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다디 - 이상은 - 『봉자』 - 그리고 '여성'


"아티스트로서 인정 받고 싶어 '담다디'의 이미지와 애써 싸워왔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으며 상처를 치유하고 편안해하기를 바란다. 어깨에 힘을 빼고 찬찬히 사람들을 바라볼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이상은.

그녀의 이름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는 특이한 부류에 속한다. 90년대 이후 일반화된 '기획뮤지션'들의 원조격이라고해도 좋을 만큼 철저하게 '팔릴 수 있는 상품'으로 기획된 1,2집의 나름대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는다며 '국외자'의 길을 자처한 그녀.

어쩌면, 이미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80년대말 한국대중음악에 저항하는 그녀 나름의 방식이었을 게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영화 『봉자』를 보셨는지.....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아니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살아간다는 것. 이땅 대부분의 여성들이 나름대로 그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문제들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 이 가부장적 사회의 직접적 피해자인 여성 자신들의 삶이나 사고들은 놀랍도록 보수적인 측면이 강하다. '현모양처'라는 '헛소리'를 신봉하는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정작 여성문제의 본질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한 채 오로지 남성과 여성의 '성차'라는 문제에만 매달려 피해의식에 젖어 있기 십상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 제기하는 여성문제의 진지한 접근, 예컨대 나름의 (여성에 관한) 문제의식을 공유할려는 이런저런 영화나 음악, 책들에 대해서 그리고 좀더 나아가 사회운동의 한축으로서의 여성운동 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할 정도이기까지 하다.

솔직히 생각해보라. 90년대 이후 나름대로 활기를 뛰고 있는 제반 여성의 권리신장이나 성차별 폐지를 위한 운동, 불평등한 호주제 등의 폐지 운동, 직장내에서의 여성 차별 폐지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는 많은 여성단체 중에서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거나 최소한 회비라도 내고 있는 단체가 몇 군데나 있는지...

앞에서 영화 『봉자』를 언급한 것은 이런 영화, 음악, 책 하나가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공유해나가는 방식, 문제해결에 접근해가는 방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제가 어렵느니 장사가 안 된다느니 하며 아우성치는 이 순간에도 '가진자'에게 우리 사회는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사회다. 단지, '개나 소나' 차 끌고 다니기에 도로가 막혀 자신의 그랜저가, 비싼 외제차가 '국산 똥차'하고 같은 속도로 달려야하는 '지랄같은' 현실이 아주 불만스럽긴 하지만. 그래서 기름값을 리터당 2천원이나 오천원으로 올리면 좋을 건데 하는 바램아닌 바램이 있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아내라는,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은 이 땅의 여성들 누구에게나 너무나 힘든 일이 틀림 없지만 아내라는, 며느리라는 굴레를 전혀 부담으로 생각하지 않는 환경에 길들여져 있는 여성들에겐 이런 말들이 배부른 아낙네들의 한갓진 소리에 불과하다.

당연히 이런 현실에서는 "여성의 하나된 힘으로~~"가 통하지 않는다. 이러할 때 문제의 접근방식은 단지 '딸들아, 일어나라!'는 구호가 아니라 '하나의 여성'을 가로막고 있는 게 과연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된다.

위에서 말한, 나름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들--그것이 영화이든 책이든 음악이든지 간에--에 대한 관심이란 이런 의미에서 중요한 것이 된다.

그런데도 많은 여성들은, 이땅에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살아가는 것에 너무나 곤혹스러운 많은 여성들은 『봉자』보다는 『단적비연수』를, 『델마와 루이스』보다는 『귀여운 여인』을, 『돌로레스 클레이본』보다는 『사랑과 영혼』을 더 많이 기억한다.

