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서 무엇이 떠오르는가? 교육강국! 우리가 배워야할 작지만 강한 복지국가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밀떡(밀리터리 덕후)들에게는 "겨울전쟁"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1939년 강대국 소련과 약소국 핀란드의 피흘리는 혈투 속에서 당연히 소련의 쉬운 승리가 점쳐졌다. 그러나 소련은 핀란드를 강제병합하는데 실패했다. 핀란드는 그 이후 "계속전쟁"을 거쳐 독립을 유지했다. 그 댓가는 참혹했다. 당시 인구 370만명 중에서 10만명의 국민이 죽고, 9만 4000명이 장애인이 되었으며, 3만명의 과부, 5500명의 고아, 61만 5000명이 집을 잃었다. 연꽃이 진흑탕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이, 핀란드는 "겨울전쟁"과 뒤이은 "계속전쟁"을 거치며 핀란드가 존속할 수 있는 지혜를 얻었다.

  "핀란드는 정치적 독립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 경제적 독립과 표현의 자유를 조금 희생하더라도 소련의 신뢰를 얻는 것이란 사실을 직시한"다. 일명 "핀란드화"가 진행된다. 생존을 위해서 소련의 눈치를 보면서 소련의 요구에 언론의 자유도 제한한다. 서구의 눈에는 핀란드의 모습이 비굴해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핀란드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생존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핀란드가 살기위한 고육지책이다. 이러한 핀란드의 모습은 강대국 사이에 낀 우리의 역사를 반추하게한다.

  강대국 옆의 약소국은 강대국의 무리한 도전을 피하고 그들을 예의 주시해야한다는 재레드 다야몬드의 주장에 세나라가 떠오른다. 첫번째로 고구려가 떠오른다. 동북아시아의 강대국 고구려는 중국중심의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수나라와 당나라와 기나긴 전쟁을 시작하였다. 고구려와 수나라와의 전쟁에서 고구려는 수나라를 물리쳤다. 무리한 토목공사와 고구려원정은 수나라 내부에 반란을 유발시켰다. 결국 수나라는 멸망했다. 그러나, 수나라의 뒤를 이어 성립한 당나라는 고구려에 도전한다. 안시성 싸움에서 패한 당태종은 "요동(고구려)을 공격하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그러나 당 고종은 선왕의 유언을 무시하고 고구려를 정복하여 중국중심의 세계질서를 구축한다. 고구려중심의 세계관과 중국중심의 세계관의 충돌에서 중국중심의 세계관이 승리하고 동북아시아는 중국중심으로 재편된다.

  우리는 고구려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고구려와 중국과의 전쟁을 통해서 어떠한 교훈을 얻어야할까? 휘어지느니, 차라리 부러지겠다는 정신을 가져야할까? 가장 중요한 생존을 위해서 부러지지 않는 유연성을 배워야할까? 만약, 국가의 생존이 가장 우선 순위라는 명제를 받아들였다면, 고구려는 생존할 수있었을까? 그리고 고구려에게서 핀란드화의 해법을 찾을 수 있었을까?

  불행히도, 고구려에게서 핀란드화의 해법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영양왕의 뒤를 이은 영류왕은 대당유화책을 시도한다. 고구려의 봉역도를 당나라에게 넘기고, 수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한 탑인 "경관"을 허물어 뜨린다. 이러한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당나라는 고구려 침략에 유용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연개소문의 정변을 핑계로 고구려 침략을 단행한다. 고구려 중심의 동아시아질서와 중국중심의 동아시아 질서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고구려가 굴욕적이라할 만큼 중국에 굴복하지 않는 이상 당나라는 고구려 침략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고구려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고구려는 핀란드와 같은 약소국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구려를 보고 무엇을 배워야할까? 서서죽을 지언정, 무릎은 꿇지는 않겠다는 정신을 배워야할까? 고구려의 땅을 당나라에 넘기고 고구려인을 당나라의 노예로 만든 신라의 유연성을 배워야할까? 생존이라는 절대 명제 속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할까?

