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제현께옵서 살펴 아시다시피 동방불패는 <규화보전>이라는 절세의 무공비급을 얻어서 용맹정진 수행한 결과 결국 초절정 무림고수가 되기는 되었으되 아뿔사 그만 불알이 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니, 뭐 세상만사 천지만물 모든 것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뭐든지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내 줘야하는 것이 무림뿐만아니라 인간세 전체를 지배하는 이른바 ‘쎄미쎄미법칙’이란 것이다.
소생이 이 이야기를 왜 하는고 허니, 소생이 연전에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라는 -일명 ‘동시십독법’- 비급을 얻어 땀을 비오듯 줄줄흘리며 열심 수행하여 몇 년째 시전 중이나 어찌된 심판인지 갈수록 초절정 독서고수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운기행공의 잘못으로 인한 일종의 주화입마라고 할수도 있겠다. 그 부작용이란 것은 말하자면 ADHD 비슷한 것인데, 소생은 ‘집중력결핍 과잉독서장애’라고 이름을 붙였다. 뭐 하나 진득하게 읽지를 못한다. 이 책을 들어 10여분 보다가 다시 저 책을 펼쳐 10여분 읽고, TV를 보며 뒹굴다가 또 다른 책을 들어 20여쪽 읽다가 집어던지고는 또 다른 책을 펼쳐 10쪽 정도 읽고......침대에 누워서는 또또 다른 책을 읽는 것이다. 뭐 하나 내조지는 것은 없고 새로 시작하는 책은 부지기수다. 쌓이는 것은 책탑이요 온 집구석에 소생이 보다만 책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뭔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생 나름의 소견이다. 십독법인지 뭔지 시연은 이제 그만해야할 것 같다. 계속하다가 혹시 불알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두려워서 그러는 건 아니다. 뭐 붙어있어봐야 거추장스럽게 달랑거리기나할 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물건이다.
그건 그런데, 그렇다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금회 십독법 시연에 동원된 책들을 일일이 한번 불러 모아본다. 독후 혹은 독중 감상이라기 보다는 그냥 이때는 이런 책을 읽었다는 독서의 기록이다.
<모던타임스 1>
521쪽까지 읽었다. 사람도 물론이지만 책과도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 이책은 사실 수년전에 구입은 했으나 읽지는 않았고 그후 중고로 팔아먹었던 책인데, 지금 다시 구입해서 읽고 있다. 저자가 거의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등장 인물들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등장 인물들은 뭐, 레닌, 스탈린, 처칠, 루스벨트, 히틀러, 뭐 등등 그런 사람들이다. 소생이 그 함자(銜字)야 숱하게 들었지만 뭐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그런 인사들이다. 이 것을 읽다보니 얼마전에 나온 ‘제2차대전(전3권)’을 구입하고 싶다. 아주 오래전에 소생 집에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20권짜리 하드카버 전집이 있었는데 깨알재미가 아닌 깨알글씨의 두단락 세로쓰기였는데 그 책은 누구의 작품인지 궁금하다.
<식물의 사생활>
일찍이 법국(法國)에 소개되어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고도 하는 등등 하도 유명하다고 해서 읽어본다본다본다본다본다하다가 이제야 읽게되었는데, 소생이 어렴풋이 기대하고 생각했던 그런 식물의 사생활이 아니어서 조금 당황했다. 뭔가 소생과는 쿵짝이 쿵짝쿵짝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지 이상하게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시작한지 두달이 넘었는데 아직 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주인공의 형이 걸린 그런 해괴한 병이 정말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스코어는 87쪽
<사피엔스>
근자에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베스트셀러인데, 가당찮은 것이 뭔 생각인지 읽지않고 버티고 있다가 유시민의 <공감필법>을 읽고서야, 아아아 유시민 같은 인사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는데, 감히 축생 따위가...하면서 시작했다. 초반은 나름 흥미진중하고 중반 넘어오니 흥미가 좀 떨어진다. 연이나 이 책은 소생에게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소생은 (일례로) ‘아우슈비츠’ 같은 것을 겪고도 과연 인간의 역사란 것이 발전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항상 의문이었으나 하라리는 여기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거대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그러니깐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그런 시점에서 볼 때, 수백만년에 걸친 인류역사는 분명하고 확실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312쪽까지 읽었다.
