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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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살조(殺佛殺祖)!!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여라!! 선종불교의 화두로 유명한 말이다.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라는 책은 살불살조를 외친 임제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책이다. 사실 반야심경을 단순한 주문을 모아둔 밀교적 성격의 책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읽을 생각조차하지 않았다. 도올 김용옥이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라는 책을 들고 나오자, 반야심경을 읽고 싶어졌다. 도올이라는 깊이 있는 철학자가 단순한 주문을 책을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랬다. 도올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스무살에 반야심경에 미친 도올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반야심경의 매력에 빠져보자.

 

1. 여인의 정체는?

반야심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도올 김용옥은 자신이 반야심경을 만나서 승려생활을 청산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먼저한다. 도올과 반야심경의 만남을 통해서 도올은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도올은 2장에서 한국 불교의 유명 스님을 중심으로 한국불교사를 살펴본다. 그중에서 경허스님의 이야기는 너무도 충격적이다. 계율을 지켜야하는 스님이 계율을 어기며 술을 마신다. 그리고 묘령의 여인을 열흘동안 자신의 방안에 들이다. 계율을 스스로 파괴하는 그의 모습은 고승과 파계승의 차이가 종이장 한장 차이라는 생각마져들게한다. 그러나, 사찰의 제자들이 그 여인을 내 쫓을 것을 요구하기에 어쩔수 없이 그 여인은 절을 떠난다. 그 여인의 모습을 본 제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달라며 경허스님에게 잘못을 구한다. 경허스님은 잘못을 비는 제자들을 뒤로하고 절을 떠난다. 경허스님과 열흘을 같이 있었던 여인은 도대체 어떠한 여인일까? 그리고 제자들은 스승의 잘못을 바로잡았다 행복해하지 않고 오히려 경허스님에게 잘못을 빌었을까? 그 여인의 정체를 알았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사찰의 계율에 얽매이지 않고 불쌍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모든 위험을 무릎서는 경허스님의 모습에 경외심이 들었다. 경허스님과 같이 열흘을 한방에서 지낸 여인의 정체를 알고 싶다면,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라는 책을 읽어 보길 바란다.

 

2. 불교를 부정한 경전

 

  "불교는 불교를 전면으로 부정한 지혜의 사상을 지혜의 완성으로 옹립했습니다. "-223쪽

 

아니, 불교경전이 불교를 정면으로 부정하다. 반불교적 행위를 지혜의 완성으로 옹립하다니 말이되는가? 그런데, 이는 사실이다. 반야심경의 일부를 살펴보자.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 無老死 亦無老死盡

(싯달타께서 깨달으셨다고 하는 12연기의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이 사라진다고 하는 것도 없다. 이렇게 12연기의 부정은 노사의 현실에까지 다다른다. 그러니 노사도 없고 노사가 사라진다는 것도 없다.)"-219쪽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의 말씀조차도 "개구라"라고 말하는 대승불교의 방력있는 과감한 모습에 순간 나의 머리에 강력한 충격이 가해졌다. 260자밖에 되지 않는 짧은 경전이 나에게 이렇게 큰 충격을 줄줄은 미쳐 몰랐다.

  강을 건넜으면, 배는 버려라 라는 말이 있다. 부처의 말씀이라는 배를 이용해서 피안의 세계에 다다랐다면 부처의 말을 버려야한다. 깨달음을 얻으려면 깨달음을 얻으려는 마음조차도 버려야한다. 세상의 모든 허상들을 나의 마음에서 버려야한다. 그 허상들은 내가 깨닫기 위한 방편들일 뿐이다. 나의 인생이라는 항해를 위해서 만든 작은 나침반은 항해가 끝나면 버려야한다. 나침반은 인생을 항해하는 도구일뿐, 인생 그자체의 목적일 수 없다. '반야심경'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나침반을 버리고 깨달음의 세계에 노닐 수 있는 지혜를 주었다.

  도올은 말한다. "과연 기독교가 '신약성서'를 전면부정한 적이 있나요? 과연 예수의 역사성을 전면부정한 적이 있나요?" 아니, 기독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종교들 중에서 자신의 성전과 자신의 교리를 스스로 부정한 종교는 없다. 아인슈타인이 “불교에는 우리들이 장차 우주적 신앙에서 기대하게 될 특성들이 함축되어 있다. 자연과 인간의 영혼을 함께 아우른다. 만일 현대과학의 요구에 부합하는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곧 불교가 될 것이다. 미래에 과학에 부응하는 종교를 나보고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불교를 선택 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타 종교에서는 볼 수 없는 불교만의 파격성이 아인슈타인의 마음을 움직였나 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고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승불교의 얼개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저자 도올 김용옥은 마음의 짐을 내려 놓지 못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책 곳곳에 이승만을 추종하는 세력이 도올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학자도 개인적으로 당하는 고소 고발에 괴로워하고 있다. "법비"라는 말이 있다. 법을 이용해서 사람의 재물을 약탈해가는 비적이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는 수 많은 '법비'들이 있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사람을 법비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서 구속하려한다. 자신에 반대되는 말을 하면 '법비'들이 법을 이용해서 사람을 괴롭힌다. 도올이 '법비'들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반야심경'이 선사한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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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20-01-29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핫한 책이네요. 예전에 고 최인호 작가가 경허대선사님의 생애를 소재로 한 소설 <길 없는 길>에도 나온 일화인데, 저도 읽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반야심경은 꼭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한번쯤은 접해보면 유익한 경전 같습니다. 저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강나루 2020-01-29 07:35   좋아요 1 | URL
맞아요^&^
고 최인호 작가가 경허스님을 소재로한 소설을 썼군요
암튼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민트 2020-03-2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덕분에 날마다 성장하는 재미를 배웁니다.
그런데 혹시 강나루님 역사 선생님이신가요?

강나루 2020-03-27 11:27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