생각해보라! 위에서 언급한 후자의 영화들은 하나 같이 지고지순한 사랑 내지는 한 남자에의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게 전부다. 그리고 이것은 곧 이 엄격한 가부장적 남성중심의 사회를 떠받치는 가장 큰 힘이 되는 요소가 아닌가? 왜 여성은 항상 한 남자만을 쳐다보거나 한 남자의 사랑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가? 왜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여성 스스로 눈물 흘리며 감동적이었다느니 하는 말들을 하며 극장 문을 나서야 하는가?

이땅의 가부장적 남성중심의 지배구조는 단순히 여성의 대립항으로서의 남성, 혹은 그 반대의 '성차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존의 지배구조를 교묘하게 재생산해내는 교육, 문화, 경제, 정치 등 제반 사회구조적 문제들의 총합인 것이다.

여성의 차별, 여성의 지위 문제만 나오면 남자가 어떻고 하는 소리들은 그야말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모르는, 즉자적 대응의 전형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즉자적 대응으로는 천 년 만 년이 가도 이 '잘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는 꿈쩍도 않는다.

또 하나, 내가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고통받았기에 내딸만은 안 그래야 되겠다는 생각은 분명 엄마된 입장으로서는이해해줄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내딸 고생시키지 않을 좋은 남자 골라 보내야 겠다는, 맏며느리는 고생하기에 장남에게 시집 안 보내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한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게 없는 셈이다.

생각해보라! 그럼 내 딸이 피해간 그 남자, 그 장남에게 시집가는 다른 여자들은? 내 딸만 안 그러면 된다는 말인가? 여성의 입장에서 부모된 입장에서 살아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말은 이해는 해줄 수 있어도 (여성)문제해결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


영화 『봉자』의 O.S.T. 음반(『SHE WANTED』)과 이상은 10집을 이야기 할려고 시작했던 건데 이야기가 옆으로 한참을 새버렸다. 『봉자』 O.S.T. 음반을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영화를 위해 새로 작곡된 노래들로 채워져 있다. 굳이 구입할 필요까지는 없는 음반이고, 오히려 구입할 필요가 있는 음반은 이번에 새로 발매된 이상은 10집이다.

“여럿이 모여 웃고 떠들어도 자기 자신과 홀로 마주할 때는 숨겨놨던 고독과 상처를 만나기 마련이다. 이런 존재의 아픔이 당신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음악을 빌어 일대일의 대화처럼 나누고 싶다.”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의 그녀의 말처럼 수록된 11곡 전부가 삶의 이모저모를 고요히 응시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그런 노래들로 채워져 있다.


200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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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킬링필드’ 57년전 민간인 학살 현장을 가다
출처:인터넷한겨레(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34528.html)20070907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충북 청원 분터골 700명 대전 골령골 수천명등
한국전 30만~100만 민간인 희생
특별법 시한 4년…인력·예산 부족해 규명 난항

»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경찰이 민간인을 집단 학살했던 대전시 동구 낭월동 산내 학살지에서 충남대
박물관 연구원들이 유골을 발굴하고 있다. 이규호 영상미디어팀 피디 recrom295@news.hani.co.kr
충북 청원 분터골 유해 매장지, 지난 7월과 8월 조사로 100여구의 유해가 발굴된 곳. 골짜기로 오르는데 구두가 연신 진흙탕에 빠졌다. “여길 찾아올 때마다 비가 옵니다. 오늘은 그래도 덜 오는 편입니다.” 지난 5일 오전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탓하는 내게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충북대책위원회’의 박만순(42) 위원장이 말했다.

때는 한여름이었다. 이곳에선 6·25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3~4일께부터 열흘 동안 청주경찰서와 청주형무소 수감자 300여명과 청주·청원 지역 보도연맹원 700여명이 집단 학살됐다. 보름 뒤엔 인민군이 진주했다. 유가족들이 수습하러 왔을 때 주검들은 이미 부패해 있었다. 게다가 학살당한 주검 위에 또 다른 학살이 행해져 주검들은 마구 뒤엉켜 있었다. 얼굴 아닌 옷이나 허리띠 등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일부 주검은 수습됐지만, 다수는 가매장 상태로 버려졌다. 그 뒤 그들을 찾은 것은 유가족이나 제사상이 아닌 들짐승과 약제상들이었다. 인골이 몸에 좋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그리곤 버려졌고 잊혀졌다. 57년 동안.

