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오랜꿈 -------------------------------------------------------------------------
내가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양비론'이다. 대한민국 국민들, 치가 떨릴 정도로 '양비론적' 시각을 보여준 적이 많았다. 80년대 군사파시즘에 저항하는 세력들의 불법, 화염병 시위에 대해서 그들은 늘 양비론적 태도로 일관한 적이 많았기에... 군사독재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폭력, 불법 시위는 자제되어야 한다고... 빌어먹을 그 '양비론'...
뜬끔없이 왜 '양비론' 타령이냐고?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 전후의 모습에 대한 스케치 하나.
양대 대선 선거 국면 모두 내가 주로 놀던 공간에서 늘 논쟁이 된 것은 진보정당 지지냐, '비판적지지'냐의 싸움이었다. 그 싸움은 주로 인터넷 공간('97년의 경우 천리안 같은 통신상에서였지만)이 주를 이루었다. 그때 진보정당에 투표하는 걸 반대하는 '자칭 진보주의자들'의 논리는 한결 같았다. 지금 국면에서 진보정당 찍으면 이회창 당선을 돕는 게 되기 때문에 DJ를 찍어야 한다고....
그리고 DJ 당선후 감격해서 우는 인간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그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DJ정권의 반민중적 정책을 보고선 DJ가 어찌 저럴 수가 있냐며 울분을 드러내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나 같으면 쪽 팔려서라도 표 안 냈을텐데....
그런 그들이 2002년 대선 국면에서 한 짓도 똑 같았다. 민노당 찍으면 이회창이 집권하는 걸 도와준다며 민노당 지지자들에게 갖은 욕설과 비방을 다 하고 다녔다. 그런 그들이 노무현 취임 후 4달이 안 되어 이라크 파병 찬성과 화물노조 파업, 철도노조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하는 걸 보고서는 뭐라고 했는 줄 아는가? '노무현이 이렇게 빨리 맛이 갈 줄 몰랐다'나 어쨌다나?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닭대가리들도 아니고, 선천적 기억상실증 환자라고 해야 하나?
말이나 진보정당 지지자라고 말을 하지 않으면 덜 밉기나 하지. 심지어 지난 대선 때는 97년 선거 때는 진보정당에 투표했다고 구라치며 이번에는 민노당 찍으면 안 된다고 하던 놈들도 있었다. 이들의 미래는 뭘까? 볼 것도 없이 오는 12월 선거때도 반이명박 전선 어쩌고 하며, 범여권 후보(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찍어야 한다고 돌아다니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도 있잖은가.
제발 좀 웃기는 짓거리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냥 나는 보수정당 지지자인데, 그 중에 노무현이 가장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거 같다, 그래서 그를 지지한다고만 말하기 바란다. 진보정당 지지자니, 어쩌니 하는 개소리는 하지 말라는 거다. 열린우리당 지지하고 노무현 지지하는 것이 뭐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는가? 심지어 이명박이나 한나라당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우리가 심판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는가? 그들의 자유 의사표현을 어찌 막을 수 있는가? 그런데 왜 노무현 지지나 열린 우리당 지지를 쪽팔려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진보정당 지지자이지만 한나라당 같은 수구꼴통의 집권을 막기 위해 차선'을 택하느니 어쩌고 저쩌고 하는, 지나가는 개가 웃을 논리를 펴는가 말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신정아 문제는 분명 사냥감을 포착한 언론의 과잉포장이 빛을 발휘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신정아 문제라는 권력형 게이트는 애초부터 '사실'로 존재했던 것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참여정부의 모든 '뻘짓'에 대한 비판에 '우리는 깨끗하다', '우리는 정당하다'라며 코웃음 치던 도덕적 우월의식에 태생적으로 잉태되어 있던 '비극'인 셈이다. 해서 나는 신정아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과잉보도를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그게 대선 국면에까지 이어지는 건 경계한다. 이미 2번이나 경험했던 '차선책' 운운하며, 여당 찍어라는 소리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 심형래 문제는 분명하게 비판하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 안에 살아 꿈뜰거리는 파시즘의 광기가 빚어내는 또다른 비극을 맛보기 싫다면 말이다. 황우석 때나 <디워> 논란 때나 어디 그게 제대로 사고하는 인간들이 보이는 행태인가? '애국', '국익'으로 똘똘 뭉친 '정신병자들'의 집단 히스테리 증상이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하나.
토론하면서 예의, 품성 운운하는 넘들. 한때 '수령의 영도론'을 믿던 또라이들의 전유물인줄 알았는데, 인터넷 게시판에 돌아다니는 이 뜬금없음은 또 뭐란 말인가. 진중권이 옳지만 예의 없는 말투, 싸가지 없는 말투 때문에 그의 논리를 인정하지 못한단다. 지랄, 녬병.....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둘.
맹목적 신봉으로 인한 감정의 과잉, 그에 기초한 애국심. 황우석 사건 때나 <디워> 논란 때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건 바로 이것, 빌어먹을 '애국심'이다. 나찌의 출발도 그랬다, 감정의 과잉으로 인한 터무니없는 애국심. 그 애국심이 수백만을 학살하고, 전세계를 전쟁으로 몰아갔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셋.
첫번째와 중복이지만, 싸움판에서 논리가 아니라 '애정', '사랑', '따뜻한 가슴' 운운하는 골빈 넘들. 황우석 사태와 <디워> 논란에서 진중권의 글에 따라다니는 악성 리플들을 분류하면 두 가지다. 무작정 욕하면서 덤벼드는 과잉지지자들이 그 하나고, 두번째가 바로 가슴, 사랑, 애정 운운하는 부류다. 녬병, 그렇게 풍부한 애정, 따뜻한 가슴을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하고 한미FTA 반대 시위 농민이 할복할 때 좀 쓰면 어디가 덧나나? 인터넷의 논쟁에서 논리적인 글에서 따뜻한 가슴 찾는 정도면, 노동자가 분신하면 소녀가장이 분신하면 길거리에 주저 앉아 대성통곡 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못하는 자의 어리석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