  두번째로 떠오른 나라는 조선이다. 임진왜란의 폐허속에서 나라를 재건해야하는 광해군은 떠오르는 청나라(후금)과 지는 태양 명나라 사이에서 절묘한 중립외교를 진행한다. 조선은 고구려와 같은 강대국이 아니다. 두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섣부른 선택은 재앙을 초래한다. 광해군은 명나라의 요구대로 군대를 파병하지만, 투항한 강홍립이 조선의 사정을 후금에 자세히 알린 덕분이 전쟁의 참화를 막았다. 그후에도 명의 추가 파병요구를 현명하게 거절하며 조선의 안전을 도모한다. 그러나,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인조를 중심으로한 서인세력은 반정을 일으킨다. 어리석은 인조와 서인세력은 친명배금정책을 추진하여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초래한다. 현명한 사람은 실수를 통해서 교훈을 얻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인조정권은 임진왜란에서도, 정묘호란에서도, 심지어는 병자호란에서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다. 그의 아들 효종은 이룰수없는 북벌을 외치며 조선을 새롭게할 수 있는 에너지를 낭비한다. 정신승리만을 강조하는 인조정권에서 루신의 소설속 주인공 "아Q"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세번째로 북한이 떠오른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미국이라는 초강대국들 틈바구니 속에서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 벼랑끝 전술을 사용하는 나라이다. 북한은 약소국이다. 고구려와 같은 강대국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라는 거인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들여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강요한다. 그 거인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려하지 않으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아올린다. 때로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강대국을 불러들여 미국을 견제하려하기도한다. 미국의 군사력에 전국토가 폐허가 되어버린 역사를 통해서 북한은 핀란드와 같은 교훈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고구려를 소환했다. 고구려와 같은 강대국이 아니면서도 고구려의 전술을 사용해서 미국이라는 거인을 상대하고 있다. 북한은 핀란드화를 받아들여야할까? 아니면 부러지더라도 굽힐수는 없다는 고구려의 정신을 이어받아야할까? 핀란드가 소련이라는 강대국의 비위만 맞추며 생존을 보장받았다면, 북한의 주변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다. 절묘한 줄타기 외교와 강력한 벼랑끝 전술로 생존을 도모하고 있는 북한에게 우리는 어떠한 조언을 해야할까?

  우리역사속에서 "핀란드화"가 필요했던 시기는 임진왜란 이후의 조선이었다. 동북아시아 패권의 변화를 신속히 파악하고, 전쟁을 예방하는 외교전술이 필요했다. 이를 잘해나가던 광해군 정권이 어리석은 인조를 비롯한 서인정권에 의해서 무너지면서 조선의 불행이 시작되었다. 지금, 미국에서 중국으로 패권이 이동하고 있다. 아직 미국을 상대하기에는 힘이 부족한 중국과 늙은 호랑이이지만, 아직도 기력이 남아있는 미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떠한 전략을 선택해야할까?

 

2. 가깝지만 먼나라, 일본을 생각하다.

  일본은 흑선의 공포에서 벗어나 끊임 없이 서양을 배우며 근대화를 완성한다. 메이지유신이 성공한 이유는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서구의 모델 국가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공 비결을 그들은 쉽게 망각한다. 1930년대 젊은 장교들은 밖의 세계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초강대국 미국의 힘을 몰랐고, 정신력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망상을 갖게 된다. 결국 계속된 침략전쟁은 일본을 패망의 길로 내몰았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의 성공비결을 아직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지적했듯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주변국의 신뢰를 얻어 통일을 이룬 독일은 그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 무형의 자산인 신뢰는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고 세계사회의 일원으로서 도덕적 책무를 다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직시하고 있지 않다. 일본이 먼저 근대화한 서구 국가를 모델로 메이지 유신을 완성했듯이, 2차세계대전의 전범국이면서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국가가된 독일의 사례를 일본은 모델로 삼고 있지 못한다. 이것이 일본의 위험요소이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날카로운 지적에 일본은 답해야한다.

