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87년 체제는 가라!
[시론] "'이명박 시대'의 진보진영, 지나친 절망도 금물"

손호철/서강대 교수
출처 : <프레시안> 2007년 12월 20일


  이변은 없었다.
  
  "내가 BBK를 만들었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자신의 동영상도 민생파탄을 가져온 민주화정권, 특히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민심의 분노를 막지는 못했다.
  
  역시 신자유주의와 노무현 대통령의 힘은 역시 위대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정책은 사상 유례없는 양극화를 가져옴으로써 민심의 보수화를 가져왔다. 게다가 노대통령의 독선과 품격 없는 언행은 국민들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들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정동영 대 이명박의 선거의 아니라 노무현 대 노무현의 선거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객관적 조건 못지않게 이번 대선의 결과를 가져온 것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대변되는 정치권의 자유주의진영, 그리고 재야원로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민주화운동진영의 잘못된 선거 전략이다. 정동영으로 대변되는 자유주의진영이 그나마 선거에서 살아남는 길은 그간의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해 발본적으로 자기비판을 하고 문국현 후보처럼 반신자유주의적 대안을 제시하며 다시 민심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한 낡은 반수구 논리로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한편 BBK '한 방'만 기다리고 있었다. 한 마디로, 민심의 헛다리나 집고 있었던 것이다.

▲ ⓒ프레시안
  재야원로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민주화운동 진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화운동 진영의 대선 전략과 관련해 "멍청아, 문제는 평화가 아니라 경제야"(<프레시안>2007년 7월 23일) 등의 글을 통해 이미 이 지면에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듯이 우리 사회는 97년 경제위기와 함께 신자유주의적인 97년 체제로 변했으며 우리 사회의 주모순은 이를 둘러싼 반신자유주의의 문제이지 87년 체제의 유제인 민주대 반민주가 아니다.
  
  그러나 원로들과 시민사회의 일부 민주화 진영은 이미 사라진 87년 체제의 민주대 반민주의 구도라는 낡아빠진 동아줄을 붙잡고 반수구, 반부패, 반한나라당 전선에 참여하라고 국민들에게 목소리나 높이고 있었다. 그 결정판이 이명박 후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자 광화문 촛불시위를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민심을 모르니 대선의 참패는 당연한 결과이다.
  
  민심의 핵심인 민생과 반신자유주의 문제의 경우 진보적 자유주의자인 문국현 전 유한컴벌리사장이 정치에 입문하며 의제를 선점하고 나섰지만 너무 늦게 경기에 뛰어든 데다가 조직적 열세 등으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진정한 패자는 진보진영
  
  그러나 정작 이번 대선의 최대의 패배자는 정동영 후보와 자유주의진영도, 문국현도 아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이다. 민주노동당은 2002년 대선보다 오히려 후퇴를 해 3% 득표에 그쳤고 이회창, 문국현 보다 못한 5위로 밀려났다.
  
  2002년 대선의 경우 민주노동당은 원외정당이었을 뿐 아니라 노무현, 이회창 간의 박빙승부로 인한 사표심리, 막판의 정몽준 해프닝으로 인한 노무현 동정표의 이탈 등으로 아주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경우 원내 제 3당이 됐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따른 민생파탄으로 진보정당 성장의 호조건이 만들어졌으며 어차피 이명박 후보의 독주체제로 인해 사표심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한 마디로, 2002년에 비해 너무도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는 자유주의자들의 패배이상으로 자업자득이다.
  
  우선 이는 내가 다른 글("손호철의 정치논평: 진보의 세대교체", <한국일보>, 2007년 7월 30일자)에서 이미 경고한 바 있듯이 권영길 후보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세대교체를 감행하는 대신 노욕을 버리지 못하고 출마함으로써, 그것도 당내 다수파이기는 하지만 대중적 정서와는 거리가 먼 자주파의 지지를 받아 승리하는 순간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게다가 대선과정에서 정치적으로도 옳지 않을 뿐 아니라 대중적 정서와도 거리가 먼 코리아 연방공화국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아니 세상에 북한과 같은 세습왕정을 민주화하지 않고 '세습왕정'과 (대한민국과 같은) '공화국'이 어떻게 연방을 한단 말인가? '코리아 왕정-공화국 연방'이라굽쇼? 소도 웃을 이야기이다.
  
  한국사회당의 경우 사회적 공화주의라는 담론을 가지고 새로운 진보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대중적 지지를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동자의 힘을 비롯한 제도 정치권 밖의 좌파들 역시 선거정치를 넘어선 반신자유주의 전선과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목소리 높여 외쳤지만 별 의미 있는 투쟁을 전개하지 못 했다.
  
  그동안 이문열을 비롯한 냉전적 보수세력들은 한국사회의 대립구도를 수구적 좌파 대 진보적 우파의 대결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해왔다. 수구 대 진보를 단순히 변화에 대한 태도로 단순화시키는 이 같은 용법은 문제가 많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되돌아보면서 이 같은 용법이 그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냉전적 보수 세력은 박근혜와 같은 낡은 보수로는 민심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해 이명박과 같은 실용적 보수, 새로운 보수에 배팅을 했다. 그러나 자유주의 진영과 진보 진영은 수구적 좌파라는 표현이 공감이 갈 정도로 변화하지 못하고 낡은 87년 패러다임에 매달려 있었다.
  
