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 -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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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균,쇠', '문명의 붕괴'를 읽으며,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박식함과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력에 놀랐다. 어느 원주민이 '당신은 많은 화물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왜? 그러지 못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하기 위해서 '총, 균, 쇠'라는 책을 썼으며, 문명이 붕괴하는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위해서 '문명의 붕괴'를 썼다. 이제, 지구의 많은 문제로 인해서 인간의 문명이 붕괴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지구문명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또다시 거대한 책을 집필했다. '대변동'이라는 책은 어떠한 책일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우리에게 어떠한 통찰을 전해줄까?

 

1. 핀란드를 통해서 한국사를 생각해본다.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서 무엇이 떠오르는가? 교육강국! 우리가 배워야할 작지만 강한 복지국가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밀떡(밀리터리 덕후)들에게는 "겨울전쟁"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1939년 강대국 소련과 약소국 핀란드의 피흘리는 혈투 속에서 당연히 소련의 쉬운 승리가 점쳐졌다. 그러나 소련은 핀란드를 강제병합하는데 실패했다. 핀란드는 그 이후 "계속전쟁"을 거쳐 독립을 유지했다. 그 댓가는 참혹했다. 당시 인구 370만명 중에서 10만명의 국민이 죽고, 9만 4000명이 장애인이 되었으며, 3만명의 과부, 5500명의 고아, 61만 5000명이 집을 잃었다. 연꽃이 진흑탕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이, 핀란드는 "겨울전쟁"과 뒤이은 "계속전쟁"을 거치며 핀란드가 존속할 수 있는 지혜를 얻었다.

  "핀란드는 정치적 독립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 경제적 독립과 표현의 자유를 조금 희생하더라도 소련의 신뢰를 얻는 것이란 사실을 직시한"다. 일명 "핀란드화"가 진행된다. 생존을 위해서 소련의 눈치를 보면서 소련의 요구에 언론의 자유도 제한한다. 서구의 눈에는 핀란드의 모습이 비굴해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핀란드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생존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핀란드가 살기위한 고육지책이다. 이러한 핀란드의 모습은 강대국 사이에 낀 우리의 역사를 반추하게한다.

  강대국 옆의 약소국은 강대국의 무리한 도전을 피하고 그들을 예의 주시해야한다는 재레드 다야몬드의 주장에 세나라가 떠오른다. 첫번째로 고구려가 떠오른다. 동북아시아의 강대국 고구려는 중국중심의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수나라와 당나라와 기나긴 전쟁을 시작하였다. 고구려와 수나라와의 전쟁에서 고구려는 수나라를 물리쳤다. 무리한 토목공사와 고구려원정은 수나라 내부에 반란을 유발시켰다. 결국 수나라는 멸망했다. 그러나, 수나라의 뒤를 이어 성립한 당나라는 고구려에 도전한다. 안시성 싸움에서 패한 당태종은 "요동(고구려)을 공격하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그러나 당 고종은 선왕의 유언을 무시하고 고구려를 정복하여 중국중심의 세계질서를 구축한다. 고구려중심의 세계관과 중국중심의 세계관의 충돌에서 중국중심의 세계관이 승리하고 동북아시아는 중국중심으로 재편된다.

  우리는 고구려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고구려와 중국과의 전쟁을 통해서 어떠한 교훈을 얻어야할까? 휘어지느니, 차라리 부러지겠다는 정신을 가져야할까? 가장 중요한 생존을 위해서 부러지지 않는 유연성을 배워야할까? 만약, 국가의 생존이 가장 우선 순위라는 명제를 받아들였다면, 고구려는 생존할 수있었을까? 그리고 고구려에게서 핀란드화의 해법을 찾을 수 있었을까?

  불행히도, 고구려에게서 핀란드화의 해법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영양왕의 뒤를 이은 영류왕은 대당유화책을 시도한다. 고구려의 봉역도를 당나라에게 넘기고, 수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한 탑인 "경관"을 허물어 뜨린다. 이러한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당나라는 고구려 침략에 유용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연개소문의 정변을 핑계로 고구려 침략을 단행한다. 고구려 중심의 동아시아질서와 중국중심의 동아시아 질서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고구려가 굴욕적이라할 만큼 중국에 굴복하지 않는 이상 당나라는 고구려 침략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고구려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고구려는 핀란드와 같은 약소국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구려를 보고 무엇을 배워야할까? 서서죽을 지언정, 무릎은 꿇지는 않겠다는 정신을 배워야할까? 고구려의 땅을 당나라에 넘기고 고구려인을 당나라의 노예로 만든 신라의 유연성을 배워야할까? 생존이라는 절대 명제 속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할까?

