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운 어머니, 사랑합니다 - 어머니의 눈물, 어머니의 가르침, 어머니의 지혜
이만의.김종천 엮음 / 스타북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그리운 어머니 사랑합니다]어머니, 이젠 해가 되어 하늘에 걸렸다.
언제 불러도 애틋한 이름인 어머니. 가까이 있으니 어머니가 언제까지 함께 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산다.
64명의 시인들이 쓴 어머니에 대한 에세이와 시를 통해 다시금 엄마를 생각한다. 책에선 제목에서 느끼듯 어머니를 먼저 보낸 이들의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미안함, 후회를 담은 글이다. 이제는 죽어 해와 달이 되고 별이 된 어머니를 그리는 이야기다.
오월이 오면
나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행여
꿈에서라도 한 번오실까
늘 기다림에 뒤척이던 밤
오월이 오면
나는 가슴이 시려옵니다
그 옛날
허기진 아들배 채워주려
당신몫까지 내입속에 넣어주던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
(이하 생략) -<오월이 오면> 황선봉 294쪽
아들 걱정보다 세상 걱정을 더 많이 했다는 시장의 어머니, 딸이 쓴 책의 첫 번째 독자가 되어준 시인의 어머니, 다음 세상에선 자신의 딸로 태어나 듬뿍 사랑받는 삶을 살게 하겠다는 시인, 죽어서도 고향 소롱골 서낭당 솟대 위에 앉은 새로 환생해 고향집으로 올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어머니, 자식키우느라 허리 휜 줄 모르고 살다 뒤늦게 치매를 앓다가 가신 어머니, 싱거 재봉틀 하나로 가족의 생계를 꾸렸던 어머니, 늘 첩실을 둔 아버지로 인해 마음 고생을 했던 어머니, 교통체증으로 심장병으로 쓰러진 어머니의 골든 타임을 놓쳐서 죄인이 되어 산다는 시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안타깝고 먹먹해진다.
연로하신 시인들의 어머니라서 그런지 시인의 어머니 이야기가 그대로 한국의 근현대사다.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한국전쟁과 보릿고개를 거쳐 온 우리들의 선조 이야기니까. 한반도 역사상 가장 가난했던 시절을 살아온 분들이기에 더욱 애틋하다. 시인들의 어머니는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이, 눈물 마를 날이 없이 살다간 이 땅의 어머니들의 전형 같다. 자식들을 위해,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어머니들의 이야기다. 어머니의 가르침, 어머니의 눈물, 어머니의 향기, 어머니의 힘, 어머니와 함께, 그리운 어머니 등을 테마로 정리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에세이와 시를 읽으며 나도 엄마 생각을 하게 된다.
나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아직도 먼 미래의 일 같다. 아직은 어머니가 천년만년 살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머니는 잠깐씩 힘들어 하시지만 워낙 건강 체질이시기에 내가 마음을 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이미 어머니를 보낸 시인들의 이야기라서 정신이 번쩍 든다. 보고 싶다고 다시오지 않음을 알기에, 그리웁다고 시간을 돌릴 수 없음을 알기에 후회하지 않도록 건강을 챙겨드려야겠다고 말이다. 아직은 정정하시지만 죽음은 예고편이 없다고 했으니, 어머니가 백세 장수를 누릴 수 있도록 신경 써 드려야겠다고.
사랑에도 연습이 필요한 법인데, 이 땅 어머니들의 사랑엔 연습도 없었기에 더욱 감사하다. 이유와 조건이 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언제 다 갚을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이타적인 사랑을 하시는 어머니, 어머니의 정성 가득한 집밥, 태양같이 웃는 얼굴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나의 어머니다. 우물 같이 깊은 사랑, 물처럼 계속되는 사랑, 공기처럼 함께 한 사랑, 이타적인 사랑을 주는 당신, 어머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