인민군이 진주하고 세상이 바뀌자, 이번에는 우익과 경찰, 그 가족들에 대한 보복 살해 행위가 벌어졌다. 그 뒤 세상은 또 다시 바뀌었다. 증오는 증오를 불렀고,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강박감까지 결합된 잔혹행위들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사상범과 보도연맹원 학살,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냉혈한 죽임이었다면, 부역자 학살은 뜨거운 증오심이 부른 잔인한 죽임이었다.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57년전 학살 현장을 가다


그렇게 한국전쟁 전후에 학살된 민간인은 얼마나 될까? 학자에 따라 30만명에서 100만명에 이른다. ‘킬링 필드’는 중국 난징이나 캄보디아, 루완다, 보스니아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바로 집단학살의 땅이다. 그럼에도 우리 젊은 세대들은 유태인 학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의 10분의 1만큼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하다.

성찰 이성에 눈뜨지 못한 인간에게 차이는 차별과 억압, 배제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종교와 사상의 차이는 그 차이를 선과 악으로 구분해 더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악’은 차별이나 억압의 대상을 넘어 제거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차이를 빌미로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집단 광기에 휩쓸릴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그동안 자신을 충분히 돌아보았을까. 아직 “빨갱이는 죽어도 싸다”와 “전쟁 상황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에 머물러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잠시 멈추는 듯하던 빗줄기가 다시 거세진 것은 이날 오후 3시께. 대전시 동구 낭월동 13번지, 일명 산내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에 도착한 즈음이었다.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의 김종현(70) 회장은 “골령골에서 집단 학살된 수가 7천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형무소 수감자 1800여명의 뒤를 이어 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들이 학살됐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밝혀진 학살 장소도 8곳으로 늘어난 상태”라고 했다.

 
»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경찰이 민간인을 집단 학살했던 대전시 동구 낭월동 산내 학살지에서 충남대 박물관 연구원들이 유골을 발굴하고 있다. 이규호 영상미디어팀 피디 recrom295@news.hani.co.kr
 
발굴이 진행중이던 대전 골령골 제3 학살지에선 30여구의 유해가 처참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폭 2m 너비 가량의 작은 구덩이에 대부분 무릎을 굽히고 엎드린 자세였다.

“제가 바로 이들의 상주”라고 말하는 김 회장의 바람대로 진상이 규명되고 우리 국민이 함께 상주가 돼 원혼들을 위무할 날은 올 수 있을까? 2005년 12월 1일 활동을 시작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민간인 희생자로 신고 접수된 1만여건 가운데 7539건에 대해 조사개시 결정이 나 있는 상태다. 유형별로 1천건이 넘지만 지금까지 보고서가 나온 게 5건 뿐이다. 한나라당과 타협의 산물로 태어난 관련 특별법은 4년 한시법이다. 2년 연장은 가능하지만 지금의 인력과 예산으로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박만순 위원장과 김종현 회장은 지자체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지원은커녕 위령제나 개토제에 도지사, 군수, 지방의원의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고 한다. 올해 유해 발굴을 위해 책정된 예산이 1억원이라는데, 부족한 것은 인력과 예산 이전에 인간에 대한 예의였다. 기획위원 hongsh@hani.co.kr

