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그러니까 소생이 아직 일가를 이루기 전에는 (일가라고 하니 범인은 근접키 어려운 저 아득한 경지를 말하는 것은 당근 아니다. 뭐 다들 아시겠지만.) 집구석에 온전히 내 소유의 서재방 하나를 갖는 것이 꿈이라면 꿈이었는데....무심한 세월은 정말 무심히 흘러 수십년 지나 이제 일가를 이루고(아시죠, 그 일가가 아닌거, 뭐 세월많이 흘렀다고 혹시 오독하실지도 몰라서 말이죠) 집구석에 서재방도 하나 떡하니 마련하고 나니.....아아아아 이제 곧 뒈져도 여한이 없겠다....는 물론 아닙죠. 인간사가 어디 그리 간단하고 만만할 리가 있나요..네.

 

 

소생이 장석주 시인을 뭐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 빛나는 삼관왕의 재능이나 한참 연하의 시인과 결혼한 것도 뭐 별로 부럽지는 않으나 다만 한가지 안성 어느 호수가에 지었다는 그 수졸재라는 서재(방 한 칸이 아니라 집 한 채의 서재 말이다..)는 몹시도 부러운 것이다. 눈물나게 부러운 것이다. 시인은 몇 년전에 그 수졸재 아래에 호접몽이라는 집을 한 채 또 지었는데 여기서는 콘서트도 하고 책도 보고 술도 한잔하고 그러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한다.

 

 

어디 산자수명한 곳은 아니라도 여하튼간에 어느 촌구석에라도 돼지우리 같은 축사라도 하나 지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늙어죽기 전에 말이다. 그 축사에다가 그동안 꾸역꾸역 모은 책과 디비디, 음반(이건 소생의 관심이 아니나 앞으로는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책과 영화만으로는 뭔가 부족하고 다소 단조로운 느낌이다. 구색을 갖추어야 하는 법), 피규어, 프라모델 이런 것들도 다 모아놓고 혼자 뒹굴며 꿍꿍거리며 말년을 보내고 싶다. 늙어빠진 아내와 혹은 축생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버린 그 세월과 우리의 이루지 못한 꿈들을 나불대며 한나절 덧없이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소생은 며칠 전에 아파트 단지내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폐기물로 나온 의자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만 ‘아이고 이게 왠 떡이냐’하면서 너무나 기쁜 나머지 소생의 엉덩이를 ‘찰싹’하고 때리고 말았다. 소생의 서재에는 나름 엔틱스러운 책상이 하나 있으나 여기에 깔맞춤인 의자를 아직 구하지 못해 절치부심하고 있던 차였다. 천은 다 떨어졌고 앉아보니 엉덩이가 푹 꺼지기는 했으나 틀은 아직 튼튼했다. 마침 동네 가까운 곳에 쇼파 천갈이하는 가구점이 있어 엉덩이 부분 손보고 천갈이를 했다. 육만원이다.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저 시커먼 회전의자는 누구 줘야겠네.....

 

 

오른쪽은 시인의 살림집이고 왼쪽이 수졸재다.

 

 

수졸재 아래 2012인가 2013인가 새로 지은  '호접몽'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주운....소생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린 문제의 의자

 

수리 및 천갈이한 후의 모습.... 천갈이 천은 무지밖에 없다고 해서.... 천의 디자인은 역시 원판이 나은듯 

 

시커먼 코스트코 회전의자.. 소생은 근자에 허리가 안좋아져서 푹신한 회전의자에 앉아있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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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ou`re yeah!
    from You're Yeah! 2016-10-28 11:06 
    #. 1 추사는 은거하며 글 쓰고 그림 그리던 곳을 ‘과지초당’이라고 불렀다. ‘과천 땅에 풀로 엮은 집’이라는 뜻인데, 풀로 엮긴 뭘 풀로 엮어. 추사 패밀리가 한창 잘 나갈 때 지은 곳으로 정원에 연못이 딸린 럭셔리 별장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고양이 빌딩을 지어 책을 저장한다. 창문에 커다란 고양이 스티커가 붙어있다. 장서가 몇 만권이라던가. 붉은 돼지님의 서재 이름은 사의재다. 다산이 유배생활 하던 주막에 그런 이름을
 
 
cyrus 2016-10-11 2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서가가 되려면 되게 큰 집을 구하거나 집 두 채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책 욕심이 너무 많아지면 두 채도 부족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

붉은돼지 2016-10-12 12:48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이제는 서재방으로는 충족이 안됩니다. 집을 두채 마련해야해요...한 채는 살림집, 한 채는 서재...
그러러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데...ㅜㅜ

아타락시아 2016-10-11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있어요.. 집도 주변 공간도.. 서재도.. ^^

붉은돼지 2016-10-12 12: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앞으로 더욱 멋지게 꾸미겠습니다. ㅎㅎㅎ

yureka01 2016-10-11 21: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거 서재 사진 릴에이 해봐도 재미날듯..ㅎㅎㅎ, 알라딘에서도 이웃분들의 문장체가 각각 특색이 보이니 재미납니다..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글도 그런거 같네요.

붉은돼지 2016-10-12 12:50   좋아요 2 | URL
불구경 싸움구경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남의 집 서재구경 아닌가 합니다. 알라디너라면 말이죠 ㅎㅎㅎㅎ
다른 분들 서재 사진 올라오면 확대해서 유심히 봅니다. 무슨 책들이 있는지 말이죠....ㅎㅎㅎㅎ

달걀부인 2016-10-1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원래 의자보다 천갈이한게 훨씬 예뻐요.

