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빵 먹을래, 크림빵 먹을래? 담쟁이 문고
김현희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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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빵 먹을래, 크림빵 먹을래?] 빵 셔틀을 다룬 가슴 무거워지는 이야기…….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이야기만 접하고 싶다. 신나고 감동적인 소설만 읽고 싶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가 않다. 소설은 세상의 반영이다 보니 아픈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잔혹한 이야기가 무성하다. 청소년 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는 왕따, 학교폭력, 빵셔틀, 선생님의 폭언, 가정폭력과 폭언이 아닐까. 그런 소재를 다룬 소설을 읽으며 사회와 학교, 가정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가슴이 무겁다. 언제쯤 폭력과 폭언이 사라질까.

 

 

제목에서는 구수하고 달콤한 빵 냄새가 풍긴다. 희망과 꿈에 부푼 파티쉐 이야기라면 얼마나 달달한 이야기일까. 하지만 소설은 빵셔틀과 왕따, 학교폭력, 비행청소년, 가족의 해체를 통해 성장통을 겪는 사춘기 소녀의 성장일기다.

 

란주의 집은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복잡한 가족관계를 이룬다. 새롭게 형성된 가족으로 인해 때론 친아버지와 살기도 하고 때론 친어머니와 살기도 하지만 피붙이에 대한 정은 별로 없는 상태다. 란주의 집은 이혼과 재혼으로 기워진 패치워크 같은 집이다. 아름다운 패치워크가 아니라 어울리지 않는 천들로 대충 기워져 너덜너덜해진 작품 말이다. 란주는 친부모의 집을 오가며 전학도 수차례나 하고, 애정이 없는 집이 싫어서 가출도 해보고, 일진들에게 빵셔틀이나 왕따를 당하면서도 일진 주변을 맴도는 이진이다. 다행인 것은 란주는 수련관에서 제과제빵을 배우면서도 빵집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버는 아이라는 것이다.

 

란주는 잘 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두영이에게 자신이 만든 빵을 선물하면서 잘 보이려 하지만 못생기고 바보 같은 달고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란주는 자신이 학교폭력의 피해자면서도 더 당하기 싫어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달고는 보육원 시절부터 형들로부터 책 읽는다고 맞고, 웃는다고 맞고, 선생님 심부름 잘한다고 맞았던 아이다. 달고는 좋은 양아버지를 두게 되면서 전학을 가게 된다. 전학 간 학교에서 짝이 된 두영이은 잘 생기고 공부도 잘하는데다 달고에게 잘해준다. 달고는 그런 두영에게 기꺼이 가방도 들어주고, 공도 들어준다. 늘 두영이의 심부름을 하더라도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달고는 학교 일진들에게 맞아 의식을 잃게 되는 사고가 발생하는데......

 

란주는 의식이 없는 달고에게 미안한 마음에 편지를 쓰고 책도 읽어주고 음악을 들려준다. 란주는 만약 달고가 맞을 때 호루라기만 제때 불었더라면 달고가 욱패거리들에게 맞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렇게 쓰러지지도 않았을 거라는 자책감에 시달린다. 학교에선 학교폭력을 에방하기 위해 누군가 반칙을 하거나 그런 상황을 목격하면 크게 불도록 한 호루라기 제도가 있었지만 현실에선 아무도 무용지물이 되고......

학교폭력의 실상을 알리는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너무나 잔혹한 아이들, 너무나 큰 상처를 받는 아이들을 이대로 둬야 하는가. 무료할 때나 화가 날 때마다 약한 아이들에게 빵셔틀을 시키고 폭력을 행하는 가해자들의 이야기가 섬뜩할 정도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하는 학교폭력 현실을 고발한 소설을 읽어도 여러 번 덮었을 정도다. 비위가 약하지도 않은데도 속이 메슥거릴 정도다. 음란만화, 전자담배, 식후담배, 어린애를 잡아 삥을 듣으라고 시키는 일진 문화가 가족의 해체 속에서 싹 틈을 고발하기에 어른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고 불편한 진실이지만 어른들이 학교폭력의 현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알고 가족이 나서고 선생님들이 나설 때 어느 정도의 해결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맛있는 빵을 만들려면 밀가루와 소금, 설탕, 이스트, 물의 비율이 맞아야 한다. 맛있는 빵을 만들려면 찰지게 치대거나 발효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적당한 온도와 습도 아래서 알맞은 시간으로 구워내야 입에 사르르 녹는 빵이 만들어진다. 삶은 빵 반죽이 아닐까. 가족의 사랑도 빵 굽는 정성과 같은 게 아닐까. 온전한 가족의 사랑만으로도 일탈하는 아이들이 줄어들 텐데. 선생님의 관심만으로도 학교폭력이 줄어들 텐데. 학교 폭력이나 청소년 일탈을 다루는 소설은 왜 이리도 읽기가 불편하고 무거운 걸까. 자꾸만 잔혹해지는 청소년용 잔혹동화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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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5-31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표지는 달달하고 포근해보이는데 이야기는 그렇지 않네요 마치 우리네 삶처럼말이죠. ㅠㅅㅠ 함께 읽어요 프로젝트 같은거 하면 참 좋겠어요 각 출판사나 학교 캠페인 나라에서 의도적으로 함께 읽자는 그런 활동이 많아지면 좋을텐데 책 안읽는다고 지적만 하지말고 액션을 취해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생기네요 ㅎ

봄덕 2015-05-31 15:36   좋아요 0 | URL
주인공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걸로 나오지만 아이들의 상처는 평생을 가겠죠. 지금도 어디에선가 학교폭력이나 가정 폭력 등에 시달리고 있을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어요. 인간들이 왜 이리도 잔인한지...... 학교폭력의 실태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도 마음이 불편하답니다...