»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경찰이 민간인을 집단 학살했던 대전시 동구 낭월동 산내 학살지 현장. 이규호
영상미디어팀 피디 recrom295@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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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인지라 비가 오락가락 하는 토요일 오후, 느지막히 순천에서 2번 국도를 타고 완도를 찾았다. 드라마 '해신'의 찰영지로 유명세를 치루는 지역 아니랄까봐 완도대교 초입부터 온통 '해신'의 흔적이 판을 쳐 드라마 출연자들의 사진이 박힌 깃발이 곳곳에 걸린 헤프닝을 연출한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지자체마다 관광상품 개발 과열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토지>의 소유권(?)을 두고 하동과 원주가, 동해쪽 여러 도시에서 '내가 먼저네' 싸우는 해돋이 논쟁 등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대교가 놓임으로써 더이상 섬이라 볼 수 없다는 주장에 맞서 이웃한 해남과 땅끝 논쟁이 한창이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그런가, 신라방 어쩌고 하는 촬영세트 쪽은 아예 관심을 꺽은 채 국립공원이라 얼마간 댓가를 치루고 도착한 정도리 구계등.



확 트인 시야에 어느 것 하나 모난 구석없는 갯돌들만 펼쳐진 해변이 시원스럽다. 평소에는 왼쪽부터 청산도 그리고 몇 개의 섬을 차례로 거쳐 오른쪽 보길도까지 예사로 보임은 물론 날이 맑은 날에는 제주도도 보인다는 앞바다에 오늘은 진한 비구름대가 걸쳐져 바다와 하늘만이 맞닿아 있다.



이 '구계등'은 갯돌층이 바다 속으로 아홉 개의 계단을 이룬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눈에 보이기로는 2층 계단뿐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파도에 밀리고 쓸리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연의 걸작품 앞에 민망한 말을 쓰기가 뭐하지만, '까짓 것' 하며 걸어본 자갈밭 걷기가 만만찮은 일임을 처음으로 알았다. 이곳에선 바다 분위기만 믿고 낯간지럽게 '나~ 잡아봐라' 등의 애정행각은 절대 연출 못하겠단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곳이랄까.



바짝 귀를 열어 해안가를 따라 걸었다. 여느 바다의 '처얼석 차알삭'이 아니라 갯돌을 어루만지고 돌아가는 파도가 '자그르르르 구르르르 까르르르~~' 하는, 전혀 다른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산책길이 즐겁다. 예사롭게 여행의 징표로 하나씩 들고 나간 갯돌이 외부로 셀 수 없을 만큼 반출되었다가 지속적인 '갯돌 되돌려 놓기' 운동의 결과로 이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라 한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지만,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을 때 더욱 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닌지 한번 되짚어 볼 일이다.




잠시 해변길을 접고 태풍과 해일, 염해로부터 농작물과 생활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풍성한 방풍림 숲길을 걸었다. 탐방로를 따라 빼곡히 들어선 나무가 그늘을 드리워 하늘과 바람 조차 비껴간다. 소사 후박 굴거리 음나무 등등 익숙하거나 생소한 다양한 식물들을 입으로 소리내어 불러주며, 나무 이름과 모양새를 기억하려 해도 이상하게 돌아서면 도루묵이다. 어느새 모기에게 물렸는지 팔의 한 부위가 한창 부풀어 오르는 중.




구계등을 띠처럼 둘러싼 방풍림을 뒤에 두고 다시 갯가로 나왔다. 수없이 바닷물에 담금질 하는 갯바위에 붙어 살고 있는 홍합, 파래, 톳, 고동 등이 두어 명 아주머니의 손을 탄다. 봉지 가득 톳을 꺽던 한분이 된장 초고추장에 무쳐 먹는 요리법까지 알려주며 권했지만 욕심낼 일이 아니라 손사래를 치고 정중하게 거절.



해변에서 유일하게 저 혼자 우뚝 선 이 느티나무가 좋다. 벤취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도 그만이고, 가벼운 책장 뒤적거리다 졸리면 무릎 베고 잠깐 졸아도 좋겠고, 맛있는 도시락 까먹으며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그만인 장소다.

한창 햇볕에 달궈진 돌들을 보니 해수욕철인 한여름에 그리 사람이 들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일상에서의 팍팍한 마음 따위 내려두고 이 갯돌 마냥 둥글둥글 모나지 않게 한세상 살아도 좋겠다 싶다.