붉은돼지 2016-10-12 12:51   좋아요 0 | URL
그렇죠 달걀부인 님...
원래 있던 놈은 시커머니해서 푹신하고 빙글빙글 잘 돌아가기는 한데 제 서재와는 전혀 어울리지가 않아요..ㅎㅎㅎ

오거서 2016-10-11 2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의자가 천갈이 하고나서 서재 분위기에 잘 어울립니다. 책상과 세트로 맞춘 것처럼요. 저도 아파트살이 중인데 매주 한 번씩 단지 내에 재활용품이 산더미를 이루는 걸 보면서 출근하는데 앞으로 좀더 눈여겨 보아야겠군요.

붉은돼지 2016-10-12 12:53   좋아요 1 | URL
분리수거장에 원래 의자가 3개 나와 있었던 모양이에요...대용량페기물 스티커 보고 알았어요..의자3개라고 적혀있더군요...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저 의자하고 팔걸이 없는 하나 이렇게 두개 만 있더라구요...아마도 더 좋은 놈은 어느 부지런하고 눈밝으신 분이 가져가신듯.....ㅎㅎㅎㅎ

서니데이 2016-10-1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의 서재는 여전히 멋있고 부럽습니다. 저는 서재 이전에 책상위부터 치워야할텐데요.^^;;;

붉은돼지 2016-10-12 12:5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님~
앞으로 더욱 분발해서 더더욱 멋진 서재를 꾸며보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무슨 수상소감 같아요..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10-11 23: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장석주 시인의 수졸재는 졸 부럽습니다.

이제는 호접몽까지, 시인은 은근히 염장을 지르시네요. ^^

붉은돼지 2016-10-12 12:55   좋아요 1 | URL
아아아아아 정말 부러워요....저런 곳에 저런 서재를 꾸미시다니...더구나 호숫가라고 합니다....
소생도 기필코 이루어내고야....아아 살아생전에 가능할지..ㅜㅜ

책읽는나무 2016-10-1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마흔 입구에 들어설무렵 이책을 읽었었는데 기억나는 것은 산골속 수졸재 그리고 와인과 책 요 세 가지만 기억에 남던데 전 수졸재가 무척 궁금했었거든요
사진을 보니 음~~~~~~
제가 좀 상상을 과하게 했던가?조금 생뚱맞게 보여지네요^^
하지만 실내는 또 범접하기 어려울만큼 멋지겠죠?
수졸재 내부가 너무 궁금합니다만,붉은돼지님의 서재도 부럽고 멋집니다
붉은돼지님의 서재도 이름을 지으셨나요??^^

붉은돼지 2016-10-12 13:02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에는 수졸재라고 하니 무슨 으리번쩍한 서재는 아니더라도 고풍스럽고 무슨 특별한 그런 것을 생각했는데 그냥 조립식 주택이더군요....내부도 뭐 그렇게 화려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책이 많고 좀 어지럽고 말하자면 집필실 또는 작업실 같은 그런 분위기에요...인터넷에 장석주 수졸재 검색하면 사진이 많이 나옵니다. 수졸재라는 이름도 참 멋지지요...물론 장석주 시인이 처음 지은 것은 아니구요...예전부터 많이 회자되던 이름이구요...승효상의 이로재라고 있지요 그 이름도 멋지고....제 서재는 정약용에서 인용하여 사의재라고 명명했습니다만...알라딘 서재 처음 시작할때 마침 정약용 관련 책을 보고 있어서 서재이름을 그렇게 지었는데 뭐 축생에게는 가당찮은 그런 당호라서....너무 근엄하기도 하고... 조금 가볍고 좀 있어보이는 당호를 가지고는 싶습니다만...작명에 재능이 또 없고.... 그냥 `홍돈축사`라고 할까하는 생각도 방금 들었는데요...이것도 영.....

책읽는나무 2016-10-12 16:26   좋아요 0 | URL
금방 수졸재를 수졸당이라고 적은 것을 보고 오타수정했습니다
왜 내가 오타를 쳤을까?금방 찾아보니 유홍준 교수님의 수졸당과 이름을 헷갈렸더라구요ㅜ
그리곤 장석주 시인과 유홍준 교수님의 자택 이름을 비슷하게 지은 것을 이제사 알았네요^^

승효상의 `이로재`는 정말 탐나는 이름이에요
가끔 멋진 이름을 지어 각각의 방문 앞에 걸어둘까?생각하다가 이름짓기가 넘 어려워 바로 관뒀었는데 붉은돼지님의 서재사진을 보면 문득 서재방 이름이 있을 듯 했었습니다^^
`사의재` 괜찮은데요?
그 서재방에 들어서면 점잖아질 듯합니다만^^

붉은돼지 2016-10-13 13:02   좋아요 0 | URL
맞아요....유홍준 교수의 집 `수졸당`....이 수졸당을 승효상이 공짜로 설계를 해줬는데 나중에 유홍준이 설계비 대신으로 오래된 `이로재` 현판을 승효상에 주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납니다. ^^

stella.K 2016-10-12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는 고사하고 책장도 없는 저는 돼지님도 정석주 시인도 다 부러울다름입니다.
의자 멋지네요. 득뎀하셨습니다!!^^

붉은돼지 2016-10-12 13:03   좋아요 1 | URL
정말 득템했습니다. 제가 일찍이 저만한 득템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매우 기쁩니다. ^^

transient-guest 2016-10-21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리한 서재가 참 깨끗하고 멋집니다.ㅎ
저는 오래 정주할 집을 만나게 되면 집 건물 한 쪽을 개축해서 서재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프랜치 도어 스타일로 문을 달고 들어가면 벽을 둘러서 책장을 built-in으로 넣고 모든 책과 미디어를 정리하고 싶습니다.

붉은돼지 2016-10-21 11:00   좋아요 0 | URL
부디 꿈이 이루어지기를 멀리서나마 열심 기원하겠습니다.
빠른 시일내에 말이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