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브라이언 스티븐슨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브라이언 스티븐슨/열린책들/백인이 아니라서 억울해도 되나.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한 일을 당해도 될까. 엉뚱한 이의 거짓 증언만으로 범인으로 오인받아도 될까.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형벌이 가중되어도 될까. 법은 왜 피해자보다 가해자 편일까. 평소에도 가졌던 의문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더욱 커졌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게 맞나.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이 책은 미국에서 약자들을 위한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는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경험담을 담은  회고록이다. 브라이언이 법을 공부하면서 느낀  인종적 차별, 약자에 대한 과도한 형벌 등 미국 사법제도의 문제점이 담겨 있다. 딱딱한 법과 처벌, 정의의 문제를 다뤘지만 소설처럼 읽히는 법정드라마이기도 하다.

 

 

  

이 책에 나오는 월터 맥밀리언은 결백하지만 타인의 거짓증거로 감옥에 갇힌 흑인 남자다. 마치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처럼 무고하게 기소된 흑인 남성이다. 먼로빌 외곽의 가난한 흑인동네에서 태어난 월터는 2년의 흑인학교를 다닌 게 학교생활의 전부다. 가족을 위해 농사를 짓던 그는 시대 흐름을 간파하게 되면서 펄프용재사업을 시작하면서 그 덕분에 경제적 풍족함을 맛본다. 성공한 자영업자이자 매력적인 월터는 백인 여성의 추파를 받기도 했지만 어느 날 엉뚱한 일에 연루되고 만다. 18세 백인 소녀 론다 모리슨의 가해자로 기소된 것이다. 당시 론다의 살해범을  찾지 못했던 경찰은  월터와 만난 적이 없는 랠프 마이어스를 내세워  월터가 범인인 것처럼 지목하게 했고 남색 혐의를 뒤집어씌우기도 하고 감방 밀고자까지 만들어 월터를 구제 불능의 살인자로 만든 것이다. 문제는 범인을 만들기에 급급했던 경찰이었기에 사건 발생 당시의 행적조사도 없이, 주변인들의 이야기도 없이, 월터의 평소의 삶의 태도에 대한 조사도 없이  무거운 죄를 엉뚱한 이에게 뒤집어씌웠다는 점이다. 저자는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월터를 만나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고 이들을 위한 무료 변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월터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재소자들의 사회적 약자로서 겪었던 사연,  사회적 약자로서 겪었던 불공정한 재판과 가혹한 처벌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된 저자는  미국 사법제도와 사회학의 역학을  널리 알리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21세기에 태어난 흑인 남성 3명 중 1명이 수감자일 정도로 흑인 수감자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에는 미국이 백인보다 흑인에게 더욱 가혹한  데 있기도 하고, 사소한  범죄가 법적으로 종신형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량 투옥의 문제와 과도한 처벌의 문제에도 인종적 편견과 빈민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추상적인 법과 제도가 아니라 약자의 삶에  부적절하게 관여하는 미국 사법제도의 부당함이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데, 책 속의 이야기가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제도나 법의 불공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기에. 

 

 

저자인 변호사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하버드로스쿨을 졸업하면서 앨리배마에서 이퀄 저스티스 이니셔티브를 열었고 지금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자나 흑인, 빈곤층, 지적장애인, 버림받은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무료 변화를 해오고 있다. 그는 실제의 죄값보다 이들에 대한 편견으로 더욱 가혹해지는 중형, 누명에 대해  무료 변론하게 되면서 억울한 사형수들을 구제해하기도 했다.  실제로  18세 미만 청소년의 사형과 종신제 폐지를 이끄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흑인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 여성을 살해했다는 엉뚱한 누명을 씌워도 되는가. 백인이 아니라면 이유만으로 유색인종을 살인자로 지목되어도 되나. 가난해서 유죄이고 부자여서 무죄일 수 있나. 대량투옥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교도소 운영을 맡은 위탁기업, 교도소내 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업체들의 이권을 위한 교도소 운영의  문제는 없나.  범죄를 저지르게 된 당시의 상황에 대한 여지나 개과천선의 기회를 박탈하는 경찰조사의 문제는 없나. 사소한 좀도둑질이거나 단순한 재산침해에도 법적으로 종신형이 될 수 있는 사법제도의 가혹성은 없나.  미국의 사법제도나 집행과정의 문제점처럼 형사사법제도의 문제점이 우리에게는 없는가. 주제와는 다르지만 법은 가해자보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많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낭만인생 2016-11-1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딱 맞는 책이네요....

봄덕 2016-11-19 22:45   좋아요 0 | URL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검사, 변호사가 절실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