  그러나,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가 일본의 성공요인과 위험요인을 분석하면서 빼놓은 위험요인이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재앙은 전지구적으로 번져가고 있다. 우선, 일본은 도쿄의 일부지역까지 고농도 오염지역으로 사람이 살기에 매우 부적합한 땅이 되어버렸다. 오스트레일리아 방송에서는 일본은 거대한 생체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할정도로 일본의 방사능 오염은 심각하다. 김익중 교수는 일본에서 "모든 일본인이여 이민가라"라고 강의했다고 한다.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과 오염된 땅에서 재배된 채소와 오염된 풀을 먹고 자란 동물들의 먹어야만 하는 일본은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다. 더욱이 후쿠시마 사고는 처리가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일본의 위험 요소로 "후쿠시마 핵사고"를 첫번째로 꼽아야만했다.

  "후쿠시마 핵사고"는 일본만의 위험요소가 아니다. 후쿠시마의 오염수는 태평양으로 방류될 것이다. 태평양이 오염되고 있다. 일본의 외교전에 굴복한 주변국들이 일본의 수산물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쿠시마 핵사고"의 위험은 전지구적 위험요소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일은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인류의 어리석음이다. 핵발전소는 안전하다는 프로파간다에 속아서 핵발전소를 짓는 어리석은 짓을 아직도하고 있다.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야몬드"교수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핵원자로 사고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화석연료의 연소에서 비롯되는 공기 오염으로 매년 수백만명이 사망한다는 '확실성'과 비교해봐야한다.'-501쪽

 

  이명박의 말이 아니라,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말이다. 한번의 핵사고로 태평양이 오염되고, 일본 국토의 70%가 방사성 세슘에 오염된 일본의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말을 할 수가 없다. 핵발전소에서 쏟아져 나오는 핵연료를 10만년 동안 어떻게 보존할지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핵발전소를 화석연료의 대체 에너지로 고려해야한다는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주장은 매우 우려스럽다. 핵사고의 후유증을 은폐하고 무리하게 도쿄올림픽을 유치한 아베를 떠올리며, 후쿠시마는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아베의 거짓말에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도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생각이든다.

 

3. 미국답지 않은 미국을 생각한다.

  어린시절, 학교와 언론에서 미국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배워야하는 나라였다. 미국의 제도와 민주주의의 역사는 흠결없는 완벽한 것이었다. 이책의 저자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완벽한 미국'에 많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강조되는 것은 대화와 타협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요소가 미국에서는 사라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정부 관리 임명 동의안이 2년 이상 의회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하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다양한 뉴스 채널이 만들어지면서 서로 다른 정보를 통해서 세뇌된 좌우의 민중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타협하지 않기를 바면서 빚어진 비극이라고 말한다. 뉴스의 다양화라는 긍정적인 모습이 좌우익의 극한 대립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안타까운 이유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종편을 비롯한 편향된 정보만을 접하는 노년층들이 극우적인 발언과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극단적 좌우의 대립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을 한다. 더욱이 우리는 친일-독재에 뿌리를 둔 세력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지 않은가! 자기당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북미대화를 총선전에는 하지말라"고 미국 정치인들에게 말하는 야당지도자도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 말한다. 민주주의 국가로 생각되는 선진국의 투표제도를 보면, 우리의 선거제도가 얼마나 선진적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유권자 사전등록을 당연히 정부가 해야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은 정부가 하지 않는다. 1965년이 되어서야 유권자 등록을 위한 영문 독해 시험이 불법이 되었다. 그 이전에는 미국 시민권자라해서 투표권이 자동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2004년에는 유권자 등록을 위해서 정부가 발행한 사진을 부착한 신분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선거를 독려해야하는 정부가 오히려 선거를 어렵게 만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민주주의 선진국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이름을 한글자도 틀리지 말고 투표용지에 적어야만한다. 미국과 일본은 선진국인가? 선진국이라면, 우리가 그들의 선거제도를 배워야할까? 그렇지 않다. 선거제도는 우리가 최고였다.