  신자유주의에 의한 민생파탄이 문제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진영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느니 "개성동영"이라는 구호 아래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수구 대 개혁의 구도에 매달려 있었고 시민사회의 원로들 역시 철 지난 반수구 반한나라당 로고송이나 부르고 있었다. 민주노동당역시 낡은 주사파와 민족해방파의 논리에 의해 코리아연방 운운하고 있었던 것이다.
  
  87년 체제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문제는 이제 이번 대선을 계기로 자유주의 진영과 진보 진영이 얼마나 자기개혁을 하고 새롭게 태어나느냐는 것이다. 정동영 후보는 대선 막판에 가서야 그동안 자신들이 얼마나 민생에 고통을 주었는지 절감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자유주의진영은 지금이라도 그간의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해 발본적인 자기비판을 하고 새로운 정체성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위기를 다시 한 번 봉합하려 할 것이 아니라 재창당수준의 대수술을 해야 한다. 핵심은 북한에 대한 태도이다. 더 이상 북한은 진보적 체제가 아니며 시대착오적인 세습왕정임을 인정하고 북한 문제를 세습군주인 김정일 체제가 아니라 고통 받고 있는 북한민중의 입장에서 다루는 방향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면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친북적인 조선노동당과 그렇지 않은 민주노동당이 분당을 해야 한다.
  
  주요한 또 다른 사안은 BBK 특검문제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의 지도부가 정치적 주도권을 잡고 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위해, 나아가 대선결과에 대한 당내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지나치게 이에 매달려고 공세를 펴는 것은 잘못이다. 그 많은 의혹에도 민심은 압도적으로 이 당선자의 손을 들어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심이며 이를 검찰이나 특검의 사법의 논리로 대처하려해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오는 총선, 그리고 그 이전이라도 노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폭발과 같은 사태가 다시 터져 나올 수 있다. 특검보다는 맑스가 <자본론> 서문에서 지적한대로 이명박에게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에서 뛰어보아라"로 해야 한다. 검증의 핵심은 BBK가 아니라 민생해결이다.
  
  확실한 것은 이명박 정권 역시 신자유주의 정권, 아니 노무현 정부보다 더한 신자유주의 정권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가 현대시절의 신화를 되살려 총량기준으로 경제를 되살려 낼지는 몰라도 사회적 양극화와 민심파탄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를 지지한 많은 민초들은 무엇이 문제였는가를 깨닫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한나라당의 집권에 따라 예상되는 일정한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위에서 지적한 자유주의진영과 진보진영의 내부개혁은 미룰 수 없는 또 다른 과제이다. 더 늦기 전에 죽은 87년 체제에 대한 미련은 빨리 던져버려야 한다.
  
  이 같은 과제들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이명박의 집권이 일회성으로 끝날 수도 있고 아니면 길고도 긴 어둠의 시대가 지속될 수도 있다. 지난주 이 지면의 컬럼("묻지마 지지, 5.18 너마저"<프레시안>)에서 지적한 바 있듯이 이명박의 집권은 근본적으로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정권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너무 절망하거나 호들갑떨 필요가 없다.
  
  게다가 스타일면에서도 이명박은 노 대통령을 닮은 또 다른 노무현이라는 점에서 사고를 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나친 낙관도 문제지만 지나친 비관역시 지나친 낙관만큼이나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내오랜꿈 ---------------------------------------------------------------------

손호철 선생이 그저 막연하게 '의지의 낙관으로 버텨내자'는 류의 소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어쨌든 진보의 길은 가야 하는 것이니까 조금 큰 희생이 따르더라도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자는 말이리라. 다만 언제나 이 길에 제대로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을 진보로 치장하는 일만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예컨대 문국현을 이야기하면서 진보를 말하는 황당한 생각 같은 것들. 그냥 문국현을 지지한다고만 이야기 하면 되지 문국현에게서 어인 진보를 찾는단 말인가? 하긴 되짚어 생각해보면 이런 어이없는 생각을 하면서 진보를 입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사고수준이 박약하다는 걸 웅변하는 것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보다 더 엉터리 당강령을 급조한 정당에게서 뭔놈의 진보를 찾아내는지 참...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았으면 한다.

선택의 날은 다가오는데 고민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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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리더십으론 원상 복구 불가능"
[대선 평가-전망] "유구무언"…손호철 "고질적 당내 문제 봉합 단계 지나"

김은성 기자
출처 : <프레시안> 2007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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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선 이후, 희망의 씨앗을 어디에 심을 것인가
    from sisun.tistory.com 2007-12-20 17:48 
    17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전체 유권자 3,765만 명 가운데 1,396만 명(37퍼센트)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1,149만 명(30.5퍼센트)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투표를 했다. 고작 617만 명(16퍼센트)만이 여당 후보인 정동영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중소기업 부흥과 비정규직 해소를 들고 정치 무대에 뛰어든 문국현 후보는 137만 표(유효 투표의 5.8퍼센트)를 얻는데 그쳤다. 전통적인 진보세력으로 자임해온 민주노동당은 2002년 대..
 