2005 0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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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종적 차별 성폭행 당한 여성

출처:인터넷경향신문(http://news.khan.co.kr) 2007 08 31

▲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이유경 | 인물과사상사


한국인에게 태국, 인도, 버마, 네팔 등은 어떤 나라일까. 여름 휴가 때 들를 만한 이국적인 관광지 혹은 아직 선진화를 이루지 못한 아시아의 열등국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 오늘도 끊임없이 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간략한 외신으로 전해들을 뿐이며, 그나마 ‘한국인의 피해는 없다’는 말을 들으면 그 모든 어지러운 일들을 잊게 마련이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2004년부터 아시아 분쟁 지역을 발로 뛰며 그들의 목소리를 각종 매체에 전해왔다.

예를 들어 저자는 ‘성자와 철학자의 나라’로 알려진 인도는 없다고 말한다. 4개로 나뉘는 카스트 그룹에도 끼지 못한다는 불가촉 천민 달리트는 동물만도 못한 삶을 살고 있다.

2002년 10월 소가죽을 벗겨 생계를 잇는 달리트 청년 5명이 힌두 극우주의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신성한 소’를 죽였다는 이유였는데, 경찰은 ‘증거 없음’을 이유로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았다.

핵으로 무장한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립하고 있는 카슈미르. 카슈미르인들은 분리 독립을 원하지만 인도, 파키스탄은 점령권 다툼만 벌이고 있다. 점령군들은 무장세력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시키기 위해 있지도 않은 ‘가짜 교전’을 만들어낸다.

스리랑카 동북부 타밀족들은 정치적, 인종적 차별에 항의해 스리랑카 정부와 맞서고 있다. 스리랑카군에게 체포, 고문, 학살을 당한 타밀인들은 ‘타밀타이거’를 만들어 자살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1991년 인도 총리 라지브 간디를 공격한 여성은 인도군에게 성폭행당했던 피해자였다.

저자도 인정하다시피 이 책은 본격적이고 진중한 취재 기록과 좌충우돌 여행기 사이에 있다. 독자에 따라서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 방식 때문에 책의 의도가 훼손된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1만2000원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한겨레21> 등에서 몇 편은 읽었던 글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경향신문 책소개 기사에서 보이듯 취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좌충우돌 여행기' 때문이다. 아래는 알라딘의 책소개란에서 인용한 목차이다.

프롤로그: 30년이면 충분하다_004

1. 세상으로 들어가다
어느 이주 노동자의 흑자 인생_015 | 시드니의 ‘바가지 교훈’_020 | 방콕, 간섭하지 않는 천사의 도시_025

2. 신음하는 타이-버마 국경 지대로
분쟁 취재 ‘불능 코드’_035 | 강간 라이선스_040 | 유목민들의 국경 넘기_045 | 게릴라 록커들을 만나다_051 | 탈옥수_063

3. 랑군, 지금 ‘쌀’을 찾고 있다
환전은 불랙마켓에서_071 | 무력한 인민의회 돌파구 없는 버마 정치_078 | 비폭력 평화운동의 ‘약발’_081 | “외국인은 절대 못 가!”_087

4. 천의 얼굴 인디아, 성자는 없다
구라와 신화_097 | 달리트와 공산당, 서로 다른 시선으로 노려보다_104 | 자부심인가, 망신살인가_112 | 가장 유망한 비즈니스, 납치_119 | ‘죽음의 굿판’은 계속된다_125 | 천민의 땅에 팽개쳐진 자식들_130 | 달동네의 종교 분쟁_137 | 학살 오케스트라의 향연_146 | “무슬림 학살은 성공적인 실험”_153 | 콤플렉스 환자들_156 | 커뮤널 폭동 이렇게 준비됐다_159 | 첫사랑은 되새김질하는 게 아니야_167 | 사슬에 묶인 좀도둑과 눈이 맞다_171

