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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
강레오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평점 :
[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강 레오]강 레오의 요리 철학과 요리사의 길~
요리사의 세계를 잘 모르지만 요리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미각을 즐기기 위해 음식점을 찾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 음식을 해먹기도 하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간편 요리를 먹기도 하는 난 삼시세끼 인간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요리에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고 한 끼 식사로 힐링이 되기도 하기에 요리는 삶에서 굉장히 소중하다. 그러니 요리를 잘하고 싶은 내게 요리책이나 요리사들의 이야기는 늘 관심 대상 일밖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710/pimg_7269711951237505.jpg)
강례오 셰프. TV에서 본 적이 있기에 그의 요리세계가 궁금했었다. 더구나 정통 서양요리를 배우고 싶어서 유럽으로 갔고, 영국에서사실유명 셰프 밑에서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며 배웠다는 것을 어디선가 들은 적도 있기에 그의 요리 철학이 궁금하기도 했다.
요리사의 길을 가고자 그는 19세에 각종 육류의 발골 작업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말하는 디너dinner와 서퍼supper의 차이를 처음 알았다. 영국인들은 좀 더 격식 있는 저녁 정찬을 서퍼라고 한다니, 늘 서퍼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잘 먹고 즐겁게 먹는 건 중요하니까.
왕의 식사는 수라, 그 외의 왕족이나 양반들의 식사는 진지, 가장 낮은 표현은 끼라고 하니, 이젠 삼시세수라, 삼시세진지로 먹는 인간이 되고 싶다.
음식 먹는 행위를 소홀히 할 때 인간은 공허해진다. (18쪽)
음식을 잘 먹는다는 것은 삶의 가치에 관한 문제라는 말에 공감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자신에 대한 사랑, 자연과 농부의 수고로움에 대한 감사, 요리를 해 준 이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는 행위여야 하니까. 생각 없이 허겁지겁 급하게 먹는 것이 아니라 맛도 음미하고 건강도 생각하고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하는 시간이어야 하니까.
저자가 20대 중반 영국의 유명한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인 ‘라 탕 클레어’에서 일했던 경험담이 인상적이다. 세계적인 셰프인 피에르 코프만 밑에서 배우고 싶어 찾아가서 말리는 출근에도 불구하고 허드렛일부터 하고, 세 번째 달부터 코미 수준의 정식 월급을 받고, 6개월이 되었을 때 ‘셰프 드 파티’로 승급할 정도로 배우고 싶은 오기가 강렬했다니, 감동이다. 더구나 잘못에 대해서는 무섭게 야단치는 셰프였기에 인간적인 수모를 당하면서도 되레 실력을 갈고 닦는 기회로 만들려는 요리 정신도 대단하다.
저자가 존경하는 이연복 셰프는 14세에 요리를 시작해 요리사 경력이 40년 정도라고 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을 훨씬 넘어선 요리사의 요리이니 모두들 존경하는 것이리라.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710/pimg_7269711951237506.jpg)
저자는 요리의 세계로 뛰어들면서 영국 런던에서 세계적인 셰프인 장 조지, 피에르 가니에르, 피에르 코프만,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 ‘주마’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금은 무형문화재 궁중요리 기능보유자 한복려 선생께 가르침을 받고 있다.
요리는 신선한 재료와 최적의 조리 시간, 연륜이 묻어나는 정성, 먹는 이의 행복한 음미, 감사와 존경을 나누는 과정으로 연결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을 존중하는 식사, 행복을 음미하는 식사,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요리의 세계를 알려준 책이다. 강레오 셰프의 요리 철학과 요리사의 삶을 알 수 있었던 책이다. 기대한 바도 있지만 역시 그가 주는 레시피의 여운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