 
바람돌이 2007-12-20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이번 선거가 민노당에게 아픈 매가 되기를....
썩어서 고름이 나는 곳은 잘라내야지요. 온 몸이 썩어 재기 불능에 빠지기 전에 말입니다.
이렇게 쉽게 없어져도 될만큼 민노당이 별거아닌게 아니잖아요. 이거 하나 만들어내는데도 그동안 얼마나 많은 희생들이 있었는데.... 참...

내오랜꿈 2007-12-21 00:11   좋아요 0 | URL
그래야겠지. 당위성에서는...

"자율과 연대"라고 민노당내 의견그룹이 있는데, 나 같이 당 운영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인간들의 인터넷 의견 모임인데 완전 비정파 모임이지. 몰라, 정파에 소속된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프 모임을 안해봐서 모르겠다. 중요하지도 않고. 이 그룹에서도 의견이 갈리네요.

깨고 나가 제반 소수자 그룹들과 연대해 새로 해야 된다는 파와, 주사파 애들 하나 못 끌고 가면 일반 대중들을 어떻게 끌고 가냐며 당을 바꾸자는 그룹으로... 그런데 알다시피 엔엘 애들 바꾼다는 게 될 법이나 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결론을 못 내리겠네요. 차라리 수학 정석 책을 다시 공부하는 게 더 간단하지 싶다.
 

[고종석 칼럼] 민주노동당, 시간이 없다

고종석
출처 : <한국일보> 2007년 12월 20일


오직 한 캠프만 환호작약이고 다른 모든 정치세력은 상혼낙담이다. 집권의 길이 아득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민주노동당은 뒤쪽에 속할 테다. 그러나 낙담은 사치다. 시간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18대 총선은 넉 달도 남지 않았다. 시간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모든 정치세력에게 넉넉지 않지만, 민주노동당에겐 특히 그렇다.

다른 정치세력들은 꽤 두툼한 전통적 지지층이 있어서 내년 4월 총선에서 쓴맛을 본다 해도 이내 세력을 복원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지지층이 가녀린 민주노동당은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을 얻지 못하면 영원히 원내외를 넘나드는 경계정당으로 남거나 가뭇없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

■ 통일 근본주의와의 결별을

이합집산이 상례인 보수정치권에서야 정당 하나가 몰락하는 것이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진보정치 사상 처음으로 8년 역사를 이끌어온 민주노동당의 몰락은 진보정치 전체의 영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것이 뜻하는 것은 시장독재의 만개다. 낙담할 여유가 없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민주노동당은 보수정파나 중도자유주의 정파에 견주어서는 분열상을 덜 드러냈다. 적어도 당원들이나 핵심 지지자들의 이반이 또렷한 흐름을 이루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다. 완고한 민족주의자들과 사회민주주의자들의 동거는 이 정당의 역사 내내 그랬듯 이번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삐걱 소리를 냈고, 당내 자주파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후보가 된 권영길씨는 민족주의 수사와 북핵에 대한 모호한 태도로 당내 후원세력을 만족시켰다.

그리고 그 사실이, 당 밖의 적잖은 진보 유권자들로 하여금 이 정당과의 유대를 재고하도록 만들었다. 바뀌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은 내년 4월 이후 그저 무책임한 직업적 비순응주의자들의 동호회가 되거나 둘로 쪼개질지 모른다. 민주노동당은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우선 당 안팎에서 지적해왔듯, 민주노동당은 민족통일이라는 의제를 제 가치목록의 변두리로 밀어내야 한다. 다시 말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정분을 공식적으로 끊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기반은 이웃나라 정권이나 인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노동계급과 농민, 사회경제적 문화적 약자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것은 북한이 지금과 같은 시대착오적 가산국가(家産國家)가 아니라 해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민족지상주의와 통일근본주의는 좌파정당 민주노동당의 근본가치가 될 수 없다. 그것들이 적어도 역사의 지금 단계에선 반동적이고 복고적인 가치, 다시 말해 극단적으로 우익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낭만적 민족지상주의에 이끌리는 통일 담론은 수많은 사회경제 문제들을 '관념 속의 핏줄'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우익적이다. 더 나아가 역사 상의 어떤 민족주의가 진보적 역할을 수행했다 해도, 민족의 이익이나 재결합 같은 가치는 복지나 사회연대나 인권 같은 가치가 보편가치인 것과 달리 본디부터 특수가치다.

다음으로 민주노동당은 자신이 설계하고 있는 사회의 내용과 그 프로그램을 지금보다 더 또렷이 보여주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민주노동당식 사회민주주의의 속살만이 아니라 그 테두리조차 잘 알지 못한다.

이 정당이 추구하는 평등과 복지의 한계는 어디인지, 비정규 노동자와 대기업 조직노동자의 서로 엇갈리는 이해관계는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다양한 수준의 문화적 소수자인권이나 환경 의제는 이 정당의 가치목록에서 어디쯤 자리잡고 있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 어떤 사회주의인지 또렷이

이것들을 또렷이 하는 것은 북한문제와 더불어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진보'를 자임하는 한국사회당과 어떻게 다르고 닮았는지를 유권자들에게 설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의 상대적으로 긴 역사가 저절로 이 정당을 좌파 정치세력의 주류로 붙박아두는 것은 아니다. 대선 결과를 두고 좌절하거나 안도할 때가 아니다. 시간이 없다.