  두번째로 떠오른 나라는 조선이다. 임진왜란의 폐허속에서 나라를 재건해야하는 광해군은 떠오르는 청나라(후금)과 지는 태양 명나라 사이에서 절묘한 중립외교를 진행한다. 조선은 고구려와 같은 강대국이 아니다. 두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섣부른 선택은 재앙을 초래한다. 광해군은 명나라의 요구대로 군대를 파병하지만, 투항한 강홍립이 조선의 사정을 후금에 자세히 알린 덕분이 전쟁의 참화를 막았다. 그후에도 명의 추가 파병요구를 현명하게 거절하며 조선의 안전을 도모한다. 그러나,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인조를 중심으로한 서인세력은 반정을 일으킨다. 어리석은 인조와 서인세력은 친명배금정책을 추진하여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초래한다. 현명한 사람은 실수를 통해서 교훈을 얻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인조정권은 임진왜란에서도, 정묘호란에서도, 심지어는 병자호란에서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다. 그의 아들 효종은 이룰수없는 북벌을 외치며 조선을 새롭게할 수 있는 에너지를 낭비한다. 정신승리만을 강조하는 인조정권에서 루신의 소설속 주인공 "아Q"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세번째로 북한이 떠오른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미국이라는 초강대국들 틈바구니 속에서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 벼랑끝 전술을 사용하는 나라이다. 북한은 약소국이다. 고구려와 같은 강대국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라는 거인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들여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강요한다. 그 거인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려하지 않으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아올린다. 때로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강대국을 불러들여 미국을 견제하려하기도한다. 미국의 군사력에 전국토가 폐허가 되어버린 역사를 통해서 북한은 핀란드와 같은 교훈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고구려를 소환했다. 고구려와 같은 강대국이 아니면서도 고구려의 전술을 사용해서 미국이라는 거인을 상대하고 있다. 북한은 핀란드화를 받아들여야할까? 아니면 부러지더라도 굽힐수는 없다는 고구려의 정신을 이어받아야할까? 핀란드가 소련이라는 강대국의 비위만 맞추며 생존을 보장받았다면, 북한의 주변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다. 절묘한 줄타기 외교와 강력한 벼랑끝 전술로 생존을 도모하고 있는 북한에게 우리는 어떠한 조언을 해야할까?

  우리역사속에서 "핀란드화"가 필요했던 시기는 임진왜란 이후의 조선이었다. 동북아시아 패권의 변화를 신속히 파악하고, 전쟁을 예방하는 외교전술이 필요했다. 이를 잘해나가던 광해군 정권이 어리석은 인조를 비롯한 서인정권에 의해서 무너지면서 조선의 불행이 시작되었다. 지금, 미국에서 중국으로 패권이 이동하고 있다. 아직 미국을 상대하기에는 힘이 부족한 중국과 늙은 호랑이이지만, 아직도 기력이 남아있는 미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떠한 전략을 선택해야할까?

 

2. 가깝지만 먼나라, 일본을 생각하다.

  일본은 흑선의 공포에서 벗어나 끊임 없이 서양을 배우며 근대화를 완성한다. 메이지유신이 성공한 이유는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서구의 모델 국가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공 비결을 그들은 쉽게 망각한다. 1930년대 젊은 장교들은 밖의 세계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초강대국 미국의 힘을 몰랐고, 정신력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망상을 갖게 된다. 결국 계속된 침략전쟁은 일본을 패망의 길로 내몰았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의 성공비결을 아직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지적했듯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주변국의 신뢰를 얻어 통일을 이룬 독일은 그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 무형의 자산인 신뢰는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고 세계사회의 일원으로서 도덕적 책무를 다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직시하고 있지 않다. 일본이 먼저 근대화한 서구 국가를 모델로 메이지 유신을 완성했듯이, 2차세계대전의 전범국이면서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국가가된 독일의 사례를 일본은 모델로 삼고 있지 못한다. 이것이 일본의 위험요소이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날카로운 지적에 일본은 답해야한다.

  그러나,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가 일본의 성공요인과 위험요인을 분석하면서 빼놓은 위험요인이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재앙은 전지구적으로 번져가고 있다. 우선, 일본은 도쿄의 일부지역까지 고농도 오염지역으로 사람이 살기에 매우 부적합한 땅이 되어버렸다. 오스트레일리아 방송에서는 일본은 거대한 생체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할정도로 일본의 방사능 오염은 심각하다. 김익중 교수는 일본에서 "모든 일본인이여 이민가라"라고 강의했다고 한다.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과 오염된 땅에서 재배된 채소와 오염된 풀을 먹고 자란 동물들의 먹어야만 하는 일본은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다. 더욱이 후쿠시마 사고는 처리가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일본의 위험 요소로 "후쿠시마 핵사고"를 첫번째로 꼽아야만했다.