  재레드 다이야몬드의 미국에 대한 애착이 이책 곳곳에 묻어난다. 1부에서 개인의 위기 극복 사례를 제시했다면, 2부에서는 6개 나라의 위기 극복사례를 개인의 위기 극복 방법으로 분석했다. 3부에서는 일본과 미국이 새로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3부에서 2개장이 미국에 대한 서술로 채워져있다. 미국인인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패권이 옮겨가고 있다는 많은 학자들의 주장을 재레드 다야몬드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중 가장 강력한 이유는 중국은 독재국가이고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란다. 미국의 성공요인인 민주주의가 미국에서 침몰하지 않기를 바란다.

 

4. 칠레를 생각하다.

  민주적인 정권이 갑자기 쿠데타에 의해서 독재국가로 변모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없을 것이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생각은 다른다.

 

  "칠레도 민주적 전통이 굳건 했지만 정치적 분위기의 양극화와 타협의 실패는 결국 폭력과 독재로 종결되었다. (중략) 미국에도 이같은 시대가 닥칠 수 있을까?"-218쪽

 

  한국에도 쿠데타에 의해서 독재국가로 퇴행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박근혜정권을 거치면서 역사는 퇴행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계엄령 문건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역사가 퇴행할 수도 있음을 암시해준다. 우리가 우리 민주주의 역사를 퇴행시키지 않게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폭력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과 어떠한 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더 필요할까? 칠레의 아예데 정권은 조급한 정책과 세밀하지 못한 공상적 정책을 실시함으로서 대중의 지지를 상실해갔으며, 보수파의 준동을 자극했다. 개혁을 위해서는 사자의 용기와 여우의 꾀가 필요하다. 민주정권이 수립되었다할지라도 민주세력이 유능하지 않다면, 언제든지 민중은 지지를 철회하고 독재세력의 편에 설 수 있다. 칠레의 역사는 이것을 말하고 있다.

  쿠데타의 핵심세력도 아니었던 그가 17년 동안 독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피노체트에 대한 CIA의 평가는 조용, 온화, 상냥, 근면, 성실, 종교적, 너그러움으로 가득차있다. 우연히 최고지도자가 되어 쿠데타 계획에 참여하지도 않은 그가 악날한 독재자가 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나와있는 아이히만이 근면하고 자상하며 성실한 아버지이자 정부관리였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근면 성실함이 선함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지시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언제나 우리는 악마의 하수인이 될 수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깨어있는 시민"만이 독재를 막을 수 있다.

  피노체트가 정권을 잡자, 미국은 피노체트 정권을 지지했다. 그리고 경제가 성장했다. 무자비한 살육과 고문을 저지른 정권을 떠받치는 요인은 경제였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보다 배부른 돼지가 되려는 인간들이 많이있다. 그리고 그 돼지에 기생하는 인간들이 많다. 피노체트 정권에 대한 자유투표에서 42%가 피노체트를 지지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박근혜를 지지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있다. 깨어있는 시민이 되자! 깨어있는 시민이 되자! 깨어있지 않는다면, 악마의 노예가 될 수 있다.

 

5. 정체성을 생각하다.

  역사가 짧은 많은 나라들이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호주는 영국의 죄수들이 세운나라이다. 아직도 유니온 짹이 호주 깃발에 남아있고, 영국 여왕을 명목상 국가 수반으로 명시하고 있다. 영국이 싱가포르를 포기하고, EU에 가입하면서 호주는 부모를 떠나 보내야하는 사춘기 소년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호주의 늦은 사춘기를 보면 안타가운 생각이든다. 지리적으로는 아시아에 가깝지만, 자신들을 유럽인으로 생각하는 그들! 그러나 어머니국가인 영국에게 내팽겨쳐지는 애처러운 그들! 호주는 어떠한 국가 정체성을 형성할까? 그리고 그것이 가능할까?

  인도네시아는 다민족,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1945년~1949년 독립 투쟁을 강조하고, 공산주의자의 쿠데타를 강조한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때도 있었으나, 인도네시아와 호주를 보면서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없는 우리가 행복하다.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피를 흘려야하는 고통을 감내해야하기에 이미 형성된 국가 정체성은 가치있어 보인다.