내오랜꿈 --------------------------------------------------------------------------------------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부족한 것이리라. 갈라서는 한이 있더라도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세우겠다는 의지가.

작년 당대표 경선때도 그렇고 이번 대통령 후보 경선 때도 그렇고, 충분히 '장군님을 받드는' 교주파들을 당지도부에서 물러나게 만들 수 있었지만, 경쟁자가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교주파가 낫다는 식으로 행동한 일군의 그룹이 있었다.

작년 당대표 경선시, 조승수 전 국회의원과 문성현의 양자 대결구도에서 조승수 후보가 충분히 당선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조승수 당대표라는 꼴을 못보아 넘긴 일부 세력들이 주대환을 후보로 나서게 만들었다. 같은 이념을 공유한 경쟁자가 당대표 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주사파한테 당권 넘기고 그 옆에서 자신들이 최대한의 지분을 챙기겠다는 것 말고는, 그 어떤 명분도 없는 짓거리를 서슴지 않고 하는 인간들.

이번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그랬다. 심상정 후보가 2차투표에서 충분히 권영길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대환을 비롯한 일부 '인민노련'의 후예들은 주사파를 도와 권영길 후보를 지지했다. 80년대 한국노동운동의 역사나 진보정당 창당 과정에서 '인민노련'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나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으리라.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이놈의 정당이 뭐 그리 이뻐보이겠는가. 어제 투표장에서 한국사회당에 투표할려다 겨우 참았다. 하지만 그래도 길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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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후보는 정계에서 은퇴하라"
'무능'보다 더 심각한 것…"정파 공존할 수 있는 단계 넘어서"

우석훈 / 금융경제연구원
출처 : <레디앙> 2007년 12월 20일


1.

<레디앙>에서 '미리 내다 본 이명박 시대'에 대해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곤혹스러웠다. 생각보다 이명박 진영은 아직은 무정형에 가깝고, 막상 인수위를 구성하고, 새로운 각료 진영을 결정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에는 아직은 불확실한 변수들이 많이 남아 있다.

   
  ▲"아이고, 좋아라" 춤추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사진=뉴시스)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조금은 확실해 보이는 것만을 모아보면, 우선 재정경제부를 그냥 소위 모피아들에게 넘겨주었던 노무현 정부와 달리, 이명박 정부는 측근들을 직접 포진시켜 경제 진영들을 확실하게 틀어쥘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부처 확실하게 틀어쥘 이명박 정부

그리고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환경부를 건설부에 통합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 이와 함께 불필요하다고 의심받는 - 혹은 지나치게 친 노무현적이었다는 - 정부 부처 10개 정도를 통폐합시키고, 국책은행에 대한 민영화를 중심으로 금융 민영화가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점들이다.

그러나 이런 분석들이 민주노동당이나 아니면 자칭 '진보정당'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필요할 것인가라고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열심히 선거 운동에 뛰었던 사람들에게 다소 미안한 말이 되겠지만, 이 정당은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무능했고, 무능했다고 분석하기에 앞서 '치사'했다. 너무 속 보이는 '소탐대실'의 모습은, 어지간해서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려고 하는 나의 입에서도 고운 단어들을 차마 쓰지 못하게 만들 정도이다.

내가 가장 미웠던 사람은 누구인가? 소위 주사파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아니고, 무능한 PD라고 불리는 그런 사람들도 아니라, 바로 권영길 본인이었다. 그가 미웠던 것은, 그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치사했기 때문이다.

나의 오해일까? 그가 이 알량한 당의 당 대표를 한 번 더 하기 위해서 이 이상한 대선을 치른 것이 아닐까라는 나의 의심은 어쩌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이상한 대선을, 그리고 이 이상한 결과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권영길 후보의 선거 기호는 3번이었다. 명실상부하게 민주노동당은 한국의 제3당이었고, 여전히 제3당이다. 그런데 이 3%의 지지율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2.

그는 선거 직전에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했고, 이 표가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설명하였다.

   
  ▲개표 방송을 지켜보는 권영길 후보와 문성현 당대표(왼쪽),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사진=뉴시스)
 
속마음을 말하자면, "불쌍해서" 권영길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는 것이, 작금의 이 황당한 상황으로부터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단초라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성실하게 선거에 임했던 사람들에게는, 거듭 미안한 말이지만, 이게 내 진짜 속마음이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내가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한 이유

그래도 나는 꾹 참고,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했다. 이게 투자라고 생각해서는 결코 아니고, 그에게 정계은퇴를 권유하기 위한 최소한의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서 그에게 투표했다.

김대중, 이회창을 비롯한 많은 대선후보들이 나중에 다시 말을 번복하면서 정계에 복귀하더라도 대선의 책임을 지고 정계를 은퇴했다. 나는 권영길 후보가 이 정도는 결심을 해주는 것이, 현 상황을 명예롭게 추스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 싶다.

3.

정당에서 정파가 나누어지고, 또 수없는 의견그룹이 생겨나는 일은 당연한 것이다. 독일 녹색당에서는 근본주의자인 '푼디스'와 현실주의자인 '레알로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있었고, 실제로 의회에 진입하기를 결정한 전당 대회에서는 요시카 피셔의 귀가 물어뜯길 정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다른 나라의 정당이라고 근본적으로 화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파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많은 경우,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이성적인 대화에 조정에 의해서 협의가 이루어진다. 물론 너무 생각이 차이가 많이 날 경우 결국 분당을 하게 되지만, 모든 정당이 정파 사이의 대화가 어려워진다고 해서 매번 분당을 하거나 새로운 창당을 하지는 않는다.