5. 선포되지 않은 전쟁, 실론 섬의 눈물
그 섬에 가고 싶다_179 | 해방구에서 자치구로_185 | 타이거 사랑방과 감동의 밥상_191 | 여성 타이거, 조각 모으기_197 | “타밀 타이거가 더 안전했다”_202 | 적을 부둥켜안은 저승길_209 | 또 하나의 전쟁_214 | 총보다 무서운 극우 보수 언론_221 | 펜을 총처럼 쓰다_227 | ‘테러리스트’라는 딱지_232 | 선포되지 않은 전쟁, 선포를 기다리는 전쟁_238

6. 네팔, 피플 파워에서 인민혁명까지
왕의 ‘권력’_245 | 노란 셔츠 사나이는 죽지 않았다_250 | 네팔의 ‘피플 파워’ 이렇게 싸웠다_259 | 광주, 대추리 그리고 네팔_264 | 일본 기자들의 근성에 놀라고_271 | 길을 잘못 들어서다_276 | 마오이스트와 NGO_282 | “적들의 프로파간다를 밝혀주시오”_286

7. 카슈미르, 점령이라는 로맨스
‘가짜 교전’은 보도되지 않는다_299 | 카메라용 그림으로 ‘죽이는’ 가짜 교전_312 | 제로 똘레랑스_323 | 그래! 너희들은 다르다_332 | ‘이슬람 근본주의’가 여성을 만났을 때_341 | 국경의 아침_350 | 사선을 넘는 사람들_353 | ‘아자드’라는 난센스와 보이지 않는 점령_360 | 점령지 주민들의 정체성에 관하여_367 | 특별 대우_373 | 전략적 요충지는 괴롭다_379

에필로그: 비자 없는 세상을 꿈꾸며_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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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0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오랜꿈 2007-09-10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 서재에 들리니 누군지는 알겠는데, 왜 '점순이'지?
어쨌든, 내가 아는 인간들이 요즘 이 공간에 자주들 들어오는 것 같네...-.-
 

[책과 삶] 경제란 ‘피터팬의 그림자’

출처:인터넷경향신문 2007 08 31

부의 기원…에릭 바인하커 | 램덤하우스코리아


최후 통첩 게임이라는 게 있다. 실험에 참가한 첫번째 사람에게 10달러를 준다. 이 사람은 누군지 모르는 두번째 사람과 10달러를 나눠가져야 한다. 나누는 방법이 단순하다. 첫번째 사람이 두번째 사람에게 10달러를 어떤 비율로 나눌지를 제안한다. 두번째 사람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 비율대로 10달러를 나누고, 만약 거부하면 둘 다 한푼도 못갖게 된다.

게임이론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모형이다. 이 모형을 갖고 한국 어느 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경제학과 학생에게 실험을 했다. 여기서는 판돈을 10달러가 아닌 10만원으로 했다. 흥미로운 것은 1학년생과 4학년생을 했을 때 제안 금액이 판이하게 달랐다. 경제학과 1학년생은 제안자의 위치에 섰을 때 대부분 절반인 5만원을 나눠 주겠다고 했다. 반면 4학년생은 1만원만 나눠 주고 나머지 9만원을 자신이 갖겠다고 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경제학 가정에 따르면 경제학을 3년이나 더 배운 4학년생의 선택이 합리적이다. 수동적인 입장인 두번째 실험 참가자는 1만원이라도 받는 게 안받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그럴까. ‘9만원 대 1만원’ 제안에 대해 ‘에이 치사한 놈. 나 1만원 안갖고 너도 못먹게 하겠다’고 생각할 사람이 아마도 적지 않을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길에 20달러짜리 지폐가 떨어져 있다고 가정해 보자. 젊은 경제학자가 늙은 선배 경제학자와 함께 걸어가다가 지폐를 발견하곤 “20달러짜리 지폐가 땅에 떨어져 있어요”라고 소리쳤다. 선배의 대답은 이랬다. “말도 안돼. 만일 20달러짜리 지폐가 땅에 떨어져 있다면 누군가 벌써 주워갔을 거야.”

