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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전쟁 1
김하기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1월
평점 :
독도전쟁/김하기/쌤앤파커스/울릉도와 독도를 지킨 바다의 제왕, 박어둔!
내 집 대문이나 담벼락을 이웃이 자기집이라고 부르면 이런 기분일까요? 내 집이기에 당연히 내 것인 줄 알고 있다가 이웃이 불현듯 소송이라고 걸어 온다면 이런 기분일까요? 조선의 역사에서 대마도 이야기도 그렇지만 독도에 대한 일본의 자기 영토라는 주장은 터무니가 없고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더구나 일본은 자기네 땅을 한국이 무단점거하고 있다는 식으로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한 교과서에까지 싣고 있기에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이렇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갈수록 드세지는 반면에 한국은 의외로 독도문제에 대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늘 답답했답니다.
만약 조선의 역사에서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정책을 강화했더라면 지금의 독도문제 이렇게 불거지진 않았겠죠? 동해 바다에 우뚝 선 울릉도를 공도정책이 아니라 사민정책을 폈더라면, 그리고 독도에 파수꾼을 보냈더라면 왜인 어부들의 강치 포획이나 어선 활동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적어도 1945년에 있었던 샌프란시스코 회의에서 독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확실히 명시했더라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도 없었겠죠? 그래서 막연하게 애틋함만 가졌던 우리의 땅 독도에 대한 소설을 만나면서 뭔가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입니다. 소설은 작은 돌섬인 독도를 소재로하지만 스케일이 세계적이고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넘나들기에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깁니다.
박어둔이 자기집 종 천막개의 업둥이로 들어간 이야기는 예송논쟁과 당파싸움의 피해이기에 안타깝습니다. 대대로 당상관 벼슬을 지내던 경주 박씨 종가의 박기산은 자기 집 종 천막개의 고변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합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박기산은 해외로 나가 이탈리아에서 상인으로 성공하게 되고요. 어머니 윤보향은 뛰어난 미색으로 천막개에게 겁탈을 당하기도 하고 천막개의 기해예송 고변으로 관노가 되어 동래와 한양 기생으로 살아가게 돼죠. 그런 사실을 모르는 어둔은 천막개의 아들인 천어둔으로 살면서 집안의 염전을 돌보면서도 과거에 급제하게 되고요. 뛰어난 실력으로 당대 최고의 스승인 우암 송시열의 문하에 들기도 하고 울진현감이 되어 울릉도와 독도 탐사를 하며 조선의 공도정책을 사민정책으로 바꾸는 데 기여를 합니다. 그런 와중에 삼복지변으로 다시 천막개는 종이 되고 박어둔은 집안이 복권되고 가산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숙종과 암행어사 남구만의 지원을 받아 울릉도와 우산국(독도)에 가서 왜적들을 소탕하기도 하고, 일본 관리들과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것임을 인정하는 담판을 짓기도 하고요.
가문의 몰락과 회생의 우여곡절 만큼이나 박기산과 박어둔의 삶이 드라마틱해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집안이 풍지박산이 나면서 관노가 된 어머니가 한양 기생들의 행수가 되어 어둔을 돕는다는 이야기, 죽다가 살아난 뒤 해외로 망명을 하게 되고 , 종의 아들로 자라다가 다시 가문을 회복하는 이야기, 해외원정길에 올라 세계일주를 하며 조선의 바닷길을 개척한 이야기가 호쾌하게 흐릅니다.
저자는 역사서에 실린 숙종 때 박어둔의 울릉도와 독도 기록에서 독도전쟁을 그리기 시작했다는데요. 안용복보다 이름이 앞선 박어둔의 이야기가 모험 가득한 이야기여서 사실처럼 읽히는 소설입니다. 공도정책으로 비어있던 울릉도와 독도를 어민으로 채우고 일본에 가서 독도가 조선 땅임을 일본 관리들과 담판을 벌였고, 그 결과 일본 어민들의 울릉도돠 독도 출입이 금지된 역사적 사실 위에 상상세계를 감칠 맛나게 버무렸습니다. 자신의 종에 의해 고변이 되고 당파싸움의 희생양이 된 아버지 박기산을 찾아 이탈리아에서 극적이 상봉을 하는 이야기, 서양원정을 완성하는 박어둔의 모험 가득한 이야기는 모험소설로도 좋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로도 만나고 싶은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