  때로는 개인도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하기도 한다. 68 혁명을 일으킨 독일의 세대는 부모를 부정했다. 나치에 협력한 부모에 대한 적개심은 적군파와 68혁명으로 표출되었다. 스스로 부모가 만들어 놓은 족쇄를 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독일의 자녀들은 부모의 족쇄에 잠들기 보다는 부모의 족쇄를 과감히 부서버리고 부모와 다른 정체성을 형성했다. 한국의 친일파 후손들이 부모의 친일을 미화하고 친일적 발언을 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뿐만 아니라,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이를 아시아 해방전쟁으로 역사를 미화하는 일본의 전후 세대와도 대조를 이룬다. 부모의 품을 떠나지 않는 자녀는 스스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일본의 전후세대와 한국의 친일 독재의 후손들이 언제 부모의 품을 떠나는 68혁명을 일으킬지 기대를 하게한다.

 

  '문명의 붕괴'라는 책에서 이스터문명의 붕괴를 통해서 한문명이 어떻게 붕괴될 수 있는지를 재레드 다이야몬드교수는 말했다. 태양계에서 지구는 이스터섬과 같은 존재이다. 외부의 도움없이 이 문명을 지켜야한다. 자원고갈을 비롯한 지구온난화라는 전지구적 문제에 지구인은 지금이라도 현명하게 대처해야한다.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도 같은 맥락에서 전지구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고언이 다이아몬드 이상의 값어치를 가지고 있음을 모든 사람들이 알길 바란다. 그리고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와 함께 지구문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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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자 아빠의 기막힌 넛지 육아 - 어린 뇌를 열어주는 부드러운 개입
다키 야스유키 지음, 박선영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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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넛지"라는 말은 매력적인 단어이다. 부드러운 개입으로 상대를 자발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넛지'는 가지고 있다. 그 힘을 교육에 적용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서부터 하고 있었다. '넛지'관련 경제학 서적은 많았지만, 이를 일선 교육의 현장에 적용시킨 책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던 차에 "뇌과학자 아빠의 기막힌 넛지육아"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넛지'를 교육에 적용시킬 첫걸음으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이들었다. 육아에서 시작해서 학교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부드러운 개입'의 힘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1. 호기심이 핵심이다.

  뇌 의학박사 다키 야스유키는 "호기심을 계속 키워 나가면 언젠가 반드시 성적도 오르게 된다"라고 확신한다. 장난감 부수기 놀이를 하는 자녀를 당신은 어떻게 양육했는가? 장난감을 부수는 공격적인 행동이 대인관계로 이어질 것을 염려해서, 혹은 비싼 장난감을 부수는 것이 화가 나서 자녀에게 부수기 놀이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는가? 대부분의 부모가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난감 부수기 놀이를 격려한 부모의 양육방식이 자녀의 호기심을 계속 키워갈 수 있었고 아이는 무궁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나의 관점에서, 부모의 관점에서 호기심을 키워주려 노력하기 보다는, 자녀의 입장에서 자녀가 지니고 있는 호기심을 격려하는 양육방식이 '넛지육아'이었다.

  어떤 부모는 말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의 학력을 결정한다라고..... 다키 야스유키는 "본질은 '호기심의 차이'"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라"라는 다키 야스유키의 말은 부모가 자녀를 학원에만 보내며 닥달하기 보다는 가족체험 혹은 가족 여행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키워주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가족의 행복이 찾아오고, 자녀의 뇌도 무한한 성장을 할 것이다. 행복한 가정이 행복한 뇌를 만드는 법이니까.

 

2. 음악이 영어 실력을 키운다.