현실과 동떨어진 합리적인 세상을 가정하는 경제학자의 탁상공론을 풍자하는 예시다. 경제학자를 비웃는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무인도에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표류됐다. 어느날 통조림이 하나 섬에 떠내려 왔다. 학자들이 모여 깡통을 어떻게 딸지 회의를 했다. 화학자, 물리학자 등 나름대로 해법을 내놓았다. 경제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 여기 깡통따개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부의 기원’은 이러한 비현실적 경제학을 거부하고, 현실에 실제적으로 적용가능한 새로운 경제학을 모색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우리는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말로 몰라”라고 동료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또 “놀라운 것은 경제학자들이 경제 모델과 현실 세계를 제대로 구분할 능력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현실 경제는 그린스펀 전 의장의 말마따나 이론경제가 그려낸 그림 속에 얌전히 앉아 있질 않는다. 피터 팬의 그림자처럼 제 멋대로 몸체를 벗어나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현실 경제에는 수많은 행위자들이 상호작용하며 예측불허의 결과를 빚어내는 복잡적응 시스템이 작동한다. 저자는 이런 복잡계 경제학에 근거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무균 상태 실험실 경제학이 아닌, 현실 공간 살아있는 경제학이며 또한 정적이지 않고 동적인 경제학을 표방하는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부는 바로 지식이다. 나아가 부의 근원은 진화라고 역설한다.

내용이 방대해 어느 독자이든 몇가지쯤은 얻어갈 것이 있는 책이다. 다만 때로 너무 친절해서 지나치게 장황하다는 느낌이 든다. 지식의 짜깁기만 보여줬을 뿐 무릎을 치게 하는 최소 한두 가지 혜안을 보여주지 못한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와는 다른 책이기를 기대해 본다.

안현실·정성철 옮김. 2만8000원

〈안치용기자〉

왜 하필 '게임이론'에 관한 예시로 이 책을 설명하는지는 "자, 여기 깡통따개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라는 경제학자의 말 속에서 해답을 찾으면 될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실물경제의 흐름에 비해 이론경제학이 내세우는 논리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가정에 근거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으리라.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확신하긴 힘들지만, 알라딘 책소개란에서 따온 아래 목차를 보고 있자니 <경제학콘서트>류의 책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내가 굳이 읽어보아야 할 이유는 없어지는 책이기에. 그러나 경제학이라는 무겁고 칙칙한 학문적 체계를 떠나서 현실경제의 복잡한 움직임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속에서 깨우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읽어볼 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다만, 책값에 비해 깨우치는 게 너무 작다는 불만은 항상 있을 수 있는 기회비용임을 잊지 마시길...

제1부 패러다임의 이동
1장 부는 어디서 오는가?
2장 전통 경제학:균형의 세계
3장 비판적 고찰: 혼란과 쿠바의 자동차

제2부 복잡계 경제학
4장 큰 크림: 설탕과 향료
5장 동태성: 불균형의 즐거움
6장 행위자들: 심리게임
7장 네트워크:오! 너무나 복잡한 거미집
8장 창발성: 패턴들의 퍼즐
9장 진화: 그건 바로 저기에 있는 정굴이다

제3부 진화는 어떻게 부를 창출하는가
10장 디자인 공간: 게임에서 경제까지
11장 물리적 기술: 석기에서 우주선으로
12장 사회적 기술: 수렵·채집민에서 다국적 기업으로
13장 경제적 진화: 빅맨에서 시장으로
14장 부의 새로운 정의: 적합한 질서

4부 기업과 사회에 대한 의미
15장 전략: 진화의 경주
16장 조직: 사고하는 사람들의 사회
17장 금융: 기대의 생태계
18장 정치와 정책: 좌우 대결의 종말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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