민주노동당 정파, 공존 가능한 수준인가

밖에서 지켜본 내 입장에서, 이제 민주노동당의 서로 다른 정파는 조정이 어려울 정도로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명예롭게 차이점을 조정하면서 하나의 '정치행위'를 하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상처가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사태가 심각해진 데에는, 도저히 '기회주의자'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고, 지독하게 '소탐대실'을 하는 명예롭지 않은 정치인으로 이해되는 '권영길 후보'의 존재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오해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4.

어쨌든 대선 선거기간 동안에 모든 일이 원활히 풀리도록 기원했고, 또 권영길 후보가 부탁하는 대로 그에게 투표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압승과 권영길 후보의 선거활동은 아무런 상관이 없이 진행되었고, 이 와중에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비례대표 리스트가 나돌기 시작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총선 정국으로 슬쩍 넘어가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지독한 소탐대실의 '작고도 작은 정치'가 노무현 5년을 거쳐, 다시 이명박 5년을 버텨나가야 하는 한국의 민중에게 작은 방패라도 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도저히 그렇게 상상하기 어렵다.

좌파 정치에 '명예'가 없다면 무엇으로 사나

이 지독하게도 손에 있는 작은 '단맛'을 틀어쥐고 놓으려 하지 않는 권영길 후보와 그를 앞세워 '과일 따먹기'만 하는 집단이, 입으로만 "반 신자유주의"를 외치면서 이 '차가운 자본주의'에 대한 작은 쉼터라도 될 수 있을 것인가? 도저히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우파들의 정치에는 '실익'이 있다면, 좌파들의 정치에는 '명예'가 있다. 그게 없다면, 누가 이 춥고 배고픈 좌파 진영을 지켜나가겠는가?

나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권영길 후보는 그의 무능이 아니라, 그의 '소탐대실'로 적어도 3%보다는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좌파들을 창피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지지율이 적어서 창피한 것이 아니라, 그가 명예롭지 않은 정치를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기고 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의 명예를 만들어내야, 그 위에 새로운 정치를 세울 것이 아닌가?

그러나 보수정치 집단도 2007년 민주노동당이 보여준 것처럼 특정 계파가 당내 견제나 제어없이 불명예스러운 작태를 이렇게까지 보여주지 않는데, 이 흐름이 맨 앞에 권영길 후보가 서 있던 것이 아닌가?

단 한 표를 찍고, 대통령 선거에 세 번이나 후보가 된 거물 정치인에게 정계은퇴를 권유하는 것은, 과도한 일이라는 것을 나도 안다.

그러나 지금은 어려운 시절이다. 앞으로 한국의 좌파가 혹은 진보정당이 어떠한 질곡을 겪게 되고, 어떻게 분화될 것인지에 대해서 미리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새로운 출발점을 만들기 위한 시도의 실마리는 지금 권영길 후보의 손에 있다는 것이 나의 어리석은 생각이다.

물러날 때 물러서는 것이, 진보 정치를 제대로 세울 수 있는 길이다. 3%의 득표율 위에 세울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자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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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이 물러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번 기회에 주사파 애들 하고 갈라서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비판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싸움이 필요하리라 본다. 계속 인용하게 될 손호철 교수나, 고종석 씨도 분당을 각오한 환골탈퇴를 이야기 하고 있다.

하여튼 미친 새끼들, 오늘 비례대표 선거 공고한다고 기획하는 놈들이 도대체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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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오랜꿈 2007-12-2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왕 민노당 까발리는 김에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지난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심상정 후보가 2차 경선에서 충분히 권영길을 이길 수 있는 당내 세력분포인데도 불구하고 주대환을 비롯한 일군의 세력들이 엘엘과 손잡고 권영길을 후보로 만들었다. 이 썩을 인간들은 작년 당대표 경선에서도 조승수 전 국회의원이 당 대표 되는 걸 막을려고 주대환을 내보내 주사파인 문성현을 당선되게 만들어 민노당을 이 지경에 이르게 했다.

시골사람 2007-12-20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썩을 인간들... 나도 이 말 한 번 당당하게 해보려고 3번에 꾸욱 눌렀슴다. 후~ 기분 아주 쪼금 나아졌다.

내오랜꿈 2007-12-20 12:43   좋아요 0 | URL
조금이라도 나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토건국가의 미학
[김우창칼럼]

김우창/고려대 명예교수
출처 : <경향신문> 2007 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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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발주의<90년대 이후 개발주의>가 민주주의를 허물고 있다
조명래 교수 ‘개발주의와 민주주의 9 계간 ‘비평’에 게재

강성만 기자
출처 : <인터넷한겨레> 2007 12 19


» 새만금 방조제 연결 공사 현장. 보전과 개발이 팽팽히 맞섰던 새만금 간척 사업은 결국 개발 세력의 승리로 끝났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개발주의 세력과 담론의 확산 과정은 ‘민주주의의 후퇴’와 맞물려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한겨레> 자료 사진
 
‘토건국가’라는 개념이 한국에 알려진 게 1990년대 중반이다. 일본 현대사 전문가인 개번 맥코맥이 그의 저서 <허울뿐인 풍요>에서 “일본은 막강한 토건세력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 정치가 썩고 경제가 투기화하며 국토와 환경이 끊임없이 파괴되고 있”다면서 이런 국가 유형을 토건국가라고 하는 것이다. 그는 이 유형을 일본 건설성이 공사를 발주하고 시공사는 공사비 일부를 정치인과 관료에게 상납하고 정치인은 이러한 거래를 지원하는 유착·가격 조작·뇌물 제공의 사슬구조로 정식화했다. 이 먹이사슬을 이루는 세력은 ‘토건 마피아’라 일컬었다.