  "후쿠시마 핵사고"는 일본만의 위험요소가 아니다. 후쿠시마의 오염수는 태평양으로 방류될 것이다. 태평양이 오염되고 있다. 일본의 외교전에 굴복한 주변국들이 일본의 수산물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쿠시마 핵사고"의 위험은 전지구적 위험요소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일은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인류의 어리석음이다. 핵발전소는 안전하다는 프로파간다에 속아서 핵발전소를 짓는 어리석은 짓을 아직도하고 있다.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야몬드"교수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핵원자로 사고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화석연료의 연소에서 비롯되는 공기 오염으로 매년 수백만명이 사망한다는 '확실성'과 비교해봐야한다.'-501쪽

 

  이명박의 말이 아니라,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말이다. 한번의 핵사고로 태평양이 오염되고, 일본 국토의 70%가 방사성 세슘에 오염된 일본의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말을 할 수가 없다. 핵발전소에서 쏟아져 나오는 핵연료를 10만년 동안 어떻게 보존할지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핵발전소를 화석연료의 대체 에너지로 고려해야한다는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주장은 매우 우려스럽다. 핵사고의 후유증을 은폐하고 무리하게 도쿄올림픽을 유치한 아베를 떠올리며, 후쿠시마는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아베의 거짓말에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도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생각이든다.

 

3. 미국답지 않은 미국을 생각한다.

  어린시절, 학교와 언론에서 미국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배워야하는 나라였다. 미국의 제도와 민주주의의 역사는 흠결없는 완벽한 것이었다. 이책의 저자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완벽한 미국'에 많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강조되는 것은 대화와 타협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요소가 미국에서는 사라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정부 관리 임명 동의안이 2년 이상 의회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하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다양한 뉴스 채널이 만들어지면서 서로 다른 정보를 통해서 세뇌된 좌우의 민중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타협하지 않기를 바면서 빚어진 비극이라고 말한다. 뉴스의 다양화라는 긍정적인 모습이 좌우익의 극한 대립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안타까운 이유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종편을 비롯한 편향된 정보만을 접하는 노년층들이 극우적인 발언과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극단적 좌우의 대립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을 한다. 더욱이 우리는 친일-독재에 뿌리를 둔 세력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지 않은가! 자기당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북미대화를 총선전에는 하지말라"고 미국 정치인들에게 말하는 야당지도자도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 말한다. 민주주의 국가로 생각되는 선진국의 투표제도를 보면, 우리의 선거제도가 얼마나 선진적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유권자 사전등록을 당연히 정부가 해야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은 정부가 하지 않는다. 1965년이 되어서야 유권자 등록을 위한 영문 독해 시험이 불법이 되었다. 그 이전에는 미국 시민권자라해서 투표권이 자동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2004년에는 유권자 등록을 위해서 정부가 발행한 사진을 부착한 신분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선거를 독려해야하는 정부가 오히려 선거를 어렵게 만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민주주의 선진국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이름을 한글자도 틀리지 말고 투표용지에 적어야만한다. 미국과 일본은 선진국인가? 선진국이라면, 우리가 그들의 선거제도를 배워야할까? 그렇지 않다. 선거제도는 우리가 최고였다.

  재레드 다이야몬드의 미국에 대한 애착이 이책 곳곳에 묻어난다. 1부에서 개인의 위기 극복 사례를 제시했다면, 2부에서는 6개 나라의 위기 극복사례를 개인의 위기 극복 방법으로 분석했다. 3부에서는 일본과 미국이 새로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3부에서 2개장이 미국에 대한 서술로 채워져있다. 미국인인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패권이 옮겨가고 있다는 많은 학자들의 주장을 재레드 다야몬드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중 가장 강력한 이유는 중국은 독재국가이고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란다. 미국의 성공요인인 민주주의가 미국에서 침몰하지 않기를 바란다.

 

4. 칠레를 생각하다.

  민주적인 정권이 갑자기 쿠데타에 의해서 독재국가로 변모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없을 것이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생각은 다른다.