<자금성, 최후의 환관들>
목하 텔레비전에서 절찬리에 방영중인 ‘구르미 어쩌고’를 아내는 필사적으로 본방사수하고 있고 덩달아 혜림씨도 뭘 아는지 모르는지 역시 좋아라해서 월화요일 저녁이 되면 두 모녀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입을 딱 벌리고 침을 질질흘리며 보고 있다. 소생은 이 드라마를 보지않고 있지만 역시 알게모르게 영향을 받았는지 어느날 문득 알라딘에서 <자금성, 최후의 환관들>, <서태후와 궁녀들>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말았다. 지금 38쪽을 읽고 있는데 생각만큼 흥미있지는 않다. <자금성의 황혼>을 구입하면 한세트 완비되겠다. 이 책들 다 읽고 영화 <마지막 황제> 봐주면 더욱 깔끔할 것 같다. 펄벅여사도 서태후에 대한 책을 썼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기는 하나 거기까지 나아갈 여력은 없다.
<그리스의 끝 마니>
현재 132쪽까지 읽었다. 마지막으로 읽은 게 3~4주는 넘은 것 같다. 앞의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비잔티움의 부활’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장은 기억에 일부 남았다. 비잔티움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11세의 후손에 대한 작가의 상상이 끝없이 펼쳐진다. 마니는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삼지창처럼 생긴 세 개의 반도 중에 가운데 가운데 지역을 일컫는 지명이다. 그리스의 삼지창이라면 역시 아토스산이 있는 할키디키 반도가 정말 완전한 삼지창이다. 지도를 한번 보시라.
<공부의 시대>
‘집중력결핍 과잉독서장애’의 병중에도 이 세트 5권은 다 읽었다. 요건 분량이 적어서 금방 읽힌다. 다섯권이지만 사실 한권으로 만들어도 충분할 것 같다. 유시민의 <공감필법>을 읽고 <사피엔스>를 읽을 생각을 했고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를 읽고 <바람의 열두방향>을 읽을 생각을 했다.
<부의 도시 베네치아 >
독서에 착수한지 한 두달은 된 것 같다. 현재 스코어는 179쪽이다. 베네치아가 아드리아해의 여왕으로 군림하게 되는 그 초석이 되었던 사건 제4차 십자군에 대한 부분을 읽고 있다. 제4차 십자군은 이교도를 물리치고 성지를 탈환하기 위한 신의 군대가 아니라 베네치아 1000년 역사에 있어 가장 놀라운 인물인 단돌로 도제의 손에서 놀아난 용병에 다름 아니었다.
<이스탄불의 사생아>
소생의 관심사인 ‘이스탄불’ 때문에 구입한 소설이다. 혹시 이스탄불에 대해서 뭐 하나라도 더 주워들을 게 있나 싶어서 읽고 있다. 현재 45쪽. 내용은 도발적이다. 이스탄불에 사는 18세 여성이 산부인과에서 보호자도 없이 낙태를 하러 가는 이야기가 처음에 나온다. 스팍의 소설은 <40가지 사랑의 법칙>도 구입은 해 놓고 있다. 이슬람 신비주의 루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의 서두에 등장하는 루미의 시 구절 한편을 소개한다.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빛과 와인, 석류꽃 향기가 가득하네요.
당신께서 오시지 않으시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그리고....
당신께서 오신다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 루미
아아아아 이런 것이 이슬람 신비주의라면 누군들 빠지지 않으리오..
<바람의 열두방향>
17편의 단편이 장전되어 있다. <샘레이의 목걸이> 한편을 읽었다. 아름답고 고귀한 신분의 한 외계 종족 여인이 가문의 보물인 목걸이를 찾아 떠난 며칠간의 여행 혹은 모험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은 아름다운 보석과 십년 세월을 맞바꾼 것이니 문득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가 생각난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섬레이의 목걸이’는 바로 르귄의 헤인시리즈의 시작인 <로케넌의 세계>의 프롤로그가 되겠다. 이거 시작하면 한정없게 된다. 정말.
<네 멋대로 읽어라>
처음에는 말하자면 팬심으로 시작했지만 읽다보니 재미가 점점 솔솔라라해져서 ‘집력결핍 과잉독서장애’의 발작 와중에도 지난 일요일 끝내 내쳐 다 읽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여러 작가들의 강연회 등에 쫓아다닌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강연회 같은 곳에서는 아무래도 책 내용이외에도 한두가지 더 얻어들을 것이 있는 법이다.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적지않아서 책을 다 읽고나니 왠지 스텔라님과 훨씬 더 가까운 사이가 된 듯하다. 물론 이건 소생 혼자의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어쨋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