시장경쟁에 의한 개발, 외견상 민주주의 절차 밟지만
실행과정서 시민 배제 관료·전문가 중심 독단적 추진
계층간 혜택·환경 불평등 불러…생태사회로 전환 필요


이 모델은 이 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학자들은 1990년대 들어 우리 사회가 이전의 개발국가에서 토건국가로 변모하는 징후가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국내총생산의 지출에서 건설 투자 비중은 1980년대 13∼18%에서 1990년대 21∼24%로 늘어났다. 국민총생산의 지출에서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가 된다. 특히 현 정부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국토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 건설교통부와 관련 국가기관들의 위상과 권한이 강화된 것도 이런 판단의 설득력을 높였다. 건교부와 산하의 개발공사들은 자신의 생존논리를 위해 끊임없이 건설 사업을 기획·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건 마피아’란 소리를 듣기도 하는 이들의 영향력 확대 과정에는 부패와 국토 환경 파괴의 문제도 줄기차게 따라 붙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 및 지역계획 전공)는 계간 <비평> 겨울호에 실은 글 ‘개발주의와 민주주의’에서 개발주의 세력과 담론의 확산 과정이 어떻게 ‘민주주의의 후퇴’와 맞물려 있는지를 살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개발주의를 이전과 구분해 신개발주의라 했다. 이전에는 권위주의 정부의 일방적인 기획과 지시에 따라 개발이 이뤄졌으나 이제 개발 사업은 외견상 절차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 주도의 발전 전략에서 개방화와 탈규제, 시장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 이념이 주도하는 개발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조 교수는 여기서 의문을 나타냈다. 신개발주의 프로젝트들은 하나같이 추진과정에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나 결과를 보면 태반이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 보전주의에 대한 개발주의자의 승리로 귀결되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는 거시 사회적 차원에서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구축되었다고 하더라도 미시 사회적 차원에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예컨대 국책사업인 공공개발 프로젝트들은 타당성 검토, 합리적 계획, 의견수렴, 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치지만 이 과정은 대개 ‘형식적 요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토목적 전문성을 이유로 일반 시민의 참여가 제한된 채 관료와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절차적 민주주의의 교란과 왜곡의 배경에는 언론과 학계 등 여론주도층이 뒷받침하는 신자유주의 개발담론의 득세와 ‘불완전한 지방자치제도’가 자리하고 있다고 조 교수는 분석했다. 즉 지역 주민들도 개발담론에 부추겨진 기대와 환상에 사로잡혀 개발의 정당화에 쉽게 동화되면서 기술전문가가 사업을 독단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의 유력 상공인들이 지역 언론을 장악하고 각종 지역모임과 기구에서 지역 여론을 호도하면서 개발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 힘들다고 했다.

신개발주의는 사회 여러 부문들 사이의 불균형과 부조화를 키워 절차적 민주주의뿐 아니라 실질적 민주주의의 퇴행으로까지 연결된다고 그는 봤다. 그는 “오늘날의 신개발주의는 철저한 시장경쟁주의 원칙과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개발의 혜택이 계층차별적으로 분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본과 시장논리를 띠는 공간환경으로의 개발은 생활세계의 오염과 파괴를 넘어, 계층 간 환경불평등까지 초래해 사회적 약자나 환경약자들의 삶의 지속가능성을 이중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아울러 ‘공동체적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주민들이 그들의 삶터인 공간환경에서 더 이상 진정한 주인이 되지 못하도록 한다고도 했다. 지방자치란 제도에도, 온전한 자치의 구현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개발의 비민주적 권력화는 근대화 과정에서 개방적으로 토의하고 구현할 수 있는 연성적 가치, 민주적 가치, 다양성의 가치, 일상적 가치 등의 발현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생태 사회로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인간과 자연을 통합하는 녹색 교육 △녹색사회협약의 추진 △녹색세력의 정치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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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지상주의자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앞으로 몇 년 동안 애꿎은 땅덩어리가 얼마나 더 고생해야 할까. 지금도 충분히 고생하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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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2-20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 참 더러운 밤이죠? 이럴 줄 알았으면서도 말예요.

내오랜꿈 2007-12-20 02:35   좋아요 0 | URL
지난 여름의 끝무렵에 와인을 좀 담갔지. 12월 초에 1차 숙성을 마치고 2차 숙성중이네요. 조금 전에 그 와인 중에 한 병을 따서 홀짝거리고 있다. 자화자찬이지만, 수준급 와인이 된 것 같다..^^

뭐, 난 기분 덤덤하다. 이명박 되나, 정동영이 되나 정책적 차이가 있겠어? 오늘 밤에 기분 좋아서 술 마시는 사람과 기분 더러워서 술 마시는 사람이 뒤바뀌는 정도의 차이 아닐까? 음... 자신이 진보의 편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는 좀 이로울 것 같네.