  예체능을 싫어했던 나는 영어를 공부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예체능이 뇌발달에 좋다는 말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라는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음악이 영어 실력을 키운다는 다키 야스유키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음악과 언어를 배우는 뇌부위가 같고, 음악의 리듬감이 외국어를 배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내가 영어를 배우는데 힘들어 한 것도 음악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쏠로시절, 남자아이가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 '피아니스트가 될 것도 아니면서 왜? 피아노를 배울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피아노를 배우는 것 자체가 뇌발달에 상당히 유용했다. 양손으로 각기 다른 음을 치는 피아노 연습은 좌우 뇌를 연결하는 뇌량을 발달시킨다. 머리로 생각하면서 동시에 손을 사용하는 활동은 뇌와 손 근육을 연결하는 추체로라는 신경네트워크 발달을 촉진한다. 나는 음악의 힘을 낮춰보고 있었다. 학부모들이 피아노 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피아노뿐만 아니라, 자녀가 즐길 수 있는 악기를 다룰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자녀의 뇌발달과 인생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넛지'를 제공하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음악의 힘을 낮춰보지 말자.

 

3. 뇌의 비밀을 풀어 내다.

  "뇌는 뒤에서부터 만들어지고 앞부터 망가지는 것이다." 다키 야스유키의 말은 충격적이다. 우리의 뇌는 후두엽에서 측두엽으로 두정엽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전두엽이 발달한다. 뇌의 쇠퇴는 이 반대로 일어난다. 그런데, 우리의 사교육은 어린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전두엽을 발전시키는 교육만을 해왔다. 각시기에 맞추어 부모가 해야할일을 무시하고 사교육에 휘둘려 어려서부터 전두엽을 혹사시키는 교육을 한다면 아이의 뇌에는 절망을 주고, 학부모에게는 헛된 믿음만을 심어준다. 아는 만큼 제대로 키울 수 있다!! 부모는 부모교육을 받지 않고 부모가 된다. 잘못된 상식과 추측으로 자녀를 헛된 곳으로 이끌기도한다. 그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부모는 끊임 없이 배워야한다.

  우리 뇌의 놀라운 능력중에 하나는 '범화'이다. 한가지 능력이 자라면 그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까지 능력이 향상되는 성질을 범화라고 한다. 한가지 잘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도 뇌 전체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이면서도 충격적이다.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는 학부모의 양육방식이 얼마나 무지한 양육방식인지를 뇌의 비밀을 풀어낼 수록 더 강하게 알게 된다. 자녀가 흥미 있어하는 것 하나를 깊게 팔 수 있도록 도와주자.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하자. 자녀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펼칠수 있도록 베려할 수록 자녀의 뇌는 살찌워질 것이다.

 

 똑 같은 생활을 하는 수녀들이 노후 건강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연구한 결과가 있다. 어떠한 요인이 수녀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까? 놀랍게도 어린시절 가정경제가 수녀님들의 노후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자녀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자녀의 식단에 신경을 쓸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라는 단어가 아니다. "관심"이라는 단어다. 헛된 관심 헛된 경제적 지원은 자녀의 건강과 뇌를 망가 뜨린다.  자녀에게 관심을 갖고 자녀가 흥미있어하는 호기심에 집중하며, 자녀의 뇌발달을 위해서 부드러운 개입을 할 때에 자녀는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다. 다키 야스유키는 치매를 예방하는 요소 세가지를 제시한다. 운동, 커뮤니케이션, 취미와 호기심이 바로 그것이다. 어린시절 했었던 운동, 어린시절부터 키워진 취미와 호기심, 어린시절 부모와 친구들과 나누었던 커뮤니케이션이 노년의 건강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어릴 때 어떻게 성장했는지, 어떤 생활 습관을 가지고 살아왔는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라는 다키 야스유키의 말을 우리는 명심해야한다. '뇌과학자 아빠의 기막힌 넛지 육아'라는 책은 단순히 어떻게 자녀를 양육해야하는지에 대한 해답만을 제시하지 않는다. 어린시절 뇌발달을 위해서 했어야할 것들 중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지금 부터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호기심을 갖고, 음악을 즐기며, 꾸준히 운동을 하자. 그리고 나의 가족과 대화를 하자. 우리의 노년이 달라질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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