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아픔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생명의 아픔/박경리/마로니에북스/ 모든 생명의 평등 가치가 무너진 지금 지구는 아프다...

 

 

 

 

 

'『토지』작가 박경리가 전하는 생명 이야기'이기에 읽고 싶었던 책입니다. 저자는 한국 문학의 거목이었던 작가인데다 서울을 떠나 강원도 원주에서 손수 텃밭을 일구며 살았던 자연주의적인 이력이나 소설 『토지』에서 보여준 토지와 인생의 관계  등을 볼 때 작가의 자연존중 사상이 남다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역시 일제 시대에 태어나 21세기까지 살았기에, 대한민국의 성장사를 관통하며 살았기에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생각이 남다릅니다. 격동의 한국사를 몸소 체험하는 동안 보았던 물질 만능주의로 생명 경시 현상에 대해서도 염려하기에,  태고적 생명의 평등 사상이 지금에도 유효함을 알리고 있기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만물은 평등하다는 생각, 모든 민족은 존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구에 널리 퍼질 때 파괴와 전쟁, 폭력은 사라지고 평화와 행복이 존재하리라는 긴 여운을 주는 이야깁니다.

 

 

 

작가는 노동과 글쓰기, 자신의 삼위일체감을 통해 삶의 균형을 이루며 살았다는데요. 원주에서 밭을 일구는 노동을 통해 불평등은 자연의 이치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이기적인 산물임을 깨쳤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애초에 자연은 대붕(상상의 큰 새)이나 쥐벼룩이나 동등한 존재였고 공평한 존재였는데 인간의  이기적인 인본주의나 휴머니즘으로 인해 자연의 불평등은 물론 인간의 불평등을 초래했다는군요. 그렇게 인본주의에 반한 자연의 불평등이 본래의 자연인 양 변질되어 왔음에 지극히 공감하게 됩니다. 저자의 말처럼  지금은 인본주의에서 생명평등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고 생명평등주의가 가치로 자리잡는다면 현대의 자본주의나 탐욕주의에 의한 병폐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민족의 생명 공경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옛 사람들은 꽃을 꺾기보다 자연의 것을 보고 감상하는 것을 즐겼기에 꽃꽂이나 화병을 가까이 하지 않은 편이었다는군요. 일본처럼 식물을 강제로 변형시키는 분재를 하지 않았지만 꽃의 아름다움을 가까이 하려 했는데요. 조상들은 마당 장독대 곁에 언제나 분꽃이나 봉선화, 접시꽃이 피어나는 작은 화단으로 꽃을 즐기기도 했고요.  꽃 그림이나 꽃 자수, 꽃 문살, 종이꽃 등으로 꽃의 생명을 중시하면서도 꽃의 아름다움을 즐겼다니 조상들의 생명존중에 새삼 숙연해지네요.   살아있는 생명을 존중하는 우리민족의 심성의 바탕에는 모든 생명은 동일하게 존중되어야 한다는 평등 사상에 바탕하고 있기에 가능하겠죠. 이에 반해  일본의 칼 숭배 문화나 전쟁을 문명화하고 자살특공대를 영웅시하는 풍토는 일그러진 사디즘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삶의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기보다 회피하고 망각하려는 본심에서 우러난 것이고요.  이런 폭력적인 본성은 탐미주의적 경향으로 남의 고통에 무감각하기 때문이겠죠. 

 

 

지금 지구가 아픈 이유엔  모든 생명의 평등 가치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에 절절히 공감하게 됩니다. 독일의 가스실을 능가하던 일제의 만행 역시 생명 존중 사상의 결여에서 비롯된 망동이었고요. 외국에서 들여온 정신이 없는 모방이나 복제품에 휘둘려 저질인 줄 모르고 유행하고 있는 것도 대한민국이 아픈 이유이겠죠. 묻지마 살인이나 보복살인 역시 만물 평등사상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모두 인본주의의 결과로 영혼 없는 물질적인 것이 강요되었고, 그 결과 물질적인 것의 불쾌함이 인간의 몸과 정신으로 전이되었기 때문임을 절감하게 됩니다. 이기적인 자본주의의 모습이나 정치인들의 욕망, 농업을 무시하는 사람들 모두 생명 존중이나 인간 평등 사상이 결여된 결과죠. 

 

생명 존중이 사라지면서 지구는 병들어가고 우리는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병든 지구를 치유하려면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생각이 지구인의 영혼에 깃들어야겠죠. 자연과학자의 생명존중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지만 평생을 살면서 보고 느낀 생명존중의 변질에 대한 박경리 선생님의 이야기가 모두 가슴에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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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5-21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많이 더워요.
봄덕님 좋은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