민노당의 실패가-이미 예견된 실패였지만- 지랄 같지만... 고민된다. 그래도 엔엘 애들 끌어안고 저걸 계속 끌고 가자는 데 동참해야 할지, 깨고 나가 새로운 모색을 하자는데 동참해야 할지...

다음에 와인 한 병 갖다 줄께.....
 

"'보수 대반격'에 삼성 비리 묻힐까 두렵다"
[인터뷰]김용철 변호사 "제대로 된 특검이 아니면, 없느니만 못하다"

강이현,성현석 / 기자
출처 : <프레시안> 2007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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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끌기' 수법 쓰는 삼성, 금감위와 국세청은 뭐 하나?"

프레시안 : 삼성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만족하나?

▲ 김용철 변호사. ⓒ프레시안
  김용철 :
나는 조사받는 사람이다. 따라서 수사를 평가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검찰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들에 부딪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가 파주에 있는 삼성증권 문서 창고에서 직접 전표를 뒤지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에는 이 사건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사건에서는 팩스로 자료를 주고받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삼성 측이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시간 끌기' 수법을 쓰고 있다.
  
  교통사고를 낸 사람들이 보통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교통사고 과실범은 징역 5년 이하 처벌에 그친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큰 잘못을 저지른 삼성은 전혀 사과의 기미가 없다. 단군 이래 이 정도 규모의 뇌물, 부패 사범은 없었다. 사상 최대의 거악(巨惡)인 셈인데, 모두들 내 입만 보고 있다.
  
  삼성 비자금 문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금융감독위원회나 국세청은 뭐하고 있나.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못할 경우에는 그나마 특별검사라도 선정할 수 있다. 하지만 국세청이나 금감위의 역할은 다른 곳에서 대신 할 수 없다. 이처럼 중요한 국가기관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곳이 과연 정상적인 국가인지 모르겠다.
  
  "'언론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하긴 금감위나 국세청만 탓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어제 <월간조선> 12월호를 읽었다. 나를 다룬 기사가 있더라.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왔다. 언론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특정한 목표를 미리 설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 사실들을 짜깁기했다. 그나마 사실이라고 적은 것도 대부분 조금씩 왜곡된 것들이다. 기사를 읽다보니, 내가 술을 먹지 않는 것까지 문제 삼더라. "술을 못 마셔서 사건 수임을 위한 영업 활동을 잘 못한다. 그래서 무능한 변호사다"라는 내용이다. 만약 내가 술을 잘 마신다면, "매일 술에 찌들어 지낸다"라고 적었을 것 아닌가.
  
  하긴 '내가 무능한 변호사'라는 지적은 옳다. 사건 의뢰인을 만날 때, 나는 어차피 받아야 할 벌이라면 받으시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런 이야기에 대해 승복하지 않는 의뢰인도 있다. 이걸 두고 "김용철은 형편없는 변호사다"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잘못에 정확히 상응하는 벌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진정한 변론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잘못 이상의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잘못 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제대로 된 특검이 아니면, 없느니만 못하다"
  
  
프레시안 : 삼성 특검 선정을 놓고 말이 많다.
  
  
김용철 : 검찰이 지금처럼 수사를 진행한다면 굳이 특별검사를 선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검찰 수사가 더 효율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건, 원래 하던 사람이 잘 하기 마련 아닌가. 국내 사례를 보건, 외국 사례를 보건 특검이 재대로 성과를 거둔 경우가 많지 않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의 효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굳이 특검을 꾸리는 이유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검찰 수사는 수뇌부의 의중이 반영돼 왜곡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이다. 위보다 아래의 힘이 강해진 세상 아닌가. 국민 여론의 힘으로 최고 권력자를 압박한다면, 특검이 아니어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다. 이는 이왕 특검을 선정하려면 정말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 수사팀에 맡겨도 될 일을 굳이 특검에 맡길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변호사 협회가 추천하려는 특검 후보자들은 모두 검찰 고위직 출신이다. 검찰 수뇌부를 향한 로비에 대해 수사해야 하는데, 검찰 고위직 출신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검찰 고위직 출신이 지휘한 수사 결과에 대해 삼성이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품고 있는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 제대로 된 특검이 아니면, 없느니만 못하다.
  
  "여론의 흐름은 제대로 잡혔다"
  
  
프레시안 :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삼성에 대한 수사가 영향을 받으리라고 보는가.
  
  
김용철 : 검찰은 '거버넌스 마인드(Governance mind)'도 일부 갖고 있는 조직이다. 통치권을 보좌하는 역할도 담당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최고 권력자가 바뀌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고 권력은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를 수 없다. 그게 민주주의 아닌가. 결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이 삼성 문제를 제대로 다뤄야 한다. 그래야 여론이 바로 형성되고, 권력이 삼성에 대한 수사를 흔들지 못한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조차 삼성 문제에 대해서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디어의 속성이라는 게 강자를 감싸기 마련인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여론의 큰 흐름은 제대로 잡혔다. 다행스런 일이다. 국민 대부분은 삼성이 비자금을 엄청난 규모로 조성했으리라고 믿고 있다. 또 이에 대해서 더 이상 덮어두면 안 된다고 여기고 있다.
  
