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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도서관 - 황경신의 이야기노트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2월
평점 :
국경의 도서관/황경신/소담출판사/셰익스피어가 여는 낭독의 밤은 어떠신가요?
독서에 취미를 붙이면서 그동안 종류불문하고 참으로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했는데요. 읽지는 않아도 신간소식을 늘 접했다고 생각했는데요. 아직도 모르는 작가를 만날 때면 독서 세상의 광대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해서 독서 세상은 읽을수록 무수한 비밀의 문을 간직한 세상, 첩첩의 베일에 가려진 세상, 까도까도 나오는 양파 같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는 게 더 많은 나를 알게 되고, 펼치면 펼칠수록 모르는 작가가 이리도 많았음을 깨치게 되고, 읽으면 읽을수록 삶의 방향이 다양함을 느끼게 됩니다. 해서 독서 세상은 늘 새롭고, 늘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책을 펼칠 때마다 또다른 비밀의 문을 여는 기분이 듭니다.
이 책의 저자인 황경신도 50만 독자가 선택한 『생각이 나서』의 저자라지만 『국경의 도서관』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작가입니다.
『국경의 도서관』은 39개의 작은 이야기들이 담긴 스토리노트인데요.
마지막에 나온 '국경의 도서관'을 읽으며 이런 도서관이 있다면 참 좋겠구나 싶어요. 짧은 이야기가 무시무시한 느낌으로 시작하다가 세계적인 대문호를 만나는 희열에 들떴다가 꿈속에서라도 국경의 도서관에 가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합니다.
주인공과 엠은 차를 타고 가다가 길이 끊어져 차에서 내렸더니 거기가 높다란 벽이 가로막혀 있어요. 두 사람은 걷다가 오래된 포스트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포스트엔 11월 11일 11시에 국경의 도서관에서 셰익스피어를 초대작가로 한 '낭독의 밤'이 열린다고 적혀 있어요. 이후 국경선 같은 높다란 벽이 끝나고 거대한 국경의 도서관에 이르게 됩니다. 텅 빈 듯한 도서관에서 서가를 거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만나게 되고 낭독회에 참석하게 됩니다. 이후 두 사람은 셰익스피어의 입을 통해 빛나는 문장들을 듣게 됩니다. 무수한 그의 작품 속에서 유영하던 명문장들을 말입니다.
우리들의 일생 가운데 단 일 분도 즐거움을 맛보지 않고 낭비할 수는 없다. -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 1막 1장 (319쪽)
환희의 비를 알맞게 내리게 하고, 도를 넘지 않게 해다오. 나의 행운은 너무 크다. 식상하지 않도록 줄여다오. -베니스의 상인, 3막 2장 (322쪽)
푸른 숲 아래, 나와 함께 누워, 새들의 달콤한 지저귐을 따라, 즐거이 노래하고 싶은 사람은, 오라, 오라, 이리로 오라, 이곳에는 적도 없다, 겨울날의 스산함 말고는. - 당신이 좋으실 대로, 2막5장(323쪽)
짧지만 감동과 반전이 있는 이야기가 참으로 매력적이구나 싶어서 보고 또 본 부분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여는 '낭독의 밤'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가고 싶어요.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셰익스피어가 머무는 국경의 도서관이 실제로 있다면, 나라와 나라의 경계마다 커다란 도서관이 있어서 세계적인 작가들이 상주한다면, 국경의 도서관에서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낭독회가 열린다면, 그렇게 된다면 국가의 경계는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을 말입니다. 국경지대에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몰려들면서 선명했던 국경선이 희미해진다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처음에 나오는 '바나나 리브즈'부터 소소한 반전이 있더니 모든 이야기에 반전의 재미를 주네요. 독자를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황경신 작가의 마법에 빠져 읽고 또 읽고 있답니다. 작가의 다른 이야기노트들도 만나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