 

  "칠레도 민주적 전통이 굳건 했지만 정치적 분위기의 양극화와 타협의 실패는 결국 폭력과 독재로 종결되었다. (중략) 미국에도 이같은 시대가 닥칠 수 있을까?"-218쪽

 

  한국에도 쿠데타에 의해서 독재국가로 퇴행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박근혜정권을 거치면서 역사는 퇴행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계엄령 문건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역사가 퇴행할 수도 있음을 암시해준다. 우리가 우리 민주주의 역사를 퇴행시키지 않게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폭력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과 어떠한 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더 필요할까? 칠레의 아예데 정권은 조급한 정책과 세밀하지 못한 공상적 정책을 실시함으로서 대중의 지지를 상실해갔으며, 보수파의 준동을 자극했다. 개혁을 위해서는 사자의 용기와 여우의 꾀가 필요하다. 민주정권이 수립되었다할지라도 민주세력이 유능하지 않다면, 언제든지 민중은 지지를 철회하고 독재세력의 편에 설 수 있다. 칠레의 역사는 이것을 말하고 있다.

  쿠데타의 핵심세력도 아니었던 그가 17년 동안 독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피노체트에 대한 CIA의 평가는 조용, 온화, 상냥, 근면, 성실, 종교적, 너그러움으로 가득차있다. 우연히 최고지도자가 되어 쿠데타 계획에 참여하지도 않은 그가 악날한 독재자가 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나와있는 아이히만이 근면하고 자상하며 성실한 아버지이자 정부관리였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근면 성실함이 선함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지시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언제나 우리는 악마의 하수인이 될 수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깨어있는 시민"만이 독재를 막을 수 있다.

  피노체트가 정권을 잡자, 미국은 피노체트 정권을 지지했다. 그리고 경제가 성장했다. 무자비한 살육과 고문을 저지른 정권을 떠받치는 요인은 경제였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보다 배부른 돼지가 되려는 인간들이 많이있다. 그리고 그 돼지에 기생하는 인간들이 많다. 피노체트 정권에 대한 자유투표에서 42%가 피노체트를 지지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박근혜를 지지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있다. 깨어있는 시민이 되자! 깨어있는 시민이 되자! 깨어있지 않는다면, 악마의 노예가 될 수 있다.

 

5. 정체성을 생각하다.

  역사가 짧은 많은 나라들이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호주는 영국의 죄수들이 세운나라이다. 아직도 유니온 짹이 호주 깃발에 남아있고, 영국 여왕을 명목상 국가 수반으로 명시하고 있다. 영국이 싱가포르를 포기하고, EU에 가입하면서 호주는 부모를 떠나 보내야하는 사춘기 소년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호주의 늦은 사춘기를 보면 안타가운 생각이든다. 지리적으로는 아시아에 가깝지만, 자신들을 유럽인으로 생각하는 그들! 그러나 어머니국가인 영국에게 내팽겨쳐지는 애처러운 그들! 호주는 어떠한 국가 정체성을 형성할까? 그리고 그것이 가능할까?

  인도네시아는 다민족,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1945년~1949년 독립 투쟁을 강조하고, 공산주의자의 쿠데타를 강조한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때도 있었으나, 인도네시아와 호주를 보면서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없는 우리가 행복하다.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피를 흘려야하는 고통을 감내해야하기에 이미 형성된 국가 정체성은 가치있어 보인다.

  때로는 개인도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하기도 한다. 68 혁명을 일으킨 독일의 세대는 부모를 부정했다. 나치에 협력한 부모에 대한 적개심은 적군파와 68혁명으로 표출되었다. 스스로 부모가 만들어 놓은 족쇄를 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독일의 자녀들은 부모의 족쇄에 잠들기 보다는 부모의 족쇄를 과감히 부서버리고 부모와 다른 정체성을 형성했다. 한국의 친일파 후손들이 부모의 친일을 미화하고 친일적 발언을 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뿐만 아니라,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이를 아시아 해방전쟁으로 역사를 미화하는 일본의 전후 세대와도 대조를 이룬다. 부모의 품을 떠나지 않는 자녀는 스스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일본의 전후세대와 한국의 친일 독재의 후손들이 언제 부모의 품을 떠나는 68혁명을 일으킬지 기대를 하게한다.

 

  '문명의 붕괴'라는 책에서 이스터문명의 붕괴를 통해서 한문명이 어떻게 붕괴될 수 있는지를 재레드 다이야몬드교수는 말했다. 태양계에서 지구는 이스터섬과 같은 존재이다. 외부의 도움없이 이 문명을 지켜야한다. 자원고갈을 비롯한 지구온난화라는 전지구적 문제에 지구인은 지금이라도 현명하게 대처해야한다.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도 같은 맥락에서 전지구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고언이 다이아몬드 이상의 값어치를 가지고 있음을 모든 사람들이 알길 바란다. 그리고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와 함께 지구문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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