  사실상 최고 권력자라고 할 수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현재 출국금지 상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외국으로 나갔던 그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발이 묶였다. 또 아직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삼성 수뇌부에 대한 기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대세 아닌가. 삼성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뜻이 선명하고, 누구도 이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그 자체로 중요한 성과다. 그리고 이런 성과는 국민이 거둔 승리다. 여기에는 또 이용철 변호사를 비롯한 용기 있는 분들의 증언도 역시 큰 힘이 됐다.
  
  "'보수 대반격' 분위기가 두렵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도 든다. 만약 보수 정권이 들어설 경우, 지금까지와는 다른 흐름이 생길 수도 있다. 일종의 역풍이다. 이명박 후보는 금산분리 철폐를 내세웠다. 삼성이 '영원한 제국'을 세우는 것을 도와주겠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얼마나 위험한 이야기인가.
  
  당선자에 대해 우호적이기 마련인 정권 초기의 분위기가 삼성 문제에 대한 여론에 영향을 미칠까 두렵다. 일종의 '보수 대반격' 분위기 속에서 삼성의 비리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희석될까하는 우려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국민은 투표소에서만 주권자다. 투표가 끝나는 순간, 주권은 국민의 손을 떠난다. 그래서 대선이 본격화되기 전에, 삼성 문제를 공론화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국민이 주권을 넘기기 전에 대선 후보들이 삼성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입장을 취하도록 최대한 압박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삼성 이야기를 꺼낼 시점에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니, 이미 공약이 이상했다. 삼성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삼성 문제의 공론화를 서둘러야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았다. 언론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요 언론사를 두루 찾아다녔지만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공론화가 늦어졌다. 오죽하면 신부님들(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까지 찾아갔겠는가.
  
  "삼성 사장단 회의는 종교적 분위기"…"차라리 지금, 마음이 편하다"
  
  
프레시안 :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얼굴이 더 좋아 보인다. 요즘 심경이 궁금하다.
  
  
김용철 : 삼성 사장단 회의가 어떤 분위기인지 아는가. 거의 종교적인 분위기다. 물론 교주는 이건희 회장이다.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사장들은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5~6시간은 훌쩍 넘기는 게 보통인 회의 도중 화장실에 간다며 일어서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어떤 주제에 대해 한 번 말문이 열리면 끝없이 이야기한다. 또 사장들에게 인격적인 모욕이 될 수 있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회의에 참석한 사장들은 묵묵히 듣고만 있어야 한다.
  
  그곳에 모인 사장들은 밖에서는 모두 대단한 권위를 지닌 사람들이다. 또 집에서도 존경받는 가장일 게다. 그러나 이 회장 앞에서는 모두 우스운 존재가 된다. 삼성 사장단 회의 풍경을 보면, '잘 먹고 잘 살자고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서글퍼진다.
  
  이 회장이 사는 모습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그는 유럽 귀족의 생활방식을 닮고 싶어 한다. 애완견을 키우고, 승마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 듯하다. 하지만 그저 닮고 싶어 할 따름이지 진정한 귀족의 자세와는 거리가 있다. 애완견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좋아서 기르는 게 아니다. 그냥 장식품일 뿐이다.
  
  이런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은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겁 많은 사람이 막상 싸움에 나서면, 앞뒤 재지 않는다"
  
  부모님께서 내 이름을 지을 때, '용감할 용'자를 쓰셨다. '칼을 들고 설치는 남자'를 형상화한 글자다. 하지만 나는 굉장히 비겁한 사람이다. 겁도 많고, 소심하다. 학창 시절에도 여자 아이들에게 종종 꼬집히곤 했다. 또 직장에서도 상사의 명령을 잘 따른다. 조직을 거스르기보다 순응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떤 한계가 있다. 조직이 한계를 벗어나도록 요구하면 싸울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한계를 넘어섰다. 나는 변호사로 생계를 꾸리며 조용히 살고 싶었을 따름이다. 그런데 삼성은 그것도 못하게 했다.
  
  내가 삼성에 관해 폭로한 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삼성과 관계있는 사람들이 모두 말을 바꿨다. 내가 분명히 들은 말인데, '그런 말 한 적 없다'라고 이야기 한다. 이렇게 모두들 말을 바꾸면 내가 거짓말쟁이가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 물론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나 이제 어쩔 수 없다.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지만, 이런 사람일수록 막상 싸움이 벌어지면 앞뒤를 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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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특검 돌아가는 걸 보면, 어째 꼬라지가 '영 아니올시다'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BBK특검'보다는 '삼성특검'이 훨씬 더 중요한데, 대선 끝나자마자 정치권, 언론이 합심해서 BBK에 올인 할 것 아닌가.

그놈의 대통령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재와 같은 보수정당의 대통령이란 결국 '자본의 동업자'이거나 '자본의 포로'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뿐 아닌가. 태안 기름 유출 사고, BBK동영상, BBK 특검법 발의...

아마도 이건희와 삼성이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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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1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돌아가는 꼬라지가 영.

내오랜꿈 2007-12-19 23:54   좋아요 0 | URL
게다가, 사기꾼 대통령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