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이유경 | 인물과사상사
한국인에게 태국, 인도, 버마, 네팔 등은 어떤 나라일까. 여름 휴가 때 들를 만한 이국적인 관광지 혹은 아직 선진화를 이루지 못한 아시아의 열등국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 오늘도 끊임없이 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간략한 외신으로 전해들을 뿐이며, 그나마 ‘한국인의 피해는 없다’는 말을 들으면 그 모든 어지러운 일들을 잊게 마련이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2004년부터 아시아 분쟁 지역을 발로 뛰며 그들의 목소리를 각종 매체에 전해왔다.
예를 들어 저자는 ‘성자와 철학자의 나라’로 알려진 인도는 없다고 말한다. 4개로 나뉘는 카스트 그룹에도 끼지 못한다는 불가촉 천민 달리트는 동물만도 못한 삶을 살고 있다.
2002년 10월 소가죽을 벗겨 생계를 잇는 달리트 청년 5명이 힌두 극우주의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신성한 소’를 죽였다는 이유였는데, 경찰은 ‘증거 없음’을 이유로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았다.
핵으로 무장한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립하고 있는 카슈미르. 카슈미르인들은 분리 독립을 원하지만 인도, 파키스탄은 점령권 다툼만 벌이고 있다. 점령군들은 무장세력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시키기 위해 있지도 않은 ‘가짜 교전’을 만들어낸다.
스리랑카 동북부 타밀족들은 정치적, 인종적 차별에 항의해 스리랑카 정부와 맞서고 있다. 스리랑카군에게 체포, 고문, 학살을 당한 타밀인들은 ‘타밀타이거’를 만들어 자살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1991년 인도 총리 라지브 간디를 공격한 여성은 인도군에게 성폭행당했던 피해자였다.
저자도 인정하다시피 이 책은 본격적이고 진중한 취재 기록과 좌충우돌 여행기 사이에 있다. 독자에 따라서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 방식 때문에 책의 의도가 훼손된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1만2000원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한겨레21> 등에서 몇 편은 읽었던 글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경향신문 책소개 기사에서 보이듯 취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좌충우돌 여행기' 때문이다. 아래는 알라딘의 책소개란에서 인용한 목차이다.
프롤로그: 30년이면 충분하다_004
1. 세상으로 들어가다
어느 이주 노동자의 흑자 인생_015 | 시드니의 ‘바가지 교훈’_020 | 방콕, 간섭하지 않는 천사의 도시_025
2. 신음하는 타이-버마 국경 지대로
분쟁 취재 ‘불능 코드’_035 | 강간 라이선스_040 | 유목민들의 국경 넘기_045 | 게릴라 록커들을 만나다_051 | 탈옥수_063
3. 랑군, 지금 ‘쌀’을 찾고 있다
환전은 불랙마켓에서_071 | 무력한 인민의회 돌파구 없는 버마 정치_078 | 비폭력 평화운동의 ‘약발’_081 | “외국인은 절대 못 가!”_087
4. 천의 얼굴 인디아, 성자는 없다
구라와 신화_097 | 달리트와 공산당, 서로 다른 시선으로 노려보다_104 | 자부심인가, 망신살인가_112 | 가장 유망한 비즈니스, 납치_119 | ‘죽음의 굿판’은 계속된다_125 | 천민의 땅에 팽개쳐진 자식들_130 | 달동네의 종교 분쟁_137 | 학살 오케스트라의 향연_146 | “무슬림 학살은 성공적인 실험”_153 | 콤플렉스 환자들_156 | 커뮤널 폭동 이렇게 준비됐다_159 | 첫사랑은 되새김질하는 게 아니야_167 | 사슬에 묶인 좀도둑과 눈이 맞다_171
5. 선포되지 않은 전쟁, 실론 섬의 눈물
그 섬에 가고 싶다_179 | 해방구에서 자치구로_185 | 타이거 사랑방과 감동의 밥상_191 | 여성 타이거, 조각 모으기_197 | “타밀 타이거가 더 안전했다”_202 | 적을 부둥켜안은 저승길_209 | 또 하나의 전쟁_214 | 총보다 무서운 극우 보수 언론_221 | 펜을 총처럼 쓰다_227 | ‘테러리스트’라는 딱지_232 | 선포되지 않은 전쟁, 선포를 기다리는 전쟁_238
6. 네팔, 피플 파워에서 인민혁명까지
왕의 ‘권력’_245 | 노란 셔츠 사나이는 죽지 않았다_250 | 네팔의 ‘피플 파워’ 이렇게 싸웠다_259 | 광주, 대추리 그리고 네팔_264 | 일본 기자들의 근성에 놀라고_271 | 길을 잘못 들어서다_276 | 마오이스트와 NGO_282 | “적들의 프로파간다를 밝혀주시오”_286
7. 카슈미르, 점령이라는 로맨스
‘가짜 교전’은 보도되지 않는다_299 | 카메라용 그림으로 ‘죽이는’ 가짜 교전_312 | 제로 똘레랑스_323 | 그래! 너희들은 다르다_332 | ‘이슬람 근본주의’가 여성을 만났을 때_341 | 국경의 아침_350 | 사선을 넘는 사람들_353 | ‘아자드’라는 난센스와 보이지 않는 점령_360 | 점령지 주민들의 정체성에 관하여_367 | 특별 대우_373 | 전략적 요충지는 괴롭다_379
에필로그: 비자 없는 세상을 꿈꾸며_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